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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생존으로 이끄는 길

김현진 | 308호 (2020년 11월 Issue 1)
예기치 못한 세계적 위기를 인류가 함께 극복할 방법을 제시하는 ‘팬데믹 멘토’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은 MS(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입니다. 그는 2015년 테드(TED) 강연에서 “만일 향후 몇십 년 안에 1000만 명 이상을 사망에 이르게 할 계기가 생긴다면 그 원인은 전쟁보다는 전염성이 큰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일찍부터 전염병의 창궐을 예견했음에도 지도자들에게 미리 대책을 찾도록 충분히 경고하지 못해 후회하고 있다는 빌 게이츠가 내년 초 내놓을 신간 제목이 공개됐는데, 바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우리가 가진 해결책과 필요한 돌파구(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 The Solutions We Have and the Breakthroughs We Need)’입니다. 앞선 저서들을 통해 주로 기술을 통한 기업의 미래를 제시해온 그가 앞으로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과제로 환경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그와 같은 ‘팬데믹 멘토’가 아니라도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이미 현재의 고통이 자업자득임을 잘 압니다. 따라서 반성과 함께 앞으로의 생존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이러한 고민의 해답으로 제시되는 개념인 ‘지속가능성’은 이제 한가로운 철학적, 윤리적 고민이 아닌 생존의 필요충분조건으로 꼽힙니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경제적 수익성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들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높여나가야 하는데, 이때 고려되는 비재무적 요소들이 바로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이니셜을 딴 ESG입니다. 즉 매출,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사회에 대한 기여, 이사회 구성의 투명성과 다양성 등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SG에 대한 정보는 투자 전략, 리스크 관리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ESG가 급부상하는 추세와 맞물려 기업들은 이미 잰걸음에 나섰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2분기, 자금이 빠져나간 다른 상품들과 달리 해외 ESG 펀드에는 711억 달러(약 84조 원)가 유입됐습니다. ESG 투자에 대한 경제성까지 검증돼 자산운용사 및 기업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비재무적 요소인 ESG가 이제 기업의 재무적 생존에도 절대적인 요소로 떠올랐음을 실감케 합니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래리 핑크 회장이 올 초 “향후 지속가능성을 투자의 핵심에 놓고 기후 리스크를 반영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겠다”고 발표하면서 석탄 발전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25%가 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하는 탈(脫)석탄 방침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국내 기업들도 이에 관심을 가지면서 조직 내에도 체감할 수 있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연금자산 운용사인 APG의 박유경 책임투자팀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이사는 DBR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들은 ‘ESG 2.0’ 단계 정도에 와 있는 것 같다”면서 이를 체감할 수 있는 지표로 “ESG를 신경 쓰지 않으면 비즈니스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사내에서 목격되는 것”을 꼽았습니다.

ESG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요인이 아니고도, 지구의 차세대 주인이 될 Z세대가 부모 세대에 비해 훨씬 더 중시하는 가치라는 점에서 기업이 ‘2.0’ 그 너머의 비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당위성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정의로운 Z세대의 표상’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해 유엔 연설 시 ‘어떻게 감히 우리 세대의 꿈과 미래를 빼앗을 수 있나’며 분노했던 모습에서 Z세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DBR는 이에 ESG 관련 논의의 현주소와 국내 기업에의 조언을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 담았습니다. ESG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법, 글로벌 지속가능성 펀드 시장에 대한 현황 분석, 세계적 자산운용사들의 투자 방침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을 넘어 ‘지속가능한 세계’를 추구하는 실마리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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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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