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3. ‘의료 소비주의’ 시대, 의료의 리테일화

환자만을 위한 헬스케어는 옛말
‘개인 유전체 분석’ 등 신시장 후끈

296호 (2020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소비자들이 다른 산업에서 경험한 편리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점점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찾기 시작하면서 의료 서비스 수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의사나 상담사 등 전문 인력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이 의료 서비스의 범주에 속했지만 이제는 접근이 쉽고 저렴하면서도 건강 관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여러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이렇게 헬스케어의 최종 수혜자가 환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하는 ‘의료 소비주의’ 흐름 속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시장은 다름 아닌 ‘개인 유전체 분석’이다. 개인 유전체 분석 업계는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1) 킬러 콘텐츠 확보, 2) 유전형 데이터와 표현형 데이터 결합, 3) 비즈니스 확장 도모, 4) DNA 앱과 빅데이터, AI 기술의 접목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감염병 위기, 인구 고령화 등 사회적인 격변을 겪으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 소비주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상했다. 의료 소비주의란 의료 서비스의 최종 사용자 또는 수혜자를 ‘환자’가 아닌 ‘소비자’로 바라보는 현상을 뜻한다.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수동적인 존재라면 소비자는 능동적으로 건강과 관련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다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전자제품, 자동차, 정보통신, 소비재 등 다른 시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및 헬스케어 시스템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 빨리, 더 쉽고 편리하게, 양질의 서비스를 누리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의료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점점 ‘리테일’에 가까워지는 현상, 즉 의료 소비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오늘날 소비자들이 의료의 접근 용이성, 가치 증대, 비용 절감 등 서비스 전반에 대한 더 많은 통제력과 건강 관리에 대한 더 많은 선택권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들은 획일화된 서비스가 아니라 개인화된 경험을 요구한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의료 및 헬스케어 시장 참가자들도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음의 요소들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게 됐다.

053


1. 경제성(Affordability)
먼저, 의료 소비주의의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요소는 바로 ‘경제성’이다. 서비스가 얼마나 경제적인지는 치료를 비롯해 건강 관리 관련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일상적인 의료 비용에 대한 염려는 줄어들고 있지만 장기 요양 등과 같은 비일상적 비용에 대한 염려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절감하려는 이런 경향은 소비자들의 의료 접근성에 영향을 미쳐 소비자 자신이 정작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이유로도 작용한다. 개별 보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들을 봐도 보험 상품을 선택할 때 대부분의 소비자가 경제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2. 연속성(Continuity)
둘째, 오늘날 소비자들은 건강 관리의 ‘연속성’을 고려한다. 그동안 의료기관과 헬스케어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건강과 의료 비용 등을 통합 관리해줄 수 있는 숱한 기회들을 놓쳤다. 개인정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건강 관리의 연속성을 보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끄러운 서비스 제공을 위해 관련 기관이나 기업이 데이터, 시설, 제품, 서비스, 의료진 등을 효과적으로 교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비스 제공자 간 원활한 네트워크를 요구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병원 등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모바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은 채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수요도 높아지는 추세다.

3. 디지털(Digital)과 관계(Engagement)
셋째,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의료 및 헬스케어에 접근하려 하고 있다. 의료 및 헬스케어 산업은 보수적이라 다른 분야에 비해 디지털화가 더딘 편이지만 개인화된 디지털 솔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및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가 원하는 디지털 도구를 설계하고 개인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 특히 소비자들이 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 자신의 요구에 맞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이해 당사자들은 고객과의 소통 및 관계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

