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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위기 땐 몸집 줄여도 ‘머리’는 키워야

김경원 | 298호 (2020년 6월 Issue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이미 수십만 명이 사망한 ‘보건 위기’, 대공황 조짐의 ‘경제 위기’는 물론 코로나19 이후 세계 정치 및 경제 질서가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 위기’도 거론된다.

위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크라이시스(crisis)’의 어원은 분기점을 뜻하는 그리스어 ‘크리시스(krisis)’다. 이제는 시대 구분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점으로 BC(Before Christ, 예수 그리스도 이전)와 AD(Anno Domini, 라틴어로 ‘주님의 해’)로 나뉘는 게 아니라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바뀔 것이라는 글도 보인다.

가뜩이나 위태로웠던 미•중 관계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두 나라 무역 전쟁이 아직도 결말을 맺지 못한 상황에서 팬데믹의 원인을 놓고 트럼프는 연일 중국을 맹공하고 있다.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끝낼 수 있다”는 극단적인 발언도 한다. 이는 재선을 위한 일시적인 노림수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을 21세기 가장 큰 전략적 ‘적’으로 규정해왔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해도 미국은 국가 차원의 압박을 지속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리더국이 된 미국은 자국을 위협할 나라들을 전쟁 없이도 모두 주저앉힌 전력이 있다. 의도적인 군비 경쟁으로 나라 곳간을 거덜 내 자멸하게 만든 소련, 플라자합의로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불황이 일어나게끔 유도한 일본이 그 예다.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EU의 위상을 크게 약화시킬 브렉시트의 배후에도 미국이 있다는 정황이 있다. 이제는 그 대상이 중국이다.

현재 미국은 서방 주요국에 일본까지 끌어들여 ‘반중전선’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금융 및 글로벌 스탠더드의 주도권이 동맹국들을 묶는 주요 수단이다. 이제는 한국 등 다른 나라들에도 선택을 강요하는 양상이다. 이는 이미 대만의 WHO 가입을 놓고도 시작됐다. 향후에는 각국의 국제 소송 등을 촉구해 중국을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이에 상당수 경제학자 및 미래학자들은 반중전선을 꾀하는 미국의 장기 전략에 이번 팬데믹이 촉매제가 될 것이고 결국 중국 경제의 쇠퇴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도 이 와중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결국 ‘선택의 순간’이 조만간 올 것이다. 북핵 문제 등으로 친중 스탠스를 취해왔던 현 정부가 결정을 미뤄도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도 대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생산기지나 시장으로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만큼 잠재력이 큰 인도, 아세안으로 눈을 돌릴 때다.

동시에 기업들은 군살 빼기와 함께 연구개발(R&D) 투자에 힘써야 한다. 위기의 양면, 즉 ‘위험’에도 대응하고 ‘기회’도 잡으려면 무엇보다 현금 유동성이 필요하다. 자산 매각, 사업 철수 등을 병행하는 ‘다운사이징’과 함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이때 유념할 것은 다운사이징이 기계적인 인원 감축은 아니라는 점이다. 위험에 대응하는 것도, 기회를 잡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결국 ‘몸집은 줄이고 머리는 키우되 사람은 귀히 여기는 것’. 포스트 팬데믹에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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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경원 세종대 부총장 겸 경영경제대 학장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장 등을 역임했고 CJ그룹 전략기획총괄 부사장, 디큐브시티 대표(대성산업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직)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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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원

    김경원

    -(현) 디큐브시티 대표이사 겸 대성산업 수석 이코노미스트
    -(전)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 리서치센터 센터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CJ그룹 전략기획총괄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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