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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신-구기술 결합’ 대부분 성과 저조 새로운 기술 전력투구할 시간 놓쳐

페르난도 F. 수아레즈,제임스 우터벡 | 252호 (2018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질문
중견 기업들은 중대한 기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중견 기업들은 기술적 변화에 직면하면 하이브리드 제품에 주력한다.
- 하이브리드 제품에 주력하면 기존 기술에 계속 얽매이게 되므로 중견 기업들이 열세에 놓일 수 있다.
- 기존 기업들이 이전 기술에 매달리는 동안 신흥 주자들은 시장 입지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8년 봄 호에 실린 ‘THE HYBRID TRAP: Why Most Efforts to Bridge Old and New Technology Miss the Mark’를 번역한 것입니다.




기술적 전환은 도전이다. 성숙한 산업에 속한 기업들에는 더 큰 숙제다. 우리는 업계의 주류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조기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신기술에 기습 공격을 받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중견 기업 일부는 신기술의 조기 수용자가 될 만한 시장 감지력과 수완을 가졌지만 이런 회사들조차 리더가 되기 위한 비전과 의지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보통은 구기술과 신기술의 구성 요소들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매달린다. 문제는 시장이 신기술을 완전히 수용하게 되면 이런 하이브리드 전략은 최고의 선도 기업들도 열세에 놓이게 한다는 점이다. 필자들은 이를 ‘하이브리드의 함정(hybrid trap)’이라 부른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EV)로의 시장 전환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길 주저할 때 어떤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제너럴모터스(GM)나 혼다자동차(Honda Motor)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 중 일부는 전기차 시장이 생성되던 초기에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 자동차 기술의 가치를 계속 강조하기 위해 전기차 프로젝트에서 뒷걸음쳤다. 그러고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구기술과 신기술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에 집중했다. 이런 상황은 EV 기술에 전력투구했던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테슬라(Tesla)가 대표적일 것이다. 중견 자동차 회사들은 테슬라에 쏟아지는 시장의 관심을 목격하고 나서야 자신들의 하이브리드 전략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전기차에 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2017년 중반쯤에는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 대부분이 향후 2~5년 안에 출시할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개발하면서 EV 기술을 따라잡으려는 경쟁에 가세했다.

한편 EV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테슬라는 기존 제조사들에 한층 더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며 시장을 계속 공략했다.

테슬라는 2016년 3월에 회사의 첫 번째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Model 3)를 발표했고, 2017년 여름에는 이 전기차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소비자가 45만5000명이 넘었다. 테슬라가 궁극적으로 이 사업에서 성공할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테슬라가 EV 시장에서 구축한 강력한 리더십은 변화에 직면한 기존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취하는 접근방식에 근본적인 약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교훈은 비슷한 변화의 기로에 놓인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신념주의 vs. 기회주의
신규 시장은 주로 기술적 변화에 의해 창출되고 단순히 현상을 유지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된다. 이런 사람들은 새로운 미래가 실제로 펼쳐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우주여행을 위해 설립한 로켓 회사인 블루오리진(Blue Origin)에 투자한 이유가 단순히 단기적인 수익성 계산이나 엉뚱한 아이디어에 즐겨 투자하는 그의 성향 때문은 아닐 것이다. 베이조스는 인류가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우주 정복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1980년대에 컴퓨터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애플컴퓨터를 진두지휘했고 2000년대에는 컴퓨터와 전화기가 빠른 속도와 정확성은 물론 사용 편리성과 심미적 만족도도 높아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휴대폰 산업에 투자했다. 베이조스와 잡스는 기업과 업계의 판도를 바꾼 다른 혁신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념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었고 그 비전이 언젠가는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 혁신가들의 이런 신념은 일반인들에게는 허무맹랑하고 심지어 정신 나간 짓으로 보이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동력이 돼 왔다.

베이조스와 잡스의 대담한 비전을 1990년대에 태동한 EV 시장에 대해 GM이나 포드, 도요타, 닛산, BMW, 다임러-벤츠 같은 중견 자동차 제조사들이 보였던 머뭇거림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런 기업들 중에는 EV 시장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한 곳도 있었고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곳도 있었지만 신흥 시장을 리더로서 개척해 나가려는 비전과 신념을 가진 곳은 없었다. 그 대신 하이브리드 제품 전략에 우물쭈물 정착했다. (‘연구내용’ 참고.)

