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

억제·예상·유머·승화·이타주의 성숙한 적응기제를 갖춘 인재가 CEO감이다

고영건 | 179호 (2015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자기관리

 

 

 

 1937년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기념비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하버드대 학생들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을 선발한 다음에 그들의 실제 삶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했다. 이 스터디의 결론에서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들과 부적응적인 삶을 산 사람들 간의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적응기제분포에서의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랜트 스터디의 교훈을 토대로 성공하기 위한 CEO의 조건을 정리해보면 결국억제’ ‘예상’ ‘유머’ ‘승화’ ‘이타주의의 적응기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성공적인 CEO 후계자 선정을 위해서도 이 같은 다섯 가지 적응기제를 골고루 키워왔고 또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편집자주

심리학은 현재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고독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경영현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치르고 있는 CEO들은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각종 이론심리학에도 정통한 고영건 교수가 CEO 여러분들이 심리학 이론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을 연재합니다.

 

 

성공한 CEO들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임무는 바로 자신의 후계자를 현명하게 선택하는 일이다.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CEO 후계자의 자격에 대해 소개했다. 그가 제시하는 버크셔의 후계자가 갖춰야 할 능력과 자질은 다음 5가지다.

 

첫째,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계자는 합리적이고 침착하며 결단력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계자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올 인(all in)’ 해야 한다. 셋째,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계자는 기업을 망치는 세 가지기업의 암(corporate cancer)’인 교만, 관료주의, 현실안주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특별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넷째,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계자는 회사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젊은 내부 출신 인재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계자는 총명하고 에너지 넘치며 열정이 많은 인물이어야 한다.

 

버핏도 고백한 적이 있듯이 CEO로서 이처럼 올바른 후계자를 찾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인 동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제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하버드(Harvard)대의 성인발달연구 결과는 향후 회사의 명운이 달려 있는 과제인 후계자를 발굴하는 작업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하버드 성인발달연구: 그랜트 스터디

1937년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기념비적인 심리학 연구가 시작됐다. 인간의 삶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로서 그랜트(Grant) 스터디는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계적인 명문대인 하버드대 학생들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을 선발한 다음에 그들의 실제 삶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 질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작 그러한 인생의 물음에 대한 심리학적인 해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비결로 높은 지능, 사교적인 성격, 부유한 가정, 뛰어난 외모 등을 지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사교적이며 외모가 출중한 부유한 명문가 자제가 인생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고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서 신문기사거리가 될 만한 아주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하버드대의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그러한 믿음이 사실이 아니며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버드대 학생들 중에서도 특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입학 허가를 내준 것이 자랑스러운 학생’ 268명을 선발해 대학 졸업 후의 삶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예상대로 연구 참여자들은 정계, 법조계, 경제계, 학계, 언론계 등 사회의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모든 연구 참여자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랜트 스터디 결과, 연구 참여자들 중 약 30%는 실제로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 반면에 놀랍게도 그중 약 30%는 부적응적인 삶을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약 44% 정도가 비즈니스맨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들 중 약 17% 정도는 하버드대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중간관리자조차도 되지 못했고 약 39% 50세가 돼서도 여전히 부사장 또는 보좌역에 머물러 있었으며 약 44%가 회사의 CEO가 돼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 중 30%나 실패한 삶을 살게 되고 또 비즈니스계에 진출했던 연구 참여자들 중 과반수이상이 CEO가 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은 그랜트 스터디 연구진에게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왜냐하면 선발 당시에 이들은 비록 각자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달라도 어느 방면에서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꿈을 못 이룬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로 특별히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만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은 모두 능력 면에서 탁월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일반 대학생뿐만 아니라 같은 하버드대 동기생들보다도 더 많이 우등으로 졸업하고 또 더 많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이 단순히 학구적인 상황에서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 역시 동년배들과 마찬가지로 참전을 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동년배들에 비해 신체검사에서의 탈락률이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들은 부상률이나 사망률 면에서 동년배들과 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즉, 위험한 전투상황에 비슷한 수준으로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현기증과 구역질, 그리고 공포로 인해 벌벌 떠는 것 등의 부적응적인 증상들을 훨씬 적게 나타냈다. 또 이들 중 오직 10%만이 장교로 입대했지만 군에서 제대할 무렵에는 이들 중 70%가 수훈을 인정받아 장교로 진급해 있었다.이들의 근무평가서를 보면 직속상관인 부대장들 중 93%가 이들을 자기 휘하에 두기를 원한다고 보고했다. 특히 이들은 전쟁 후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데 있어서도 동년배들보다도 월등히 높은 적응력을 나타냈다. 이러한 참전 기록들은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이 단지 학벌만 좋을 뿐인 문약(文弱)한 사람들이 아니었으며 적어도 이들이 인생에 실패를 하는 경우 그 원인이 능력상의 문제일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자타가 공인하는 명문대의 전도유망한 대학생들을 특별히 선발하기는 했지만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 모두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명망가(名望家)의 가정에서 축복받으며 자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향후 이들의 삶에서 이러한 요소가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학생들만을 선발했다. 예컨대,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 중 일부는 경제적으로 매우 가난한 가정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감당해낼 수 없는 학비를 장학금을 통해 지원받았다. 따라서 적어도 가난하기는 해도 학비가 없어서 학업이 중단되지는 않을 학생들이었다.

