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로제가 진짜바보 만든다

“난 수학 바보” 노이로제가 진짜바보 만든다

117호 (2012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오랫동안 CEO들을 대상으로 심리클리닉 강좌와 상담을 진행해온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가 리더들에게 필요한 마음경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경영자들이야말로마음의 힘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강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변하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직업상 자주 받는 질문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현대인들은 다 노이로제 환자라는데 정말 그런가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내 대답도 정해져 있다. “다는 아니지만 거의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대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노이로제는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자신의 잠재능력과 창의적인 에너지를 제대로 못쓰고 낭비하는 상태다. 쉬운 예로 공부를 잘하려면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니 문제다. 나 역시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렵게 원고 쓸 시간을 마련했으면 곧바로 열심히 쓰면 된다. 그러나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일단 책상 앞에 앉아 이것저것 자료들을 꺼내놓고 처음에는 꽤 열심히 들여다본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절대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면 그때부터 이상한 버릇들이 앞다투어 튀어나온다. 한 주 내내 어질러져 있던 책상을 갑자기 정리한다든가, 쓰지도 않는 연필을 차곡차곡 깎는다든가 하는 것은 기본에 속한다. 가장 나쁜 건 한 줄 쓰고 인터넷 들어가서 서핑하고, 한 줄 쓰고 여기저기 전화 걸고 하는 것이다. 덕분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에 비해 실제로 써놓은 원고의 양은 얼마 안 될 때가 많다.

 

물론 나는 그 이유를 안다. 원고를 쓰는 일에 대한 불안감, 긴장감 등이 집중력을 방해하고 오히려 엉뚱한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마 학교 다닐 때 시험 전날이면 방 청소하고 책상 서랍을 정리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역시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원인이다. 어떻게든 그 불안감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는 안 하고 불필요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연애할 때 내가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받을 수 있게 행동하면 된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꼭 그렇게 공식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오히려 상대방을 만나면 화내고 트집잡고 내가 그렇게 싫으면 헤어져 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다가도 상대방이 그럼 헤어져 하고 나오기라도 하면 난리가 난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 그동안 내가 잘못한 게 뭐냐, 아주 기회를 노리고 있었구나 하면서 울고불고하는 것이다. 그 이유 역시 불안감 때문이다. 상대방이 과연 나를 계속해서 사랑해 줄까, 혹시 나를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거부불안 때문에 심리적으로 상대방을 시험하게 되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맨날 내가 이놈의 직장 더러워서라도 때려치우고 만다는 사람치고 실제로 사표를 내는 사람은 드물다. 역시 회사에서 나를 계속 필요로 할까, 만에 하나 해고라도 당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만든다.

 

 

왜 노이로제 상태가 될까

따라서 에너지를 창의적으로, 건설적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나의 노이로제에 대해서 알고 그것을 치유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의 잠재능력과 현재 발휘하고 있는 능력을 체크해 보면 그 차이가 큰 사람들이 많다. 그 차이가 클수록 노이로제가 심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앞서 사례에서 본 것처럼 불안과 긴장, 우울과 강박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이다. 누구라도 우울하면 무력해져서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불안하면 만약 내가 이걸 잘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한마디로 열등감이 깊어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반대로 지나친 낙관주의로 인해 난 뭐든 할 수 있다고 자만심에 차 있는 것도 노이로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개그콘서트의 코너 중에서비상대책위원회가 있었다. 이 코너는 노이로제를 아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혹시 개그콘서트를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약간의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경찰 책임자를 맡고 있는 개그맨 김원효는 전형적인 노이로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는 납치범이 인질을 잡고 10분 안에 거액을 내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 중이라는 보고를 받는다. 그때부터 그는안 돼, 안 돼!”라고 소리치면서 왜 안 되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절박한지 보는 사람은 절로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가 보여주는 태도 안에는 예기불안, 지레짐작 등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부정적이고 노이로제적인 사고들이 다 들어 있다. 반대로 그의 옆에 앉아 있는 군 책임자는 자만심으로 인한 지나친 낙관주의를 보여주는 전형을 연기한다. 그는 김원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렇게 저렇게 하면 다 잘될 테니 그렇게 해보자고 주장하지만 역시 터무니없이 말도 안 되는 제안들을 내놓는다.

