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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a & Business

새한미디어는 실패하고, 애플은 성공한 이유?

임수빈 | 237호 (2017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창의적인 제품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1998년 MP3플레이어를 최초로 출시한 새한미디어는 소비자들에게 MP3 기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해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수년 후 애플이 내놓은 MP3플레이어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세련된 디자인과 창의적인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는 창의성을 단순히 기존에 없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소비자에게 유용하고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단기 시장에선 더욱 효과적이다. 또한 창의적인 제품을 제대로 부각시키고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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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반드시 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질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디지털 음원 기술의 원조 격인 MP3 원천 기술을 개발한 새한미디어가 대표적이다. 새한미디어 사례는 아무리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전달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1967년 이창희 회장이 설립한 새한미디어는 비디오와 오디오 테이프, 섬유소재 등의 산업에서 승승장구했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내놓으며 ‘7080’ 시대의 혁신을 이끌었다. 특히 1998년 출시한 MP3 플레이어의 원천기술은 새한미디어 기술력의 절정을 보여줬다. MP3 원천 기술은 지금 모든 스마트폰에 장착된 MP3 플레이어의 효시다. 그러나 당시 소비자들은 이 창의적인 제품에 호응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디지털 음원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MP3보다 이미 익숙한 워크맨과 CD 플레이어를 선택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새한미디어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경영난을 겪었고, 결국 이 원천 기술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새한미디어가 개발한 기술은 수년 후 진가를 발휘했다. MP3 원천 기술이 들어 있는 이 음악 기기가 출시되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바로 애플이 개발한 아이팟(iPod)이다. 음악광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2001년 MP3 플레이어를 장착한 아이팟을 출시했다. 소니가 워크맨과 CD 플레이어로 주도해 온 휴대용 음악기기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애플은 아이팟이라는 디지털 음악기기를 지원해주는 소프트웨어인 아이튠즈(iTunes)도 개발해 서비스를 확장해 나갔다.

애플은 아이팟을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과정에서도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검은 실루엣의 모델이 하얀색 아이팟을 듣는 모습을 연출해 신제품의 독특한 매력을 강조했다. 제품 포장도 차별화했다. 정비가 잘된, 완벽에 가까운 직사각형 모양의 박스에 담아 매력을 극대화했다. 목표고객이 이 흰 박스만 보더라도 아이팟 제품 자체에 포함된 기능과 사양에서 혁신성을 기대하게끔 만든 것이다. 마케팅과 브랜드의 이미지 자체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의 창의성을 인지해 충성도가 높은 애플 마니아 고객 집단을 형성해 나갔다.

많은 학자와 실무자들은 새한미디어의 실패와 애플의 성공을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퀵 팔로어(quick follower)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퍼스트 무버는 창의적인 신제품을 경쟁사보다 빨리 출시해 시장 선점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신제품 출시 전에 시장 수요를 정확히 조사하고 예측해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 새한미디어는 음원을 디지털화하는 획기적인 기술로 사양길을 걷고 있던 비디오 산업의 공백을 메우려 했다. 당시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면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파이오니어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한미디어는 신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수요(primary demand)를 형성해야 하는 퍼스트 무버의 장벽을 넘을 수 없었다. 시장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신제품의 특징을 전달하지 못했다. 즉 광고나 판촉 전략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 소비자들은 MP3 플레이어라는 창의적인 제품군을 이해하지 못했다. 애플의 상황은 달랐다. 애플이 아이팟을 출시한 2001년 당시 소비자들은 MP3 기술을 이해하고 일부는 사용하고 있었다. 애플은 아이팟이라는 브랜드의 장점을 알리고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를 높여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선택적 수요(selective demand)’만 충족시키면 되는 퀵 팔로어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새한미디어의 실패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해도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했다. 창의성은 무조건 회사의 성장과 성공을 가져오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창의성의 본질을 잘 이해해야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발된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제품을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영역에서도 창의성이 필요하다. 광고와 PR, 브랜딩, 유통, 가격전략 등에도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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