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朝鮮: 영조와 정조의 탕평정치
Article at a Glance
조직 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리더는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 숙종의 환국 정치로 붕당 간 적대 구도가 심화됐던 18세기 조선이 바로 그런 때였다. 영조와 정조는 서로 다른 색깔의 탕평 정치로 붕당 정치를 되살리려 했다. 하지만 영조의 탕평은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기계적인 균형에 그쳤으며, 정조의 탕평은 본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한 미봉책에 불과했다. 두 군주가 펼친 탕평 정치의 한계는 오늘날 타협과 합의의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는 리더들이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편집자주
조선에서 왕이 한 말과 행동은 거의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러 가지 기록 중 비즈니스 리더들이 특히 주목해봐야 할 것은 바로 어떤 정책이 발의되고 토론돼 결정되는 과정일 것입니다. 조선시대의 왕과 마찬가지로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 역시 고민하고 판단하며 결정을 내리고 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미 해당 정책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면밀히 성공과 실패의 요인들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정통한 연구자인 김준태 작가가 연재하는 ‘Case Study 朝鮮’에서 현대 비즈니스에 주는 교훈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어떤 조직이든 구성원의 생각이 하나같을 수 없다. 조직의 방향과 운영에 대한 견해차가 있고, 이해관계도 다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힘을 모은다. 파벌 간의 갈등, 세력 간의 대립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이 같은 갈등과 대립은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 즉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전제되고 차이를 존중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얼마든지 타협과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직 문화가 불가능하다면, 당사자들 간 자발적인 협상이 어려울 정도로 이미 대결구도가 심화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더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재와 조정에 나서야 한다.
18세기의 조선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16세기 후반, 학문과 세계관, 정치적 입장 등의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동서(東西) 붕당이 탄생한 이래 붕당은 남인과 북인, 대북과 소북, 공서와 청서, 탁남과 청남, 노론과 소론으로 분기를 거듭했다.1
조정의 분열이 갈수록 심해지고 갈등과 대립은 더욱 악화했다. 인조반정 후, 서인과 남인이 공존하며 비판적 협력관계를 이어갔던 연정(聯政) 체제도 예송논쟁(禮訟論爭) 등으로 붕당의 승패가 뚜렷하게 갈리면서 상대방을 적대하는 인식이 강해졌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숙종의 ‘환국정치(換局政治)’다. (DBR 233호 ‘숙종, 극단적 대립 구도로 붕당정치 망쳐’ 참고)
환국정치는 한 당파에게 정국 운영을 독점하게 함으로써 국정의 효율성을 도모한 것이다. 국왕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정국을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하고 신하들의 충성을 유도할 목적도 있다. 하지만 각 붕당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패배시키고 역적으로 내모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행태를 갖게 만들었다. 이들은 정책 경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상대 당의 전멸을 추구했다.
조선의 제21대 임금 영조(英祖, 재위 1724∼1776년)가 맞닥뜨린 환경은 더욱 심각했다. 조정의 양대 축이었던 노론과 소론은 서인이라는 같은 뿌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주요 인사를 죽음으로 내몰고 상대 당파를 ‘역당(逆黨, 반역자들의 당)’이라고 규정하는 등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뒤였다. 게다가 영조가 노론에게 옹립되다시피 하면서2
임금 역시 이들의 당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당론(黨論)의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영조는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해야 했으며 노론과 함께 경종의 독살에 관여했다는 의심도 해소해야 했다.3
영조가 노론의 대의명분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인하고4
자신의 정당성을 천명한 ‘천의소감(闡義昭鑑)’을 편찬해 공표한 이유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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