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기부 대상자 명확하면 기부자의 마음 더 열려Based on “Do Sympathy Biases Induce Charitable Giving? The Effects of Advertising Content” Sudhir, K., Roy, S., & Cherian, M. (2016) In Marketing Science, 35(6), 849-869.무엇을, 왜 연구했나?미국에서는 전체 가정의 70%가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을 구하거나 자연환경 보존을 목표로 하는 단체에 정기적으로 기부한다. 기부를 독려하는 기부 마케팅도 활발하다. 미국 국세청에 따르면 연간 약 76억 달러(약 8500억 원)가 NGO의 마케팅 활동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 마케팅에 관한 보고서와 연구 결과는 다수 존재하지만 기부 마케팅의 효과를 현실에서 엄밀하게 검증한 연구는 드물다. 예를 들어, 헌혈에 대해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하면 헌혈자가 늘고 복권을 제공하면 기부자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보고된 바 있지만 그 보상 효과가 학문적 또는 통계적으로 엄밀하게 검증되지는 않았다. 반대로 학계에서 제안된 보상 방법은 실험실에서만 효과가 검증된 것이고 현실에서는 검증된 적이 없다.
미국과 인도 출신의 연구자들은 인도 현지에서 실험을 해서 기부 단체의 마케팅 활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총 4가지 기부 마케팅 기법의 효과를 실험으로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중 3가지는 기부 대상자와 기부자의 사회적 거리를 줄여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심리학적 방법이다.
(1) 기부 대상자를 분명하게 알리기(identified victim effect)
(2) 기부 대상자가 기부자와 같은 집단에 속한다는 점을 알리기(in-group vs. out-group effect)
(3) 기부 대상자의 상황이 점차 나빠진다는 점을 알리기(reference dependent sympathy)
마지막 1가지는 행동경제학 기법으로, 사람들이 적은 액수를 여러 번에 나누면 내기 쉬워한다는 점을 이용한 (4) 조금씩만 내기(a pennies a day, PAD)였다.
무엇을 발견했나?HelpAge India는 인도 노년층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는 NGO 단체로 1978년에 세워졌다. 이 단체에서 운영하는 ‘Support a Gran’이라는 프로그램은 노년층에게 최소한의 음식, 기초적인 의류, 최저 생계비를 매달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들은 기부를 요청하는 편지를 매년 3월에 보낸다. 참고로 인도의 3월은 선이 악을 이기는 힌두교 축제 홀리(Holi)가 있고, 연간 수입을 국세청에 신고하는 기간이다. 따라서 기부를 독려하는 종교적, 경제적 유인책이 이미 존재하는 기간이다.
연구자들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기제를 검증하기 위해서 기부를 요청하는 편지를 여러 방법으로 수정하고 무작위로 보낸 뒤, 얼마나 많은 응답자가, 얼마나 많은 액수를 실제로 기부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2011년 3월에 수행했다. 즉, 내용을 손대지 않은 기본 편지 1개, 4가지 기부 마케팅 기법을 하나씩 다르게 적용한 12가지의 편지를 마련한 뒤, 기부 경험이 없는 18만4396명의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총 13가지 편지 중 1가지 편지를 무작위로 보냈다.
4가지 기법을 다음과 같이 적용했다. 첫째, 기부 대상자를 알리지 않은 편지에는 대상자를 퇴직한 여성 4명이라고 소개했고, 기부 대상자를 알린 편지에는 학교 선생님으로 퇴직한 할머니 한 명의 개인정보와 사진을 더했다. 둘째, 기부 대상자가 다른 집단인 편지에는 대상자의 종교가 기독교였고, 기부 대상자가 같은 집단인 편지에는 대상자의 종교가 힌두교였다. 셋째, 상황이 원래 나빴던 편지에는 대상자가 사별한 후 어떤 상황이었는지 불분명하게 썼지만, 상황이 점차 나빠지는 편지에는 대상자가 은퇴 전에는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넷째, 하루에 조금씩만 내기(PAD) 기법이 적용되지 않은 편지에는 매달 750루피를 기부하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고, 이 기법이 적용된 편지에는 하루에 25루피를 기부하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다.
