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경영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신입 직원이 며칠 다니다가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는다. 전화를 걸었더니 핸드폰이 꺼져 있다. 못 다니겠다고 했다며 직원 대신 부모가 사표를 들고 왔다. 요즘 기성세대가 드물지 않게 접하는 조직 내 젊은 세대들의 모습이다. 이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집단적으로 주인의식 결핍이라는 병에 걸린 것도 아니다. 기성세대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만한 기억의 터전인 체험을 갖지 못했을 뿐이다. 조직 내 다양하게 자리 잡은 세대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조직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효과적으로 전진할 수 없다. |
편집자주
강한 마음 없이는 건강한 개인도, 건강한 조직도 불가능합니다. 갈등과 편견을 줄이고 몰입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대한민국 리더들의 심리주치의’로 불리는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가 건강한 개인과 조직을 위한 처방전을 제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흔히 받는 질문 몇 가지
마음건강에 대해 강연을 하거나 컨설팅을 하고 나면 기업의 대표이사나 주요 리더 중에 꼭 밥을 먹자고 하는 분들이 있다. 식사 자리를 만들려는 것은 대개 이런저런 고민이 있는데 리더의 위치상 딱히 누구에게 마음을 열고 상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민의 종류는 다양한데 개인적인 고민이 클 때도 있고 주변 누군가를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해야 하는 것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조언을 구하려는 목적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조직을 운영할 때 직원들의 마음을 어떻게 파악하고 리드할지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조직이 한마음이 될까요?”
“요즘 젊은 세대는 헝그리정신이 없어요. 왜 그렇죠?”
“직원들이 주인의식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보통 이런 질문들인데 각자 자신의 분석과 해법을 잠시 생각해보고 나서 계속 읽어나가자.
“어떻게 해야 조직이 한마음이 될까요?”
한마음체육대회, 한마음협의회, 한마음단합대회 등 한마음을 지향하는 행사들이 많다. 경영진에서 ‘한마음’을 원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루려는 마음이 같아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自勝)’이라는 말이 나온다. 군주와 병사들이 원하는 바가 같아야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뜻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를 전쟁에 비유한다면 조직을 잘 운영해야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조직과 경영자, 직원들의 욕구를 같은 방향으로 일치시키는 과정이 ‘마음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임직원이 한마음이 되는 것은 모든 경영자들의 이상일 것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들도 좋아할 것이다. 집단 이기주의 같은 것 없이 모두 한마음이 된다면 정치가 얼마나 재미있을까.
조직 내 여러 직급과 연령대의 임직원을 만났을 때 한마음을 원하는 경영진의 마음과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마음 사이에 간극이 큰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가령 직원 모두 ‘웃음’이라는 긍정적 심성으로 한마음을 이룬 후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를 바라는 회사가 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아침마다 일부러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거나 합창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면 직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지속기간은 얼마나 될까. 어떤 기업은 회장님의 지시로 직원들이 한곳에 모여 활짝 웃는 사진을 회사 본관 1층에 붙여두기도 한다. 직원들 모두 웃는 얼굴로 회사를 다니면 좋겠다는 회장님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퇴근길에 이 프린트를 보는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서로 다른 배경과 개체성을 지닌 직원들이 모두 한마음이 된다는 것은 오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빛을 비추면 반드시 반대편에 그림자가 생긴다. 작용-반(反)작용의 법칙이 심리 세계에도 적용된다. 어떤 주장을 밝게 드러내면 반드시 어두운 반대심리가 생긴다. 한마음을 이루려는 목적에 너무 매달리면 오히려 한마음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 한마음이란 결과보다는 과정이다. 역동적 통합(dynamic integration)이라고 봐야 한다. <손자병법>에서 동욕(同欲)을 말한 것은 현재 상태에 다름이 있기 때문이다. 다르니까 같아지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같아지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왜 어떻게 다른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경영진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질 수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헝그리정신이 없습니다. 왜 그런가요?”
헝그리(hungry)정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무엇이든 감수하고 달려들어서 해내겠다는 도전정신과 근성이 강하다는 뜻이라고 하자. 그런데 이렇게 좋은 헝그리정신이 젊은 세대에게는 왜 없을까? 그것은 바로 헝그리, 즉 굶주려서 배가 고팠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체험 없이는 심리나 정신이 생길 수 없다.
직원들이 자라난 가정의 상황을 살펴보자. 형편이 아주 어려운 가정도 있기는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던 박노해 시인조차 인정했듯 대한민국만큼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국가가 세계적으로 흔치 않을 정도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헝그리정신이 있고 진돗개처럼 한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근성이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가서 자녀들을 교육할 때 헝그리정신을 키우자고 자녀들을 굶길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헝그리정신을 키우고 싶어도 헝그리해 본 적이 없고 이제 와서 헝그리하게 만들 수도 없으니 헝그리정신이 근본적으로 생기기 힘들다.
그림 1 한 지붕 세 가족
조직에는 외계인들이 모여 산다.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목적 (조직발전을 통한 이익 공유)을 갖고 산다고 생각하지만, 어린 시절 체험은 전혀 다르고 각자의 뇌에는 전혀 다른 기억의 목록이 들어 있다. 따라서 행동도 달라진다.
인간은 체험을 해야만 기억이 생긴다. 어떤 일을 겪으면 자신만의 기억 목록이 만들어진다. 성장 과정에서 가정이나 학교에서 겪었던 체험과 직장생활 초반에 겪었던 대인관계 및 업무경험의 기억이 그 강도에 따라 기억의 목록을 이룬다. 그런 기억의 목록에서 심리가 생기고, 심리에서 행동이 나온다. 그러므로 기억의 목록에 헝그리한 체험이 없는 사람에게 헝그리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자칫 반발만 부를 수도 있다. 경영상 필요한 것이 근성이나 책임감이라면 그것을 각자 기억의 목록에 맞게 번역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림 2 압축성장의 결과
“직원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주인의식의 부재가 아니라 기억의 목록이 다른 것이다 / 회사 속 다른 외계인들
일부 경영자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게으르고 주인의식이 없는 것을 두고 ‘의도적’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가 아니라 기억의 차이다. 심리검사 방법 중에 ‘단어연상검사’라는 것이 있다. 특정 단어를 제시한 뒤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대답하도록 해서 그 결과를 분석하는 검사다. 그런데 검사를 해보면 같은 사무실, 같은 직급에 연령도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해도 그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각자 다른 기억의 목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6월’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무엇이 떠오르는지 물어보면 세대별로 답이 다 다르다.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 때 시청광장으로 응원을 나갔거나 경기를 관람한 사람이라면 그때의 벅차오르는 감동과 애국심을 느끼며 ‘붉은 악마’나 ‘축제’ ‘승리’를 떠올릴 것이다. 만약 1987년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을 때 거리를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6월’ ‘민주화’ ‘투쟁’ ‘거리’… 이런 단어들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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