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트와일라 타프가 말하는 ‘노력으로 예술적 재능 기르기’

단계적으로 창조성을 길러라

7호 (2008년 4월 Issue 2)


번역 홍정민 drew97@naver.com

많은 사람이 예술적 기질을 타고 난 사람은 따로 있으며, 그런 사람은 조직 속에 있어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유전학에 대한 모든 논의도 이러한 인식과 관련이 있다. 사실 창조성이 이미 결정된 성격상의 특징이라는 인식은 심리적으로 흥미로운 논제다. 사람들이 이런 핑계를 대면서 자신을 바꾸려 하지 않는데다, 창조성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자질이 아니라는 인식이 뿌리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창조성이 미리 결정된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창조적인 천재라는 사실이다. 일례로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는 “예술적 재능은 노력 없이 거저 생길 수 없다”고 굳게 믿는다. 무용의 위상을 바꾼 타프의 주장은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올해 66세를 맞는 타프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감독하고,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을 설립했을 뿐 아니라 헤어, 랙타임, 아마데우스 등의 영화에서 안무를 담당하면서 흔히 천재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 에미상, 토니상을 두루 수상했다. 그녀는 자신의 무용단, 조프리 발레단, 뉴욕 시티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단, 런던 로열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등을 위해 130개의 무용을 안무했다. 이미 두 권의 저서를 집필한 그녀는 현재 마이애미 시티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퍼시픽 노스웨스트 발레단 등을 위해 동시에 새로운 발레 안무 작업을 진행중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다이앤 쿠투 선임 에디터는 맨해튼에 위치한 타프의 자택에서 안무가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타프는 창조력을 기르고, 변화를 시작하며, 필요할 경우 일류 무용수들을 버리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쓸데없는 행동을 참지 못하는 타프는 자신이 “한 가지 일에만 광적으로 몰두하는 성향이 있으며, 업무에 관한 한 강해져야 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냉혹해질 필요도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편집한 것이다.
 
당신은 저서 ‘창조적 습관’에서 창조성이란 매우 실용적인 것이며, 거의 사업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습관이란 말 때문에 제목 자체가 약간 지루하게 들린다. 내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무라도 창조성을 갖출 수 있으며, 이를 즐기라는 것이다. 나는 고뇌하는 예술가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 어떤 것에 대해서도 고뇌할 필요가 없다. 모든 이가 창조적일 수 있지만 그러려면 일상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른 방법은 없다. 예술이 실용적이지 않다거나 사업이 창조적일 수 없다는 생각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최고의 예술가는 매우 실리적이다. 내가 아는 가장 창조적인 화가들은 스스로 물감을 섞고, 염료를 넣는다. 쓸 수 있는 것은 모두 활용한다. 내 작업에서도 모든 것이 원료가 된다. 하지만 적절한 준비, 굳이 칭하자면 습관 없이는 원료를 찾아낼 수도, 이를 사용하는 방법도 알 수 없다.
 
물론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분명 있다. 무용에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더 쉽게 동작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다. 어린이와 일해 본 적은 없지만 분명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몸을 더 자유롭게 움직이는 아이가 있다. 이는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이다.
 
하지만 유전적인 특징이 핑계로 작용해선 곤란하다. “유전적 재능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최고의 창조성은 습관과 노력의 결실이다. 물론 운도 따라야 한다. 운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모차르트 뒤에는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떨치던 작곡가이자 교사인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있었다. 세련되고 폭넓은 사고를 가진 아버지를 둔 것은 순전히 모차르트의 운이다.
   
당신은 창조성을 기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열심히 모방하라고 조언한다. 이 경우 오히려 독창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닌가?
물론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 사람들이 이룩한 위대한 업적에 발목을 잡히지 말라는 것이다. 브람스가 좋은 예다. 그는 매우 뛰어난 음악가이지만 위대한 작곡가, 특히 베토벤을 크게 존경한 나머지 40대 중반까지 겨우 제1번 교향곡 하나만을 내놨다. 이 얼마나 큰 시간 낭비인가? 이는 순전히 브람스가 너무 기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브람스가 겸손했다고 해석해선 곤란하다. 그는 겸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만한 것이었다. 브람스는 “젠장, 내 1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을 능가하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할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독창성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나보다 먼저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를 활용해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모방이 진정한 배움이라는 뜻은 아니다. 모방은 다른 사람의 해결 방안을 가져오는 것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배움은 다른 사람이 다루는 문제에 대해 나름의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브라크와 피카소가 특정 시점에 서로 매우 비슷한 유화를 그렸다 해도 두 사람은 가치, 철학, 배경이 완전히 다른 예술가들이었다. 브라크와 피카소가 같은 분야를 다뤘더라도 배운 것은 각기 달랐기에 각자의 독창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신은 변화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나의 안무에서 다음 안무로 넘어갈 때 가능한 한 정반대 동작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정체하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전략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전의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이미 익숙해진 것을 반복하려 해서는 안 된다. 안주하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다른 것을 시도중이고, 세 작품을 동시에 작업하고 있다. 이는 대단한 역작이 될 것이며, 내가 추구하는 새로운 종류의 도전이다. 만약 작업 방식의 변화를 꺼렸다면, 이러한 동시 작업은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변화는 내 작업의 원동력이며, 창조적인 작업에서 습관만큼 중요한 요소다. 내가 일부 기업가들에 비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지도 모른다. 내 몸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내가 하는 일도 꾸준히 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용수에게 6개월 전, 아니 불과 어제 한 것과 똑같은 동작을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항상 달라진다.
 