DBR mini box: 연구내용
본 기사는 기술이 전환하는 시기에 시장의 기존 주자들과 신흥 주자들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지를 탐색하는, 아직 진행 중인 연구의 일부다. 필자들은 이런 변화 속에서 하이브리드(기존 기술과 신기술의 요소를 결합하는) 제품이 담당하는 역할에 특히 주목한다. 필자들은 다양한 산업에서 발생한 기술적 변화와 그 과정에서 탄생한 업종별 하이브리드 제품에 대한 경험적 증거들을 모두 수집해 왔다. 다만 본 연구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서 수집한 대규모 종단 연구(longitudinal study, 오랜 기간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상의 변화를 조사하는 연구-역주)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 해당 데이터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처음으로 등장한 1990년대 중반부터 자동차 업계가 확실히 전기차 쪽으로 방향을 정한 2015년까지, 기술적 변화가 일어난 기간 전체를 포함한다. 필자들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출시한 각 자동차 모델에 대한 세부 기술 데이터는 물론 시장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주요 자동차 회사 직원들 및 전문가들과 반구조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따른 전략에 대한 상세한 내역과 사례들을 분석할 수 있었으며 그런 전략들이 시장에서 실제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그 결과들을 추적할 수 있었다.

시장 창조자
전기차 시장의 등장이 테슬라나 일론 머스크(Elon Musk) 덕분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머스크가 테슬라의 첫 번째 전기차를 기획하고 있을 무렵 베터플레이스(Better Place)라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던 샤이 애거시(Shai Agassi)를 포함해 EV 시장을 개척하려고 노력한 다른 선지자들이 이미 존재했다. 애거시가 설립한 벤처기업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에 라이선스를 줄 수 있는 배터리 충전 기술을 선보였다. 이 사업 아이디어는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업계에서 충분한 관심을 얻지 못한 채 결국은 실패했다. 1

머스크는 다른 경로를 택했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했다. 2006년에 처음 발표된 후 2008년에 출시된 테슬라 로드스터(Roadster)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해 한 번 충전으로 200마일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최초의 전기차가 됐다. 로드스터는 스타일을 겸비하면서 주행의 즐거움도 선사했다. 이 차는 4초 만에 시속 60마일에 도달할 수 있었다. 테슬라 로드스터는 환경친화적인 프리미엄 스포츠카라는 컨셉으로 펼친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통해 조지 클루니, 스티븐 스필버그, 데미 무어, 데이비드 레터맨 같은 유명인들도 구매자 대열에 합류시킬 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런 셀럽의 관심 덕분에 로드스터는 섹스어필을 대변하는 브랜드가 됐다. 2012년에 테슬라는 시속 300마일을 주행하는 고급 세단인 모델S를 출시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크로스오버 럭셔리 SUV인 모델X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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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제품에 대한 대중의 환대 속에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도 마침내 전기차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닛산은 2010년에 대중 시장을 겨냥한 순수 전기자동차인 리프(Leaf)를 출시했다. BMW는 2007년 신소재 중심의 얼터너티브 자동차 컨셉으로 전략 프로젝트인 I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BMW가 처음으로 내놓은 전기차 모델인 미니E는 2009년 500명의 미국 고객들에게만 한정 판매됐던 인기 모델인 미니쿠퍼(Mini Cooper)의 EV 버전으로 실험적 성격이 강했다. 다임러-벤츠 또한 2011년에 테슬라의 기술을 활용해 회사의 스마트카 모델인 스마트 ED를 테스트 수량으로 생산했다. 그러나 닛산의 리프를 제외한 나머지 전기차들의 생산량은 적었다. 실패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여전히 주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GM이 대표적으로 추구한 경로를 따랐다. GM의 부회장인 로버트 루츠(Robert Lutz)는 2006년 디트로이트 오토쇼(Detroit Auto Show)에서 테슬라의 로드스터를 본 후 순수 전기차를 생산하라는 큰 미션을 회사에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3  “GM에 있는 천재들은 죄다 10년 안에 리튬이온 기술이 완성될 거라고 말해 왔어요. 도요타도 같은 의견이었고요. 그리고 테슬라가 있잖아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동차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내가 이끄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뜨내기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일을 우리라고 못 하겠어?’” 4 하지만 루츠의 이런 생각은 소수 의견에 불과했다. GM의 다른 임원들은 가성비 높은 전기차가 개발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들은 작은 배터리 팩이 장착돼 있어서 전기로는 38마일은 갈 수 있으면서 발전기 역할을 하는 작은 가솔린 엔진으로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기차라는 ‘과도기적 모델’ 전략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GM의 과도기 모델인 쉐보레 볼트(Chevrolet Volt)는 2010년 12월 처음 소개됐다. 볼트의 배터리 엔진 구조는 기존 전기차들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도록 설계됐다. GM은 과거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눈앞에 테슬라라는 존재를 두고도 미래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귀한 시간 낭비하기
GM의 전기차인 볼트는 업종과 상관없이 기존 기업들이 기술 전환 시기에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대변하는 좋은 사례다. 이런 기업들은 구기술과 신기술을 한데 결합할 수 있는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한다. 이런 전략이 소비자에게 가장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되뇌지만 사실은 이들 기업이 가진 집단적 용기 안에서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기에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는 반복되는 패턴이다. 1960년대에 미국의 전자 회사들은 전통적인 진공관에 트랜지스터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개발해서 일본이 선보인 트랜지스터라디오에 대응했다. 5 1990년대 초반에 코닥은 필름 사진과 디지털 사진 기술을 결합한 ‘필름 기반의 디지털 이미징’ 제품을 판매하려 애썼다.6 그리고 10년 전에는 블랙베리(BlackBerry)가 터치스크린 화면(아이폰처럼)과 전통적인 키보드(블랙베리의 초기 휴대폰처럼)가 둘 다 있는 휴대폰을 출시하는 방법으로 애플의 아이폰에 반격했다. 이후 블랙베리는 버라이존의 끈질긴 설득으로 스톰(Storm)이라는 제품을 출시했지만 이 또한 블랙베리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강압식 버튼의 느낌과 감촉을 제공하도록 특별히 고안된 터치스크린으로 돼 있었다.7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제품들은 궁극적으로 시장 성과가 저조했다. 왜 그럴까? 필자들이 연구를 통해 발견한 한 가지 이유는 이런 시도들이 기존 중견 기업들에 잘못된 안전감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최고의 성능을 구사하지 못한다.

