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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관점이동

공감능력으로 정서와 통하고 관점이동으로 생각을 사로잡아라

김학진 | 156호 (2014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자기계발

 내가 하는 행동이나 말에 대한 상대방의 정서적 반응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면 상대방과의 교감과 소통이 훨씬 명확하고 수월해질 것이다. 공감이 소통을 위해 중요한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발동되는 또 하나의 신경학적 기제는 관점이동능력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선호나 의도, 신념 등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공감이 정서적, 직관적인 반면 관점이동능력은 인지적이며 분석적이다. 공감과 관점이동능력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때 다른 사람과의 교감과 소통이 훨씬 풍부하고 다양해질 수 있다.

 

 

2008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경기를 숨죽여 보던 시간이 떠오른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연기를 펼친 뒤 빙판 위에 우뚝 선 김연아 선수가 터뜨리는 울음에 줄곧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지켜보던 필자는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김연아 선수가 그동안 느껴온 고민과 설움, 간절함이 모두 내 것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흔히 공감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심리적 경험은 어린아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한 범인의 소식을 들을 때 아이의 아빠가 돼서 함께 분노하게 하고, 진도 여객선과 함께 차가운 바닷물에 갇힌 아이들의 소식을 들을 때 구조를 간절히 기다리는 엄마가 돼서 구조 활동 소식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내 자식, 내 가족이 아닌 타인의 불행에 힘겨워하며 때로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공감능력은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공감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우리에게 왜 필요한 것일까? 타인의 관점으로 이동해 사고하는 능력은 공감과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아직 요원하지만 최근 뇌과학적 연구결과들이 흥미로운 단서를 제시해주고 있다. 공감의 뇌기제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들을 통해 공감의 기원과 사회적 기능에 대해 알아보고 흔히 혼동해서 사용되곤 하는 공감과 관점이동 간의 차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공감의 신경학적 기제

20년 전 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다. 이 논문에는 29세의 한 목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목수가 일을 하다가 하루는 실수로 15㎝가량 튀어나온 못 위에 뛰어내렸고 이 못이 구두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던 이 목수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응급처치로 강한 진통제가 투여됐고 구두는 조심스럽게 제거됐다. 그런데 구두가 제거된 후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목수의 발에는 상처가 전혀 없었다. 구두를 뚫고 들어간 못이 목수의 두 발가락 사이를 관통한 덕분이다. 하지만 목수는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물리적인 상처가 없어도 고통을 느끼는 이런 현상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이 우리 몸을 거쳐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피부에 생긴 물리적인 상처는 피부 밑의 통각수용기를 활성화하고 이 정보는 척수를 거쳐 뇌로 전달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정보가 일단 뇌로 들어오면 두 갈래로 나뉜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의 갈래가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대뇌피질 종착지는 체감각피질(Somatosensory cortex) 영역으로 불리는데 주로 물리적인 촉각 자극들에 대한 정보가 처리된다. 두 번째 갈래는 주로 정서적인 정보에 따라 반응하는 곳으로 잘 알려진 뇌 부위들로 전달되며 대표적인 부위로는 편도체(Amygdala), 시상하부(Hypothalamus),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 뇌섬엽(Insula) 등이 있다. 동일한 통증 신호가 서로 구분되는 뇌 영역들로 나눠져 전달된다는 사실은 통증 신호가 유발하는 두 가지 경험, 즉 물리적 감각 경험과 정서적 경험이 구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통증의 정서적 경험과 관련된 영역이 활성화된다면 직접 물리적인 가해가 없더라도 충분히 실제와 같은 통증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으며 이는 앞서 소개한 목수의 사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통증에 반응하는 정서 관련 뇌 기제는 앞으로 얘기할 공감을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위라고 할 수 있다.

 

공감의 신경학적 실체에 대한 첫 번째 증거는 2004년 한 뇌 영상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 연구에서는 실제 연인들을 섭외해서 여성 파트너는 MRI 기계 안에 들어가고 남성 파트너는 기계 옆에 앉게 했다.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의 손에 통증을 유발하는 전기충격 장치를 부착했다. MRI 기계 안에 누운 여성 파트너는 거울에 비친 컴퓨터 화면을 통해 자신이 충격을 받거나 파트너가 충격을 받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상황을 번갈아 제시하면서 여성 파트너의 뇌 활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기법(fMRI)을 통해 측정했다. 실험 결과 물리적 감각자극에만 반응하는 체감각피질 영역은 자신이 전기 쇼크를 받는 조건에서만 반응했다. 파트너가 전기 쇼크를 받는 조건에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통증의 정서적 측면과 관련된 전대상회와 뇌섬엽에서는 두 조건 사이에 차이가 없었고 거의 동일한 수준의 반응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 사랑하는 파트너가 충격을 받을 때는 자신에게 직접 물리적 자극이 가해지지 않아도 통증의 정서적 경험과 관련되니 뇌 부위가 활성화됐다. 이는 타인과 공유된 정서적 경험, 즉 공감을 반영하는 신경학적 증거로 볼 수 있다.

 

전기 쇼크 같은 강한 통증에 노출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감정이 미세하게 변하는 순간 이를 빠르게 감지하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정보는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통해서 얻는다. 예를 들어 향이 강한 외국 음식을 처음 접하는 친구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는 표정의 변화는 그 사람이 그 음식을 즐기는지, 거부하는지를 직감적으로 알아챌 수 있게 해준다. 실제 이런 상황을 신경학적 수준에서 관찰해본 뇌 영상연구가 있다. 이 실험에서는 배우들을 고용해 컵 안에 든 각기 다른 내용물의 냄새를 맡게 했다. 그리고 이 상황을 3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컵 안에 든 내용물로는 역겨운 냄새를 유발하는 것과 향기로운 향수 등이 사용됐고 냄새를 맡은 배우들은 각각의 냄새에 해당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 조건에서 실험 참여자들은 배우들의 동영상을 시청하기만 했다. 다른 조건에서는 동일한 냄새들을 직접 맡았다. 두 조건을 비교한 결과, 역겨운 냄새를 직접 맡을 때 참여자들의 뇌 반응은 역겨운 냄새를 맡은 배우의 표정을 볼 때의 뇌 반응과 매우 유사했다. 특히 앞의 공감 실험에서 관찰된 뇌섬엽이라는 부위에서 이런 반응이 가장 뚜렷하게 관찰됐다. 두 실험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 뇌섬엽이라는 부위는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 곳일까? 이곳이야말로 공감의 생물학적 근거가 뿌리를 두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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