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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파킨슨병은 온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놓고 움직여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병에 걸린 후 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 병 덕분에 많은 가르침도 얻게 됐다. ‘미시적인 세상(micro world)’에 눈을 뜨게 된 것이 가르침 중 하나다. 바쁠 때는 모든 것을 스쳐 보냈다. 하지만 병으로 천천히 걷는 시간이 많아지자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나뭇잎에 매달려 있는 물방울에마저 소우주가 담겨 있었다. 아프면서 깨달은 것 중 또 하나는 도움이 필요할 때는 당당히 도움을 요청하라는 점이다. 독립적인 사람일수록 당당하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멈추면 보이는 것이 많다. 할 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이 바쁘고 지치는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
필자는 직업상 주로 높은 사람을 만난다. 기회가 될 때마다 그들에게 ‘사는 게 행복한가’라고 묻는다. 강의 때도 이 질문을 많이 한다. 반응들은 흥미롭다. “이런 질문을 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답변은 부정적이다. “최근 행복한 적이 없다”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럼 필자는 “그럼 언제쯤 행복해질 것인지” 묻는다.
아마 이들은 영원히 행복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행복이 이미 와 있지만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30년 동안 의사생활을 했고 시부모를 모시고 두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살았다. 15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지만 계속 일을 하다 작년 초 갑자기 병이 악화돼 병원문을 닫았다. 그 와중에도 책을 다섯 권이나 썼다. 인생이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 저자가 쓴 책의 제목은 의외로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다. 도대체 뭐가 그리 재미있는 것일까?
병이 가르쳐준 지혜
파킨슨병은 온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놓고 움직여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걸음을 걷기 위해 옷이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고생을 한다. 보통 이 병에 걸리면 15년 후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치매와 우울증, 사고력 저하 등을 동반하는데,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그저 병의 진행을 더디게 만들 수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불치병이다. 그런데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는 애마를 타고 장애물 넘기를 하다 떨어져 목뼈를 다쳤다. 목숨은 건졌지만 사지 마비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하지만 신체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휠체어에 앉아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삶을 헤쳐나가는 유일한 방법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며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 아는 겁니다. 내 경우엔 운 좋게도 뇌를 다치지 않아서 여전히 머리를 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파킨슨병이 걸리자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했다. 병을 알았을 때 모든 걸 잃어버렸다고 생각해 원망을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가진 게 참 많았다. 병으로 잃은 것도 많지만 여전히 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 27년간 감옥생활을 했던 넬슨 만델라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감옥에 다녀온 뒤로는 원할 때 산책할 수 있는 일, 가게에 가는 일, 신문을 사는 일, 말하거나 침묵할 수 있는 일 등 어떤 작은 일도 고맙게 생각했다.” 예전엔 감사할 게 이렇게 많은 줄 생각하지 못했다.
파킨슨병이 가르쳐준 것이 있다. 첫째, 단점을 애써 고치려 하지 말고 그냥 장점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병에 걸린 후 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가 된 기분이었다. 내 몸이 집이고 내 머리가 이걸 끌고 가는데 명령을 내려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집을 끌고 다니는 게 참 힘들다. 오른쪽 다리가 먼저 약해지자 튼튼한 왼쪽 다리에 힘을 주면 오른쪽 다리가 쫓아왔다. 반대로 약한 쪽에 집중을 하면 절대 움직일 수 없다. 단점을 그냥 두고 장점에 힘을 쓰는 것이 좋다. 둘째, ‘미시적인 세상(micro world)’을 발견했다. 바쁠 때는 모든 것을 스쳐 보냈다. 병으로 천천히 걷거나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나뭇잎에 매달려 있는 물방울을 보니 소우주가 담겨 있었고 참 아름다웠다. 고통스런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는데 해 뜨기 직전 하늘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밥을 줄 때 조그만 입을 오물거리는 금붕어의 모습도 그렇게 예쁘다.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운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것을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못하고,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고 감동하지 못하며 가슴의 열정을 불사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셋째, 겸손을 배웠다. 저자는 요즘 편안해 보이고 표정도 부드러워졌다는 얘길 듣는다고 한다. 비결을 묻는 말에 웃으며 “제 병이 제 스승이지요”라고 답한다. 병을 앓으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고, 세상 일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힘이 조금은 커진다. 예전엔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잘난 줄 알고 살았지만 이제는 한계를 알기에 겸손할 수밖에 없다.
넷째, 유머의 힘이다. 사람들이 병에 대해 알면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럴 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요, 예전엔 가진 거라곤 돈하고 미모밖에 없었거든요. 근데 나이가 드니까 병하고 빚밖에 안 남았어요.” 그럼 사람들이 편하게 웃는다. 음식값을 계산할 때도 그렇다. “제가 다리가 불편하니까 제일 좋은 점이 뭔지 아세요? 음식 값을 안 내요. 제가 계산대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이미 다 계산한 뒤더라고요. 그런데 오늘은 제가 살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유머를 던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신세를 질 때는 과감하게 신세를 져야 한다. 저자는 발병 초기, 병을 치료하고 가족들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제주도에 갔다. 그러다 병이 악화돼 6개월 만에 다시 집에 왔다. 아들과 딸이 무척 반겨줬다. 병도 호전되기 시작했다. 가끔 병 때문에 부정적인 결정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남은 가족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생을 정리해 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죽은 사람은 상관 없지만 남은 가족은 평생 그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고 남은 가족을 배려하지 않은 채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한 그를 두고두고 원망할 것이다. 즉, 가족을 위한다는 결정이 가족들에게 무기력감과 죄책감, 분노와 같은 무거운 짐을 남기게 될 것이다. 가족을 편하게 해주겠다는 마음이 사실은 혼자서 고통을 피하려는 이기적인 선택일 뿐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유쾌한 짐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런 태도가 좋다. 신세를 질 때는 져야 한다. 다른 기회에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당당하게 도움을 청하라
누구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독립적인 사람은 당당하게 도움을 청한다. 도움을 청하면 사람들은 기꺼이 도움을 준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그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하고 공유하고 싶어 한다. 혼자 여행을 가서 아름답게 지는 해를 본 적이 있다. 가슴이 벅차 “아, 참 좋다. 그치”라고 말했는데 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 순간 혼자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옆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 자신이 한 말에 동의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너무 외롭고 쓸쓸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답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경험과 느낌은 내 기억 속에서 색이 바래져 가기 쉽다. 다른 사람과 공유한 기억은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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