054


의료 리테일 시장에 뛰어든 글로벌 테크기업

아마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이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것도 이런 의료 소비주의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 이미 대형 체인들의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약국 체인인 CVS헬스는 의료 보험사 애트나(Aetna)를 인수했고, 아마존과 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은 새로운 헬스케어 회사인 헤이븐(Haven)을 설립했다. 이 헤이븐은 해당 회사 임직원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직원들의 보험료를 낮추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플 역시 의료 클리닉 네트워크와 협업을 개시했다. 이런 움직임은 테크 기업들이 매년 3.9%씩 성장하는 미국 헬스케어 시장이 열어줄 새로운 기회에 눈독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 기준 미국의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3조7000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인 1인당 약 2만 달러를 헬스케어에 소비하고 있다. 특히 노령 인구의 비율이 높아 GDP 대비 헬스케어 지출 비중이 16.9%에 달하는데 이는 OECD 평균인 8.8%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헬스케어 사업 영역에서 쉬지 않고 페달을 밟고 있는 아마존의 행보가 눈에 띈다. 2016년 아마존은 보스턴 어린이 병원과 팀을 이뤄 어린이의 건강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는 AI 기반 음성 서비스 알렉사(Alexa)의 기능을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HIPA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의 규정을 준수하면서 알렉사를 통해 개인 처방전 모니터링, 인근 긴급 치료센터 예약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건강 관련 작업을 목적으로 한 환자 개인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진 것이다. 2018년에는 약 10억 달러 규모의 필팩(PillPack)을 인수하며 의약품 배송 서비스에 진출했고, 약을 유통할 수 있는 라이선스와 고정 고객을 확보했다. 또한, 아마존은 메디케어 수혜자인 고령층을 중심으로 프라임 할인을 제공하며 이들의 프라임 멤버십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헬스케어를 매개로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했더라도 결국엔 전자상거래를 비롯해 식료품 배송,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아마존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아마존의 헬스케어 진출이 궁극적으로 프라임 생태계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애플 역시 헬스케어 시장의 기회를 인지하고 있지만 아마존과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의료 소비주의 패러다임에 접근하고 있다. 애플은 개인의 건강 관리에 집중하면서 이를 위한 앱과 서비스, 그리고 웨어러블 개발을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리서치 키트(Research Kit)와 케어 키트(Care Kit)를 통해 개인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기록하고, 이를 활용해 클리닉과 의료 기기 등을 포함한 헬스케어 영역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애플이 규제가 많은 헬스케어 시장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애플이 지배했던 영역이 잠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건강 관리라는 포인트를 살려 제품 및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더 높은 마진의 하드웨어를 판매하겠다는 게 애플의 구상이다. 또한 전환 비용을 높여 이미 구축된 생태계를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클라우드, 앱스토어 등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개인 건강 관리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려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는 환자 운송 서비스인 우버 헬스(Uber Health)를 출시해 미국 내 100여 개 의료기관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우버 헬스는 기존의 우버 택시 서비스를 의료기관 전용으로 만든 것으로 병원, 재활센터 등 의료기관에서 진료 예약 환자의 우버 탑승을 예약하면 우버가 환자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서비스다. 우버는 미국 내에서 교통수단 부족 등의 문제로 진료 시간을 놓친 환자 수가 연간 약 360만 명에 달하고, 이에 따른 진료 손실액이 크다는 점에 착안해 서비스를 고안했다. 이러한 글로벌 테크 기업의 헬스케어 산업 진출은 환자와 의료기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시스템을 편리하게 간소화하는 데 목적을 두며, 기술 개발을 통해 소비자가 자신의 건강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개인 유전체 분석의 대중화

의료 소비주의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장이 바로 ‘개인 유전체 분석’이다. 개인 유전체 분석이란 우리 몸에서 추출된 DNA로부터 유전자 서열을 분석해 질병에 걸릴 위험이나 개인의 특성 등과 같은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23앤미(23andMe), 앤시스트리(Ancestry.com) 및 헬릭스(Helix) 같은 소비자 중심의 회사들이 자신의 유전 정보에 직접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으며, 2020 JP모건 콘퍼런스에서 유전자 분석 회사인 인바이태(Invitae), 미리어드 제네틱스(Myriad Genetics) 등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개인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에 접근하는 게 훨씬 쉬워졌다. 유전자 정보가 질병 예방이나 진단, 치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과거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 관심이 없던 고객들의 수요까지 생겨나고 있다.

