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GSB Knowledge

중국의 미술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325호 (2021년 0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급속한 경제 발전과 사유 재산의 증가로 중국 미술 시장은 세계 3대 시장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냉소주의, 사실주의에 입각한 웨민쥔, 정판즈, 장샤오강 등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거액에 거래되며 세계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관심에 비해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중국 미술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침체됐다. 세계 미술 시장의 관심은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로 이동하고 있고, 중국의 수집가들도 서양 작가들의 작품을 모으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중국의 젊은 작가와 바이어들은 글로벌 감각을 길러 중국 미술 시장의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중국 장강경영대학원(CKGSB)이 발간하는 CKGSB Knowledge 2021년 3월 호에 실린 ‘The Art of China’ 원고를 번역, 요약한 것입니다.

중국 미술 시장이 폭발적인 호황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자본이 중국의 내수 시장에만 국한된 것일까, 아니면 서구 미술 시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일까? 중국 현대미술이 각광을 받고 있고 잠재력도 충분한 것이 사실이지만 승자가 독식하는 오늘날 미술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2015년 중국의 부유한 해안 도시 상하이의 크리스티 경매장. 무대에 오른 경매인이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샹양(尙揚)과 저우춘야(周春芽)의 작품 가격을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지만, 현장을 찾은 컬렉터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마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서양 고전 작가들의 작품이다. 이날 경매에 모습을 드러낸 서구 거장들의 작품은 중국 작가들의 작품보다 최소 두 배 이상의 최종 낙찰가를 기록하며 새 주인 품으로 떠났다. 미술 업계에서는 이날이 중국의 대작 예술가들의 작품 수집에 집중해온 바이어들의 수집 패턴에 변화가 생긴 기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초창기 중국인들은 중국의 전통 미술품과 골동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했고, 이를 건전한 투자 방식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작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늘고 개인의 수집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시장이 다각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또 중국의 많은 투자자가 중국 미술 작품을 사들이는 것보다 전 세계 미술관과 갤러리에 걸려 있는 서양의 명화들을 수집하는 것이 더 안전한 투자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다 지난 10년을 기점으로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다소 시들해진 눈치다. 오히려 최근엔 아프리카의 예술품이 뜨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예술계의 큰손, 중국 바이어들은 서구와 아프리카 작품을 탐닉하며 수집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자국 현대미술을 집중 지원하며 중국 미술 생태계의 든든한 물주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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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술계의 부흥

중국 미술 시장은 1949년 공산당 집권 이후 1970년대 말 문화대혁명이 종식될 때까지 약 30여 년 동안 호황기를 누렸다. 이때까지는 계획 경제 체제 분위기 속에 국가가 운영하는 골동품 숍에서만 예술품을 사고팔 수 있었다. 그러다 1980년대 덩샤오핑의 시장 개혁으로 폭발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개인이 소유한 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경매장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까지 중국의 예술 시장은 완벽하게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1992년 경제도시 상하이에 첫 국영 경매회사 둬윈센(朵云轩)을 열고 본격적인 미술 작품 거래에 나선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사유 재산의 증가로 경매라는 시스템의 등장은 수집가들을 예술 시장 투자에 끌어들이기 충분했고, 그 결과 폭발적인 중국 미술품 소비를 부추겼다. 당시 서구에서는 갤러리들이 일차적인 예술품 거래 시장을 주도한 반면 중국은 경매 회사들이 유행을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아트 컨설팅사 페가소스파이브의 아니타 아처 디렉터의 말이다. “중국에는 상업적인 갤러리가 드물었기 때문에 경매 회사들이 중국 미술품 시장의 가격과 유행을 주도했다. 오늘날 중국 현대미술의 부흥을 일으킨 것도 경매 회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유럽미술재단(TEFAF)이 중국 컬렉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미술 작품을 수집할 때 갤러리나 개인 딜러를 통하는 것보다 경매 회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작품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과 격렬한 입찰 과정에서 모두가 사고 싶어 하는 작품을 낙찰받으면 ‘내가 제대로 된 것에 투자했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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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것처럼 1990년대에 들어 중국에 첫 국영 경매 회사가 출현했고, 이를 따라 갤러리와 미술관이 우후죽순 생겨났으며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전시회가 개최됐다. 1991년엔 중국 최초로 사립 미술관인 ‘옌황예술관’이 문을 열었고, 곧바로 호주의 컬렉터 브라이언 월리스가 중국 최초 개인 화랑인 ‘레드 게이트 갤러리’를 선보였다. 이듬해인 1992년 중국 최초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자’가 광저우시에서 개최됐고, 2017년까지 총 525개의 경매소가 중국에서 문을 열었다. 중국 경매 업체의 규모도 점점 커졌다. 폴리옥션과 중국가디언옥션은 소더비와 크리스티에 이어 글로벌 경매 업체 중 거래 규모로 각각 3위, 4위를 차지했다.

