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의 학습이론
Article at a Glance
인문학에서 접근하는 학습 vs. 사회과학에서 접근하는 학습
인문학은 학습의 내용에 초점을 두며 지식의 증대, 인간 내면의 성숙과 발전 등에 관심을 둠. 반면 사회과학에선 학습이 발생하는 메커니즘 분석에 초점을 두고 행동의 변화가 핵심 관심사.
파블로프 조건반사 실험의 의의
오랜 기간 ‘행동=고차원적 사고와 가치관, 신중한 선택의 결과’로 간주해 왔던 기존 학계에 인간의 행동도 물건이나 기계처럼 일련의 과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제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임.
스키너의 학습모형이 사회과학적 학습이론에 끼친 영향력
실제 현실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행동학습의 원리를 제시. 경영학은 물론 심리학, 교육학, 정신의학, 동물행동학 등으로까지 확산. 특히 경영학 분야에서는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 조직학습(organizational learning) 등으로 발전. |
학습이라는 단어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 모두 그 중요성이 강조돼 왔으나 그 접근법은 서로 전혀 다르다.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인문학에서 학습은 무엇을 배우느냐는 문제, 즉 학습의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사회과학에서는 학습의 내용보다는 학습이라는 현상의 본질과 그 구체적 과정 및 원리를 규명하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 이에 따라 사회과학에서는 주로 인문학적 학습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메타 분석(meta-analysis)’ 성격의 연구가 주를 이뤄왔다. 학습에서의 관심사도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판이하게 다르다. 인문학에선 주로 지식 증대와 같은 인간 내면의 성숙과 발전에 관심을 갖는다. 반면 사회과학에선 행동의 변화가 핵심 관심사다. 학습하는 사람의 이미지도 인문학에서는 동양의 고매한 선비나 서양의 고뇌하는 철학자들이 독서하고 사색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반면 사회과학에서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행동패턴이 그 대상이다.
역사시대 이래 문사철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에서 주로 논의돼 오던 학습이 사회과학적 분석과 연구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20세기 초부터다. 지난 100여 년간의 기간 동안 사회과학에서 학습은 행동주의적 학습, 사회학습, 조직학습 등 다양한 분석 수준과 초점, 여러 분야들에서 연구되며 급속하게 발전해왔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학습모형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개념 정의가 있다. 사회과학에선 학습을 ‘경험의 결과로 발생하는 행동의 변화’로 정의한다. 즉, 어떤 개인이나 조직, 사회가 특정한 경험을 한 결과 그 이전까지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 학습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험이란 개인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즉, 환경의 자극에 대해 인간이 반응하는 상호작용 과정을 경험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사회과학의 학습모형을 자극-반응(SR·Stimulus-Response)이론이라고도 한다.
학습을 행동의 변화로 간주하는 이 같은 개념 정의는 행동주의학습, 사회학습, 조직학습을 막론하고 모든 사회과학적 학습이론에서 공통적으로 전제된다. 이 개념 정의를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인문학에서는 어떤 경험이 어떤 새로운 행동을 하게 만드는가라는 경험과 행동의 구체적 내용에 관심을 가지는 반면 사회과학에서는 어떤 원리에 의해 환경과의 상호작용 경험이 행동변화로 연결되는지를 그 과정과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춰 연구한다.이와 같이 사회과학적 학습이론에서는 인간 내면의 성숙이나 지식의 증가 그 자체보다는 행동의 변화에 주로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학습이론가들의 철학적 기반을 행동주의(Behavioralism)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회과학에는 학습의 원리를 설명하는 다양한 모형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행동주의 심리학의 거장 스키너(B. F. Skinner)의 이론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스키너의 학습이론을 중심으로 학습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행동주의와 사회과학적 학습모형의 탄생: 파블로프와 스키너
전통적으로 인문학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학습이라는 현상이 사회과학의 연구 대상이 된 것은 1902년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이반 파블로프(I. Pavolv)의 유명한 개 실험이 계기가 됐다. 파블로프는 음식물을 줄 때 본능적인 생리반응으로 소화액인 침을 흘리지만 메트로놈 소리에는 침을 흘리지 않던 개에게 한동안 음식을 줄 때마다 메트로놈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이 두 가지 자극을 서로 조건화하면 이후로는 개들이 메트로놈 소리만 들어도 과거와 달리 침을 흘린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해 전 세계 학계에 충격을 줬다. 그 후 파블로프와 제자들은 이런 조건화를 통한 행동학습이 개나 동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으로 증명했다.
파블로프의 실험은 마르크스(K. Marx)의 유물론적 역사관, 프로이트(S. Freud)의 정신분석학, 다윈(C. Darwin)의 진화론과 더불어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현대사회로의 대전환기에 인류 지성사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엄청난 지적 혁명 중 하나였다. 그 이전까지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행동=고차원적인 사고와 가치관, 신중한 선택의 결과’로 보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영감을 주는 학문이나 예술을 공부하는 데 주력해왔던 학계에 인간의 행동도 마치 물건이나 기계처럼 일련의 과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제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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