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Manners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VIP 3국 중 하나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 역시 독자적인 문화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관례와 금기가 존재한다. 먼저 출퇴근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30분∼1시간 정도 빠른 경우가 많고 퇴근 시간 역시 그 시간만큼 이르다. 따라서 비즈니스 진행을 위한 전화를 걸때에도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홀수를 터부시 여기며 다양한 문화적 금기가 있으니 이 역시 따져가면서 업무를 진행하면 좋다. 베트남인들은 민족적 자부심, 국가적 자긍심이 매우 높으므로 이를 건드리는 행동이나 말을 삼가며 자존심을 세워주는 몇 마디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편집자주
과학화된 최신 경영기법과 최첨단 IT 솔루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지금 시대에도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는 건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요즘에는 각국과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매너를 연구하고 강의해 온 박영실 박사가 국가별 비즈니스 매너를 연재합니다.
베트남 진출 사업을 앞두고 베트남에 현지 시장 사전 조사 차 머물고 있던 박 과장은 베트남 현지 담당자와 점심약속을 잡기 위해 오전 11시40분 즈음에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계속 받지 않아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니 별로 달갑지 않은 목소리로 오후에 다시 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퇴근하기 전인 오후 5시30분쯤에 전화를 다시 걸었다. 그런데 박 과장에게 돌아온 말은 “지금 퇴근 중이니 내일 다시 전화해주세요”였다.
어렵게 정한 점심식사 미팅에서 박 과장은 기념품으로 준비한 수건을 건넨 후 마땅한 대화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베트남의 경제가 많이 발전했다. 한국의 70∼80년대 한참 성장할 때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도대체 현지 담당자와 박 과장 사이에 무엇이 맞지 않는 것일까?
떠오르는 VIP 시장, 어떻게 접근할까?
최근 비프(VIP, Vietnam+Indonesia+Philippines) 시장이 브릭스(BRICS, Brazil, Russia, India, China, South Africa)에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에 투자 유망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문 앞 글자를 따서 일명 ‘VIP 3국’으로 불리는 이들 국가는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여주고 있고,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 연평균 5∼6%대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투자 유망지로 꼽힌다. 높은 내수 비중과 거대 인구 수,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이 결합돼 경제 발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이들 나라 중 이번 호에 다룰 나라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현재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인들과의 직접거래나 상담 시 그들의 전통과 문화, 금기사항을 미리 알아 둬야 할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앞선 사례에서도 박 과장은 베트남 특유의 매너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실수를 저질렀다. 우선 베트남식 업무시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전화를 건 타이밍이 잘 맞지 않은 것이다. 베트남은 업무 시작 시간이 우리보다 빠른 경우가 많다. 오전 8시에서 8시30분 정도에 업무를 시작하고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서 점심시간은 11시30분 정도부터 한 시간 반 정도지만 두 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 그래서 집이 가까운 경우에는 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 오기도 하고 개인생활이나 낮잠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점심시간에 약속을 잡거나 전화를 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업무 마감시간도 오후 5시에서 5시30분 정도로 우리보다 빠르다. 업무 미팅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점심 약속은 최소 1주일 전에 여유를 갖고 잡아야 한다.
베트남에서 금기시되는 숫자와 선물, 그리고 화제
베트남인들은 숫자 3과 5, 액운의 상징으로 간주하는 13을 싫어해서 음력으로 매월 5, 18, 23일 등은 액이 낀 날로 여긴다. 이 날짜에는 결혼이나 개업식 등 중요한 행사나 계약 등을 하지 않는다. 특히 ‘결혼을 음력 5일에 하면 부부싸움을 자주 한다’는 속설 때문에 음력 5일에는 결혼식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음력 3일에 개업하는 것을 기피한다.
여성은 21세, 23세, 26세, 28세 때 결혼할 경우 결혼생활이 순탄치 못할 것이라고 믿는 관습도 있다.