 

 

그렇다면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 중 30%는 뛰어난 지능, 사교적 성격, 가문의 배경, 경제적 부(), 출중한 외모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왜 부적응적인 삶을 살게 된 것일까? 그리고 왜 비즈니스계에 뛰어든 사람들 중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CEO가 되지 못했던 것일까?

 

이러한 물음이 중요한 이유는 인생에 실패한 사람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비결 역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요인들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랜트 스터디는 누군가 인생에 실패한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자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가장 행복한 인간의 삶이란 과연 어떤 모습인지를 일반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자 했다. 바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하버드대 학생들 중에서도 정신적인 면과 신체적인 면 모두에서 특별히 우수하다고 공인받을 수 있는 학생들을 선발했던 것이다. 이는 잘 자란 꽃의 참다운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온화한 기후와 양질의 토양뿐만 아니라 원천적으로 좋은 품종의 씨앗이 요구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가 제시하는 성공적 삶의 비결: 적응기제

보통 우리의 삶이 내면의 물음에 분명한 해답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살아가다 보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또 그 어느 것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마치 사막을 걷고 있는 듯한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면 결국에 가서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삶의 진실이 저절로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랜트 스터디는 인생에서 성공적인 삶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시작해 오랫동안 인생을 항해해 나간 결과,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 중 30%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반면 또 다른 30%는 인생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 < 1>에는 이들이 보여준 삶의 행적에서의 두드러진 차이가 제시돼 있다.

 

 

 

그랜트 스터디에서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과 부적응적인 삶을 산 사람들을 가장 잘 구분해 줄 수 있는 종합적인 지표는 바로 적응기제의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응기제는 문제 상황에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학적인 대처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적응기제는 사실상 프로이트(Sigmund Freud)방어기제(defense mechanisms)’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어기제라는 용어는 은연중에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 책임자인 베일런트(Vaillant) 박사는적응기제(adaptive mechanism)’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러한 적응기제는 삶에서 연금술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에서자아의 연금술혹은심리학적인 연금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1) 나의 적응기제 평가하기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행복한 성공을 위해서는 자아의 적응기제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데 적응기제에 관한 설명을 들은 이후에 심리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 결과에 관해 상세히 소개하기에 앞서 적응기제 검사에 참여해 보기 바란다.

 

적응기제 검사의 실시

실제 하버드 성인발달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의 적응기제를 심층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로샤(Rorschach) 검사를 포함한 전문 심리검사와 면접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응기제 평가를 위한 단축형 자기보고식 검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비록 16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는 간단한 검사일지라도 나 자신의 적응기제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이 검사는 축약형 검사이기 때문에 만약 학술적인 목적이나 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적인 심리평가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 2> 16개 문항에 자신의 모습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보기 항목을 하나씩 선택하기 바란다.

 

 

 

2) 적응기제에 대한 심리적 이해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적응기제는 중요하다. 적응기제는 눈에 보이지 않고 또 때때로 당사자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스트레스에 대해서 인간의 정신세계가 나타내는 보이지 않는 반응들 즉, 자아가 활용하는 무의식적인 방어들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율신경계의 신체적인 반응만큼이나 치유력과 관련이 깊고 또 건강에 필수적이다.

 

 

사실 삶에서 적응기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적응기제는 무의식적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스스로 파악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성의 존재를 추론해내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적응기제의 존재는 방어가 주변의 사건들을 예측가능하게 지속적으로 왜곡시키는 것을 통해서 증명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산의 높이를 측정할 때 삼각측량을 사용하듯이방어의 현저성도 다양한 각도에서 반복적으로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서 평가할 수 있다. , 증상과 자기보고, 객관적인 전기 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상호 대비해 검토한다면 그 결과 얻은 관찰 정보의 신뢰성을 독립적인 관찰자를 통해 확증하는 것이 가능하다. 임상적 판단, 자기 보고, 그리고 로샤 검사와 같은 투사적인 연상 기법은 그 어느 것이라도 한 가지만으로는 무의식적인 방어 과정들을 파악하는 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세 가지 정보들을 함께 사용한다면 그러한 자료들은 매우 강력해진다.

 

 

그렇다면 적응기제가 증상의 역할을 하는 경우와 적응적인 기능을 하는 경우를 우리는 어떻게 감별할 수 있을까? 백혈구가 고름과 결합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여드름의 경우, 백혈구는 과잉 축적된 상태가 되고 따라서 성가신 동시에 병리적인 것이 된다. 반면에 살갗에 박힌 가시에 의해서 유발된 염증의 경우 백혈구는 목숨을 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자아의 적응기제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방어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방어기제 자체의 특징과 더불어 방어기제가 사용되는 맥락 모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아의 적응기제는 크게 미성숙한 기제, 신경증적인 기제, 성숙한 기제의 세 가지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성숙한 자아의 적응기제는 문제 상황에서 내면의 갈등을 숨기거나 자기 또는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기보다는 문제 상황 자체를 창조적으로 변형시켜 결과적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략을 사용한다. 성숙한 자아의 적응기제가 하는 일은 조개가 우아한 진주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유사하다. 조개는 모래가 외부에서 들어올 경우 조직에 상처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개껍질의 안쪽 부분을 만들어주는 물질로 모래를 뒤덮어 아름다운 진주로 변화시킨다. 마찬가지로 성숙한 자아의 적응기제도 고통스럽고 눈물나는 순간들을 신의 은총을 받은 것과 같은 행복한 순간들로 변화시켜 준다.