현재 중국에는 1500개가량의 미술관과 4000개가량의 갤러리가 있고, 해마다 20개가량의 예술 박람회가 열린다. 중국은 미국과 영국에 이은 3대 세계 미술 시장으로, 2019년 전 세계 예술품 매출 641억 달러 중 약 18%인 117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중국에서 이뤄졌다.

중국 정부의 문화재 반환 운동

중국 정부는 해마다 10월에 1960년 영국-프랑스 군대가 약탈한 베이징 이화원(Summer Palace)의 문화재를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친다. 약탈당한 문화재를 문서화하고, 회수 계획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 등이 주된 캠페인 내용이다. 애국심에 고무된 많은 중국의 예술품 판매자와 수집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서(古書), 옥으로 만든 장신구, 도자기, 미술품 등 빼앗긴 문화재에 어마어마한 추정 가격을 매기곤 한다.

2010년엔 이런 일도 있었다. 베이징에 있는 한 기업이 영국 경매 회사가 내놓은 청나라 화병을 8590만 달러(약 950억 원)에 낙찰했다. 경매 회사가 추정했던 판매가액보다 50배 이상 더 높은 가격이었고, 곧바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18년 상하이에 있는 부동산 회사 쉬룽마오는 개인 수집가로부터 2000만 달러(약 220억 원)에 명나라 실크로드 그림을 사들였고, 그림은 곧바로 자금성 박물관에 소장됐다. 미국에 있는 중국수집가협회는 지난 15년 동안 중국 골동품 수천 점을 사들였다. 이들 모두는 이렇게 모은 유물을 다시 국가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애국심을 표출한다. 중국의 대다수 기업은 문화재를 다시 사들여 국가로 되가져오는 것을 일종의 사회 공헌 활동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국가와 국민이 알아주길 바라고 있다.

서양 작품을 탐하다

중국 미술 시장이 성숙해지고 ‘아트021’ ‘웨스트번드아트페어’ 등 중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박람회의 인기에 힘입어 서구 미술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중국에 자리 잡은 글로벌 갤러리들의 입지는 점점 넓어졌다. 모네의 고전 작품이든, 앤디 워홀의 팝아트 작품이든 서구의 예술 작품들이 힘을 받기 시작했고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안전한 투자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 예술가의 작품 활동을 열악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중국인들이 사지 않은 중국 미술품이 세계 시장에서 환대받을 리 없지 않은가.

일례로 중국 영화계의 거장 화이브라더스의 왕중쥔(王中軍) 회장은 2014년 반 고흐의 작품을 6180만 달러(약 685억 원)에 사들였고, 이듬해에는 소장하고 있던 피카소 작품을 2993만 달러(약 331억 원)에 팔아버렸다. 상하이 유명 사립 미술관인 룽(龍)뮤지엄 설립자이자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최우수 고객 중 한 명인 류이첸(刘益谦) 회장은 2015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이탈리아 화가 모딜리아니의 유화 ‘누워 있는 나부(Nu couche)’를 1억7040만 달러(약 1888억 원)라는 기록적인 금액에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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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 바이어들은 중국 아티스트를 위해 10만 달러도 지불할 생각이 없으면서 서양 작품을 매입하는 데는 100만 달러 이상을 가뿐하게 쓴다. 실력이나 작품의 품질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관점으로 예술 작품을 투자 방식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술 작품 수집이 가장 안전한 투자로 각광받고는 있지만 국적과 작가를 불문하고 모든 작품의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보장은 없다. 유럽미술재단의 보고서는 중국의 미술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보고서는 해외 유학을 경험한 중국의 신진 세대들에게는 서구의 현대미술 작품이 앞으로도 투자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오늘날 중국 로컬 경매 회사들의 서양 미술 작품에 대한 공급 여력과 전문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갤러리들의 입지가 탄탄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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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에서는 현대화 필요

