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경영자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Marketing
소비자의 행동 바꾸는 방법 강압보다 세련된 길 있다
Baca-Motes, Katie, Amber Brown, Ayelet Gneezy, Elizabeth A. Keenan and Leif D. Nelson (2013), “Commitment and Behavior Chang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9 (5), 1070-1084.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은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전개한다. 월마트는 물 소비량을 기존 대비 50% 줄이고 포장도 덜 쓰는 농축 세재만을 판매한 적이 있고, 스타벅스는 미국의 모든 지점에서 백열등과 할로겐 전구를 LED 전구로 대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인테리어 자재를 사용하고 있다.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유럽연합의 동물보호법에 따라서 동물 실험을 중지했고, 테슬라는 석유에 의존하는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들과는 달리 전기차 개발과 판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기업의 친환경 활동은 제조업과 유통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서 더욱 중요하다. 특히 숙박업(hospitality industry)에선 물과 에너지를 덜 쓰는 활동이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 증대와 직결되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 숙박업계는 물과 에너지 비용을 현재보다 10%만 줄일 수 있다면 600만 t의 온실가스가 감축되는 동시에 연간 7억5000만 달러의 운영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세탁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개별 객실에서 사용되는 수건 세탁에 평균적으로 6.5달러가 쓰이며 66%의 객실이 가동되는 중급 이상의 호텔에서 수건을 재사용해 이 비용을 절약한다면 호텔 입장에서는 연간 46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호텔에서 수건을 빨지 않고 재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상당한 환경적, 경제적 효과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숙객들이 실제로 수건을 하루 이상 재사용하는 비율은 평균 30%, 최대 38%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객실 내에 수건 재사용을 촉구하는 문구를 남겨두어 인식을 재고하거나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심리학적 기제를 사용하는 흥미로운 연구가 2개 등장했다. 한 연구에서는 상호 간 관심(reciprocity concerns)을 이용했다. 즉, 호텔에서 수건 재사용을 예상하고 이미 자선 단체에 기부를 했다고 알리는 경우, 투숙객의 수건 재사용 비율이 44%까지 올라간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다른 다른 연구에서는 사회적 규범(social norms)을 이용했다. 호텔 내 대부분의 투숙객이 수건을 재사용한다고 알리거나 같은 방에 투숙한 예전 투숙객 대부분이 수건을 재사용했다고 알리는 경우, 수건 재사용 비율이 각각 44%, 49%까지 증가했다. 두 연구는 심리학적 기제를 현실에 성공적으로 응용했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의 호텔 투숙객들은 수건을 재사용하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연구자들은 수건 재사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또 다른 심리적 기제를 검증해 보기로 결정했다. 심리학자들의 기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스스로 약속(commitment)을 하면 약속과 일치하는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약속이 구체적이며 예전에 약속을 했다는 점이 강조될수록 약속과 일치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결국 구체적으로 약속을 하고 약속을 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면 행동이 변한다는 넛지(nudge, 팔꿈치로 슬쩍 밀다) 가설을 숙박업에서 검증하기로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한 호텔에서 31일 동안 4354명의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6개 조건으로 나누어진 현장 실험을 수행했다. 체크인할 때 각각 다른 내용의 안내문을 읽고 응답하도록 구성돼 있었다.
(1) 아무런 안내문을 읽지 않거나
(2) 호텔의 인사가 담긴 안내문을 읽거나
(3) 호텔이 친환경 활동을 한다는 안내문을 읽거나
(4) 호텔이 친환경 활동을 한다는 안내문을 읽은 후 “나도 머무는 동안 친환경 활동에 노력하겠다”는 일반적 약속에 Yes, No 중에서 하나의 박스에 체크를 하거나
(5) 호텔이 친환경 활동을 한다는 안내문을 읽은 후 “나는 머무는 동안 물과 에너지를 아끼고 수건을 재사용하겠다”는 구체적 약속에 Yes, No 중에서 하나의 박스에 체크를 하거나
(6) (5)번처럼 안내문을 읽은 후 구체적인 친환경 활동에 약속하고 그 약속의 징표로 ‘지구의 친구’라는 핀을 받았다.
투숙객들은 총 6개의 조건에 무작위로 할당됐고 하나의 조건당 4일 이상의 실험이 수행되면서 얼마나 많은 수건이 재사용됐는지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친환경 활동을 약속하는 박스에 체크를 한 투숙객들은 59% 이상 수건을 재사용하려고 했으며, 특히 구체적으로 약속하고 핀을 받은 경우 수건 재사용 의도가 80%까지 치솟았다. 실제 수건 사용량으로 비교하면 안내문이 없거나 호텔 인사가 담긴 안내문을 읽은 경우 객실당 1.33개와 1.28개의 수건이 재사용됐는데 구체적 약속을 하면 이 숫자가 1.53개까지 증가했다. 구체적 약속을 하고 ‘지구의 친구’ 핀을 받은 투숙객은 객실당 2.14개의 수건을 재사용했다.
또한 구체적 약속을 하고 핀을 받은 투숙객들은 다른 조건에 속한 투숙객들에 비해서 호텔을 떠날 때 방의 불을 끄는 확률도 15%까지 더 높았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대니얼 카네만, 리차드 탈러, 댄 에리얼리 등에 의해서 큰 인기를 얻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 따르면 개인적으로나 단기적으로 귀찮거나 손해를 보지만 사회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이득을 보는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선택 대안을 잘 설계해(choice architecture)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넛지(nudge)가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났을 때 장기 기증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고 퇴직 연금에 가입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본 연구는 기존 주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행동을 바꾸라고 직접 지시하기보다 본인 스스로 행동을 바꾸겠다고 약속을 하게 만드는 것이 행동을 유도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정부기관이나 비영리단체가 시민 또는 국민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세련된 방식을 사용해야 함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에어컨 사용을 제한하거나 우측통행을 강요하기 위해서 전단지를 곳곳에 붙이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약속할 수 있는 조그마한 초기 단계의 일을 매력적으로 제공하고 자발적인 약속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주재우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University of Toronto의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 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서 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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