 

신경증적인 자아의 적응기제는 문제 상황에서 자기를 희생시킴으로써 내면의 갈등 또는 현실적인 문제와 타협하는 것을 말한다. 신경증적인 자아의 적응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은 돌멩이가 들어간 구두를 신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 쓰여서 구두를 벗지 못하고 억지로 꾹 참고 서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 사람은 대단히 고통스러워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눈치 채지 못하기 때문에 영문을 몰라 할 수 있다.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과 부적응적인 삶을 산 사람들 간에 신경증적인 적응기제를 사용하는 측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경증적인 기제의 특징이 남모르게 고통을 속으로 삭히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어릴 때나 나이가 들었을 때나, 인생에 성공하나 실패하나 주관적으로 고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부터 인생은 괴로움의 연속이라고 말해왔던 것이다.

 

미성숙한 자아의 적응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심리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미성숙한 자아의 적응기제는 지독한 향을 내뿜는 시가(cigar)나 강한 마늘 향을 풍기는 음식과 비슷하다. 다시 말해,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기쁨을 선사해 주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은 도저히 견뎌낼 수 없도록 만든다.

 

사람들은 누구나 성숙한 자아의 적응기제를 사용하고자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심리학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춘기 때 그토록 많은 소년 소녀들이 방황하는 것도 처음에는 누구나 미성숙한 방식으로 세상에 적응하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은 일종의 성장통을 앓으며 커가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자아의 적응기제는 위계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성격상의 미성숙한 측면은 점차 줄어들고 성숙한 면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성장해갈수록 보다 성숙한 적응기제를 많이 사용하면서 삶에 적응해 나가는 것,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는 이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그림 1>은 직장상사와 갈등관계에 있는 문제 상황에서 흔히 사용되는 적응기제들을 예시한 것이다.

 

 

 

3)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의 교훈

그랜트 스터디에서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들과 부적응적인 삶을 산 사람들 간의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 적응기제 분포에서의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 결과는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 부적응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성숙한 적응기제는 약 2배 더 많이 사용하는 반면, 미성숙한 적응기제는 절반 수준 미만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리고 신경증적인 적응기제의 경우에는 성공한 사람들과 부적응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 간에 사실상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비교하는 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랜트 스터디는 이처럼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과 부적응적인 삶을 산 사람을 구분할 수 있으며, 또 구분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들을 구분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훌륭한 삶의 모델을 통해 인생을 배워나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과는 달리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들에게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과 부적응적인 삶을 산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랜트 스터디에서 연구 참여자들을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부적응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로 분류한 것을 그 사람들의 전체 인생을 심판한 것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톨스토이가 말했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삶 전체를 평가하는 일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신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그 누구든지 존경할 만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시켜 줬다. 때때로 사람들은 겉으로는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척하면서도 은연중에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하면서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태도는 부지불식간에 매우 교묘한 방식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 자신도 잘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즉 자신이 누군가를 무시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도 잘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놀랍게도 <그림 2>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부적응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조차도 성숙한 면을 상당한 수준으로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부적응적이고 실패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본받을 만한 점이 전무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사람들의 그러한 믿음이 명백한 오해임을 분명하게 드러내 줬다.

 

설사 현재로서는 장점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가지고 있는 법이다. 바로 그러한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은 누구라도 존중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편,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이 바로 미성숙한 적응기제는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하고 또 성숙한 적응기제는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참고로,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부적응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 모두 나이가 들수록 미성숙한 면은 점차 줄어들고 성숙한 행동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줬다. 성장해갈수록 보다 성숙한 적응기제를 많이 사용하면서 삶에 적응해 나가는 것, 그랜트 스터디는 이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점을 가르쳐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정신건강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림 2>에서 보여주듯이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성숙한 적응기제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사용하려 노력하고 또 미성숙한 면은 줄여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것, 즉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랜트 스터디에서 오랫동안 추적 조사했던 것처럼 성숙한 적응기제를 사용하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결국에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자 할 경우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제시해준다.

 

나의 적응기제 검사 결과와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 결과 간 비교

적응기제 검사를 채점한 다음에는 성숙한 기제 점수와 미성숙한 기제의 점수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성숙한 기제 점수가 미성숙한 기제의 점수가 2배 이상인지 여부이다. 일반 성인 집단의 경우, 성숙한 기제 점수가 미성숙한 기제의 점수보다 2배 이상 더 큰 사람들의 비율은 약 10%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 아래의 개별 문항과 적응기제 간 연결 자료를 참고로 해서 향후 성숙한 적응기제를 더 많이 활용하고 또 미성숙한 기제를 줄여나가는 데 참조하기 바란다. 참고로 다른 적응기제들과는 달리 억압 문항만 2개가 포함된 이유는 효율적인 비교를 위한 가중치를 주기 위해서다. 이 점 오해 없기 바란다.