잘못된 안전감. 기존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전략을 통해 새로운 기술에 투자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논리는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개념적으로 봐도 기업이 하이브리드 제품을 개발하려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들은 신기술을 예전 관점으로 접근한다. 또한 기존 조직들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미 알고 있는 패턴으로 뒷걸음치므로 결국 신기술 개발은 더 늦어진다. 기존 기업들이 개발한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제품들, 특히 초기 제품들이 이전 기술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령 도요타의 첫 번째 프리우스(Prius) 모델은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였다. 이 초기 모델은 저속 모드에서만 배터리를 사용했고 플러그인 기능 없이 기존 엔진을 통해 충전됐다. 2010년 중반까지는 다른 하이브리드 자동차들도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작동됐다. 하이브리드 전략은 기술 전환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이행될 때는 그럴듯한 ‘가교’ 전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제품으로는 시장을 결코 독주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오늘날 미국 자동차 시장 전체의 2% 정도만 차지하고 있다.8 ) 더 중요한 것은 기존 기업들이 이런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하면 신기술에 전력투구하는 다른 회사들에 시장 진출 기회만 내 준다는 점이다.

최고에 못 미치는 성능. 두 번째 문제는 하이브리드 제품은 보통 구기술이나 신기술 어느 쪽이든 최고의 성능을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제품은 구기술과 신기술 양쪽의 하위 시스템과 부품들을 모두 내장하도록 설계돼야 하므로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데다 덩치도 크고 투박하다. 일본 회사들이 1960년대에 휴대용 트랜지스터라디오를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미국 제조사들은 트랜지스터 기술과 기존의 진공관 기술을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라디오를 생산했다. 그리고 이런 제품들은 일본의 휴대용 트랜지스터라디오보다 2배나 더 무거웠다.9 일본 기업들은 제품 디자인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기 때문에 미국의 하이브리드 제품보다 더 작고 가벼운 라디오를 생산해 냈다. 트랜지스터는 진공관보다 전력 소모량이 적으므로 동조 콘덴서, 스피커, 배터리 공급 장치 등의 부품 크기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10
또 다른 예로 코닥의 포토 CD를 들 수 있다. 이 제품은 부피도 크고 비싸며 사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더 진보된 디지털 사진 기술로 곧 대체됐다. 쉐보레 볼트의 초기 버전도 이런 한계로 어려움을 겪었다. 차체는 상대적으로 무거운데 배터리 크기는 작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제품이 고객의 관심을 받으면서 얼마간은 타당한 가치 제안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기존 기업의 신기술 개발에 방해가 된다. 하이브리드 제품에 주력하는 기존 기업들은 신기술을 바탕으로 참된 경쟁 우위를 개발하는 데 투입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 신기술로 갈아 타는 데 가장 느린 행보를 보이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 도요타는 2017년이 돼서야 비로소 전기차를 출시했고, 2019년 11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EV에 대한 대량 생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11   게다가 기존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제품에 집중하는 동안 새로운 진입자들은 값진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 기술적 리더십과 시장 내 존재감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필요한 자산을 구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보완 자산의 역할
