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분의 최고경영자를 각각 만나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전자, 화학, 방위산업, 생활용품, 아웃도어, 가구, 의료, 소방, 렌털 등 다양한 업종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사장님들과의 대화는 그 자체로 즐거웠다. 현실의 문제를 듣고 나름의 해결책을 논의한다는 점에서도 보람이 있었지만 그분들의 수십 년 경영 노하우에서 묻어나는 내공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경험이었다.
경영의 여러 주제를 놓고 제법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 그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공통 주제는 품질이었다. 전공과 배경, 업종은 달랐지만 이분들의 품질관(品質觀)에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마치 드론을 통해 숲과 나무를 다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품질을 단지 공장이나 현장에서 일어나는 담당 직원들의 칸막이 속 업무로 보지 않고, 기업의 모든 분야에서 다뤄야 하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급사슬 전체에서 불량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며, 혹시 문제가 생긴다면 추적해 개선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간다는 점에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품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수주를 할 수 없으니 품질은 마케팅의 선행요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분들의 말씀을 듣고 나니 교과서 속 이론이 하나하나 정리되는 듯했다. 예방에 1원을 투자하면 검사에서 발생하는 10원과 실패할 경우 발생하는 100원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1-10-100’의 원칙이나 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식스 시그마’의 철학이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고객 맞춤화, 개인화를 하면서도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는 품질 수준을 달성해 나가는 일은 스마트 공장의 주요 과제라는 점에도 공감을 표시했다.
이들 경영자의 품질관에는 절실함이 있었다. ‘절실(切實)’은 ‘매우 시급하고도 긴요한 상태’라고 한다. 시급하며 중요한 일은 당장 실천에 옮겨야 옳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품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공장의 라인을 세우기도 했고, 품질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를 사장이 직접 담당하거나 사장 직속으로 운영하며, 품질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영품질의 세계적인 기준인 말콤 볼드리지 경영품질 모형을 현업에 정착시키고자 수년간 노력해 왔다고 한다. 이 또한 품질경영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원칙들이다. 이렇게 이구동성으로 품질은 경영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품질은 상당히 익숙한 주제다.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화려한 기술’ ‘나를 위한 맞춤형 제품’ 등에 관심을 갖고 기업인들도 현란한 수사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들이 더 이상 품질 얘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마치 공기 속에 산소가 없으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정도로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다른 것들에 눈이 팔려, 새로운 경영기법에 정신이 팔려 잠시라도 품질에 대한 고민을 놓는 순간 비즈니스는 그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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