베트남 사람들도 오가는 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정성이 담긴 작은 기념품 정도의 선물은 비즈니스에 활력을 줄 수 있다. 베트남인에게 초대받는 경우에는 과일이나 인삼차, 홍삼, 수삼 등이 선물로 무난하다. 물론 금기되는 것들이 있다. 음력으로 매월 첫날이나 구정에 라이터, 성냥 등 불과 관련된 선물은 하지 않는다. 받는 사람은 따뜻한 복을 받아 좋다고도 느낄 수 있으나 주는 사람은 복을 남에게 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다른 문화권과 마찬가지로 칼, 가위 등 날카로운 것은 선물로 적합하지 않다. 관계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건은 헤어지는 것을 연상하므로 역시나 피해야 한다. 검은색은 불행과 연관되므로 역시 선물로 적합하지 않다. 또한 임신한 여성은 사진을 찍지 말아야 하고 새해 첫날에는 여자가 첫 방문자면 ‘재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음력 월초에 개고기를 먹으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믿는 사람들도 꽤 있다. 베트남인들은 민족적 자존심이 매우 강해서 중국, 프랑스 등 외세의 지배를 받았던 유쾌하지 않은 역사를 언급하는 걸 싫어한다. 수입, 생활비 문제 등의 화제는 절대로 삼가고 대신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역사와 전통을 칭찬하는 부드러운 화제로 그들의 마음을 여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박 과장이 베트남 현지 담당자의 마음을 얼게 만든 것도 바로 한국에서는 자주 기념품으로 쓰이지만 베트남에서는 금기시되는 ‘수건’을 선물하면서 ‘한국의 70년대’와 비교하는 등 민족적 자부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주최자가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관례
식사를 초대했을 때에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할 수도 있으니 예약자 수를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다. 초대한 이가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관례이므로 초대를 받았을 경우에는 감사의 뜻을 전하되 억지로 자신이 식사비를 보태겠다는 등의 의사를 표현할 필요는 없다. 뷔페식으로 음식을 준비할 경우에는 다종교 사회의 특성을 감안해 초대받는 손님이 불교도인지, 기독교인지 등을 미리 파악해서 음식에 표시를 해 놓아야 한다. 종교별로 금기하는 음식을 안내하기 위한 배려를 보이라는 얘기다. 식사 시에는 젓가락으로 밥그릇을 치는 행위는 금기다. 음식은 소리 내며 씹으면 안 되고 한꺼번에 음식을 입에 많이 넣는 행위도 예의에 어긋난다. 홀수를 터부시하는 베트남에서는 식사 후에 이쑤시개를 줄 때에도 한 개만 주는 것 자체가 실례다. 다만 부득이하게 한 개만 줘야 할 경우는 직접 건네주지 않고 식탁에 놓아두는 것이 관례다.
베트남에서 ‘침묵’의 의미
베트남 거래당사자와 만남 시 대화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면 베트남 사람들은 이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중’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베트남인들은 협상에 임할 때 관련된 모든 사항을 조사하고 주변의 자문을 받아 진행하므로 일의 진척이 더디고 시일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조급해 하는 행동은 협상에 부정적인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베트남인과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인내심이라는 뜻이다. 베트남 기업의 70∼80% 정도가 국영 기업이기 때문에 개인 기업과는 달리 의사결정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조급함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경우가 초래되지 않도록 주의하자. 또한 길고 힘든 협상에 지치더라도 그 자리에서 합의된 사항이나 안건 등은 꼼꼼하고 분명하게 재점검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모든 비즈니스 협상의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베트남에서는 특히 합의가 충분히 이뤄진 내용에 대해서도 취소를 요구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2014년 초 글로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책임) 관련 조사결과, 해외 진출 기업들이 글로벌 사회공헌을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는 국가로 베트남이 선정됐다. 베트남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정부 인허가 절차가 가장 까다로운 나라로 꼽힌다. 베트남에서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 역시 글로벌 사회공헌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베트남 민족 특유의, 민족적·국가적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진정성 있는 CSR 등을 통해 접근하면서 정부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한 사전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다양한 금기와 주의사항을 미리 알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박영실 PSPA(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CEO osil0928@pspa.co.kr
필자는 연세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숙명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분야는 고객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매너 등이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지원실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호텔신라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숙명여대 취업능력개발원 자문위원 및 멘토 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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