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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하다는 건 카멜레온 같다는 것. 외부환경에 맞게 변하는 상품 개발을

박영택 | 215호 (2016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최근 들어 스마트한 시스템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서 ‘스마트’하다는 것은 카멜레온처럼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스템의 내부 속성이 함께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SIT의 마지막 5번째 사고도구인 ‘속성의존(Attribute Dependency)’은 외부 환경과 내부 속성 사이에 관계를 맺어주는 것을 말한다. 요즈음 사물인터넷이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면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내부 속성의 변화를 연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해 연재합니다.



지난 DBR 기고문을 통해 40가지 발명원리로 구성돼 있는 TRIZ(창의적 문제해결이론을 뜻하는 러시아어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ch의 앞 글자를 딴 용어)의 핵심을 5가지 원리로 요약 정리한 SIT(체계적 발명사고·Systematic Inventive Thinking) 중 ‘제거’ ‘용도통합’ ‘복제’ ‘분리’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호에서는 속성의존(Attribute Dependency)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보자.



카멜레온처럼 영리하게

카멜레온의 피부는 평소 나뭇잎과 비슷한 녹색을 띠지만 적이나 짝을 만나 흥분하면 2분 만에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변한다. 예전에는 노란색이나 붉은색 색소가 온몸에 퍼지면서 피부색이 바뀌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색소의 축적이나 분산에 의해 색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세포 바깥층의 미세 구조를 바꾸어 특정 파장의 빛만 선택적으로 반사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피부를 당기거나 느슨하게 하는 방법으로 피부색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번 장에서 다루는 ‘속성의존’은 카멜레온처럼 외부 환경이나 조건의 변화에 따라 내부 속성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외선에 노출되면 색깔이 변하는 변색렌즈는 속성의존의 대표적 사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일 100만 명의 사람들이 성관계 도중 성병에 걸린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콘돔에 속성의존을 적용해보자. 외부 환경이나 조건의 변화에 따라 내부 속성이 변하도록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 ‘속성의존’이라고 앞서 설명했다. 그렇다면 외부 환경이나 조건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또한 이러한 독립변수에 연동되는 종속변수로서 어떤 내부속성을 선택해야 현실적으로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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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10대 청소년들의 과학경시대회인 틴테크(TeenTech)의 2015년도 수상작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콘돔에 속성의존을 적용한 것이다. 10대 초반의 청소년 3명이 제안한 이 콘돔의 제품명은 ‘에스티아이(S.T.EYE)’인데 ‘성접촉 감염(STI·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을 감시하는 눈’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성병이 감지되면 콘돔 고무에 함유된 분자의 색깔이 균의 종류에 따라 변한다. 클라디미아의 경우 녹색, 헤르페스에는 노란색, 매독에는 파란색 등으로 콘돔의 색깔이 변한다. 이 콘돔은 착용자와 파트너 양쪽의 성병을 모두 감지할 수 있다. 현재 한 콘돔회사에서 이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에 속성의존을 적용한 예를 보자. 1995년 만우절에 폴크스바겐 자동차는 여느 해처럼 재미삼아 다음과 같은 광고를 게재했다. 자동차의 외관 부위별로 다른 색을 칠해 어릿광대 복장처럼 알록달록한 자동차를 곧 출시한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 많은 사람들로부터 판매 가격이 얼마이며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 문의가 빗발치자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폴로 할리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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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 할리퀸이 왜 속성의존의 사례가 될 수 있을까? <그림 3>은 이를 설명한 것이다. 가로축은 자동차의 앞문, 뒷문, 펜더, 트렁크, 지붕 등과 같은 각 부분을 나타내고, 세로축은 노랑, 파랑, 주황, 검정, 빨강 등과 같은 색상을 나타낸다. 종래의 다른 자동차들은 차체 전체에 한 가지 색을 적용했으나 폴로 할리퀸은 부위별로 색상을 다르게 한 것이다. 즉, 차체의 부위라는 조건에 따라 색상이라는 내부 속성이 변하므로 속성의존 관계가 성립한 것이다.

휴대폰 벨소리 선택도 이와 유사하다. 예전 전화기는 누가 전화를 걸더라도 동일한 수신음이 울렸지만 요즈음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은 발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사용자가 수신 벨소리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이를 <그림 3>에 적용하면 가로축은 가족, 연인, 직장 동료, 친구, 친척 등이 되고, 세로축은 휴대폰 벨소리의 종류가 된다.



