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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의 사회적 가치 모델

본연의 ‘업’과 연결돼야 지속성 있어
입주민 주거환경 개선 사업 등 돋보여

금현섭,강태영 | 253호 (2018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최근 공기업 경영 성과관리의 핵심 이슈로 ‘사회적 가치’가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정확하게 그것이 어떤 개념인지는 명확히 정리돼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 본연의 ‘업’과 연결해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 그런 면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7년 한 해 동안 진행한 사회적 가치 실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LH는 우선 사회적 가치 추구를 완전히 새로운 과제로 이해하지 않고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 환경’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고민했고 실행했다. 예를 들어 LH아파트 입주민에 대한 생활 서비스 제공 프로그램을 만들고, 프로그램 실행 인력으로 고령층을 채용한 것은 ‘일자리 창출’ ‘고령사회 문제 극복’ ‘주민 서비스 강화’라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모두 충족하면서 동시에 LH의 ‘미션’을 추구하는 과정이었다.


사회적 가치와 공공기관
최근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강조되기 시작하자 대부분 공공기관은 기본적인 정의와 개념 이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이를 경영 관리와 사업 추진에 접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설명회와 세미나, 강연 등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는 여전히 모호해 보였다. 무엇보다 학술적으로 정립된 개념이 아니며 기존의 윤리경영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공유가치 창출(CSV), 공공가치 등의 개념들과도 중복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호성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실무 현장에서 실행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작업개념(working concept)으로 사회적 가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사회적 가치 개념을 정리해보고 실제 2017년 한 해 동안 이를 성공적으로 실행한 공기업의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사회적 가치란?
먼저 가장 유사한 개념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들 수 있다. CSR은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될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사회적 이익을 위한 기업의 이윤 포기’라는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사회적 이익이란 기업 이외에 근로자, 환경, 지역사회, 관계자 등의 이익을 내포하며, 포기란 법적·계약적 차원에서의 의무를 넘어서는 자발적 희생이라는 의미가 내재돼 있다. 즉, CSR이란 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주주의 이익 중 일부를 희생하는 경영 행태를 의미한다. 물론 이윤 희생의 동기는 다양한데 대체로 자선과 같은 이타적 동기, 중장기적 이윤 추구를 위한 단기적 이윤 희생이라는 포괄적 이윤 동기, 잠재적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규범 수용 요구를 대변하는 시민성 동기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MS)를 세운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Facebook)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기업가, 혹은 기업 내 CEO의 이타적 의도를 따르는 것이 첫 번째 유형이라면 브랜드 이미지 제고나 잠재적 고객 및 시장 내 지위 확보를 통한 지속가능성 강화는 두 번째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CSR 기업에 대해 종업원, 고객, 잠재적 투자자가 갖는 우호적 행태가 세 번째 유형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제기되는 사회적 가치 추구는 사회적 이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CSR과 유사하지만 제한적인 이윤 포기보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즉, CSR에 비해 경영전략 수립과 사업 수행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이익을 고려하고 지향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이윤 추구를 기본 책무로 하는 민간 기업의 경우 포기할 수 있는 이윤의 범위는 한정적이거나 부가적 고려 사항인 데 반해 공공 서비스 제공을 기본 책무로 하는 공공기관의 경우 적극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는 공공기관의 미션을 수행하고 조직 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으로서 경영관리와 사업수행 전반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 사회봉사나 사회적 약자 지원 등과는 차별화된다. 물론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강조가 공공기관에 경제적 가치의 경시로 받아들여져서는 곤란하다. 공공기관의 정부 재정 의존도는 여전히 납세자에 대한 부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추진은 부여받은 미션과 업(業)과 연계된 활동이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며 경영전략의 수립과 사업 설계에 있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이 중요하다.

2) 사회적 가치 도출 관련 이슈
공공기관의 성과를 사회적 가치라는 관점에서 평가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정부는 사회적 가치를 인권, 안전, 고용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규정하며, 정부 운영을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를 경영전략 및 사업 추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는 여전히 공공기관에는 과제로 남아 있으며 관련해서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간의 갈등 문제다. 예를 들어, 공기업의 경우 시장성과 공공성의 결합을 요구받고 있지만 하나가 다른 하나의 제약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동일한 이유로 미흡한 성과의 변명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컸다. 이번 정부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강조 역시 경제적 가치와의 재균형(reblancing)을 통한 병합과 공존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재무성과에 치중해 온 공기업이 사회적 책임 수준을 넘어서서 사회적 가치 추구로 그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경우 경영전략과 사업구조는 물론 성과관리, 조직·인사관리,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등에서 많은 변화(거래비용)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러한 가치 간 우선순위 변화가 밑으로부터의 수렴이 아니라 위로부터의 지시에 의하는 경우 내부 구성원의 저항은 물론 거래관계에 있는 직접적 이해관계자와 그렇지 않은 잠재적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도 유발할 수 있다. 대안으로 참여와 합의를 강조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의 크기와 정도가 클수록 그 가능성은 떨어진다. 전담 부서를 활용한 가치 할당, 가치 간 전략적 순환, 사례별 관리 등 조직 내 적극적인 가치갈등관리(value conflict management)가 필요한 이유다.

둘째, 공공기관의 내적 관리 측면에서의 도전이다. 많은 연구에서도 지적됐듯이 기업의 CSR의 효과는 생각보다 그리 명확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소비행태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일관적이지도 않다. CSR을 수행하는 기업에 근무하고자 하는 지원자가 많아지는 경향도 보이지만 이들의 생산성이나 윤리성에 대한 평가 역시 일관적이지 않다. 규범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수행할수록, 많은 홍보가 이뤄질수록 도리어 그 효과는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공공기관이 유사한 취지에서, 유사한 사회적 가치 추구를 수행하는 경우 중복과 일상화에 따른 효용 감소가 예상된다. 또한 지금처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사회적 가치 활동에 연계할 경우, 또 다른 왜곡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적 동기를 외적 유인 체계로 보상하는 경우 발생하는 ‘구축 가능성’이 그것인데,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이 금전적 성과급 획득을 위한 전략으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급격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안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러한 평가방식이 단기 성과를 위한 정부의 일반적 접근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공공기관의 중장기적 경영전략으로서 사회적 가치 추진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더욱 면밀한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셋째, 정부를 포함한 공공 부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인식하고 이를 고려한 상태에서 움직여야 한다. 과거 민간 부문에 비해 자원과 역량, 정보가 우월했을 때의 사업운영 방식을 상황이 역전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려 하고(무능력),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규정에 매달리고 관장 범위에 안주하고자 하며(무책임), 국민의 삶의 질이라는 궁극적 목표보다는 주어진 업무에만 스스로를 제약한다는 것이다(무관심). 사회적 가치 추구는 이러한 공공기관의 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한다. 현재 정부의 경영평가 지침에서 엿볼 수 있는 사회적 가치 모형은 일자리, 균등한 기회 및 사회통합, 안전과 환경, 상생과 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을 포함하고 있다. 1

주의할 점은 이들 5가지 사회적 가치를 맞추기 위한 사업설계를 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대한 책임과 관심이라는 차원에서 해당 공공기관의 업(業)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가 도출돼야 하고, 이를 반영한 사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요소에 사업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업에서 평가요소를 도출하거나 부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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