056


이처럼 개인 유전체 분석 대중화 시대가 열리게 된 까닭은 1) 유전자 해독(시퀀싱) 비용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2) IT가 발전하고, 3) 각 개인의 건강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마무리된 휴먼게놈프로젝트에서는 한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고 분석하는 데 약 3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됐지만 지금은 1000달러 정도면 된다. 가까운 미래에 100달러 정도까지 낮춰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네 가지 문자열로 표현되는 DNA가 디지털 데이터로서 생체 신호, 의료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와 결합할 수 있게 됐고, 한 개인에 대한 정밀한 접근이 가능해졌다. 마지막으로, 유전자 검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 수준이나 수용도도 높아졌다. 미국의 한 소셜미디어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7%가 유전자 검사의 개념에 익숙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이렇게 의사를 거치지 않고 유전자 정보를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서비스가 ‘DTC(Direct to Consumer)’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이 인터넷으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주문하면 분석 키트가 택배로 발송되고, 소비자가 키트에 자신의 타액을 담아 회사로 돌려보내면 약 2주일 뒤 유전자 정보 분석 결과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피부, 탈모 등 규제로 정해진 항목에 대해서만 DTC 서비스가 허용되고 있으며, 병원을 통해야만 질병 관련 항목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크게 소비자 영역과 의료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는 얘기다.

057


소비자 영역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체중 변화에 차이가 있는데, 이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 즉 유전자 차이 때문이다. 만약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검사 서비스를 집에서 편리하게 주문한 뒤 사용자에게 가장 맞는 식단을 개인별로 계획하고, 내 몸에 최적화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유전자 정보는 개인이 제공한 신장, 체중 및 허리둘레 같은 일련의 신체 측정 지표와 운동 방법 등 생활 습관 정보와 결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도 혈당, 혈압 등 12가지 항목으로 제한돼 있던 유전자 검사 항목이 56가지로 확대됐기에 영양, 운동, 조상 찾기 등 다양한 항목에서 연계 비즈니스 기회, 소비자들이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가 확장되고 있다.

1. 영양 유전체(Nutrigenomics) 기반 다이어트
- 해빗(Habit)
영양 유전체 분석은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 섭취하는 음식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단백질과 다른 대사 물질이 우리가 먹는 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및 사물 인터넷 기기로 개인의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개인에게 맞춘 최적의 솔루션을 찾을 수도 있게 됐다. 영양 유전체 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스타트업인 미국의 해빗은 영양과 관련 있는 70여 개의 유전형 정보와 표현형 정보를 활용해 개인화된 행동 계획과 다이어트 코칭 서비스를 지원한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유전형/표현형 정보를 분석해 이상적인 식단을 결정하고, 이렇게 짜인 개인 맞춤형 식단을 만들어 배달까지 한다. 나아가 사용자의 진행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련 소셜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앱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자들이 정보를 꾸준히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2. 운동 유전체(Genetic Fitness) 기반 피트니스
- DNA핏(DNAfit)
운동 유전체 분석은 유전자 정보를 토대로 사람마다 효과적인 운동의 형태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INSIG2 유전자형을 가진 일부 사람의 경우 근력 운동을 해도 근육보다 지방이 더 늘어나기도 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PT 같은 근력 운동은 주 2회만 진행하고 나머지 날은 걷기와 요가 같은 지구력 및 유산소 운동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운동 유전체 스타트업인 DNA핏은 개인 유전자를 분석해 운동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맞춤형 건강 서비스 회사다. 개인에게 맞는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피트니스 강사와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해 목적에 따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불어, 운동과 관련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코치와 쉽게 소통하고 지속적으로 현재 상태를 자각할 수 있도록 해 습관을 변화시킨다.

