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들이 너나없이 즐겨먹는 음식인 ‘피자(Pizza)’.
피자의 어원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납작하게 눌린’ 또는 ‘그런 모양의 빵’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피타(Pitta)’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옛 그리스인들이 마늘과 양파를 곁들여 즐겨먹었다던 이 둥글넓적한 빵이 어떻게 오늘날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일까?
피자는 흔히 이탈리아가 낳고 미국이 키운 음식이라 불린다.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피자가 등장한 것은 19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요리사들이 납작한 빵 위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모짜렐라 치즈, 바질 등을 얹어 내놓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세기 초, 경제불황으로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기회의 땅 미국으로 이민을 감행하면서 피자가 미국에 전해지게 되는데,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데다 맛도 좋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끝부분이 살짝 들린 납작한 빵 위에 여러 재료들을 치즈와 함께 얹은, 일견 단순해 보이는 이 음식은 미국식 자본주의와 만나 급속도로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하는데 ‘피자의 대공습(Pizza Invasion)’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20세기에 들어서 피자는 대표적인 ‘글로벌(Global) 푸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피자의 글로벌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평생 피자를 만들고 메뉴를 개발해 왔던 요리사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해외 진출에까지 나선 피자 체인점의 대표로서 그간의 경험과 고민을 토대로 정리해본다.
첫째, ‘개방성’이다. 도우 위에 어떤 토핑이든 궁합만 맞춰 올리면 무엇을 올리든 그건 ‘새로운 피자’로 탄생한다. 호주에서는 연어, 딜, 보콘치니, 보리새우를 비롯해 캥거루, 에뮤, 악어 고기 같은 독특한 토핑을 사용하기도 하며, 브라질에서는 바나나, 초콜릿, 파인애플 같은 달콤한 재료를 활용한 피자를 만든다. 인도에서는 탄두리치킨, 한국에서는 불고기나 김치도 토핑으로 올라간다. 각 나라의 전통 음식을 활용하거나 요리사의 아이디어에 따라 전혀 새로운 식재료를 올려도 그건 ‘피자’가 맞다. 이 엄청난 개방성이 글로벌 하면서 로컬 한 피자의 힘을 만들어냈다.
둘째, ‘범용성’이다. 피자는 미군의 술안주로 한국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반드시 ‘피맥(피자+맥주)’으로 즐겨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어린이들의 생일파티 음식으로 더 각광받기도 하며 스포츠 관람할 때 먹는 간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심지어는 연인 간의 데이트 코스에서도 환영받는 메뉴이기도 하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든 활용 가능하다는 ‘범용성’은 피자의 인기를 폭발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전통과 깊이’다. 아무리 개방성이 높고 범용성이 좋은 음식이라도 오랜 역사와 전통에 기반한 ‘스토리’가 없으면 성공이 지속되기 어렵다. 또한 반죽 방식과 효모의 종류, 불의 세기와 굽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오묘한 맛의 차이와 다양성은 초기에 미국식 피자로 입문했던 피자 애호가가, 이후 종류별로 피자의 탄생 스토리와 레서피의 차이점 등을 알아가며 계속적으로 피자를 공부하고 즐기도록 만들어준다.
‘글로컬 음식’의 대명사인 피자의 성공방정식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꽤나 많다. 첫째, 문화 콘텐츠나 플랫폼, 음식 등을 들고 해외에 진출할 때, 먼저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피자와 같은 ‘개방성’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방성이 있고 현지의 특성에 맞게 변형할 수 있는 성격이라면 성공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문화 콘텐츠, 음식 등의 제품 등은 역시 피자처럼 범용성을 만들어내야 한다. 피자를 맥주 안주로만 여겼다면 한국에서는 성공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해당 제품이나 콘텐츠가 탄생했을 때의 상황이나 인기를 얻었던 요인들에만 집착하지 말고 진출한 국가의 문화나 생활 코드 중 어떤 것들과 잘 어울릴지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흔히 ‘전통’으로 표현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스토리’를 구성하고 전파하면서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연구하고 찾도록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문화 콘텐츠 수출’ ‘한식세계화’ 등이 지속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시대에 피자의 성공공식은 경영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명정길 ㈜웰빙을 만드는 사람들 대표
명정길 대표는 2009년 8월 ㈜웰빙을 만드는 사람들을 설립하고 패스트푸드에 대한 기존의 상식과 편견을 깨고 한국식 웰빙 재료를 넣어 만든 피자 브랜드인 ‘뽕뜨락피자’를 론칭했다. 명 대표는 ‘뽕뜨락피자’를 중국 4개 지점을 포함해 총 354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강소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2012년 서울대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한국 프랜차이즈협회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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