혁신 관리의 고전적 방법론에 따르면 복잡한 시장에 조기 진입한다고 해도 혁신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 혁신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보완 자산(complementary assets)’이 부족하기 때문이다.12 CT스캐너를 발명한 영국 기업으로 CT 스캔 장비 시장에 1973년 최초로 진입한 EMI그룹이 좋은 예다. EMI는 초기 제품을 출시한 이후 의료기기 산업에서 활약하던 GE나 테크니케어(Technicare) 같은 경쟁사들의 발 빠른 움직임을 막을 수 없었다. 이 회사들이 불과 2~3년 만에 경쟁 제품을 바로 출시했기 때문이다.13 이런 선도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의 강력한 제조 역량, 글로벌 유통 능력, 브랜드 명성, 장비 지원, 교육 및 서비스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GE와 다른 기업들은 몇 년 만에 EMI 장비보다 더 진보된 CT 스캐너를 개발했고 회사가 보유한 자원 및 보완 자산으로 의료기기 시장을 장악했다.

CT 시장 초창기에 EMI에 일어난 일들을 테슬라의 경험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테슬라와 EMI는 여러 방면으로 비슷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경험이 없었고 판매망이나 제조 역량, 브랜드 인지도도 없었다. 테슬라에는 경쟁에 필요한 보완 자산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EMI의 신상품에 재빨리 대응한 의료기기 업계의 중견 기업들과 달리 자동차 업계의 터줏대감들은 테슬라를 위협적인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자동차 산업의 선도 기업들은 전기차가 기능 면에서 금방 크게 향상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기자동차들은 사람들을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으로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기존 자동차와 다를 게 없었고, 외형도 매우 유사했으며, 움직이는 방식(바퀴와 가속기, 브레이크 등을 통해)도 비슷했다. 새로운 기술의 이점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집이나 사무실, 주차장에서 충전할 때의 편리성, 무소음과 무공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기존 기업들이 전기차의 중요성을 잘못 계산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그다음에는 테슬라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반면에 CT 스캔 장비들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풍부하고 훨씬 더 값진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쓰이던 엑스레이 기술에 비해 성능의 우수함이 처음부터 분명했다. 의료기기 업계에 속한 선도 기업들은 불길한 징조를 느꼈다.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금세 뒤처질 것 같았다.

테슬라의 경우에는 중견 기업들의 느린 반응 덕분에 자체적인 생산 역량, 브랜드 명성, 유통 능력을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또 새로운 기술에 특화된 다른 보완 자산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결과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후발 주자들을 방어할 수 있었다. (‘[그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성장’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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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자산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고 신뢰할 만한 전기충전소 네트워크다. 테슬라는 2017년 7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다른 어떤 전기차 제조사보다 많은 급속 충전소를 보유하고 있다.14   전기차의 구매를 막는 주요 장애물 중 하나가 배터리 전원이 바닥나는 두려움, 즉 ‘주행거리 불안’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서 테슬라는 회사의 전기차들은 다른 어떤 경쟁 제품보다 주행거리가 길도록(1회 충전으로 약 300마일 주행) 설계했다. 충전소 네트워크 또한 주행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최소화하도록 기획했다. 경쟁사들의 전기차 충전소가 도시나 고속도로에 집중된 반면에 테슬라는 도시 외곽까지 충전소를 설치해서 차주들이 미국 어느 곳을 달리든 주행거리 내에서 전기차 슈퍼충전소(supercharging station)를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테슬라는 회사의 충전 기술에 대한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테슬라의 슈퍼충전소에서는 경쟁사 충전소보다 훨씬 더 빨리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데, 이 충전 기술은 테슬라 제품에만 적용되는 폐쇄형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테슬라 차량 소유주들은 양쪽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 테슬라가 운영하는 충전소를 이용할 수도 있으면서 테슬라 전기차를 구입하면 제공되는 어댑터로 주변에 다른 충전소가 있으면 어디서든 차를 충전할 수 있다.15

