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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Food Lab

비싸고 맛없어도 나만의 ‘Flex’

류시두 | 299호 (2020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밀레니얼, Z세대는 왜 고기보다도 더 비싸고 맛없는 식물성 단백질에 열광하는 것일까? 곤충과 같이 혐오식품으로 비춰지는 식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또 뭘까. 비합리적으로 비춰지는 이들의 소비 패턴은 이 세대가 공감하는 문화와 맞닿아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환경과 같이 사회와 함께 공감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이다. 그들만의 ‘Flex’인 셈이다.


MZ세대는 왜 비싸고 맛없는 콩고기를 좋아할까?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이른바 가짜 고기가 북미 등 일부 지역을 넘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리아는 식물성 패티로 만든 미라클버거를 지난해 테스트 매장 몇 군데서 선보인 뒤 올해 버거 전체를 식물성으로 바꿔 정식 메뉴로 출시했다. 대표적인 식물성 고기 업체인 비욘드미트 역시 소포장된 소비자용 제품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공급용, 즉 B2B를 위한 제품들을 올해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다. 호기심과 소문으로 무성했던 ‘가짜 고기’는 올해 프랜차이즈 매장을 비롯한 여러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 같다.

지금도 판매 중인 식물성 햄버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단 가장 먼저 주목되는 점은 가격이다. 롯데리아의 식물성 햄버거 가격은 5600원으로 비슷한 스펙인 불고기버거의 가격 3900원에 비해 꽤 비싸다. 무려 43%나 가격이 높은 셈이다. 그럼 맛은 더 뛰어날까? 맛이야 개인적인 선호에 달려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지만 고객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이 제품의 매력은 맛이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SNS와 블로그를 둘러보면 롯데리아와 같은 큰 규모의 프랜차이즈가 채식주의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에 대해 환영과 응원을 보내는 분위기다.

사실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고객이라면 이러한 분위기가 낯설게 보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5600원의 식물성 햄버거를 먹기보단 6000원짜리 국밥을 택할 것이다. 경기도 어렵고 실업률도 높은 지금, N포 세대라 불리기도 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이하 MZ세대)는 왜 식물성 햄버거에 열광할까. 기존의 합리성이 아닌 Z세대만의 합리성과 공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식물성 고기와 같은 ‘퓨처푸드’가 소비되는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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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적 소비라고?

MZ세대는 제대로 된 소득도 없지만 20만∼30만 원에 달하는 이어폰을 구매하거나 더 비싼 명품을 구매한 뒤 자랑한다. 이를 ‘플렉스’ 문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MZ세대의 행동은 비합리적으로 보이기만 한다. 그런데 이는 한 단면만 본 것이다. 플렉스는 오히려 Z세대만의 합리성을 보여준다고 해설할 수도 있다. 물론 과거에도 사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며, 이른바 ‘지름신’이란 용어가 사용된 적도 있었다. Z세대의 사치는 도대체 어떤 점이 다를까? 그리고 그들은 어떤 합리적인 기준에서 플렉스를 하는 것일까?

사치품을 자랑하는 데서 오는 효용을 인정한다면 이들의 행태는 일부분 합리적이다. 과거에는 명품 가방을 들고 다녀도 물리적으로 이를 마주치는 이들에게만 자랑할 수 있었지만 Z세대는 다르다. 가격표도 뜯지 않은 채 SNS에 사진을 올리는 이들은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다. 이는 맛집을 찾아가거나 여행을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식당을 가더라도 실제 맛있는 것과 맛있어 보이는 것을 자랑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효용이 크냐는 것은 개개인의 성향에 달린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자랑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는 사실이다.

본인이 자랑함으로 인해 효용이 크다고 하지만 남들의 자랑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서바이벌 힙합 프로그램에 참여한 래퍼들은 “돈을 벌기 위해 나왔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고 SNS상의 인플루언서들도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서임을 밝히며 당당히 광고하거나 제품을 판다. Z세대는 이러한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기는커녕 열광하며 공감한다. 다른 이들의 자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Z세대는 마음이 넓어서 배가 아프지 않은 것일까?

공감과 유대의 확장

잘 이해되지 않는 이들의 문화 이면에는 또 다른 가치가 숨어 있다. 바로 유대감이다. 모바일과 SNS에 익숙한 세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는 유대감의 존재다. 가족이나 이웃, 직장 동료에 머물던 유대감은 이제 게임이나 SNS에서 알게 된 이들로 넓어졌다. ‘남’이 아닌 ‘우리’로 여기기 때문에 비싼 옷과 돈 자랑에 공감할 수 있으며 본인 역시 자랑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롤렉스 시계를 자랑하는 래퍼의 스토리에는 눈물겨웠던 시절의 이야기가 결코 빠지지 않는다. 이는 사치품에 대한 열광이나 스타에 대한 팬덤이 아니라 그 과정에 대한 공감과 응원이다.

넓어진 유대감은 한편으로는 얕은 유대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리적인 주변에 대한 유대감은 오히려 낮기 때문에 눈치를 살피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할 이들은 이웃이 아닌 SNS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Z세대만의 공감과 유대감은 자랑놀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 거리를 초월하는 Z세대 특유의 공감은 기후변화에 갈 곳을 잃은 북극곰과 플라스틱 빨대에 고통받는 바다거북에게도 이어진다. 과거에도 이와 같이 환경 파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영상들이 있었다. 하지만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영상만을 보게 되는 것과 유튜브에서 여러 사람의 반응을 보고 또 거기에 동참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단순히 ‘지구촌 어딘가에 벌어지는 일이구나’라는 인식과 그 일에 대해 같이 슬퍼하고 분노하며, 같은 감정을 지닌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여기는 것이다.

특정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은 온라인에서 쉽게 모일 수 있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같은 뜻을 지닌 동지들을 모은다는 일은 과거에는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지금은 링크 하나에 모이고 손쉽게 대화와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다. 굳이 온라인 카페를 만들거나 그룹을 만들지 않더라도 해시태그를 통해 연결된다. 이러한 커뮤니티의 뒷받침은 보다 많은 다양성을 형성하는 데 일조하며, 그러한 가운데 하나가 동물의 생명/복지에 대한 관심과 기후변화, 물 부족과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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