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의 함정’을 피하는 법

242호 (2018년 2월 Issue 1)

특허청에서 특허심사관으로 일하며 특허와 지적재산권 관련된 업무를 해온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20여 년 전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대기업의 책임연구원으로 경력을 시작한 이래, 기술과 특허, 기업 지재권 전략의 모든 영역을 지켜보고 실제 약 10년 가까이 변리사로서의 삶을 살다보니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 기술개발, 특허와 지재권 방어는 영역별로 엄밀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하나의 전략으로서 작동해야 한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 중 중소기업들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먼저 필자가 변리사로서 특허 컨설팅을 맡았던 한 작은 식품회사 사례로 시작하고자 한다.

강원도의 A사는 음식을 제조하는 방법에 관한 특허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경쟁사가 그 회사의 제조법을 거의 그대로 베껴 제품을 출시하는 일이 발생했고, 필자는 A사와 함께 그 특허권 침해에 대응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A사가 애초에 등록했던 특허, 즉 조리법 특허가 지나치게 자세했다는 것이다. 특허 때문에 소중한 기업의 노하우가 경쟁사에 쉽게 넘어가버린 셈이었다. 게다가 본래 특허권 분쟁은 상대방이 특허를 침해했는지를 입증하는 책임이 특허권자에게 있다.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 침해 여부는 직접 소송 상대의 공장을 방문해 제조공정을 일일이 확인해서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 회사가 순순히 공장 방문에 협조해줄 리 없기 때문에 특허 침해 입증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는 기술력에 자신 있는 기업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이 이렇게 특허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하나의 착각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특허를 ‘경영의 무기’로 생각한다. 세밀하고 자세하게 특허를 등록해놓을수록, 아무도 그것을 건드리지 못하고 영원히 그 노하우로 시장에서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은 숨겨야 하고, 특허는 최대한 넓은 범위로 그물을 쳐 놓아야 한다. 특허는 보험과 같아서 실제로 특허 침해가 일어나서 소송이 붙었을 때 진정한 가치가 발현된다. 즉,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큰 틀에서 보호하고 권리를 보장해주는 방패지, 그 자체로 창이 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특허를 등록해놓고 마음 놓고 있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비즈니스 전략 전반에 걸쳐 특허와 지재권을 고민하고 끊임없이 상대의 공격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나마 튼튼해 보이던 방패도 깨질 위험이 커진다.

CEO가 자사 직원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 방어하고자 적극 나섰음에도 소송대리인과의 충분한 소통이 부족해 법적 분쟁에서 패배한 경우도 있었다. 특허기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한 소송대리인은 실제 소송에 들어가자 준비해간 자료를 읽어가면서 기술을 설명했고, 심판관·판사·상대방 대리인의 질문에 당황해 하다가 “발명자에게 물어서 서면으로 제출하겠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모든 지재권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명쾌하게 방어하지 못하면 소중한 기술과 특허를 빼앗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빠르고 과감한 포기’도 필요하다. 조금만 면밀하게 검토해보면 심판이나 소송에서 질 것이 뻔해 보이는 사건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경영자들이나 발명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아마 감정적인 문제 혹은 자존심 때문이거나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심어준 나쁜 변리사나 변호사 때문일지도 모른다. 패배와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는 것이 새로운 성공의 출발점이다.

경영의 영원한 무기는 하나의 멋진 기술이나 발명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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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성 준성특허법률사무소 대표

필자는 KAIST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책임연구원을 거쳐 특허청과 국무총리실에서 사무관으로 일했고, 2009년 변리사 자격을 취득한 뒤 준성특허법률사무소의 대표 변리사, 주식회사 아이피스트의 대표이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변리사로서 각종 특허 등록과 방어를 돕는 일은 물론 기업 현장과 특허 등록 현장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기술 이전과 사업화에 관한 컨설팅을 하며 기업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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