하지만 방식이 달라지더라도 내 모든 습관이 변화를 이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예를 들어, 사전에서 단어 하나를 찾는다면 나는 그 앞뒤 단어를 모두 읽어본다. 다음 번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 글을 실용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한다. 오랫동안 톨스토이를 읽지 않아서 최근 ‘전쟁과 평화’를 펼쳐 들었다. 하지만 내가 톨스토이를 읽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그저 즐기기 위해서? 아니다. 현재 책 하나를 구상하고 있는데, 위대한 작가 톨스토이의 글에서 지침을 얻기 위함이다. 근본적 변화는 노력과 진정한 적극성에서 오는 것이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아무라도 원한다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경영 관련 서적이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동의하는가?
그렇다. 모든 실질적 변화는 실패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실패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아는 것만 잘 한다면 절대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정체 상태에 빠지고 업무는 점점 재미없어질 것이다. 새롭고 전혀 다른 시도를 한다는 면에서 진정한 실패는 오히려 성취의 상징이다.
 
이상적인 최상의 실패 방법은 자신만 아는 실패를 하는 것이다. 작업할 때 내가 안무한 무용의 실패 대 성공의 확률은 6 대 1 정도다. 하나의 안무를 완성하기까지는 여섯 배의 자원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 투여한 모든 자원과 노력은 분명 값지다. 나도 많은 사람 앞에서도 실패한 적이 많은데 이는 매우 괴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실패는 헛되지 않다. 스스로 실패를 추스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다.
 
싱잉 인 더 레인(Singin’ in the Rain)’의 안무는 ‘다락방에서(In the Upper Room)’와 같은 작품이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지 못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50년 후 역사가 판단하겠지만, ‘다락방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동안 당신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혹은 단지 적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원을 해고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는가?
그 상황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모두 그럴 것이다. 우리 단원들은 하나같이 매우 열정적이고 성실했지만, 나는 “보세요, 당신이 떠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겁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들에게는 이런 말이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본인 한 사람의 이익보다 더 큰 부분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것이다.
   
워낙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해서인지 내 상황은 좀 남달랐다. 4명을 고용하기 위해 900명을 인터뷰할 때도 간혹 있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나는 절대적인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나는 매우 깐깐하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 일의 성패가 걸려 있다면 모든 것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끔찍한 비유지만 일은 싸워서 이겨야 할 전쟁과 같다. 죽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지 않지만 자신에게는 아주 엄격하다. 나는 무용에 대한 우리 시대의 인식을 구축하고 변화시키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도록 나 자신에게 과제를 부여했다. 이것이 내 임무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정신적 지주에 대해 얘기해보자. 당신은 이제는 고인이 된 뉴욕 시티 발레단의 아트 디렉터 조지 발란신을 불과 세 번 만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당신에게 20년간 보이지 않는 스승이었다.
그렇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를 존경해왔다. 발란신의 무용에는 논리에 대한 뛰어난 이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란신을 만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가 공개 강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수업을 통해 그에게 배울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구조적으로, 음악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매우 잘 이해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우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스튜디오 한쪽에 발란신을 모셔두고 그가 가진 완벽함에 대한 고집을 내 행동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스스로 스승을 선택하는 것이 그 반대보다 낫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금도 누군가 나에게 어떻게 스승을 찾느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반스 앤 노블 서점에 가서 책장에서 책을 꺼내고, 작가나 사상가를 고르세요. 당신과 함께 마주앉아 수다를 떨 만한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을 고르세요. 복잡할 것 없습니다. 손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합니까, 아니면 무언가를 배우고 싶습니까? 후자라면 배우는 데만 집중하세요.”
 
모든 창조 행위는 폭력과 파괴 행위이며, 예술가에게 가장 가치 있는 상태는 소변을 맞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해왔다.
분노 자체는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가치는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에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 가지를 자주 혼동한다. 이 개념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550파운드를 들어올리기 직전에 암모니아를 마신다면, 어떤 힘이 그의 몸을 타고 흘러 들어가 엄청난 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예술적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사람이라도 선택 할 때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나는 항상 작업을 하고 그것이 바로 내 일이다. 나는 성공을 자축하지 않고 연습한다. 오랫동안 휴가를 못 갔고 배움의 여지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인관계도 거의 맺지 않는다.
 
요즘 나는 ‘광(狂)’이라는 개념에 빠져 있다. 이들은 내가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무한한 에너지와 낙천성을 갖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믿는 이들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사람들은 낙천주의자이자 광(狂)이다. 나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 지인들 중에 여기에 해당하는 이가 10명 정도 된다. 10명은 상당히 많은 수다. 이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판단은 나 스스로 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를 만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어떤 기업가든 처음만나면 “엎드려 팔굽혀 펴기를 30번 합시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움직이라는 뜻이다. 몸을 사용하면 머리가 더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움직임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두뇌를 자극한다. 이는 신경과학에서도 분명히 배울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일을 팔굽혀 펴기로 시작할 수 있다. 건강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기업 경영자들에게 출장을 줄이라는 말도 해주고 싶다. 지금과 같은 식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기를 바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데우스를 작업하던 해에 나는 전 세계를 다섯 차례나 돌았다. 그때 이런 식의 출장은 절대로 가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일상생활과 식습관을 유지하거나, 제대로 자거나, 운동할 짬을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나에겐 출장이 매우 힘들어서 횟수를 차츰 줄이고 있다.
 
어쨌든 내가 스티브 잡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춤을 추자”는 것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