 

현실에서도 두 사람과 같은 노이로제를 보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잠재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늘 세상이 힘들다고 불평 불만만 늘어놓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레퍼토리가 비슷하다. 내가 일을 제대로 못하는 이유는 원하는 직장이나 부서가 아니기 때문이고, 팀장이 나를 싫어해서 내가 관심 있는 일이 아니라 전혀 반대의 일을 시키기 때문이라는 등 개그콘서트의 김원효처럼 끝도 없이안 돼!”라고 외친다. 아니면 반대로 지나친 자극 추구와 충동성 등으로 인해 역시 노이로제 상태가 돼 상황을 더욱 나쁘게 이끌어 가기도 한다. 김원효처럼 열등감에 사로잡혀 무조건안 돼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만심으로 인해 현실을 무시하는 것도 똑같이 문제를 일으킨다. 둘 다 자기 자신의 핵심을 이루는 자존감, 즉 자긍심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거나 흔들리는 것이 원인이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들려줘라

자긍심과 자존심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 둘은 엄연히 다르다. “저 친구는 자존심이 강해라고 하면 그것은 그가 상처받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등감으로 인해 자기를 방어하는 상태 혹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고 강요하는 심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정신의학적으로 건강한 자긍심은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관을 확립하고 있으며 스스로에 대해 명확한 확신에 이르러 있는 상태를 말한다. ,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소중하게 배려하고, 자신에게 그러는 만큼 남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자긍심을 가지려면 네 단계----자기 발견, 자기 이해, 자기 치유, 자기 변화---가 필요하다.

 

개그콘서트에 보면 네 명의 남자---뚱뚱한 남자, 키 작은 남자, 촌티 나는 남자, 인기 없는 남자---가 등장해서 각자 그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 편견을 갖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코너가 있다. 그 모습 역시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묘하게 공감하게 만드는 코드가 있다. 우린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그런 편견을 가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자기는 대인관계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심리검사를 해보면 지배하고 불필요한 것에 간섭하는 타입이라고 나오거나 상대방을 위해 희생한다고 하지만 상대방이 보기에는 자기 멋대로일 뿐인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불필요한 열등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남들은 다당신 능력 있고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칭찬하는데도 자기는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건강한 자긍심을 가지려면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자기 발견과 자기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어린 아이들이 매 순간 즐겁고 창의적일 수 있는 것은 매 순간 경험하는 것들이 다 새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사는 것이 심드렁한 이유는내가 다 알아” “내가 다 먹어봤어” “그게 그 맛이야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처럼 우린 때로난 이런 사람이야하는 자기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적지 않다. 이러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태어나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나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와 같은 선입견이나 편견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그중에서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데 장점은 더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편하게 해 줄 필요도 있다. 단점도 생각하기에는 장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말재주가 없어하는 사람들은 반대로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쪽으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말 잘하는 사람보다는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자기 치유는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실제로 그렇게 하면 실행력에 관여하는 도파민이 증가한다. 반대로 부정적인 말을 들려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증가해서 혈압도 오르고 심장도 빨리 뛰면서 상태가 더 나빠진다. 따라서나는 왜 이런 인간이야가 아니라아하, 지금 내가 뭐가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수학을 못한다고 하면그래 나는 수학이 좀 부족하지. 더 열심히 해보는 거야같은 태도와수학도 못하다니 난 바보 같은 인간이야. 나 같은 게 살아서 뭐해라는 태도는 다르다. “넌 할 수 있는 사람이야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줄 때 우린 변화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노이로제에서 벗어나 자신의 잠재능력과 창의적인 에너지를 제대로 발휘할 때 우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취를 누릴 수 있다. 나아가 그런 자신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고 상대방도 자랑스럽게 수용할 때 인간관계도 한결 빛날 수 있다.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 mind-open@mind-open.co.kr

양창순 대표는 정신과, 신경과 전문의로 현재 마인드앤컴퍼니 대표다. 연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주역과 정신의학, 리더십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두 번째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정신의학회 국제회원, 미국의사경영자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음을 읽다> <미운 오리새끼, 날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 자기계발, 대인관계, 리더십을 주제로 한 책들을 10여 권 넘게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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