실험 결과,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3가지 기법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기부 대상자가 1명으로 명시되면 4명일 때에 비해 기부율이 2.55배 증가했고(0.24% vs. 0.09%) 기부액이 2배 증가했다. 기부 대상자의 종교가 힌두교이면 기독교인 경우에 비해서 기부율이 42% 증가했고(0.28% vs. 0.19%) 기부액이 77% 증가했다. 기부 대상자의 상황이 점차 나빠진다고 했을 때는 상황이 원래부터 상황이 나빴던 경우에 비해서 기부율이 51% 증가했고(0.23% vs. 0.15%) 기부액이 33% 증가했다.
그런데 마지막 행동경제학 기법은 예상과 반대로 효과가 나타났다. 기부액이 월 단위로 제시되면 일 단위로 제시될 때 비해서 기부율이 71% 증가했고(0.24% vs. 0.14%) 기부액이 66% 증가했다.
결국 4가지 기법을 결합하면(기부 대상자를 1명으로 명시하고, 기부자와 기부 대상자가 같은 힌두교 집단에 속하고, 기부 대상자의 상황이 점차 나빠지고 있으며, 기부액이 월별 단위로 제안) 그런 장치 없이 기본적인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낼 때보다 기부율이 3.3배에 이르렀고 기부액도 3.78배에 달했다. 반대로 기부 대상자가 불분명하고(4명) 일일 기부액이 제안된 편지를 보내면 기본 편지를 보낼 때 비해서 기부율과 기부액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연구자들은 이 실험에서 발견된 효과가 3월이 아닌 다른 달에는 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지진이나 홍수처럼 구체적인 자연재해를 명기하면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연구진은 기부액 매칭이나 세금 환급과 같이 큰 비용을 들여서 기부를 독려하는 것과 달리 추가 비용 없이 내용만 바꿔도 기부율과 기부액이 3배 이상 증가한다는 점을 현실에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이 연구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특히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HelpAge India의 CEO인 Cherian은 “마케팅 활동을 결정하기 위해서 논의를 할 때마다 직관적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실험 결과 우리의 직관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기부를 하는 사람이 2013년까지 꾸준하게 증가해서 580만 명에 다다랐지만 2014년 이후 감소해 2015년에는 529만 명까지 떨어졌다. 기부할 만한 경제적 여력이 있는 국민이 줄어들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자신이 기부한 돈이 기부 대상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해당 단체가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부 자체를 꺼리는 심리적 이유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기부단체들도 ‘기부 대상자를 분명하게 알리는’ 기법을 활용하면 기부자의 마음도 얻고 단체의 신뢰도도 함께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기존의 행동경제학 연구에서 꾸준히 받아들여진 ‘하루에 조금씩만 내기’ 기법이 역효과를 냈다는 사실은 영리 기업의 마케터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고객은 최종 지불 액수가 충분히 크지 않다고 느끼면 나누어 내는 것을 귀찮아하고 일시불로 지불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최종 가격이 얼마일 때 나누어 지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판매 증진에 도움이 되는지 산업별, 제품별 조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디자인싱킹, 신제품 개발, 판단과 의사결정을 연구하며, 디자인마케팅랩을 운영하고 있다.
Marketing온라인 매장에서도 제품 만지는 느낌 갖게Based on “A Touching Experience: Designing for Touch Sensations in Online Retail Environments”, by Suzanne Overmars and Karolien Poels in International Journal of Design, 9(3), 2015, pp. 17-31.무엇을 연구했나?소비자는 신체적 접촉을 한 대상에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 경향이 있다. 많은 연구가 소비자로 하여금 단지 제품을 만지게 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제품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힌다. 텔아비브대의 야콥 코닉(Jacob Hornik) 교수는 소비자가 판매원과 악수를 하기만 해도 그 판매원과 판매원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간의 오감 중에서 촉각은 소비자의 제품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원리를 감안해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가 제품을 쉽게 만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소비자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를 매장 곳곳에 비치해놓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바구니를 든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두 손이 자유롭기 때문에 더 많은 제품을 만질 수 있다. 마케터는 소비자가 매장 내에서 바구니를 쉽게 발견해 사용하도록 바구니를 비치하는 위치에도 신경을 쓴다.
