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평균의 함정 벗어나야 재난 대비할 수 있어

334호 (2021년 1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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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Unemployment Risks and Optimal Retirement in an Incomplete Market”(2016) by A. Bensoussan, B.-G. Jang, and S. Park in Operations Research, 64: 1015-1032.

무엇을, 왜 연구했나?

필자가 거주하는 영국은 최근 기름 사재기 현상으로 큰 곤혹을 치렀다. 브렉시트(Brexit)의 파급 효과로 그동안 누적돼왔던 탱크로리 운전수 부족 문제가 코로나19 사태와 겹쳐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유럽 출신인 대다수 운전수가 록다운(Lockdown) 기간 동안 고국으로 돌아갔는데 록다운이 풀린 뒤에도 영국에서 일하기를 포기하고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브렉시트로 비자 발급이 이전보다 복잡해진 데 따른 일이었다. 따라서 기름을 운반할 인력이 없어 영국 전역의 주유소마다 기름 부족을 호소하게 됐다. 당장 기름을 꽉 채울 필요가 없는 사람들마저 기름 대란을 우려해 주유소에서 1시간씩 줄을 서며 기다리기도 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런 사재기 현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미국 텍사스 댈러스대, 한국의 포항공대, 싱가포르국립대 공동 연구진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평균(Mean)에만 집중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한번 발생하게 되면 크나큰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대부분의 재난적 사건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평균적인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를 통해 어떻게 하면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재난적 사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최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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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통계학에서 어떤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때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확률분포(Probability Distribution) 1 는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다. 정규분포는 통계학에서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에서도 어떤 변수가 무작위로 가질 수 있는 특정 값에 관한 시나리오를 기술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정규분포를 사용할 때는 평균과 분산(Variance)이라는 두 가지 기본 통계량(Basic Statistics)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식의 수익률은 미래에 무작위로 오르거나 내리는 확률변수다. 무작위로 변할 수 있는 미래의 주식 수익률을 예측하기 위해 정규분포를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과거 주식 데이터를 통해 특정 관찰 기간 동안에 주식 수익률의 평균과 분산을 계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식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미래의 주식 수익률이 과거 평균으로부터 어느 정도 오르거나 내릴지에 대한 확률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정규분포를 활용하면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정확하게 95% 또는 99%의 확률로 미래의 주식 수익률이 분산을 따라 과거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날지를 예측할 수 있는 신뢰 구간(Confidence Interval)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크고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재난적 사건(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비자발적 실업, COVID-19 등)을 예측하기 위해 정규분포를 사용할 경우 우리는 평균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통상 정규분포는 평균을 중심으로 분산을 따라 좌우로 펼쳐지는 종 모양 형태의 함수를 갖기 때문에 위험 사건의 대부분이 높은 확률로 평균 근처에서만 발생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다시 말해 정규분포는 평균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꼬리 부분에서는 위험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과소계상하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비자발적 실업 위험에 초점을 맞춰 어떻게 하면 재난적 위험의 파급 효과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성공적인 생애주기 전략(Life-Cycle Strategy)을 도출할 수 있을지를 규명하고 있다. 먼저 노동 소득을 안전 자산이 아닌 위험 자산으로 간주한 후 기존 연구와는 달리 비자발적 실업 위험을 정규 분포가 아닌 포아송 분포(Poisson Distribution) 2 를 통해 모델링한다. 만약 포아송 분포의 모수를 1%로 추정한 경우를 생각한다면 이는 평균적으로 100년에 1번 비자발적 실업이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과 동일하다. 재난적 위험 문헌에서는 보통 포아송 분포의 모수를 약 5%로 추정해 20년에 1번꼴로 재난적 사건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포아송 분포를 통해 앞서 살펴본 것과는 정반대로 평균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꼬리 부분에서도 재난적 위험 사건이 좀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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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우리는 현재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 및 의학 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100세가 넘는 시대라 하여 사람을 뜻하는 호모(Homo)와 숫자 100(Hundred)이 합쳐진 신조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생명표’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남자의 평균수명은 약 80세, 여자는 86세로 남녀를 통틀어 평균수명은 약 83세로 추정된다. 보통 65세를 정년이라 가정했을 때 은퇴 이후에도 평균적으로 약 20년을, 그리고 100세 시대를 가정하면 35년은 더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평균적’으로 계산된 수치에만 의존해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려고 한다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평균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가령 모든 인생이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일찍 충분한 자산을 축적해 65세 이전에 조기 은퇴를 한 후 평균보다 더 긴 노후를 보내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일을 할 때보다 일을 하지 않을 때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비에 대한 효용이 더 크다고 바라본다. 조기 은퇴는 양질의 여가와 함께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자발적 선택이다. 또 어떤 사람은 가능하다면 65세보다 늦게까지 일하려 하고 대신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여생을 보내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한편 드물게 발생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실업 또는 장해가 닥쳐 65세보다 훨씬 더 젊은 나이에 비자발적으로 은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평균적으로 65세에 은퇴한다는 이론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순간이다. 따라서 65세라는 평균 수치에 얽매여 살아가기보다는 당장 내일이라도 일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의 인생은 저마다의 다른 시간표를 갖고 수많은 생애주기 이벤트(취업, 결혼, 출산, 은퇴 등)를 거쳐서 완성되기 때문에 고유한 의미를 지닌다. 오늘 최선을 다하고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각자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길이다.


박세영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 관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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