 

1. 나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도 좀처럼 짜증을 내지 않는다 (억제)

2. 나는 봉사정신이 매우 강한 편이다 (이타주의)

3.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유머를 즐겨 사용한다 (유머)

4. 나는 문학 및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승화)

5. 나는 미래의 일들에 대해서 한발 앞서 마음속으로 대비해 둔다 (예상)

6. 내가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을 어긴다면 그것은 대체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지화)

7.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칭찬하는 것을 마음 편하게 즐기지 못하는 편이다 (반동형성)

8. 나는 늘 행복감을 느낀다 (억압)

9. 내게는 남다르게 집착하는 물건이 있다 (전위)

10. 나는 늘 기분이 좋다 (억압)

11. 나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투사)

12. 나는 가끔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실 때가 있다 (해리)

13. 나는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일들에 관해 공상을 할 때가 많다 (공상)

14.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따금씩 설사를 하거나 변비의 문제가 나타난다 (신체화)

15. 기분이 나쁠 때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할 때가 있다 (행동화)

16. 나는 화가 나면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실수를 하거나 늑장을 부린다 (수동-공격성)

 

성공적인 CEO가 되기 위한 심리학적 조언

1) 억제의 적응기제를 지혜롭게 활용하기

성숙한 기제 중 하나인 억제는 내면의 갈등을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일 없이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억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정이 완벽할 정도로 좋아지기를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수준에서 타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억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금욕적이고 자족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억제는 효과적으로 사용될 경우 순탄한 항해에 비유될 수 있다. 억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세차게 불어닥치는 바람을 피하기보다는 그 바람의 흐름에 배를 맡기고서 항해하듯이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억제라는 것이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꾹 참기만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화가 났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꾹 참는 사람들은 그러한 인내심 때문에 살인을 면하기보다는 참다 참다 폭발해서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그랜트 스터디의 어느 연구 참여자는 한때 질문지에 답하는 것을 거부한 적이 있었다. 그는 결혼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지금의 내 모습과 깊이 관련돼 있으며 내 생각이 현재는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기 때문에 답변을 미루고 싶다고 적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가 감정적인 동요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되자 그는 답변을 미뤘던 주제에 대해서 기억을 되살리고는 대답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억제는내일 해가 뜨면 다시 생각할 거야라고 말하고 나서 다음 날 잊어버리지 않고 그것에 대해서 다시 떠올리게 된다는 점에서 마냥 묻어 둔 채 생활하는 억압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억제의 적응기제를 연습하기

① 억제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평상시처럼 긴장을 이완한 상태로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억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중요한 기획안을 발표해야 하거나 입사를 위한 인터뷰를 하러 들어가기 직전에 내부의 긴장을 다스리기 위해서 1∼2분간 심호흡을 하는 것도 억제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억제는 단순히 참기만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잘 참아내기 위해서 합리적인 행동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실제로 행하는 것이다.

 

② 억제를 잘한다는 것이 기질적으로 참을성이 많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기질적으로 참을성이 많은 성격과 억제를 하는 것 간에는 두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기질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억제는 경험을 통해 학습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참을성이 많은 사람은 똑같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상황에서도 보통 사람들보다 덜 불안해 할 뿐만 아니라 화도 잘 내지 않는다. 하지만 억제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화도 내고 불안도 느끼지만 그러한 부정적인 정서를 효과적으로 통제해내는 것을 말한다.

 

③ 억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좌절 상황에서도 특별한 묘안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반면에 억제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될수록 자신의 문제를 기가 막히게 해결해 줄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그런 비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남극에서 생환하는 것이 불투명한 위기상황에서 탐험가 새클턴(Ernest H. Shackleton)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편지와 일기 쓰기, 쪽지 시험, 노래 부르기, 독서, 그리고 목표의 재정립 등 지극히 평범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새클턴 역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당신이 현재 어떤 특별한 위기를 겪고 있더라도 억제의 비결은 동일할 수밖에 없다. 평범한 일들을 꾸준히, 포기하지 말고 해나가자.

 

 

2) 예상의 적응기제를 지혜롭게 활용하기

성숙한 기제 중 하나인 예상은 실제 사건이 발생하기에 앞서 그 사건에 대해 정서적으로 미리 대비해 둠으로써 미래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경감시키는 책략을 쓰는 것이다. 이러한 예상은 마치 옛날 폰투스 제국의 왕 미스리데이츠(Mithridates)가 독을 점차적으로 조금씩 미리 맛보는 것을 통해 면역 능력을 갖게 된 과정과 유사하다.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기타(Bhagavad gītā·거룩한 자의 노래)에는 의무와 덕의 화신인 다르마(Dharma)가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어느 성군(聖君)자기 주위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도 한 사람도 자기가 죽을 것을 믿는 사람이 없는 일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일화가 나온다. 이 이야기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미래에 자신에게 일어날 것이 자명한 일들에 대해서조차 실감나게 깨닫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아무런 대비도 안 한 채 지내다가 막상 문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당황해서 실제 자기 능력보다도 훨씬 못한 결과를 나타낸다. 그리고는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한다. 이런 맥락에서 예상은 누구라도 능히 해낼 수 있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매우 드문 기제라고 할 수 있다.