최근에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매장에서까지 촉각을 활용하는 마케팅 방법에 관한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매장의 한계 중 하나가 바로 상품 실물을 직접 만져볼 수 없다는 점이다. 2003년 조지아공대와 워싱턴주립대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촉각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 제품을 만져본 것과 같은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벨기에 안트베르펜대 연구진은 인터넷에서 제품 이미지를 보여줄 때 ‘대화형 인터페이스(Interactive Interface)’ 방식을 쓰냐, ‘고정된 인터페이스(Static interface) 방식을 쓰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험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사전에 연구자들이 설계한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스카프를 살펴보라는 미션을 받았다. 고정된 인터페이스 방식 조건에서 참가자들은 정지된 이미지의 스카프를 보게 된다. 반면 대화형 인터페이스 방식 조건에서 참가자들은 동일한 스카프 이미지에 마우스를 대고 커서를 이동하면 마치 스카프를 손으로 만졌을 때 스카프가 변형되는 것처럼 부드럽게 스카프 이미지가 변형되도록 보여줬다. 다시 말해 동일한 제품 이미지지만 대화형 인터페이스 방식에서는 이미지상으로 소비자들의 촉감을 자극한 것이다. 실험 결과 대화형 인터페이스 방식을 경험한 소비자가 고정된 인터페이스 방식을 경험한 소비자보다 제품에 긍정적인 훨씬 더 감정을 갖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촉각이 반드시 피부를 통해, 즉 실질적으로 물건을 만지는 행위를 거치지 않더라도 자극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 fMRI(혈류를 이용해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를 활용한 뉴로사이언스(Neuroscientific) 연구들도 사람들에게 터치를 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는 시각적 자극 요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해당 제품을 만진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밝힌다. 뇌 이미지 기술을 비교해보니 실제 제품을 만졌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은 제품을 만졌을 때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이미지를 보여줬을 때도 동일하게 활성화됐다. 즉 온라인상에서 제품 이미지를 보일 때 단순히 고정된 이미지를 전달하기보다 제품을 만졌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잘 표현한 시각적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만진 것 같은 긍정적 감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본 연구 결과는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매장에서도 촉각 효과를 극대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사용할 때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만이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만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여겨져서 온라인 매장에서는 촉각보다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을 자극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본 연구는 온라인 매장이라고 해도 촉각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마치 제품을 직접 만진 것과 같은 수준의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360도 이미지 회전(360-spin rotation, 제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기술) 등 온라인에서도 제품을 실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가 오프라인상에서 제품과 촉각적으로 소통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이런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웹사이트에 방문한 소비자들도 생생하게 제품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필자는 성균관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Wales 에서 소비자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컴퍼니인 닐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국내외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디지털·소셜 미디어 마케팅’ ‘소비자 심리’ 등이다. 저서로 『평범한사람들의 비범한 영향력, 인플루언서』(공저) 『바이럴: 입소문을 만드는 SNS 콘텐츠의 법칙』 『구글처럼 생각하라』 『디지털 소셜미디어 마케팅』 등이 있다.
Political Science
강한 감정은 중요한 정보의 습득을 방해한다
Based on “Disgust, Anxiety, and Political Learning in the Face of Threat” by Scott Clifford and Jennifer Jerit in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2018),62(2), April 2018, pp. 266-279
무엇을, 왜 연구했나?