함정 피하기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냉혹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이브리드 제품 전략이 대개 실패로 끝나는 유혹이라는 점이다. 새롭게 등장한 기술 때문에 위협과 불확실성이 조성되면 기존 기업과 신흥 주자들은 새로운 시장 안에 자신의 위치를 표시한다. 그러나 필자들이 밝힌 것처럼 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던 기업들은 예전 시스템과 신규 시스템을 결합하는 제품을 도입한다. 이런 하이브리드 제품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교두보가 되면서 기존 기술에서 오는 경험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아직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신기술에 대해 배워 나가면서 시장을 부드럽게 전환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16 

이런 주장이 가진 문제는 하이브리드에 주력하는 기존 기업들 입장에서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점이다. 기술이 바뀌는 시기에는 변화의 방향이 대부분 자원과 노력 전부를 새로운 대안 기술에 쏟아붓는 신흥 주자들에 의해 결정된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회사들은 신기술이 가진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제품을 재고하고 재설계한다. 일본의 라디오 제조사들이 트랜지스터 기술을 통해 그렇게 했으며, 테슬라는 전기차 기술을 통해 그렇게 해 왔다. 즉 신기술에 대한 지식을 활용하고, 새로운 보완 자산을 개발하며, 강력한 시장 리더십을 확립하고, 주행거리와 반응성,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뛰어난 제품력으로 투자자 및 고객들의 관심을 이끌고 입맛을 만족시킨다.

테슬라의 탈하이브리드 비전은 전기차에서 끝나지 않는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배터리와 가정용 충전 솔루션, 백업 시스템, 심지어는 광전지 기술이 내장된 지붕 소재로도 연결되는 훨씬 더 광범위한 시스템의 일부로 여긴다. 회사의 이런 광대한 비전이 전개된다면(단언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지만)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과 기타 경쟁사들은 하이브리드의 함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시장의 기존 기업들은 하루라도 빨리 구기술을 기초로 한 제품에서 발을 빼고 신기술로 뛰어들어야 할까? 그건 정답이 아니다.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들도 몇 년간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의 기존 운영 방식으로 인해 신기술에 대한 역량을 구축하는 노력이 저해되면 안 된다. 필자들은 연구를 하면서 이 점이 하이브리드 전략에서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하이브리드 제품 전략은 구기술과 신기술 어떤 측면이든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회사의 상상력과 창의력도 제한한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 시장과 새로운 시장 양쪽 모두에서 회사의 기존 제품들이 가진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기회의 장을 열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새로운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볼 마음이 있는 회사에만 보인다.


필자소개
페르난도 F. 수아레즈・제임스 우터벡・폴 번 그루벤・강혜영

페르난도 F. 수아레즈(Fernando F. Suarez)는 노스이스턴대 디아모르-맥킴(D’Amore-McKim) 경영대학원에서 기업가정신 및 혁신 분야의 장 C. 템펠(Jean C. Tempel)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임스 우터벡(James Utterback)은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과 혁신 분야의 데이비드 J. 맥그래스 주니어(David J. McGrath Jr.) 교수이자 경영학 명예교수다. 폴 번 그루벤(Paul von Gruben)은 독일 베를린공과대(Technische Universität Berlin)의 연구원이다. 강혜영(Hye Young Kang)은 보스턴대 퀘스트롬(Questrom) 경영대학원의 강사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9328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 페르난도 F. 수아레즈 | - 매사추세츠 보스턴에 위치한 보스턴대 경영대학원(Boston University School of Management) 경영 부교수 겸 학장 연구원(Dean’s Research F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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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 우터벡 |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과 혁신 분야의 데이비드 J. 맥그래스 주니어(David J. McGrath Jr.) 교수이자 경영학 명예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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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 번 그루벤 | 독일 베를린공과대(Technische Universität Berlin)의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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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영 | 보스턴대 퀘스트롬(Questrom) 경영대학원의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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