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커뮤니케이션

“잘 마무리했어!” vs. “잘 끝내줘서 고마워”

291호 (2020년 2월 Issue 2)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기우(최우식 분)가 영어 과외선생으로 다혜(정지소 분)와 처음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무뚝뚝한 다혜에게 계획을 품은 기우가 그녀의 손을 갑자기 잡는다. 다혜는 손이 잡힌 순간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리며 떨려 한다. 그런데 그 순간을 변곡점으로 기우를 대하는 다혜의 태도가 달라진다. 기우를 실제로 좋아하게 된 것이다. 기우가 손을 잡은 게 영향을 미친 것일까? 물론 영화에는 과장된 부분이 있고 상대의 동의 없이 손을 잡는 것은 자칫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손을 잡아서 상대방의 환심을 사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이기도 하다. 근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윌리엄 제임스는 이런 현상을 “우리들은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프고, 기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기쁜 감정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제임스-랑게 이론1 이라고 부른다. 우리 뇌에서는 감정이 신체 상태를 만들지만 신체 상태도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림 1)



예컨대,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운동을 같이하면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운동을 한 후 우리 몸의 생리적 변화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빨라지게 된다. 이 상태는 어떤 상태와 유사할까?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 있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이럴 때 눈앞에 이성이 보이면 뇌는 그 사람이 좋아서 두근거리는 것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그림 1 Case B). 그래서 평소 같으면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이라도 그 순간에는 호감도가 올라간다. 좋아서 두근거리는 것이 아니라 두근거려서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림 1]의 Case B처럼 상대의 신체 상태에 변화를 줌으로써 상대방의 호감을 얻으면 보다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뇌에서 몸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대표적 물질은 신경조절물질 또는 호르몬2 이다. 이 중에서 특히 긍정적 감정 형성과 관련이 있는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의 분비 원리를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호감을 얻고 누군가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긍정적 감정 호르몬 활용 Tip 1
: 신뢰와 유대의 호르몬, 옥시토신!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항상 어딘가와 연결되기를 갈망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뇌를 들여다보면 이 말은 더욱 명확해진다. 세계적인 뇌과학자 디크 스왑(Dick Swabb)이 저술한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우리 뇌3 이고, 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뉴런(Neuron)이다. 뉴런은 항상 어딘가와 연결(시냅스 Synapse)돼 있어야 한다. 연결되지 못한 뉴런은 대뇌 신경계에서 존재 의미를 잃어버린다. 뉴런의 숙명이다. 연결이 끊어진 뉴런은 뇌의 작동 원리에 따라 서서히 약해지다 소멸해버린다.4 (그림 2) 연결을 추구하는 뇌는 관계에 대한 열망을 만든다.

그렇다면 뉴런의 연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극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크 로젠츠바이크(Mark Rosenzweig)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쥐를 각기 자극이 결핍된 환경과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키웠다. 자극이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쥐가 시냅스의 숫자뿐만 아니라 뉴런의 부피와 밀도가 현저히 작고 낮았다.5 뇌의 발달에 자극이 결정적인 요소라는 의미다. 우리들은 대부분 자극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다. 관계에서 자극을 얻고, 이 자극이 뇌의 연결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관계와 깊이 관련이 있는 대표적인 대뇌 물질이 바로 옥시토신(Oxytocin)이다.

옥시토신은 우리 몸의 중요한 호르몬이자 뇌 안에서는 신경조절물질 역할을 한다. 각종 관계에 필요한 정서적 유대와 신뢰감 형성과 관련돼 있다.6 실제로 옥시토신을 코를 통해 투여하자 금전 거래에서 상대를 거의 맹목적으로 믿을 정도로 신뢰도가 올라갔다고 한다.7 또 옥시토신은 스트레스 반응을 촉발하는 편도체(Amygdala)의 반응성을 떨어뜨리고, 감정을 통제하는 전두엽(Frontal cortex)의 활동을 강화해 감정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8 상대를 믿고 연결됐다는 느낌이 들 때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상대에 대한 신뢰감과 유대감도 더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호르몬 효과를 커뮤니케이션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옥시토신은 접촉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따라서 옥시토신을 분비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접촉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이라면 손을 잡아주거나 긴 포옹을 하면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된다. 이왕이면 손이나 몸을 따뜻하게 하고 접촉하자. 따뜻할수록 옥시토신 분비에 더욱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9 손이나 포옹과 같은 접촉하기 힘든 사이라면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도 방법이다. 따뜻한 말이란 정서적 응원이 되는 말이다. 대표적인 형태가 감사이다. 물론 칭찬도 옥시토신을 분비시키는 좋은 방법이지만 마무리를 감사로 끝내면 효과는 배가 된다. 다음 두 문장을 비교해보자.