마케팅 종사자들만큼 ‘감정의 힘’을 잘 아는 사람들도 아마 없을 것이다. 모든 효과적인 마케팅은 반드시 감정을 건드린다. 정치학계에서는 아직 ‘감정’은 많이 연구되지 않은 영역인데 여전히 인간 행위가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라는 가정을 표준으로 삼기 때문인 것 같다. 감정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지만 행위의 강력한 동기가 되곤 하는 ‘불안’과 ‘혐오’라는 두 가지 감정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가 있다. 미국 휴스턴대의 스콧 클리퍼드와 스토니브룩대의 제니퍼 제릿이 함께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 두 감정은 행위 유발에 있어 효과가 매우 상이하다. ‘불안’은 불안을 촉발한 원인에 관한 정보 습득에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반면, ‘혐오’는 오히려 중요한 정보 습득을 기피하게 만드는 감정이라는 것이 연구의 핵심 주장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불안’과 ‘혐오’가 행위에 미치는 효과를 탐구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실험을 진행했다. 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전염병에 관한 기사의 일부를 읽고 난 후 ‘불안’과 ‘혐오’의 수준을 각각 달리 조절해 전염병의 증상을 묘사한 내용을 더 제공받게 된다. 신체의 면역 체계를 공격해 피로를 유발하며 치료제가 없다는 내용은 응답자 모두에게 공통으로 제공되나 ‘낮은 혐오’ 그룹은 고통스러우나 혐오감을 유발하지는 않는 증상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심한 두통과 관절 통증)를, ‘높은 혐오’ 그룹에게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증상에 대한 묘사(출혈을 동반한 설사, 고름 수포)를 다르게 제공한 뒤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한편 불안의 정도는 전염성의 정도와 치사율에 관한 정보를 차별해 제공했다. 그 후, 응답자들은 혐오감의 정도와 불안감의 정도를 표기하도록 했고, 이 전염병의 증상에 관한 설명으로 맞는 답을 고르도록 했다. 이 두 감정이 인지 혹은 기억의 왜곡을 낳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전염병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받기 원하면 e메일 주소를 기입하도록 하는 항목을 넣어 추가 정보 습득 노력의 적극성에 미치는 효과도 측정했다.
본 논문이 세운 가설은 세 가지인데 1) 혐오감은 혐오유발대상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관련 정보에 대한 기억의 정확도를 높이는 반면, 2) 주변적인 정보에 대한 기억력은 떨어뜨리고, 3) 혐오유발대상을 기피할 뿐만 아니라 그 주제에 대한 추가 정보 습득도 기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가설대로 ‘높은 혐오’ 그룹의 응답자들이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증상에 대한 정보를 더 정확히 기억한 반면 피로를 유발한다는 내용과 같은 평범한 증상에 대한 기억은 잘하지 못했다. 그러나 ‘불안’이라는 감정은 이러한 선택적 기억의 효과를 낳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위유발 효과와 관련해서는 ‘높은 불안’ 그룹의 응답자들은 추가 정보 요청에 더 적극적이었던 반면 ‘높은 혐오’ 그룹의 응답자들은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지 않았으나 추가정보 요청에 보다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불안은 위험 회피를 위해 더 정확한 정보획득에 나서게 하는 동인인 반면 혐오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감정에 기반을 둔 정치의 중요성은 근래 여러 서구 국가에서 인종주의적 색채를 띠는 극우정당의 약진에서도 볼 수 있다. 즉, 계몽된 이성에 기반을 둔 제도 안에 도덕적 당위성에 근거한 규범을 안착시키려고 했던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타자에 대한 두려움, 혐오라는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의 성공만큼 감정의 강력한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본 논문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모든 감정이 동등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안과 혐오와 같은 강력한 감정은 인간이 자기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발달한 기제라고 볼 수 있으나 혐오는 그 자체가 너무 강력한 감정이라 오히려 정확한 정보 획득이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사안은 감정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의사결정자가 어떤 감정에 더 영향을 받는지, 정보 획득과 인지에 왜곡이나 선택적 집중이 개재돼 있지는 않은지 세심히 살펴봐야 할 필요를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의 불안과 혐오 감정에 어떻게 대응할지, 직원들의 감정에 대해 어떻게 구분해 대처할지 고민하게 해주는 연구다.
필자 소개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