시간 의존형 속성

속성의존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는 영화관의 조조할인이나 레스토랑의 해피아워처럼 시간에 따라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 의존형 속성의 재미있는 사례가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알렉산드리아 등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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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대왕은 이집트를 정복한 후 지중해와 맞닿은 나일강 삼각주에 자신의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건설했다. 이 도시 외곽에 파로스라는 작은 섬이 있었는데 이 섬에 세운 등대가 일명 파로스 등대라고도 불리는 알렉산드리아 등대다. 이 등대는 알렉산더 대왕 휘하의 장군이었던 포톨레마이오스 1세가 건축을 시작했고 그의 아들 포톨레마이오스 2세가 완공했다. 기원전 3세기에 세워진 이 등대의 높이는 110m가 넘었는데 당시 인간이 만든 구조물 중 이 등대보다 더 높았던 것은 기자(Giza)의 피라미드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등대는 이후 건축된 모든 등대의 원형이 됐으나 14세기 초에 발생한 연이은 대지진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졌다고 한다.

등대의 건축가는 당대에 명성이 높던 소스트라투스(Sostratus)였는데 그는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 알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등대에는 위대한 왕의 업적을 찬양하는 글만 새겨야 했다. 만약 자신의 이름을 어딘가 끼워 넣었다가는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후세에 이름을 남기자니 목숨을 내놓아야 하고, 목숨을 지키자니 이렇게 훌륭한 건축물을 자신이 세웠다는 것을 후대에 알릴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얼핏 보기에 명성과 목숨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목숨을 지키는 것은 현재의 일이지만 이름은 후대에 남으면 된다. 소스트라투스는 이를 현명하게 이용했다. 등대의 초석에 자기 이름을 크게 새긴 후 그 위에 회반죽으로 덮었다. 물론 회반죽 위에 위대한 왕의 업적을 칭송하는 글을 썼다. 세월이 지나 왕도, 건축가도 모두 땅속에 묻혔지만 오랜 기간 지속된 풍화작용에 의해 왕을 칭송하는 글들이 떨어져 나가자 소스트라투스의 이름이 드러난다.

알렉산드리아 등대처럼 시간과 관계를 맺어준 대표적인 사례가 예전에 도미노피자가 시행했던 ‘30분 배달 보증’ 제도이다.

“30분 내에 배달되지 않으면 요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도식적으로 나타내면 <그림 5>와 같다. 보통은 그림의 왼쪽과 같이 피자의 가격이 배달시간과 관계없이 일정하지만 30분 배달 보증제하에서는 그림의 오른쪽과 같이 30분이 지나면 가격이 무료로 떨어진다. 따라서 고객 입장에서는 빨리 배달되면 신속한 서비스라서 좋고, 늦게 배달되면 공짜로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배달이 늦어질 경우 고객들은 내심 좀 더 늦어졌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되므로 오히려 기다리는 시간을 즐기기까지 한다. 지금은 배달원들의 안전사고 때문에 이 제도가 폐지됐지만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시간 의존형 속성을 매우 영리하게 적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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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과 같은 SNS를 많이 이용한다. SNS가 사람들 사이의 유대를 확장하고 강화하지만 문제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인과 은밀한 사진을 공유했는데 그게 웹 어딘가 남아 있으면 언제 누구한테 드러나서 얼굴 붉힐 일이 있을지 모른다. 시간 의존형 속성을 이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스냅챗(Snapchat)’이다.

스냅챗은 2011년 당시 스탠퍼드대 학생 3명이 개발한 사진 및 동영상 전송 앱이다. 이 앱을 이용하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제한된 범위의 사람들에게 바로 전송할 수 있다. 이때 전송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스냅(snaps)’이라고 하는데 수신자들이 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을 10초 이내에서 1초 단위로 미리 설정해 둘 수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전송된 것들이 수신자의 기기에서 모두 사라진다. SNS의 과도한 사생활 노출에 염증이 난 사람들, 특히 10대와 20대 초반의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하루에 7억 개 이상의 사진과 동영상이 공유되는 소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5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회사 중에서 직원 1인당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곳이 스냅챗이다.

스냅챗이 앞서 설명한 도미노피자의 30분 배달 보증제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림 5>의 오른쪽 그래프에서 세로축을 사진이나 동영상의 노출 유무로 두면 스냅챗의 서비스 특성이 된다.



