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기계에 대한 맹신에 경고를 던지며 세상의 주목을 받아온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는 컴퓨터를 거부하고 파괴하자는 ‘러다이트 운동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자꾸 인간만의 가능성, 인간적인 가치를 포기하다 보면 삶도, 우리의 생각도 ‘성숙’할 수 없다며 적절한 거리 두기를 권한다. 그는 “인간이란 힘들고, 어려운 일에 부딪히고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할 때만이 비로소 풍부한 재능을 키울 수 있다”며 “기술에의 과잉 의존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적 한계와 인간적 성숙의 원천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뷰이 소개니콜라스 카는 <이코노미스트>지가 뽑은 글로벌 CEO 132인, 가 선정한 IT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한 디지털 사상가다. 다트머스대와 하버드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메르세르 경영컨설팅 회사의 대표를 지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파이낸셜타임즈> <가디언> 등 수많은 매체에 글을 발표하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서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유리감옥> 등이 있다.
편집자주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지원(고려대 영문·경영학과 4학년) 씨와 고은진(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4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거주하는 한 남자가 길 가던 74세 노인을 살해하는 과정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다. 끔찍한 영상은 2∼3시간 만에 웹사이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굳이 먼 미국의 사례를 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의 피의자인 10대 소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른 10대 소녀를 만나 살인에 대한 상상을 키웠다.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가 보다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어 주리라던 우리의 믿음은 이미 흔들린 지 오래다.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는 미국 보스턴글로브 기고문에서 “클리블랜드 살인사건 등 소셜네트워크상에서 잇따라 일어난 사건들은 ‘디지털 네트워크가 보다 평화적인 세계를 만들어 인류를 한데 뭉치게 해준다’는 실리콘밸리의 약속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디지털 네트워크가 평화로운 세계는 담보하지 못하더라도 더 폭넓은 인간의 사고, 더 자유로운 인간의 상상에는 과연 기여했는가. 문제는 그마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하루 종일 뉴스를 체크하고, SNS로 유명 논객들의 생각을 접하고, 메신저로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침대에 머리를 뉘었을 때 생각나는 단어라곤 없다. 눈만 침침할 뿐. 예전에는 몇 시간씩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책 한두 권은 집중해서 읽어내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책 한 권은커녕 한 챕터를 읽기도 버거워졌다. 스마트폰 화면 속 짧은 텍스트에 익숙해져버린 머리와 눈이 이제 일정 길이 이상의 텍스트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필자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스마트폰 없이는 전화번호와 일정을 기억하지 못하고, 스마트폰 배터리가 나가는 순간 공황상태에 빠진다. 서너 살짜리 아이들은 스크린만 보면 손가락부터 갖다 대고 넘기려고 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인터넷 환경에 둘러싸여 자연스레 디지털 기기를 체득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책의 종이 감촉 자체가 이질적일지도 모른다.
도발적인 디지털 사상가인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유리감옥> 등을 통해 위와 같은 현실과 관련해 현대인이 디지털 스크린에 포획돼 더 이상 깊이 있는 사고를 하지 못하는 마비 상태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파편화된 정보가 난무하는 ‘유리감옥’을 탈출하려면 자동화의 폐해를 인정하고 맹목적인 디지털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 온 니콜라스 카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