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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를 위한 시(詩)적 상상력

‘업의 재정의’가 힘들다고? 의미를 더하거나 빼라, 詩처럼…

황인원 | 171호 (2015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업의 재정의 방법 1 - 의미 더하기

업의 본질에 추가적으로 파생되는 개념을 덧붙임. 역사(驛舍)를 전철을 타고 내리는 공간(업의 본질)으로만 정의하는 데서 벗어나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쇼핑몰, 영화관, 음식점 등 파생 개념을 결합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업을 확장할 수 있음.

 

업의 재정의 방법 2 - 의미 빼기

수많은 생각의 가지를 제거하고 단순화할 것. 1990년대 청바지 업체 게스는 여성용 청바지의 복잡한 사이즈를 모두 없애고 여성이 제일 선호하는 24인치 청바지만 생산,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청바지로 부각.

 

 

 

편집자주

()는 기업 경영과 별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는 뻔히 보여도 보지 못하는, 혹은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알려주는 지혜와 통찰의 보고(寶庫)입니다. 현대 경영자에게 무한한 창조적 영감을 주는 시적 상상력의 원천을 소개합니다.

 

 

2003 101세의 나이로 작고한 일본의 아리마 히데코. 이 할머니는 생전에 일본 사회에서 대단히 유명한 사람이었다.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다. 그가 100세가 돼서도 운영했던길베이아이라는 이름의 작은 바 때문이다. 그는 이 술집을 53년 동안 운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술집을 운영해서 유명해진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그의 술집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과연 술집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운영한 것일까.

 

()의 재정의

 

아리마 히데코는술집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곳일 뿐 아니라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자연히 길베이아이는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샐러리맨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곳이 됐다. 또한 이런 술집의 주인, 이른바 마담은매상을 올리기 위해 손님과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손님이 즐겁게 술을 마시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아리마 히데코가 다른 술집 주인과는 다른 행동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진급에 실패한 샐러리맨에겐 위로의 편지를, 사업에 성공한 사업가에겐 축하의 편지를 썼다. 이것이 평생 거르지 않는 일과였다. 그는 손님들과 풍부하고 격조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매일 3개의 신문뿐 아니라 광고까지 읽으면서 시사지식을 꾸준히 습득했다. 단골손님 가운데 소설가 앤도 슈사쿠, 이토추상사의 세지마 류조 회장 등 일본 사회의 거물도 상당수다. 그는 술집 주인으로서 바 운영에 더해 위로와 격려가 포함된인생 상담업까지 했다. 한마디로()의 재정의’를 한 셈이다.

 

업의 재정의는 기존 업의 개념에 다른 업의 개념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기존 업의 본질을 잘 파악해야 한다. 추가되는 업의 개념이 기존 업의 본질에서 파생돼 나오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본질에서 주업과 추가업이 동시에 나올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주업에만 치중하고 추가업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남다른 업의 개념으로 기존 업을 변화시키고자 할 때 추가업을 잘 생각하면 기존의 업을 변화시키는 혁신적인 업의 형태를 도출할 수 있다. 시 한 편을 보자.

 

 

 

 

이 시를 보면 머플러의 기능이 계속 달라진다. 머플러의 원래 기능은 무엇인가. 어깨를 감싸 바람을 막는 것이다. 물론 멋으로 두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머플러는 사람들을 멋있게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도구이자 바람이나 추위를 막아주는 도구다. 그런데 이 시는 영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머플러가상처를 덮는 날개가 된다. 불구를 가리는 붕대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시에서 기존 머플러의 기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 내용에도 있듯그녀는 멋으로 어깨를 감싸기도 하고바람 부는 날 어깨에두르기도 한다. 원래의 기능을 그대로 두고 전혀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그 의미를 추가해 새로운 머플러의 개념을 만들어 냈다. 이처럼 시에서의 새로운 의미 더하기 기법은 경영에서업의 재정의와 같은 사고법이다. 경영적 차원에서 기존 업의 개념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쉽게 업의 재정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시를 통해 새로운 의미 더하기 방법을 활용해 보자. 너무나 쉽게 새로운 개념을 찾아낼 수 있다.

