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속에서 독특함을 찾아내는 사진작가들이제 사진은 사진작가의 전유물을 넘어 일반인이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작가의 작품은 일반인의 작품과 전혀 다른 감동과 독특함을 던져준다. 똑같은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지만 평범함 속에서 독특함을 찾아내 감동을 주는 작가들의 묘책은 과연 무엇일까.
필자가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뒤 훌륭한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접하면서 이러한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 똑같은 현상을 보는데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작가들은 어떻게 읽어낼까. 무슨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그럴까. 도대체 현상을 어떻게 대하기에 그럴까.
이런 궁금증을 갖고 필자는 KAIST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운영하면서 문화 관련 강의로 ‘일상 새롭게 보기’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평범함 속에서 독특함을 찾아내는 사진작가들의 비법이 비슷한 제품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차별화한 제품과 서비스 창출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작가들의 작품 아이디어 도출과 제작 과정이 차별화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보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는 것
“내 작업은 눈에 익숙한 것을 내가 어떻게 보는지 ‘보는’ 지점에서 시작된다.”(미국의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 제스퍼 존스)
“당신이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라. 그리고 자신이 가장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라.”(현대미술의 창시자로 불리는 초현실주의 화가 마르셀 뒤샹)
그렇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게 본다. 그들은 관찰한다. 관찰은 그냥 보는 것,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와 다르다. 관찰은 적극적으로 본다. 또 관찰은 적극적인 의지뿐 아니라 그만큼의 지식을 필요로 한다. 유홍준 전 명지대 교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가장 유명한 말인 ‘아는 만큼 본다’는 바로 사전 지식이 중요함을 뜻한다.
경영학자 코언과 레빈털은 기업이 역량을 강화하는 데 ‘흡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흡수 능력이 사전 지식과 노력의 함수로 결정된다고 봤다. 사전 지식이 높을수록, 노력을 많이 할수록 흡수 능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꽃 천남성(Jack-in-the-Pulpit)을 클로즈업해서 그리기로 유명하다. 오키프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미술선생님이 천남성을 보여줬을 때 관찰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그 전에도 천남성을 많이 보긴 했지만 그 꽃을 그렇게 집중해서 들여다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떤 사물이든지 매우 주의 깊고 세밀하게 보기 시작한 것을 그때부터였다.”
관심과 집념을 바탕으로 한 관찰
사진작가 구본창의 작품 ‘흔적’을 보자. 사람들 대부분 이 작품을 보고 무슨 열매를 찍었느냐며 감탄한다. 그는 하얀 벽에 남아있는 담쟁이덩굴의 앙상한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줄기는 나뭇가지로 탈바꿈하고, 벽에 내린 뿌리는 동글동글한 열매의 형상을 띤다. 멀리서 보면 이른 봄 꽃봉오리를 맺은 가녀린 나뭇가지처럼 보인다. 줄기가 완전히 말라 뿌리 흔적만 남아 있는 모습은 마치 과학이나 수학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점들의 집합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자연 현상에 대한 작가의 적극적인 관찰의 산물이다. 우리가 무심히 보아 넘기는 자연 현상을 작가는 다양한 감각 정보, 특히 시각을 충분히 활용해 관찰했다. 강의에서 밝힌 그의 묘책도 바로 ‘관심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관찰’이었다.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감각 정보를 활용해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디테일의 중요성’을 발견한다.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지, 어떻게 주시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스트라빈스키는 “진정한 창조자는 가장 평범하고 비루한 것들에서도 주목할 만한 가치를 찾아낸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권부문이 1993년부터 시작한 연작 시리즈 ‘On the Cloud’는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는 시점이 아닌, 동일한 눈높이에서 담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