중국 현대미술은 지금까지 크게 두 번에 걸쳐 세계 무대의 주목을 받았다. 첫 번째는 1990년대 중반이었다. 1994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중국의 현대미술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방문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 두 번째는 2004년 홍콩 소더비가 중국 현대미술을 경매시장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때였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소프트파워 1 를 앞세우기 위해 예술가들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 이후 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중국 미술계의 ‘4대 천왕’으로 불리던 작가 중 한 명인 장샤오강(張曉剛)의 그림이 뉴욕 소더비에서 97만9200달러(약 10억8500만 원)에 낙찰됐다. 중국 현대미술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100만 달러에 근접한 낙찰가를 기록한 것이다. 이때부터 중국의 ‘냉소주의’ ‘사실주의’에 입각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예컨대 웨민쥔(岳敏君)의 자화상, 정판즈(曾梵志)의 가면 시리즈, 장샤오강의 혈연 시리즈 같은 작품이 각종 경매장에서 낙찰 행진을 기록했다. 이들 그림은 주로 팝아트로 형상화하기 쉬운 마오쩌둥, 홍위병, 프로파간다를 모티브로 하고 있었다.

런던 소아스대 교수이자 중국 미술 전문가인 닉시 쿠라는 “중국의 현대미술은 해외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표방한 부분이 있는데 정부로부터 탄압받은 반체제 인사들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는 등의 냉소 화법을 사용해 국제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순항해오던 중국 미술 시장은 한 차례 역풍을 맞는다.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거품이 꺼지고, 이들 작품을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자본가들이 하나둘씩 시장을 떠나버렸다. 중국 내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투자자가 손을 들며 시장에 몰리자 불균형에 시달린 것이다. 아직 해외에 이름을 알리지 못한 중국 작가들은 하루아침에 도태됐고 대다수가 이제는 이름도 기억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유럽미술재단은 중국 현대미술의 장밋빛 미래를 전망했고 중국 수집가들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 무대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미•중 외교 관계 악화와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한 것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중국 현대미술 발전 초기에 이름을 날린 예술가들에게 여전히 기회가 열려 있다.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중국 작가 창위(常玉)의 작품 ‘다섯 명의 누드(Five Nude)’가 3885만 달러(약 430억 원)에 낙찰되며 그해 전 세계 12대 낙찰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 그의 또 다른 작품이 홍콩에서 3330만 달러(약 372억 원)에 팔리면서 인기를 실감했다.

세계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중국의 골동품과 작품들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국제 시장에서 인기 있는 수집 품목이다. 소더비는 2020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경매 행사에서 2400점 이상의 중국 골동품을 경매에 내놓았으며, 이를 통해 총 1억7900만 달러(약 1984억 원)의 거래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중국 미술 시장은 몇 년 안에 한 차례 더 긍정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예술가들은 인터넷과 해외 유학 및 여행 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고 중국 내 전통 거장들의 화풍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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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패션, IT 등 산업계와 협업을 통해 대중 사이에 스며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2015년 상하이 유즈뮤지엄에서 2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은 ‘MoMA Rain Room’ 전시, 2017년 베이징에서 40만 명의 셀카 인증을 끌어모은 ‘Team Lab’ 전시 등이 있다.

더 많은 글로벌 갤러리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로컬 갤러리들이 고전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만 합작 운영 등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경매 회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모색해야 할지도 모른다.

경제 성장 둔화와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 자본 통제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중국의 주요 소비축이 될 젊은이들이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 참관하며 안목을 키우고 있으며 작가 창위가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것처럼 해외 유학을 통해 화법을 익히고 있다. 세계는 연결돼 있다. 다른 국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중국의 미술 시장은 앞으로도 더 커지고, 강해지고, 더 활기차 질 것이라고 믿는 이유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