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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이 금융을 뒤흔든다

김항기 | 313호 (2021년 01월 Issue 2)

신용평가제도는 1909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고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에 도입돼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그런데 지난 35년 가까이 견고하던 한국의 신용평가 시스템이 격변하고 있다. 인터넷이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모바일이 디지털 자본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지만 신용평가제도는 변하는 시장의 가치를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견디지 못한 시장이 스스로 새로운 신용평가제도를 만들고 있다.

최근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한 중소 사업자의 매출 흐름과 방문자 수, 반품률 등 각종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신용등급을 개발하고 사업자 대출도 시작했다. 캐시노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신용데이터도 개인사업자의 신용평가를 위해 매출 증가율 등 사업자의 실제 운영 데이터를 활용하는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했다. 이런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은 모두 기존 금융 데이터에 근거한 신용평가 모델로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상황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났다. 포털과 데이터 스타트업의 역습에 시중은행들도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이용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신용평가 시스템은 그야말로 대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신용평가 시스템의 변혁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정부의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도 대변혁의 물살이 거세다. 당장 올해 1월1일부터 정부는 기존의 1등급에서 10등급으로 분류되던 신용등급 대신 신용점수를 도입했다. 본인의 신용점수가 전체에서 상위 몇 %에 해당하는지 표시되고, 공과금 납부나 온라인 쇼핑, 소셜미디어 정보 등 비금융 정보도 활용되는 등 비경제활동 인구의 신용평가 방식도 개선될 예정이다. 올해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 역시 신용도가 중급 수준인 사람들을 위한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크레파스솔루션은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풋프린팅과 행동 분석을 통한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을 내놨다.

필자가 이끄는 고위드 역시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발했다. 플랫폼 기업이나 온라인 기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공장이나 부동산, 운송 자산과 같은 성장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않는다. 이들의 자산은 온라인에 존재하는 데이터와 현금 흐름에 있다. 이에 은행과 지급결제사(PG), 국세청과 기타 금융 데이터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해 기업의 현재와 미래 가치를 담은 혁신 기업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과거의 가치를 철옹성같이 담고 있던 기존의 신용평가 시스템은 ‘시장의 필요’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아 큰 혁신을 일구어내고 있다. 다양한 니즈를 담은 여러 신용평가 시스템은 혁신 산업의 물줄기를 바꾸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시장의 힘을 이기는 제도는 결코 오래 존재할 수 없다. 변화의 주역이 될 것인가, 변화의 대상이 될 것인가에 따라 승자가 결정될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기존 질서에 매몰됐던 한국의 금융 시장은 이제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이 기로에서 퇴행하고 다시 숨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파괴적 혁신으로 새롭게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가? 한국 금융 산업엔 혁신을 결정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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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기 고위드 대표
필자는 15년간 증권가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후, 알펜루트자산운용사를 설립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마켓컬리, 씽씽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는 스타트업을 위한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고위드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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