A. 이번 프로젝트를 멋지게 잘 마무리했어!
(칭찬만)
B. 이번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주어 고마워∼
(칭찬 + 감사)

어느 문장에서 더 따뜻함이 느껴지는가? 대부분 사람이 B라고 답한다. 감사에는 칭찬의 부작용 중 하나인 평가받는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이렇게 무조건적 신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분비가 촉진된다.

감정의 연결을 갈구하는 우리는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그 사람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와 이야기하는 상대가 물리적/언어적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면 그 따뜻함이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그 옥시토신이 신체적 피드백으로 작용해 감정적 따뜻함과 연결될 것이다.


긍정적 감정 호르몬 활용 Tip 2
: 안정과 기분을 향상시켜 주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

세로토닌은 우리 뇌 안에서 차분함과 편안함을 촉진하고 우울증과 짜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호르몬이다. 10 항우울증 치료제 중 일부는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 시냅스상에서 세로토닌의 활동을 연장한 것이라고 한다.11 또 다른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자극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세로토닌은 일상의 작은 행복감을 느끼게 만든다. 세로토닌의 분비가 많을수록 마음이 안정되고 상대의 말에 공감할 확률이 높아진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호르몬이 바로 세로토닌인 셈이다. 세로토닌은 뇌간의 솔기핵(raphe nucleus)에서 생성돼 대뇌 피질 전체에 분비된다. 특히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원활한 작동에 세로토닌은 필수불가결한 물질이다. 12 (그림 3)



전전두엽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공감뇌’라고도 부른다. 13 세로토닌은 이런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고, 활성화된 전전두엽이 상대의 말을 더욱 잘 공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커뮤니케이션에 세로토닌 분비 원리를 활용하는 세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함께 햇볕 쬐기
맑고 화창한 날 햇살을 맞으며 우울한 기분이 든 적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밝은 햇빛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상대와 좀 더 편하게 소통하고자 한다면 맑은 날 햇볕을 쬐며 대화해보자.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싶은 상대가 직장 동료라면 사무실에서 잠시 빠져나와 햇빛 좋은 곳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사무실 안14 보다 자신의 말에 공감할 확률이 높다. 세로토닌의 작용 덕분이다.

② 함께 몸을 움직이기
몸을 움직이면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뉴런의 발화 빈도가 높아지고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된다. 재미있는 점은 제대로 된 운동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몸을 움직이기만 해도 세로토닌은 증가한다고 한다. 15 이러한 세로토닌 분비 원리를 활용한다면 상대와 함께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한 후 대화하면 어떨까? 활동 전과는 조금이라도 달라진 상대의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활동은 몸만 움직이기만 한다면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물론 자전거 타기나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 세로토닌 분비를 더욱 촉진하겠지만 같이 가볍게 걷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심지어 청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쨌든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③ 행복한 기억 회상하기
날이 흐려서 함께 몸을 움직일 상황이 아니라면 대화에 앞서 상대가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자. 단순해 보이는 일이지만 세로토닌 생성에 효과적이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전대상회(ACC, anterior cingulate cortex)에서 세로토닌 생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반대로 슬픈 기억은 세로토닌 생성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16 상대의 유형에 따라 이런 질문이 세로토닌 생성에 도움된다. 행복한 순간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질문의 예는 다음과 같다.

“회사 채용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료에게)
“이번에 여행 가서 특히 좋았거나 신났던 순간은 언제였어?” (여행을 다녀온 동료에게)
“아기가 언제 제일 귀여워?” (어린 아기가 있는 동료에게)
“그래도 일하면서 성취감이나 보람을 제일 많이 느낀 순간은 어떤 일을 할 때였어?” (무기력한 동료에게)

누군가와 왜 대화하기가 힘든지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상대가 자신이나 자신의 말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하자. 햇살 좋은 날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다. 따뜻한 감사의 말도 함께 건네면서 말이다. 앞서 말한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이 모두 분비되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대화의 도입부에 그 사람이 말하면서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교수실에서 전임 교수로 활동한 후, 교육 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전략(Shaping Strategy)’ ‘브레인 커뮤니케이션 특강’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 ‘강의 스킬 및 코칭’이 주된 강의 분야이며 교육생 관점으로 강의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는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2호 Hyper-personalization 2020년 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