필자의 경우 DNA핏으로 운동 관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근지구력과 관련된 유전자는 평균 이상이었고 근력과 민첩성과 관련된 유전자는 보통이었다.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근지구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수행한다면 더욱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 영역

살아가는 동안 질병에 걸릴 위험은 어떻게 될까? 유전자 분석을 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앤젤리나 졸리의 이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내 의학적 선택(My Medical Choice)”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이 사례는 부모님 세대부터 내려온 졸리 집안의 유방암 내력과 관계가 깊다. 유방암은 유전성 질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 후 관련 유전자 변이가 검출되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보고 선제적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처럼 예측력 높은 유전자 변이 정보를 활용하면 앞으로 질병에 걸릴 수 있는 확률, 위험에 대해 사전 정보를 획득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1. 질병 위험도(Genetic Health Risk) 예측
- 23앤미
질병 예측과 관련된 DTC 서비스의 대표적인 기업은 23앤미다. 많이 알려졌듯이 23앤미는 소비자들이 개인 유전자 정보를 쉽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파킨슨병을 포함해 13가지 질병에 대해서 발병 위험도를 알려준다. 필자 역시 23앤미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보유하고 있는데, 질병 예측과 관련된 분석에서 황반변성과 제2형 당뇨에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바 있다. 물론 질병 발현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변이는 발견되지 않아 생활 습관 개선 등을 통해 관리하면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평소 건강을 위한 일반적인 권고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했지만 이 같은 유전자 분석 결과를 본 뒤에는 경각심을 가지고 황반변성이나 제2형 당뇨 예방에 필요한 몇 가지 수칙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두게 됐다. 즉, 이전에도 알고 있던 내용들이지만 유전자 분석 이후 권고안이 가지는 무게가 달라진 셈이다. 실천에 대한 적절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059

2. 임신 예정 부부 대상 보인자(Carrier Status) 검사 - 카운실(Counsyl)
임신 예정 부부를 대상으로 그들의 유전체를 분석해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게 존재할 수 있는 유전적 위험성을 예측하는 검사를 수행하는 서비스도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보인자 검사는 주로 상염색체 열성질환으로 알려진 유전질환의 원인 유전자 변이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회사로는 카운실이 있다. 카운실은 낭포성 섬유증, 테이삭스(Tay-Sachs), 척수성 근위축증 및 폼페병(Pompe disease) 등을 포함한 175개의 임상적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보인자 검사를 수행하며, 미국 내 산부인과 전문의 등 전문가 의견도 제공한다. 카운실은 2018년 미리어드 제네틱스에 인수되면서 자회사로 편입됐는데 미리어드가 보유하고 있는 유전성 암 검사 서비스와 결합하면 여성 건강 시장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 약물 유전체(Pharmacogenomics) 기반 처방
- 원옴(OneOme)
커피나 알코올에 대한 민감도가 사람마다 다르듯이 약에 대한 반응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약물 반응, 즉 약물 감수성에 대한 개개인의 차이를 확인한 후 적합한 약물을 적용해 최선의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게 약물 유전체 영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활발하진 않지만 미국 등에서는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체내에서 약물을 얼마나 빨리 흡수, 분배, 대사, 배출하는지 등에 대해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고, 많은 경우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데 착안한 서비스다. 이는 향후 약물 치료와 처방을 향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관련 기업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외과 계열 세계 최고 병원인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이 설립한 원옴이 있다. 이 회사는 환자의 약물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유전자 정보에 근거한 처방이 가능하도록 하며, 약물 반응 및 부작용, 처방약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원옴의 주력 서비스인 라이트메드(RightMed)는 심혈관 질환, 당뇨병 및 정신병을 비롯한 94가지 대립 유전자와 23가지 임상 징후를 다루는 22개 유전자 패널 서비스이며, 약 340가지 처방을 개인별로 제공한다. 또한, 라이트메드 어드바이저를 통해 테스트 결과를 쉽고 빠르게 해석하고, 전문적으로 선별된 약물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 액세스해 약물 간 상호 작용 평가, 대체 약물 탐구, 사용자 지정 보고서를 생성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산업계

