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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 쓰는 동정심 유발 전략, 자칫하면 무능력으로 보일 수 있다

안도현 | 169호 (2015년 1월 Issue 2)

 

 

세계적 경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실무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Psychology

위기 때 쓰는 동정심 유발 전략, 자칫하면 무능력으로 보일 수 있다

Corporations are Cyborgs: Organizations elicit anger but not sympathy when they can think but cannot feel by Tage S. Raia & Daniel Diermeier. (2015).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26, 18-26.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 활동에는 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해킹을 당해 대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유출되기도 하며, 임직원이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한다. 위기 중에는 책임소재가 명백하게 기업 외부에 있는 경우도 있다. 이때 기업은 억울함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희생자로 제시하는 방법이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은 기업에 대해서도 인격을 지니고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 대해서는 동정심을 보이며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기업도 억울한 일을 당하면 소비자의 동정심을 살 수도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 동정심 유발 전략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개인에 대한 지각방식이 항상 기업에도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적 대상에 대해 지각할 때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나는 의도와 목표를 실행할 능력의 여부에 대한 작인성(作因性·agency) 여부이다. 다른 하나는 고통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의 여부에 대한 경험성 여부다. 사람들은 기업에 대해 작인성은 개인과 같은 수준으로 지각한다. 반면 기업의 경험성에 대한 지각은 개인에 대한 지각과 많이 다르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노스웨스턴대 공동 연구팀은 기업의 작인성과 경험성에 대한 지각을 분석하기 위해 4차례 실험을 했다. 실험1은 미국인 84명을 대상으로 기업과 개인에 대한 판단을 비교했다. 먼저 연구 참가자들을 2개 집단으로 구분해 집단1에게는 기업가 개인의 이야기를 읽도록 했고 집단2에게는 기업의 이야기를 읽도록 했다. 이야기의 종류에 따라 집단을 추가로 나눴다. 집단1a와 집단2a는 기업가 혹은 기업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판매하는악한으로 묘사한 이야기를 접했고 집단1b와 집단2b는 기업가 혹은 기업이 소유한 정보시스템이 해킹 당해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취당한희생자로 묘사한 이야기를 접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제시된 기업가 혹은 기업에 대해 분노 또는 동정의 감정경험 정도와 기업이 의도한 바대로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지(의도 실행능력), 기업이 고통을 느낄 것으로 생각하는지(고통경험 능력) 여부에 대해 답했다. 실험결과 분노하는 정도와 의도 실행능력에 대해서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평가가 차이가 없었다. 반면 동정하는 정도와 고통의 경험능력에 대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기업보다는 개인이 고통을 경험하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지각은 해킹의 피해에 대해 동정하는 태도로 이어졌다. 실험2에서는 경영진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기업 내부의 시각과 기업 외부 일반인들의 시각과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실험결과 기업 내부의 시각에서는 동정 및 고통 경험 여부에 대한 개인과 기업에 대한 판단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3에서는 기업을 의인화한 다음 참가자들에게 실험1과 같은 자극물을 제시했다. 이때 고통 경험 여부 및 동정심에 대한 개인과 기업에 대한 지각의 차이가 사라졌다. 실험4에서는 스포츠팀을 추가했다. 실험 결과 스포츠팀에 대해서는 개인과 기업의 중간 정도 반응이 나타났다. 개인보다는 동정심을 덜 유발하지만 기업보다는 더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업은 위기상황에서 스스로를 피해자로 묘사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전략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업에 대해 작인성, 즉 의도를 실행하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고통을 경험하는 능력은 없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아무리 기업이 실질적인 피해자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기업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다. 기업이 스스로를 피해자로 묘사하면 소비자의 분노는 피할 수 있지만 동시에 역량이 결핍된 조직이라는 평가도 받게 된다. 따라서 위기에 처한 기업은 비록 사건 발생의 책임이 없어도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영웅이 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인 위기극복 전략이 될 수 있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다. SSCI급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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