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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or 탈락… 기로에 선 중간관리자

회사전략에 맞는 리더십을 발굴하라

박광서 | 3호 (2008년 2월 Issue 2)
“팀장 생활을 몇 년쯤 하면 임원이 될 수 있을까?”
율도테크의 홍길동 씨는 최근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팀장 보직을 맡았다. 자리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한편으론 다음 단계인 임원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홍 팀장은 일명 ‘사오정’ 세대다.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결국 팀장으로 현 직장에서의 커리어를 정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요즘같이 똑똑한 부하 직원들이 계속 올라오는 상황에서는 그 시기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팀장이 된 것과 동시에 임원이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홍 팀장. 당장 직속 상사이자 회사 내에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유명한 허균 상무에게 코칭을 요청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리더는?
“우리 회사는 어떤 리더를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허 상무는 마주앉은 홍 팀장에게 먼저 질문부터 던졌다.
 
홍 팀장은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평소에 ‘훌륭한 팀장이 되려면 이러이러한 일을 해야지’라는 생각은 해 봤지만, 회사에서 어떤 리더를 원하는 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탓이다. 그래서 “성과를 창출해 내는 리더가 아닐까요?”란 다소 일반적인 답을 내놓았다.
 
허 상무는 다시 “홍 팀장이 얘기하는 성과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합니까? 성과를 창출하려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죠? 그리고 그 성과란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는 어떻게 알죠?”라고 물었다.
홍 팀장은 더 말문이 막혔다. ‘이거 원, 그럴듯하게 둘러댈 수도 없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 같군.’
 
홍길동 팀장이 당황해하는 기색을 보이자 허 상무는 “회사가 원하는 리더가 되려면 생각의 출발점부터 제대로 잡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가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의 능력이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면 소용이 없는 법이죠.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물건은 품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팔리지 않잖아요.”
 
허 상무는 “회사가 원하는 리더의 조건은 회사의 전략적 방향과 변화방향을 파악하면 쉽게 알 수 있다”며 그림을 하나 그려줬다. (그림1 참조)
 
그에 따르면 회사가 어떤 전략적 방향을 추구하는지, 변화 방향이 어떠한지에 따라서 요구하는 리더십 또한 달라진다.
 
회사의 전략적 방향은 크게 ‘수익 중심 전략(return strategy)’과 ‘성장 중심 전략(growth strategy)’으로 나뉜다. 변화의 방향은 ‘변혁적 변화(transformational change)’와 ‘단계적 변화(transactional change)’ 두 가지로 구분된다.
 
기업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수익 중심 전략’을 추구할 때는 비용 감소, 프로세스 향상, 효율성에 집중하게 된다. 반면 ‘성장 중심 전략’을 추구할 때는 영업, 마케팅, 제품 개발 등 매출로 연결되는 활동에 중심을 맞추게 된다.
 
‘변혁적 변화’란 산업 혹은 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변화(주요 핵심 기술의 변화, 대형 M&A, 재무적 위기 등)로 이런 상황 에서는 매우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계적 변화’ 상황에서는 조용하고 일반적인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회사의 요구와 대비한 나의 수준은?
홍길동 팀장은 허 상무의 그림을 통해 율도테크가 요구하는 리더상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율도테크는 성장성이 높고 기술변화 속도가 빠른 가정용 청소 로봇이 주력 상품이다. 따라서 비전과 스피드, 적극성, 융통성 등이 회사가 리더에게 요구하는 주요 요소다.
 
홍 팀장은 문득 ‘회사가 요구하는 리더상(像) 대비 나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상무님께서 보시기에 저의 리더십은 어떤 수준인가요?”
“당장은 판단 자료가 없어 홍 팀장의 수준을 평가해주기 어려워요. 하지만 비전, 스피드, 적극성, 융통성 등의 자질에 있어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 다른 팀장의 능력을 100으로 볼 때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자가 진단(self test)을 해 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허 상무는 “회사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리더십 다면 진단’ 결과를 받아 보면 더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승진한 홍길동 팀장은 진단을 받을 기회가 없었지만, 연말에는 상사와 부하직원, 동료들로부터 리더십 수준을 평가 받게 된다는 것이다.
 
진단 결과에는 본인의 항목별 리더십 역량 평가뿐만 아니라 다른 팀장들의 평균 점수도 함께 나온다. 따라서 피평가자는 남들과 비교해 격차가 큰 리더십 역량이 무엇인지, 상사, 부하, 동료가 가장 후하게 혹은 가장 개선이 필요한 역량으로 진단한 것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허 상무는 “그러나 단순히 다면 진단 결과가 높게 나온다고 해서 임원 승진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리더는 리더십 평가뿐만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계속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년 성과평가에서 좋은 평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 팀장, 승계관리 프로그램의 관리를 받다
이후 3년 동안 홍길동 팀장은 리더십과 성과평가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으며,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허균 상무가 홍 팀장을 불렀다. 허 상무는 율도테크 안에는 주요 보직 별로 잠정적 후임자를 선정, 집중 육성하는 ‘승계관리 프로그램’이 있다고 알려줬다.
“제 후임자로 홍 팀장을 추천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승인을 해줘서 홍 팀장은 앞으로 잠정적인 후임자로서 승계관리 프로그램을 적용받게 될 겁니다.”
 
승계관리 대상자로 선정되고 난 뒤부터 홍길동 팀장은 여타 팀장들과는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들이 제공받기 시작했다. 대표이사와의 간담회와 업무 이외에 추가로 수행해야 할 전략과제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었다.
 
홍 팀장은 이후 3년간 후임자 지위를 계속 유지하며 교육을 받았다. 그러던 중 회사 내의 후임자 교육 대상자들이 계속해서 일부 교체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즉, 계속적인 잠재력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사람들은 언제든지 승계관리 대상자에서 제외당했다. 회사 차원에서는 승계관리가 미래의 임원 및 경영자들을 육성하는 것이니만큼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림2 참조)

 
갑자기 어려운 시련이 주어졌다. 퇴출인가?
홍 팀장은 어느 날 갑자기 인사팀으로부터 전보 발령을 받았다. 문제는 그 부서가 회사 내에서도 힘들기로 소문난 곳이란 점이었다.
 
홍 팀장은 이번 인사 발령이 좌천(左遷)이라고 생각했다. 담당 팀의 성과가 다른 부서보다 훨씬 좋았던 데다가, 자신은 회사의 승계관리 대상자에 올라있는 상황이라 수긍할 수 없었다.
 
그는 당장 상사이자 멘토인 허균 상무를 찾아가 따지듯이 물었다.
“제가 뭘 잘못한 거죠? 이번 인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허 상무는 홍 팀장에게 이 또한 승계관리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말해줬다.
“물먹은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발령은 시련을 부여해 임원으로서의 자질을 시험하기 위한 테스트 성격이 강합니다. 나도 이런 과정을 겪었어요.”
 
허 상무의 말에 다시 한번 힘을 얻은 홍 팀장,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적자였던 새 조직의 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인사발령을 받아 원래 부서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승계관리 후임자 지위를 유지함은 물론 이후 임원 승진 대상자 중에서도 우선 순위에 자리잡았다.
  • 박광서 |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ryan.park@towersperr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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