약 40년 전 최초의 재택 임신 테스트(Home Pregnancy Test)가 등장하자 일부 의사는 우려를 표명했다. 소비자들이 정보를 다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가 임신 테스트기의 사용이 보편화됐다. 이처럼 의사나 유전 상담사 등 전문가의 역할이 존재한다 해도 개인정보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접근을 원하고, 스스로의 건강을 책임지고 통제권을 가지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런 거스를 수 없는 의료 소비주의 패러다임 속에서 개인 유전체 분석 업계는 어떻게 하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까?

1. 소비자의 관심 이끌 킬러 콘텐츠 확보
공급자 입장에서 “이런 상품을 만들면 잘 팔릴 거야”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서비스 또는 상품이 무엇인지,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 시장에서는 뿌리를 추적해주는 ‘조상 찾기’ 서비스가 개인 유전체 분석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다. 그렇다면 한국 시장은 어떨까? 최근 보험사, 인슈어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질병 관련 유전자 검사 콘텐츠를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물론 보험 가입을 유도할 때 통계 지표보다는 유전자 정보와 같은 개인 건강을 기반으로 한 보장 설계나 상담을 하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유전자 정보는 변하지 않고 일회성 검사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유전체 검사 결과의 활용성을 높이고 소비자를 계속해서 붙들기 위해서는 질병뿐 아니라 관심을 끌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야만 한다.

061


2. 유전형 데이터와 표현형 데이터의 결합
현재, 개인 유전체 산업의 트렌드는 선천적인 유전형 데이터뿐만 아니라 후천적인 표현형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의 건강이 유전자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자 정보는 한 개인의 근본을 이루는 중요한 데이터지만 실제 유전자가 질병 및 건강에 관여할 비율은 20∼3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의 건강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식단,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외부 환경 요소를 고려해야만 하며, 환경에 따라 변하는 동적인 데이터인 표현형 데이터와 분석을 병행해야 한다. 유전자 정보뿐만 아니라 병원 진료(질병, 진단검사, 의약품별 효능과 부작용 등) 기록, 생활 습관(음식 섭취, 음주, 흡연, 운동), 환경(미세먼지, 오존, 독성 물질 노출) 등 데이터를 결합한 선•후천적인 분석이 개인의 건강에 대한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종합 분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기기를 통해 생성돼야 하고, 전자 문서로 저장돼야 하며, 상호 연결과 통합을 위해 표준화돼야 한다. 또한 하나하나의 데이터가 다른 데이터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분석을 통해 얻는 결과물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 예방에 어떻게 이어질지 파악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개인 건강이라는 큰 청사진 아래 데이터의 축적•연결•통합을 뒷받침하기 위한 긴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3.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확장 도모
앞서 언급한 23앤미와 앤시스트리 등은 조상 찾기라는 킬러 콘텐츠를 기반으로 유전자 정보를 생성한 뒤, 생성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이런 확장이 가능한 이유는 유전형 데이터와 표현형 데이터를 함께 보유하고 있어 질병 관련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3앤미는 글로벌 제약회사인 GSK와 협력해 공동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단독으로도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제약회사들 역시 실패 위험이 큰 임상시험의 성공률을 높이고, 개인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유전체 업체와 손잡고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트렌드의 시대가 가고, 취향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유전체 분석처럼 개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전자 정보 기반의 실생활 밀착 솔루션을 개발하면 소비자의 경험 가치를 극대화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면서 개인 맞춤형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062


