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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Health Innovation

의료 빅데이터,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데이터 임계점 이르면 진료 빅뱅 온다

김치원 | 198호 (2016년 4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과거 인간 유전자를 해독하게 되면 모든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실제로는 생각처럼 쉽지 않음이 드러났다. 의료계에 적용되고 있는 빅데이터와 각종 IT 역시 섣부른 기대를 걸어선 안 된다. 그러나 맞춤형 진료와 질병 예측 측면에서 디지털 기술은 분명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충분한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면 급격한 산업 변화가 시작되는 임계점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디지털 기술이 의료, 바이오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바 있는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이 5회에 걸쳐 디지털 헬스 산업의 변화와 대응전략을 제안합니다.

 

Digital Health Innovation

 

우리는빅데이터시대에 살고 있다.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실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마케팅 구호에 불과한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고 이를 잘 분석하면 과거에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의료는 어떨까? 우선 많은 사람들이 핏비트와 같은 활동량 측정계를 비롯해서 스마트폰에 연동된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게 되면서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병원 내에 저장돼 있는 의무기록과 같이 수집됐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의료에서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IBM은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을 활용해서 외부 파트너들과 협력하기 위한 왓슨 헬스 클라우드(Watson Health Cloud)라는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평균적인 사람 한 명이 죽을 때까지 100만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건강 관련 정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정보가 쌓이고 이를 IBM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알고리즘을 통해서 분석하게 되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의학 지식을 알게 되고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이는 기존 의료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유는 기존 의료에서는 무엇인가 일이 발생해서 증상으로 나타난 다음에야 병원에서 어떤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수집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스마트폰 및 여기에 연결된 인터넷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서 이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건강 관련빅데이터가 의료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맞춤형 진료

 

사람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는 것은 그들의 의학적인 특징을 알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특징은 개개인의 건강과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어렵지 않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질병이 발생하거나 진행하기 전에 가급적 빨리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이런 의학적인 특징의 속성들은 상호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발생하기 전 혹은 초기에 측정할 수 있는 특성들은 예측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또한 전신마취하에 수술을 하지 않고서 암의 특성과 주위 혹은 먼 장기까지 퍼진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든 것처럼 복잡한 과정 없이 질병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 분석이다. 휴먼게놈프로젝트를 통해서 인간 유전자 분석을 끝냈을 때 사람들은 인체와 질병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서 유전자가 질병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서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유전자보다는 환경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자가 이슈라면 유전체 분석 기술이 저렴해지고 더 많은 사람이 검사를 받게 됨에 따라서 해결되겠지만 후자가 이슈라면 유전자 분석만 가지고는 맞춤형 진료를 구현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23 and Me’와 같은 일반인 대상 유전체 분석 서비스와 각종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들이 확산되면서 이 두 가지 이슈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질병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정보를 토대로 기존에 몰랐던 질병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한 학술지에 실린 의학 논문에서는 이렇게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서 알아낸 질병 특성에디지털 표현형(digital phenotype, 디지털 정보로 본 질병 특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논문에서는 디지털 표현형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웨어러블 및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점점 많은 건강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질병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질병 특성(disease phenotype)을 알아내기 위한 전통적인 접근 방법이었던 신체 검진, 검사 결과, 영상 검사 결과를 넘어서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데이터를 적절하게 수집해 분석한다면 질병에 대해서 보다 통합적으로 또한 세세한 차이를 반영해서 이해할 수 있게 돼 질병의 발현에 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이러한 디지털 표현형(digital Phenotype)을 통해서 본다면 개개인의 디지털 기술과의 상호 관계가 질병의 진단, 치료에서부터 만성질환의 관리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서의 질병 치료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Ginger.io라는 회사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이 회사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수집 분석해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활동량, 전화나 문자 사용 패턴을 분석해 정신과 환자의 상태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준다. 통화 빈도가 갑자기 줄어든다든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줄어들면 우울증이 심해지는 것으로 추정하는 식이다. 현재는 주로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만성 질환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정보는 물론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지 않았던 수많은 정보가 모여서 Ginger.io 회사가 제시하는 것과 같은 Digital Phenotype 및 이외의 다른 분석툴 및 알고리즘이 등장하게 되면 환자의 특성을 더 깊이 알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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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원

    김치원doc4doc2011@gmail.com

    -(현) 서울와이즈요양병원 원장
    -맥킨지 서울사무소 경영컨설턴트
    -삼성서울병원 의료관리학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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