 

예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마치 가을 다음에는 겨울이 오는 것처럼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에 미리 대비해 두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예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여름에 스키 장비를 구입하고, 겨울에 수영복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총사령관으로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독일의 무조건 항복을 이끌어냈던 전쟁 영웅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는 예상의 대가였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예상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젠하워는 2차 세계대전 때 사령관으로서 밤사이에 다음 날 공격을 개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책임감과 불안감, 긴장감에 짓눌려 영원히 해가 뜨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내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 고통스러운 시기 동안 과로와 스트레스는 그의 인내심, 판단, 자신감을 심각하게 손상시켰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점차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해 나갔다. 그것은 바로 다음 날에 겪게 될 불안, 긴장, 부담감 등의 정서적인 어려움들을 전날 밤에 잠들기 전에 하나씩 짚어 보는 것이었다. 이처럼 정서적인 고통을 전날 밤에 잠자리에서 한번 겪으면서 털어버리고 나자 마치 면역이 생긴 것처럼 다음 날 실제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부하들의 눈에는 그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게 됐다.이러한 노하우를 확립한 다음부터 아이젠하워는 전쟁터에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장군이 될 수 있었다.

 

 

 

아이젠하워가 이처럼 예상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억제 능력도 커다란 기여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아이젠하워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미국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2차 세계대전 전까지 그의 삶은 너무나도 평범했다. 그가 소령으로 재직한 기간은 무려 20년이었다. 동료들에 비해 오랫동안 진급을 못했기 때문에 그의 급여는 가족을 부양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었고 이 시기 그의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억제를 통해 잘 견뎌냈고 1941년에 중령이었던 그는 불과 4년 만에 오성장군이 되는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예상의 적응기제를 연습하기

① 예상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고상의 예측능력과는 다른 것이다. 예상이라는 기제를 활용하는 것이 마치 제갈공명처럼 앞날을 내다보는 예지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상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보통 실감나게 지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로 지내는 일들을 미리미리 준비해 놓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연습만 하면 손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이다.

 

② 소크라테스는 예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를 남겼다. 어느 청년이 현자가 되고 싶다며 그를 찾아 왔다. 그러자 그는 청년을 말없이 냇가로 데리고 갔다. 냇가에 도착하자 그는 청년에게 엄숙한 목소리로 머리를 물속으로 넣어 보라고 했다. 그러자 청년은 그의 말대로 했다. 그때 갑자기 소크라테스는 손으로 젊은이의 머리가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강하게 눌렀다. 그러자 청년은 물속에서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 소크라테스가 청년을 풀어주자 청년은 죽다 살아난 표정을 하고서 소크라테스를 노려봤다. 이때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현자가 되고 싶거든 조금 전에 물속에서 숨쉴 수 있는 공기를 간절하게 바라듯이 지혜를 구하도록 하게나.”예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정서적으로 실감나게 느낌으로써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소크라테스가 보여준 일화는 예상 능력을 키우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당신이 만약 미래에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고 싶다면 단돈 10원이라도 물속에서 숨 쉬는 공기를 원하듯이 눈에 불을 켜고 찾도록 하자. 그것이 할 수 있었던 일을 미리 안 함으로써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게 되는 지름길이다.

 

 

③ 어떤 경우에는 예상이 억제를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억제가 예상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현재 고통스러운 사건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 사건이 10년 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예상해 보기를 바란다.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개인의 일생을 좌지우지할 만한 결정적인 과거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금은 제 아무리 견디기 힘든 일도 10년 정도가 지나면 그때는 그다지 힘들지 않게 이겨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머나 먼 미래의 자기 모습을 실감나게 떠올려 보는 것은 현재의 고통을 억제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막연하게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시간 그 자체는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흐르는 시간 속에 당신의 피와 땀이 함께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또 성실한 사람이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예상의 원리를 실천함으로써 성공의 기틀을 다질 때, 억제는 필수적인 요건 중 하나가 된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나태해지려는 욕구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억제도 예상 능력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예상과 억제는 어느 하나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나머지 하나는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둘 중에 자신에게 더 잘 맞는 것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려고 노력하도록 하자.

 

3) 유머의 적응기제를 지혜롭게 활용하기

성숙한 기제 중 하나인 유머는 단순히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 것 이상의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 유머의 커다란 특징 중 하나는 순탄하게 자란 사람이 아닌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혹독한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천국에는 유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말은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하겠다. 그랜트 스터디에서 대학 시절에 유머잡지의 편집인으로 일했던 4명의 연구 참여자들 모두 어린 시절에 부모와 사별했다는 점은 우연의 일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머는 인생이라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쏟아져 나오는 재난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훌륭하고 우아한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슬픔이 극에 달했을 때 사람들은 실없이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자아의 연금술이 선사하는 희망에 찬 웃음, 즉 유머는 허무하거나 병리적인 실소(失笑)와는 다른 것이다. 동물들도 웃을 수는 있다. 하지만 동물들에게는 유머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유머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 주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유머에서 안타까운 점은 유머스럽지 않은 사람이 유머를 흉내내는 것만큼 소름끼치는 일도 없다는 점이다. 그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잘 갈고 닦아서 적시에 활용할 경우 인생은 진정으로 풍요로워 질 수 있다.

