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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코너를 도는 12가지 방법7-소박한 재능을 비범한 재산으로...

구본형 | 44호 (2009년 11월 Issue 1)
열정적이며 모험을 좋아하는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스물세 살의 나이에 남태평양의 원시 부족을 찾아 떠났다. 그녀는 사모아섬을 탐사한 뒤 첫 번째 저서 <사모아인의 성년(Coming of Age in Samoa)>을 펴내 20대에 유명세를 탔다. 이 책은 학문적으로도 중요한 성과를 냈지만 일반인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의 성공으로 그녀는 인생의 일대 전환과 도약을 이뤘다.

젊은 문화인류학자 미드의 성공
<사모아인의 성년>은 전혀 딱딱하지 않다. 마거릿 미드는 연구실에 앉아 고리타분한 논문을 쓰면서 만족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전문 용어, 각주, 이론적 틀로 치장된 학술 용어를 완전히 배제하고, 유려하고 생생한 문장으로 사모아 섬을 그려냈다.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은 ‘사모아에서의 하루’라는 전원적인 제목이 붙은 첫 장으로 시작된다.
 
하루의 일과는 새벽에 시작된다. 여명까지 달이 하늘에 떠 있을 때는 새벽이 다가오는 언덕 너머로 남자아이들의 외침이 들려오기도 했다.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밤, 불안에 떨던 그들은 일터로 서둘러 나가면서 서로를 불렀다.”
젊은 미드가 어떻게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문장이다. 
심리학자이자 다중지능 이론의 대가인 하워드 가드너는 그녀에 대해 간명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관찰을 했다. 미드는 전통적인 학계의 방식처럼 글을 어렵게 쓰지 않았다. 그녀는 일상생활의 예리한 관찰자였다. 그녀에겐 특정 문화권을 자세히 살핀 후 그것을 생생하고 암시적으로 그려내는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특히 이질적 문화의 패턴을 파악하는 눈이 뛰어났다. 사례들을 적절히 활용해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미국 사회를 진단했다. 현지 탐사를 통해 미드는 사모아의 청소년들이 서구의 청소년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모아의 청소년들은 휴식과 성적 유희를 즐겼고, 서구의 소년들처럼 금욕에 대한 강요나 로맨스에 대한 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부담 없이 훨씬 자유롭고 느긋하고 단순한 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미국인들에게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도 눈을 돌려 자신들의 삶과 교육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찾아보라고 촉구했다. 결국 그녀는 미국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했다.
 
미드는 모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권위에 도전했다. 동시에 매우 사회친화적이었다. 몇 달에 한 명씩 새로운 친구가 생겼고, 한번 친구가 되면 결코 결별하지 않았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집단을 연설을 통해 설득하는 재주가 뛰어났고, 자칫 적대적이 될 만한 사람들을 단합시킬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낼 줄 알았다. 에너지가 넘쳤고, 수많은 인생들의 복잡성을 포괄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인생은 조각들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조각들은 특정한 다른 사람과 공유돼 있어, 그 특별한 관계들이 모여 온전한 나를 느끼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성공은 계속됐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서 사회과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혔다. 그녀는 미국인들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행동에 영향을 미친 학문적 리더였다.
 
리더십 = 타고난 재능 + 적절한 조건
가드너는 리더십에 대한 특별한 정의를 내렸다. 리더십은 신비로운 카리스마로 사람을 통솔하거나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타고난 재능이 적절한 사회문화적 조건에서 연습되고 다듬어진 훈련된 능력’이라는 것이다. 결국 리더로서의 성공이란 명성과 돈, 권력을 얻는 게 아니라 타고난 재능을 비범하게 발전시킴으로써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미드 역시 그녀가 지닌 두드러진 2가지 지능, 즉 말과 글을 유려하게 다룰 수 있는 ‘언어지능’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설득할 수 있는 ‘사회적 지능’을 고도로 강화해 인생을 도약시켰다. 가드너는 “성공하고 싶다면 당신의 독특한 점을 이익이 되게, 축복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라. 많은 경험을 쌓아라. 그리고 그것을 가장 긍정적인 방법으로 추슬러라”라고 조언한다. 인생의 목표는 가능한 범위 안에서 주어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최고가 되는 것이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의 도약은 자신의 재능과 기질이 적합한 조건에서 개화할 때 일어난다. 미드의 첫 번째 도약은 그녀의 첫 책이었다. 권위에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에너지가 유려한 문장으로 피어나 무서운 잠재력을 지닌 젊은 학자로 부상했다.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버지니아 울프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정신장애를 앓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성적인 문제와 정신질환으로 자주 우울증을 앓았고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이해했다. 그녀의 내면 탐험은 글로 쓰였고, 결국 그녀의 삶은 언어를 통해 완성됐다.
 
피카소는 화가로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그의 다른 지능들은 매우 뒤떨어져 정상인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피카소는 학교를 혐오했고 결석을 자주했다. 학업의 진도를 따라갈 수도 없었다. 읽기와 쓰기를 어려워했고, 특히 숫자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전해주지 못했다. 특이하게도 그는 숫자를 시각적 무늬로 인식했다. 예를 들어 0은 비둘기의 눈, 2는 비둘기의 날개로 받아들였다. 만일 그가 어려서부터 그림이라는 재능의 분출구를 찾지 못했다면 그의 인생은 비참했을 것이다.

타고난 재능을 다 쓰고 가라
재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늘 천재들의 이야기부터 꺼낸다. 그러나 재능의 발현은 천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박한 재능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발전시켜온 훌륭한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귀감이 된다.
뒷산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던 여우는 사라졌다. 밭종다리 같은 조그만 새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논밭에서 울던 섬휘파람새는 어디로 갔을까? 민둥산으로 변해가는 처량한 산만큼이나 내 마음도 처량해졌다.”
 
거제도 장승포 섬마을에서 태어난 조류학자 윤무부 교수의 눈에는 변해가는 고향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새의 숫자로 부각됐다. 그는 어디서나 새를 접할 수 있는 자연에서 자라났고, 그 환경적 조건은 그가 가진 자연 친화력이라는 특별한 지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자극했다. 그는 평생 새를 연구하며 살았다. 전국 각지를 떠돌며 4000장이 넘는 새 사진과 100여 종의 새소리를 채집해 제작했다. 그의 노력은 한국의 조류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성공은 재능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태어났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은 카드 게임과 같다. 패는 주어진다. 좋은 패도 있고 나쁜 패도 있다.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카드게임에 참가한 플레이어로서 주어진 패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재능은 주어진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받은 재능을 다 쓰고 가야 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이다.
 
성공이란 받은 재능의 크기가 얼마가 되었든 받은 만큼은 다 쓰고 갈 때 찾아온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이를 아주 멋지게 표현했다. “성공한 보통 사람은 천재가 아니다. 평범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평범함을 비범하게 발전시킨 사람이다.” 평범함이란 없다. 그것은 자신 안에 갇혀 있는 재능이 개화하지 않았음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것이 터져 나올 때 누구나 비범함으로 건너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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