 

 의미 더하기

 

, 시인이 머플러에 다른 사물의 의미를 붙인 방법을 들여다보자. 먼저 머플러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된다. 우선 머플러가 쓰이는 공간으로 사고를 넓혀보라. 머플러는 사람이 사용하는 일종의 헝겊이다. 헝겊과 같은 공간(부류)에 있을 수 있는 사물의 이름을 나열해 보자. 헝겊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 붕대, 망토 등이다. 이 단어들이 <머플러>라는 시에 2개나 들어 있다. 또 머플러는 사람을 위한 것이니 사람의 몸이라는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자. 마음, 상처, 희로애락, 정상적인 몸, 불구의 몸 등 많을 것이다. 이것이 머플러라는 단어의 본질에서부터 기존 머플러에다 다른 기능을 추가해 새로운 개념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런 생각의 방식으로 우리 주변에서 존재 의미가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역사(驛舍). 예전에는 전철역이 그저 사람이 전철을 타고 내리고 곳으로만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엔 쇼핑몰이 플러스되고, 영화관이 추가되고, 각종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복합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변한 배경은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는 전철역의 본질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쇼핑몰, 영화관, 음식점 등과 같은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이들을 원래 전철역의 본질에 추가하면 전철역은 그저 전철을 타고 내리는 곳으로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전철역+쇼핑몰’ ‘전철역+영화관’ ‘전철역+음식점등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다.

 

 

 

 

시 창작 과정에서 이뤄지는 이런 사고법은 기존 제품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로만 활용되지 않는다. 운동화를 생각해보자. 운동화의 본질은 발 보호이자 이동이다. 그런 것이 뭐가 있을까? 자동차를 떠올려 볼 수 있다. 그러면 운동화에 자동차의 기능을 추가해 보면 새로운 생각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클릭이라는 자동차의 이름을 운동화에 더하면 그냥 운동화가 아니라 클릭운동화가 될 것이다. 클릭은마우스를 누른다, 성공하다, 잘되다, 사랑하는 사이가 되다’라는 뜻이다. 만약 연인이 신을 수 있도록 커플 신발을 만들어 클릭운동화라고 이름 지으면 이 신발을 함께 신는 연인은 그만큼 더욱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새 자동차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의미의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운동화도 요즘에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이렇게 새로운 의미 더하기 기법으로 브랜딩해서 마케팅과 연결하면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시에서의 의미 더하기 기법을 활용한 브랜딩 마케팅 기법이다.

 

예전에는 전철역이 그저 사람이 전철을 타고 내리는

 

곳으로만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엔 쇼핑몰이

 

플러스되고, 영화관이 추가되고, 각종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복합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한다.

 

 

의미 빼기

 

지금까지 시에서의의미 더하기 기법으로업의 재정의와 같은 효과를 내는 방법을 알아봤다면 이번에는의미 빼기를 보자.

 

혹시 생각을 의미하는 한자어가 뭐가 있을까? ()와 상()이 떠오를 것이다. 둘 다 생각을 뜻한다. 그런데 이 두 한자의 의미가 다르다. ()마음[]’[]’을 머리에 이고 있는 형상이다. 이때의생각은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어떻게 하면 밭을 잘 갈아서 가족을 먹여 살릴까 하는 걱정과 고민의 상징이었다. 다시 말해 마음의 혼란을 나타내는 단어였다.마음에 혼란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몸에도 별로 좋진 않을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병이 생기는 이유를 칠정(七情)1)으로 보는데 여기에 생각이 포함돼 있다. 생각이 병의 원인으로 포함된 이유는 처음엔 단순하고 작았던 생각이 원래의 형태를 벗어나 주변의 생각까지 자꾸 더해지면서 근심으로 변하게 되고 근심이 많아지면 결국 위장과 비장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생각이 참 부정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반면 ()은 좀 다르다. 상은[]으로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을 표현한 글자다. 우리의 눈이 먹고사는 터전의 상징인 밭이 아니라 자연 속의 나무를 바라보면 어떨까. 마음에 혼란이 없어지지 않을까. 우리가 자연으로 소풍을 가서 일상에서의 복잡한 생각을 다 털어내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적으로보다는이 훨씬 좋은 의미의 생각을 나타내는 한자라고 본다.