 

 

유머는 인생이라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쏟아져 나오는

재난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훌륭하고 우아한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유머의 적응기제를 연습하기

① 유머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유머가 만약 타고나는 것이라면 유머는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유머의 원천이 기쁨이나 즐거움이 아니라 슬픔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유머는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눈물로 웃음을 빚어내는 삶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의 삶을 떠올려 보자. 그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모두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였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그가 성공한 이후에도 현실과 영화를 잘 구분하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출연한 떠돌이 캐릭터 영화를 볼 때면 몹시 슬퍼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의 어머니가 본 영화 속에서 그는 항상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행동을 하면서 매우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영화 속 아들의 모습을 보고 난 뒤저런 우리 아들에게 옷을 지어줘야 겠구나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채플린이 자신은 충분히 성공을 했기 때문에 옷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설명을 다 들은 후에도 “(영화 속의) 우리 아들 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하냐라고 물을 뿐이었다. 그에게 이러한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말 그대로 고문이었다. 그가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 얘기를 동시에 담았던 영화키드는 삶 속에서 고통과 슬픔이 웃음을 어떻게 빚어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② 유머의 가장 빛나는 가치는 도저히 웃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조차도 우리들이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데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유머를 통해 웃는 것은 실성했을 때의 웃음과는 다른 것이다. 실성했을 때의 웃음과는 달리 유머의 웃음 속에는 희망이 담겨 있다. 그 옛날 아우슈비츠의 유태인들 중 생존자들은 지옥 같은 삶 속에서도 유머를 통해 웃으면서 살 수 있었기에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다.

 

③ 유머는 풍자에서처럼 타인을 터무니없이 비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익살에서처럼 자신을 비하하지도 않는다. 또 유머는 현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내부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유머를 삶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유머의 예술은 앞서 간 사람들의 일화를 교과서 삼아 자꾸 연습해 보는 것 외에는 달리 왕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채플린이 미국 아동건강협회에서 연설을 할 때의 일화를 참고하도록 하자. 현장에서 그의 강연을 듣던 아이들과 사람들은 그가 분장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떠돌이 채플린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럴 때면 그의 양복은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서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지곤 했다. 이때 마침 자동차 왕 헨리 포드(Henry Ford)가 그를 찾아 왔다. 포드는 채플린이 북새통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환대하지 못하자 심통이 나서나는 당신 얼굴을 보기 위해 무려 30㎞를 달려 온 사람이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채플린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야말로 선생님을 뵙기 위해서 LA에서 이곳까지 비행기를 타고서 날아 온 사람입니다.” 그는 유머를 통해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했지만 포드를 포함해서 혼잡한 상황 때문에 짜증이 나 있던 주변 사람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4) 승화의 적응기제를 지혜롭게 활용하기

승화는 내부의 욕구를 순화시켜 문화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승화는 다음의 세 가지 과제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승화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내부의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승화는 양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승화는 대인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삶에서 승화는 본능, 양심, 대인관계의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좇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에디슨(Thomas A. Edison)의 삶은 승화에 기초한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삶의 과정을 잘 보여준다. 에디슨은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지만 불행하게도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후부터 그는 선생님한테 엉뚱한 질문을 너무나도 많이 해서 선생님으로부터 바보 취급을 받았고 결국 세 달 만에 퇴학을 당한다. 오늘날 기준으로 본다면 에디슨에게는 학습장애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그의 선생님은 에디슨의 어머니에게이 아이에게는 가능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고 결국 그는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됐다. 당시에 교사였던 어머니는 아들이 학교에서 쫓겨나자 학교를 그만 두고 직접 아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에디슨의 어머니는 에디슨에게 책 속에는 그가 궁금해 하는 모든 것들이 들어 있으니까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열심히 읽으라고 권유했다. 에디슨은 학교에 가는 대신 시립도서관에 가서 고전, 역사, 과학, 수학에 관한 많은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12살 때부터 철도회사에서 신문팔이를 했고 화물차 안으로 실험실을 옮겨 실험을 할 정도로 실험에 열중했다. 어느 날 실험실에서 화재가 나 차장에게 얻어맞은 에디슨은 그때부터 청각장애를 얻었다. 그 이후로 그는 사람들과의 교제도 끊고 실험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불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디슨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것을 부끄러운 장애라고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이득이라고까지 생각했다. 왜냐하면 듣기 싫은 잔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보다 책에 더 몰두함으로써 학습장애 및 난청으로 인한 정보 습득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철도 전신수로 일하던 15살 때, 그는 발명가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전기투표기록기를 발명해 첫 특허를 받은 이후 그는 수많은 발명과 특허를 양산해 내기 시작했다.

