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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사업 철수 때론 미래 성장 위한 디딤돌 될 수도 外

문광수 ,안준모,이승윤,류주한 | 235호 (2017년 10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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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불가피한 사업 철수, 때론 미래 성장 위한 디딤돌 될 수도

“Business exit as a deliberate strategy for incumbent firm”, by Kevin Zheng Zhou, Gerald Yong Gao, and Hongxin Zhao, in Organizational Dynamics, 43, 2014, 43, pp.266-273.



무엇을, 왜 연구했나?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회의 땅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던 우리 기업이 사드 보복 여파로 보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나둘 철수(Exit)를 고려하며 우왕좌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냉철히 보면 차이나 엑소더스는 중국-한국 간 정치적 갈등의 산물이 아닌 언젠가 닥칠 예견된 수순이었을는지 모른다. 사드사태가 중국에 좋은 구실을 제공했을 뿐이다.

중국은 그동안 꾸준한 내재화를 통해 가파르게 성장을 했고 스스로 역량을 키운 유통, 소비재, 자동차 등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외국 기업들을 배척해 나갔다. 프랑스의 카르푸, 미국의 월마트, 일본의 전자제품 업체들은 일찌감치 중국 철수를 단행했고 이제 우리 차례가 온 것이다. 한국 기업도 이제는 해외 시장 진출전략(Entry Strategy) 못지않게 탈출전략(Exit Strategy) 수립에도 심혈을 기울일 때다. 학계의 탈출전략 연구는 양적으로 풍부한 편은 아니나 향후 해외시장 진출이나 철수를 염두에 둔 기업 모두에 시사점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중국의 연구진이 과거 탈출전략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발표한 문헌도 그중 하나다.


무엇을 발견했나?

과거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크게 2가지 정도의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기업의 철수전략은 성공 혹은 실패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최고경영진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내린 판단과 결단이었는가에 초점을 둬야 한다. 관련 연구들은 현재 처한 시장 환경과 회사의 비전·목표가 서로 부합하는지 항상 점검하고 여의치 않으면 과감히 조정·수정하는 판단력과 결단력을 강조하고 있다.

1962년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은 소매유통업이 겪게 될 트렌드 변화를 파악하고 승승장구하던 기존의 잡화사업을 과감히 접었다. 그리고 대형할인점으로 변화를 꾀해 지금의 월마트를 건설했다. 중국 상하이에 본부를 둔 부동산 개발 업체인 완커(Vanke)는 부동산 개발 성공을 토대로 다른 경쟁사들처럼 백화점, 여행, 무역 등 다각화를 모색해 더욱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예측한 경영진은 경쟁기업들과 달리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부동산 개발에 ‘올인’ 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고 현재 시장에서 이 분야 세계 1위의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13년 퇴직 후 다시 최고경영진으로 복귀한 P&G 앨런 래플리 회장은 침체에 허덕이던 회사를 빠르게 정상화시켰다. 그가 한 일은 비교적 괜찮은 사업들마저도 과감히 정리·철수해 회사를 본 궤도로 돌려놓는 것이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시장변화에 급급하게 대응하느라 사업을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상 분석과 장기적인 비전을 조합한 과감한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옳다고 판단되면 무난한 사업도 과감히 접어 버리는 결단력과 용기를 보였다.

두 번째 시사점은 사업 철수를 통해서도 뭔가를 얻어내는 기민한 경영진의 자세다. 사업철수가 단행돼도 동요, 혼란, 감성적 접근을 차단시킬 수 있는 요소가 여기에 있다. 2014년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한 후 2년 만에 헐값에 재매각했다. 경영진은 이 실패를 바탕으로 제조 중심의 스타트업을 선별적으로 인수해 플랫폼 기반 산업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는 노하우를 습득했고 실패도 허용되는 기업문화를 정착하는 기회로 삼았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인식과 이에 상응하는 후속조치가 빛을 발휘한 사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교과서적으로 흔히 철수 전략은 진출 전략과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한다. 두 전략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기 때문이다. 진출 전략 수립이 요구하는 과감성과 도전정신은 철수전략에도 똑같이 요구된다. 진출 전략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듯 철수 전략 역시 실패를 상징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치밀한 분석과 과감한 결단이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현 상황의 원인을 사드사태로 인한 정치요소,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만 치부해서는 합리적 판단을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단기 수익에 연연해 하기보다 해외사업 전략 재점검 차원에서 그동안 중국 기업에 누렸던 경쟁력이 사라졌는지, 기술 격차가 줄었는지, 여전히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등을 냉철히 판단하고 향후 어떤 비전을 그리고 있는지에 따라 진출, 잔류, 철수를 선택해야 한다. 많은 사례가 보여주듯 설령 사업을 철수해야 할 상황이 와도 이는 결코 후퇴가 아니며 더 성장할 미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Management Technology

 
가격 외의 다른 가치가 간소한 혁신의 출발점

Business Models for Frugal Innovation in Emerging Markets: The Case of the Medical Device and Laboratory Equipment Industry, by Stephan Winterhalter, Marco B Zeschky, Oliver Gassmann, Technovation, 2017(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저성장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의 소비패턴도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불한 가격에 합당한 제품이나 서비스인지를 더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구매의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소비자의 인식이 변하자 기업들의 혁신 방향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자원 사용에 구애받지 않고 최대한 많은 기능(the more is the better)을 구현하려고 했다. 최근엔 ‘간소한 혁신(Frugal Innovation)’이 각광받고 있다. 자원이 제한된 여건하에서 낮은 비용으로 고부가가치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원제약혁신(resource-constrained innovation), 가격혁신(cost innovation), 적정혁신(good-enough innovation)이라고도 불린다.

간소한 혁신을 바꿔 말하면 최소한의 자원을 사용해 저렴하면서도 상품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인도 타타모터스의 ‘나노’, 스페이스 X의 발사체, GE의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먼저, 나노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자동차의 주기능인 주행 외에 다른 기능은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2008년 당시 약 1500달러의 가격으로 출시됐다. 스페이스 X는 우주탐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기 위해 로켓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GE는 이미 개발된 기술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구성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인도의 가혹한 먼지와 우기의 비를 견뎌온 버스정류장의 발권 프린터 기술을 바탕으로 10분의 1 수준 가격의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를 개발한 것이다.

이처럼 간소한 혁신은 투입 자원 대비 높은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복잡도가 높고 자원의 제약이 심한 신흥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간소한 혁신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들이 어떻게 신흥시장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지금껏 진행된 연구들은 대개 단순히 성공사례를 나열하거나 간소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스위스 생 갈렌(St. Gallen)대의 올리버 가스만 교수팀은 의료기기와 실험기구 관련 산업의 사례분석을 통해 간소한 혁신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들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는지 그 과정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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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광수

    문광수 ksmoon@cau.ac.kr

    -(현)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전)인사컨설팅기업 SHR
    -(전)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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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준모

    안준모jmahn@sogang.ac.kr

    -(현)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전)중소기업청과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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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윤

    이승윤seungyun@konkuk.ac.kr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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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주한

    류주한jhryoo@hanyang.ac.kr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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