4. DNA 앱과 빅데이터, AI 기술의 접목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고, 클릭 한 번만으로 생성된 유전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DNA 앱이 등장했다. DNA 앱 개발로 유전자 정보를 검색하거나 유전자 분석 결과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나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생성된 유전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앱을 개발하는 회사가 유전체 빅데이터 산업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의 헬릭스와 국내의 마이지놈박스(Mygenomebox)가 유전자의 건강 위험 요소와 신체 특징에 대한 정보를 활용한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빅데이터와 AI 등 첨단 분석 기술과의 융합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기술 융합으로 유전체 분석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고 있으며 2025년경이면 트위터나 유튜브의 데이터보다 훨씬 더 많은 유전자 정보 자료가 축적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많은 기업이 AI나 슈퍼컴퓨터를 접목해 유전자에 기반을 둔 치료와 신약 개발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선진 유전체 분석 기업들도 유전자 정보의 머신러닝을 위해 이미 막대한 투자와 사업 확장을 꾀하는 중이다.

개별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

비즈니스 시작의 첫 단추는 업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인데, 개인 유전체 산업을 포함한 헬스케어 산업에서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규제’다. 규제가 산업을 멈출 수도, 나아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23앤미는 설립 당시부터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인의 특성 및 질병에 걸릴 확률과 가계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왔는데, 2014년 FDA로부터 돌연 서비스 중단 통보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중단 이유는 질병 관련 서비스의 근거가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하지 않아 고객에게 제공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회사는 질병 예측 서비스를 접고, 단순 가계도 서비스 제공으로 활동을 축소해야 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2017년 4월 FDA가 서비스를 재승인하면서 23앤미는 이제 누구에게나 질병에 걸릴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게 됐다. FDA의 규제 완화 이후 23앤미 유전자 분석 서비스의 이용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해 2019년 기준으로 약 9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렇듯 개별 기업 입장에서 규제를 잘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며, 국내외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헬스케어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는 네거티브 규제(사후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는 포지티브 규제(사전 규제) 방식을 취한다. 개인 유전체 분석 관련해 진행한 DTC 시범 사업의 경우도 국가에서 지정한 유전자 정보만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한 대표적인 포지티브 규제다. 이런 규제에 대한 검토가 선결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유전자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문제도 아직 해결해야 할 이슈다. 법적으로도 복잡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의료 서비스가 질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존재했지만 이제는 질병에 걸리기 전 관리를 하는 예방을 위해 존재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예방의학을 넘어 일상적인 건강 관리가 의학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트렌드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건강 정보에 대한 소유권과 관리 권한을 병원을 가지고 있어 개인 맞춤형 질병 예방 및 관리 서비스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앞으로 개인 유전체 분석 기술은 개인이 주도권을 갖고,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토대로 건강 관리, 질병 예방, 효과적 약물 치료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말 개인이 주체가 돼 자신의 건강 정보를 소유하는 게 가능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의료와 헬스케어 산업도 점점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의료 품질과 환자 편의성, 서비스 접근성 향상과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 산업이 윈윈(win-win) 방식으로 소비자의 관심사를 다루고 소비자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보수적인 의료계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규제를 넘어야 하는 산업 특성상 개인 유전체 관련 신사업 모델이 자리를 잡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 유전체 분석 기업들이 의료계와 고객의 수요를 겨냥한 사례를 축적해 단계적으로 가치를 입증하고, 기존 헬스케어 주체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빅데이터 처리 능력과 AI 기술 등을 접목하면서 개인 맞춤형 트렌드를 선도한다면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이다.


필자소개 최경환 SK증권 ECM팀 차장•조직공학박사 kyounghwan.david.choi@gmail.com
최경환 박사는 건국대에서 의학공학을 전공하고, 아주대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마크로젠, 굿젠, 테라젠이텍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등 유전체 기업들에서 IPO(기업공개), 전략기획, 사업개발, 마케팅 등 업무를 두루 경험했으며, 현재는 SK증권 ECM(주식자본시장)팀에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에 대한 IPO 및 직간접 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다. 유전체 비즈니스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연구하고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0호 Ontact Entertainment 2020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