 

마치 요술을 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수많은 발명을 쏟아내어멘로 파크의 마법사(the Wizard of Menlo Park)’라는 명성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는 총 1093개의 특허를 취득해 역사상 가장 많은 특허를 받은 인물로 남았지만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발명품은 바로 축음기였다. 왜냐하면 축음기는 어려서 학교 선생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로부터 듣기 싫은 잔소리를 많이 들으면서 생활하면서도 난청으로 인해 정작 듣고 싶은 소리를 듣는 데는 심각한 장애가 있었던 그에게 평생의 소원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다. 그 소원은 바로듣기 싫은 잔소리는 안 듣고 오로지 듣고 싶은 것만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무려 200번이 넘는 실패의 과정을 거쳐 백열전등을 발명해낼 때와 마찬가지로 축음기를 발명하는 과정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가 67세가 되던 해에 그의 실험실에서 불이 나 작업하고 있던 모든 것들이 화염에 휩싸이게 됐다. 이때 에디슨의 아들, 찰스(Charles)는 아버지가 심리적인 충격을 받을까봐 걱정하며 불구경하는 사람들 속에서 아버지를 찾아 헤맸다. 그런데 막상 찰스가 아버지를 찾았을 때, 그는 평생에 걸쳐 작업해 온 것들이 연기가 돼 사라져가고 있는 현장에 서 있는 아버지가 실망하기는커녕 마치 동네 아이들처럼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서 불타는 실험실을 바라보고 있어 무척 놀랐다. 이때 에디슨은나의 모든 실수들이 한번에 불타 없어지다니 정말 멋지군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3주일 후, 에디슨은 축음기의 원형을 발명해내는 데 성공했다.

 

에디슨의 삶은 학습장애와 난청 때문에 마치 가시밭길과도 같은 것이었지만 놀랍게도 그는 승화를 통해 이러한 고난을 예술적으로 극복해 낼 수 있었다. 남들이 이뤄 놓은 것을 학습하는 데 장애가 있었던 그는자신이 남의 것을 배우기보다는 오히려 남들이 자신의 것을 익히도록 만드는 직업”, 즉 발명가가 됨으로써 스스로 삶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또 다른 커다란 시련이었던 난청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축음기를 발명하는 데 헌신함으로써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만들었다.

 

 

에디슨은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그가 말하는 노력이란 바로 승화의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승화의 적응기제를 연습하기

① 승화에서는 외면적인 행동 그 자체보다는 행동 이면의 상징적인 의미가 중요하다. 화가 난 사람이 아이스링크에 가서 스케이트를 타고 나면 기분이 많이 풀릴 수 있다. 시원한 곳에서 열을 식힐 수 있었던 점도 스케이트를 타고 난 후 기분이 전환되는 이유일 수 있지만 단순히 신체적인 열을 식히는 것으로 따진다면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냉수욕을 하거나 얼음을 직접 피부에 문지르는 것만 못할 수 있다.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분노감을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행동 이면의 상징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화가 난 사람이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경우 외견상 분노를 해결하는 것과 스케이트를 타는 것 간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그 둘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케이트에는 바로 칼날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노한 사람이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마치 화난 사람이 검도를 하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이러한 승화는 스트레스에 대한 적극적인 대치기법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창조적인 예술로 변화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승화의 과정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 이면의 상징적인 의미에 대한 통찰력이 높아져야만 한다.

 

② 승화의 과정은 마치 연극배우가 과거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몰입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게 한 결과로써 배우는 남들과는 다른 독창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배역을 소화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연기활동이 주는 카타르시스 효과로 인해 그 자신의 삶 자체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작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작품 속 주인공처럼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대신 작가는 자신의 삶을 자기 작품의 인물 속에서 재창조해낼 수 있다.

 

③ 삶의 모든 문제를 승화로 해결하려고 덤벼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삶에서 사람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문제가 주어지는 순간에 바로 해결책이 무엇인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 능통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다. 물론 그렇게 해결책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이라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히는 것이 다반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해결책이라도 주어진다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삶 속에는 아무리 밤을 새서 고민해 봐도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만약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면서 자라나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어떻게 하면 그 아이가 심리적인 혼란을 겪지 않으면서 잘 성장해나가도록 도울 수 있을까? 이러한 난제들 중에는 불의의 사고나 노화로 인해 가족을 떠나보내야 한다든지, 가족들 간에 불화를 경험한다든지, 혹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서 있다든지 하는 문제들이 포함될 수 있다. 이처럼 삶에서 발생하는 위기들 중 많은 것들은 후유증을 심하게 남기는 동시에 해결할 방법을 쉽게 찾아낼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바로 승화는 이러한 삶의 난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연금술이지 인생의 모든 문제들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5) 이타주의의 적응기제를 지혜롭게 활용하기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에서 스트레스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돌보는 일과 관계가 있다. 성숙한 기제 중 하나인 이타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이타적인 행동은 자신이 받고자 원하는 것을 바로 다른 사람에게 주는 방식으로 선행을 베푸는 것을 말한다.

 

 

 

이타적인 행동은 단순히 남을 돕는 것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적선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만약 그 사람이 수중에 1만 원이 있었는데 별 생각 없이 그중 1000원을 구걸하는 사람에게 줬다면 그러한 행동은 선행을 베푼 것에 해당되는 것이지 이타적인 행동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이 수중에 차비 600원밖에 없었는데 처지가 딱한 사람에게 그 돈을 건네주고 나서 정작 자신은 집까지 걸어갔다면 그 사람의 행동은 바로 이타적인 행동이 된다.

 

제아무리 외형상 좋은 일을 많이 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을 타인에게 줬다면 의미 없는 것을 준 것인 이상, 그 사람 자신의 삶에서도 그다지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자신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경우에는 의미 있는 것을 남에게 준 것만큼이나 그 사람의 삶은 의미 있게 변한다.