 

1)기쁨[], [], 걱정[], 생각[], 슬픔[], 놀람[], 두려움[]

 

 

근심의 생각인 사()를 수양을 쌓아 편안함의 상징인 상()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쁜 의미의 생각을 좋게 만드는 방법은 뭘까. 바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근심을 만드는 수많은 생각의 가지를 제거하고 단순화하면 감정의 혼란은 사라지고 상황의 본질만 깨끗하게 남는다. 이렇게 하는 것을 필자는단순화법이라고 한다. 그럼 이쯤에서 단순화법이 적용된 시 한 편을 보자.

 

 

 

 

 

 

혹시 어디를 갔는데 예전에 있던 건물이나 나무, 꽃과 같은 게 없어진 경험이 있는가? 공사를 하려고 건물을 허물어버렸다든가 하는 경우 말이다. 시인은 바로 이런 경험을 시로 쓴 것이다. 그 상황을 시인은무엇이 있다가 사라진 자리는 적막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이 시구가 무슨 말인가? 절이 있던 자리였는데 절이 없어졌다. 연못이 있던 곳이었는데 연못도 없어졌다. 사람이 앉아 있던 의자도 없어졌고 주변의 꽃도 모두 없어졌다. 아무 것도 없다. 그러면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것일까? 시인의 눈에는 그렇지 않다. , 연못, 꽃이 있었고, 사람이 앉던 그 자리가 사라진 대신 그 자리에는 적막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보통아무것도 없으니 적막하다고 말하는 것을 시인은 적막도 존재하는 대상으로 여기고적막이 있다’, 그것도가득하다고 기가 막히게 표현한다.

 

근데 이게 다가 아니다. 시인이 한번 더 그 상황을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있던 것이 없어진 그 자리에 대신 있는 것이 적막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그럼 뭔가? ‘고요함의 현현’. 그렇다. 고요라는 것이다. 그것도 바글거릴 정도로 많은 고요가 몰려 있다고 한다. 이즈음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적막과 고요가 무슨 차이가 있나하고 말이다. 일견 비슷한 단어로 보인다. 하지만 두 단어는 분명 다르다. 적막은 고요에 쓸쓸함이 보태진 단어다. 고요는조용하고 잠잠한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쓸쓸함은외롭고 적적하다’. 혹은으스스하고 음산하다는 뜻으로 부정적인 감정이다. 그러니까 시인은 무엇이 있다가 사라진 자리에서 처음엔 고요함과 쓸쓸함을 같이 느꼈지만 이후 외롭고 음산한 안 좋은 기분이 제거된 평온한 고요만 있는 상황을 포착한 것이다. 이게 바로 단순화법이다.

 

우리가 보통아무것도 없으니 적막하다

 

말하는 것을 시인은 적막도 존재하는 대상으로

 

여기고적막이 있다’, 그것도가득하다

 

기가 막히게 표현한다.

 

 

청바지 회사로 유명한 게스의 성공은 바로 시 창작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단순화법에 기초를 둔 경우에 해당한다. 1990년대에 게스는 여성용 청바지의 복잡한 사이즈를 다 없애고 여성이 제일 원하는 사이즈인 24인치 청바지만 생산했다. 처음엔 소비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게스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청바지로 부각됐다. 이번에도 운동화로 한번 더 생각해 보자. 운동화에도 여러 사이즈가 있다. 그 복잡한 사이즈를 다 제거하고 하나의 사이즈로 단순화시키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마치 양말처럼 신축성 있는 운동화라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진짜 이런 운동화가 나온다면 완전히 특허감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단순화법을 한번 활용해 보라. 생각의 가지를 쳐내고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다 보면 획기적인 상품이나 마케팅 법이 떠오를 수 있다.

 

 

 

황인원문학경영연구원 대표 moonk0306@naver.com

필자는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기자와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및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시 전공자와 경영학자가 함께 만나 창조 시대를 이끄는 문학경영학회를 만드는 게 꿈이다. 저서로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시 한 줄에서 통찰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감성의 끝에 서라(공저)> 등이 있다.

  • 황인원 | - (현)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및 원장
    - (전) 중앙일보/경향신문 기자
    - (전) 경기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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