조건 의존형 속성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지만 일상생활에서 외부 조건에 따라 내부 속성이 변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 문을 열면 실내등이 켜지는 냉장고, 물이 끓으면 소리 나는 주전자, 사람이 올라타면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조건 의존형 속성은 시스템의 효용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들은 TV를 화면 가까이 다가가서 본다. 이럴 때마다 아이들의 시력 손상을 걱정하는 부모들은 뒤로 물러나서 보라고 한다. 부모들이 없을 때에는 이런 잔소리도 할 수 없다. 조건 의존형 속성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센서를 이용해 눈동자와 TV 화면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 안전거리가 유지되도록 하면 된다. 아이들의 눈동자와 화면 사이의 거리가 일정한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도록 만들면 된다. 이렇게 하면 따로 잔소리를 안 해도 안전한 시청거리가 유지된다. 이 아이디어는 2013년 ‘레드닷 어워드 디자인 콘셉트(Reddot Concept Design Award)’를 수상했다.

“안전 제품의 경우 안전하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안전에는 반드시 안심까지 수반돼야 한다.”

최근 들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도 인터넷을 이용해 조건 의존형 속성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다음은 2013년 8월 KBS1 TV에서 방영한 우리나라의 유명한 금고 제작회사 이야기 중 일부다.

이 회사는 8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금고 제작회사이다. 주로 은행의 대여 금고를 제작해서 납품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일반 시중은행뿐 아니라 한국은행 금고까지 제작한 회사이다. 은행금고를 전문적으로 제작해왔으므로 튼튼한 금고를 만드는 기술은 독보적이다. 그런데 온라인 및 모바일 거래의 활성화로 인해 은행 지점의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튼튼한 금고를 만드는 기술력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려워졌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이 회사는 지금까지 외면해왔던 가정용 금고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정용 금고시장에는 이미 여러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들도 실내에 두는 금고의 표면에 명화를 넣는 등 나름대로 제품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었다. 후발주자로서 어떻게 경쟁해야 할까? 이 회사는 “최강 금고에서 첨단 금고로 진화한다”는 전략적 방향을 정했다. 여기서 ‘첨단 금고’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회사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금고가 스마트하다는 것은 조건에 따라 내부 속성이 변한다는 말이다. 이 회사는 금고의 상태에 중요한 변화가 감지됐을 때 스마트폰으로 즉시 통보해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금고에서 가장 중요한 상태 변화는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이다. 따라서 금고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실시간으로 고객의 휴대폰에 “금고 문을 열었습니다” “금고가 닫혔습니다”라는 문자가 발송된다. 이것은 마치 은행 예금을 인출하면 “고객님의 계좌에서 OOO원이 인출됐습니다”라고 문자가 발송되는 것과 동일하다. 금고의 경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둑이나 강도가 들어 금고문을 강제로 열기 위해 충격을 가하면 “비정상적인 충격이 감지됐습니다”라는 문자가 발송된다. 이것은 매우 스마트한 대응이다. 안전 제품의 경우 안전하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안전에는 반드시 안심까지 수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고 안에 넣어 둔 내용물이 안전하게 있더라도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시때때로 열어봐야 한다.”

이 사례는 사물인터넷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리는 사물인터넷이 산업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와 관련된 기술에 많은 관심을 두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사물과 사물 사이 또는 사물과 사람 사이에 어떤 속성의존을 맺어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속성의존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에서는 2011년 SF Park라는 탄력주차요금제를 도입했다. 도심 블록별로 할당된 주차공간에 차가 80% 이상 차면 시간당 주차요금이
2배 정도 올라가고, 반대로 주차공간이 80% 이상 비면 주차요금도 내려간다.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블록별 주차공간의 점유율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도심에 나갈 일이 있는 운전자들은 집을 나서기 전에 차를 가지고 갈지,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쉽게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탄력적요금제가 주차요금 정도는 신경 쓰지 않는 부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행정은 효율성 못지않게 공공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까지 감안한다면 소득 수준을 조건으로 하는 속성의존을 고려할 수도 있다. 소득수준에 따라 주차요금이나 교통 범칙금 등을 차등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속성의존’은 다양한 방법으로 스마트하게 활용될 수 있다.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ytpark@skku.edu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성균관대에서 ‘비즈니스 창의성’을 강의하고 있으며 온라인 대중공개 강의인 K-MOOC의 ‘창의적 발상’을 담당하고 있다.
  • 박영택 박영택 | - (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ytpark@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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