 

 

미국의 카터(Jimmy Carter) 대통령은 1980년 재선에 실패하고 며칠 후, 재산관리를 맡아주던 담당자의 실수에 가뭄이 겹쳐 재산상 치명적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됐다. 예전엔 풍성한 수확을 거뒀던 그의 농장이 이제 100만 달러 이상의 빚으로 남게 됐다. 지난 15년간 그의 가족이 자리를 잡고 살아온 집과 땅을 팔아야 간신히 파산을 면할 수 있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카터는 손수 망치를 들고서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선사하는 헤비타트운동(habitat·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시작해 세계 시민들로부터 재임 시절보다 더 큰 존경을 받게 됐다. 카터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타주의의 적응기제를 연습하기

① 이타주의의 시작은 외부의 타인이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자아의 연금술은 우리들에게 외부의 타인을 마음속에 담을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능력을 선사해 준다. 어떻게 물리학적으로 독립된 존재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이러한 심리적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어머니가 아이에게 음식을 건네는 상황을 예시해 보겠다. 흔히 아이들은 어머니가 맛있는 음식을 해주면 같이 먹자고 권유할 때가 있다. 그러면 보통 어머니들은네가 먹는 것을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우리는 이러한 어머니의 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단순히 어머니가 의례적인 말을 한 것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누군가 안 먹고도 배가 부르게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어머니는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이 된다. 하지만 심리학적인 맥락에서 보면 사람은 안 먹고도 실제로 배부른 상태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가 자신의 마음속에 아이를 온전하게 담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 어머니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는 아이가 배부르게 먹게 되면, 자동적으로 그러한 아이를 자신의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어머니도 심리적으로 포만감을 체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머니들의 삶에서는 이타주의가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 그저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된다.물론 이것이 비단 어머니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부모님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도록 하자. 그러면 이타주의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②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돼 봐야 알 수 있는 것처럼 이타주의도 이타주의를 실천해본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던 자녀가 나중에 자라서 부모가 되듯이 이타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던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의 신봉자들이 주로 나중에 가서 이타주의를 실천하게 된다.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비결은 단 하나다. 일단 이타주의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꾸준히 선행을 베푸는 것이다. 선행이 차츰 쌓이다 보면 선행의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며 점차 자연스럽게 이타주의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③ 이타주의와 반동형성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외형상 선행을 베푼다고 해서 모두다 이타주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동형성과 이타주의는 세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난다. 첫째, 이타주의에서는 선행을 베푼 결과가 실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반면에 반동형성은 다른 사람들에게 사실상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둘째, 반동형성은 죄책감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 반면에 이타주의는 선행을 베푸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셋째, 반동형성을 행하는 사람은 선행을 베풀면서도 즐거워하기보다는 고통스러워한다. 그들은 마치 이를 악물고서 고통을 참으면서 선행을 베푸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반동형성에 기초해서 선행을 베푸는 사람은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 가면서 봉사를 실천하고 결국에는 자신의 건강을 해치기 쉽다. 따라서 이타주의를 가장한 반동형성만큼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드는 일이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은 그 자신도 즐거워하면서 선행을 베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봉사의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성공적인 CEO 후계자 선정 작업을 위한 심리학적 조언

워런 버핏이 제시한 CEO 후계자의 조건 5가지는 본질적으로 적응기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첫째, 워런 버핏이 언급했던합리적이고 침착하며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는 후계자 조건은 억제의 적응기제와 관계가 있다. 둘째, 워런 버핏이 제시했던자신의 이익이 아닌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 올인 하는 사람이라는 후계자 조건은 이타주의의 적응기제와 관계가 있다. 셋째, 워런 버핏이 추천했던, ‘현실안주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특별한 자질이라는 후계자 조건은 예상의 적응기제와 관계가 있다. 넷째, 워런 버핏이 소개했던유능성이 검증된 동시에 회사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젊은 내부 출신이라는 후계자 조건은 유머의 적응기제, 그리고 미성숙한 적응기제가 성숙한 적응기제로 변화해 나가는 심리적인 성숙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마지막으로, 워런 버핏이 주장했던총명하고 에너지 넘치며 열정이 많은 인물이라는 후계자 조건은 승화의 적응기제와 관계가 있다. 에디슨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승화의 적응기제 없이 개인이 총기 넘치고 또 정열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상 워런 버핏은 심리학에서 강조하는 적응기제의 중요성을 그 자신만의 표현을 통해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것은 그가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가 70년 이상에 걸쳐서 축적해온 경험들을 그 자신 역시 80년 이상을 살아가면서 삶 속에서 지혜롭게 체득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처럼 워런 버핏같이 삶 속에서 80년 이상 지혜를 꾸준히 터득해온 사람이라면 어쩌면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 결과를 특별히 추가로 배워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 연구의 핵심적 성과를 이미 숙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핏처럼 충분히 오랜 시간을 살면서 지혜를 터득한 사람이 아니라면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 결과는 CEO 개인의 행복과 성공적인 CEO 후계자 선정 모두의 영역에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고영건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lip@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전문가 자격을 따기도 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했으며 현재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고영건 고영건 |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을 지냈다.
    elip@korea.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