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Insight from Biology
Article at a Glance
철새들의 체내에는 지구 자기장을 인식하는 생물나침반(biocompass)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1970년대 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졌다. 이후 과학자들은 해부학적으로 특별한 생물나침반이 있을 거라 보고 연구를 계속했고, 자철석이 묻혀 있는 안면 구조를 찾아냈다. 그러나 모든 이동성 동물이 자철석 해부 구조를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연구의 방향이 달라졌다. 생물나침반의 비밀을 지구 자기장을 인식하는 체내 화학물질에서 찾으려는 흐름이 학계에 퍼졌다. 결국 오랜 연구 끝에 지난해 11월 생물나침반 기능을 하는 단백질 MagR(자기장수용체)의 존재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다. 물론 이 논문은 사실상 정보 검색에 의존한 실험 결과여서 실제 MagR이 생물나침반으로 작용하는가에 대해선 향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고무적인 연구 결과임에는 분명하다. |
편집자주
흔히 기업을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합니다. 이는 곧 생명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경영에 대한 통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합니다. 30여 년 동안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천착해 온 이일하 교수가 생명의 원리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생물학과 관련된 여러 질문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기업 경영에 유익한 지혜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필자도 스마트폰으로 찍은 풍경 중 인상적인 작품이 나오면 곧잘 배경화면으로 사용하곤 한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빼어난 작품 중 하나가 해질 무렵 석양 노을빛을 받으며 멀리 남쪽나라로 날아가는 철새 떼의 비행을 찍은 사진이다. 늦가을 어느 날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출판사를 찾았다. 예술인 마을을 둘러보고 자유로길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한 무리의 철새 떼가 마침 차창 한가운데로 들어와서 한동안 함께 동행했다. 마침 운전대를 아내가 잡고 있던 터라 스마트폰을 끄집어내 아름다운 자연의 한순간을 잡아낼 수 있었다.
철새 떼의 장거리 비행을 생각하면 참으로 오묘하다. 저 철새들이 어떻게 방향을 인지해서 자신들이 가려는 동남아 방향으로 정확하게 비행할까? 이러한 방향인식 능력은 철새 떼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체에서 나타난다. 이를테면 멕시코에서 수천㎞를 비행해 미 대륙으로 날아가는 제왕나비가 그렇고, 심지어 수만㎞를 이동하는 고래 무리들 또한 마찬가지다.
오래 전부터 생물학자들은 이런 동물들의 놀라운 방향인식 능력에 대해 생물체에 나침반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어왔다. 생물들에는 자기장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장 인지 능력이 보고된 생물은 위에서 언급한 철새를 비롯해 제왕나비, 연어, 바닷가재, 박쥐, 들쥐, 고래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나침반은 도대체 무엇일까?
생물에 내장된 내비게이션 ‘자기장 센서’
이동성 철새를 새장 속에 가둬 두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철새의 계절 비행이 본능에 따른 것이라면 새장 속에 가둬 두더라도 그 비행 습성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새장이 충분히 크기만 하다면 말이다. 이걸 실제로 관찰하고 보고한 과학자가 독일의 구스타프 크레이머 박사다. 크레이머 박사는 이동성 철새가 생체 내 나침반을 내장하고 있음을 1950년대에 밝힌 이 연구 분야의 선구자다. 그는 유럽의 대표적 철새 중 하나인 울새(robin)를 큰 새장에 가둬 놓고 관찰했다. 그 결과 철새들이 이동하는 시기인 11월만 되면 이들이 새장 속에서 부산스럽게 날갯짓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구나 이들의 비행 방향은 특정한 방향, 즉 남동향을 향하고 있었다. 자연에서 나타나는 울새의 비행방향과 정확히 일치한 것이다.
철새의 계절 비행이 본능에 따라 이뤄지는 현상임을 관찰한 크레이머 박사는 자연스럽게 다음 의문을 떠올린다. ‘철새가 어떻게 정확한 방향으로 날아갈까’라는 질문이다. 이 의문에 답을 얻기 위해 그는 새장 밖에 인공 태양이 부착된 원통형 회전판을 설치하고 인공 태양의 위치가 바뀌었을 때 울새들의 비행방향이 어떻게 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예측한 대로 울새들의 비행방향은 인공 태양의 위치에 따라 바뀌었다. 이 결과는 로빈새들이 비행 방향을 결정하는 데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은 생체 나침반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후 이동성 동물들이 나침반을 내재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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