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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를 위한 시(詩)적 상상력

내 엉덩이 밑 네가 애처롭다, 의자야 나는 사물과 소통하는 시인이다

황인원 | 158호 (2014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인문학

 소통(疏通)의 정의

트일()’ 통할()’. , 통함이 트인다는 뜻. 오늘날 기업들이 소비자 욕구 조사를 통해 고객 니즈를 수용하려고 하는 것도 소통으로 나아가기 위함임.

소통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서로를동등 위치로 만드는 것. , 갑을 관계나 상사와 부하 간 상하 관계가 아니라 각자 지위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를 뿐이지 각각 일의 가치와 사람 자체는 동등하다는 의식을 가져야 함.

소통의 실현 방식 - ()

상대가 나보다 크니 내가 상대보다 못하다고 느끼고 겸손하게 행동할 때 비로소 상대가 나를 동등하게 보는 인이 실현됨. 기업에서 소비자를 대할 때 자신보다 존재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상대보다 낮춰 생각해야만 서로를 동등위치로 만드는 소통이 실현됨.

 

편집자주

()는 기업 경영과 별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는 뻔히 보여도 보지 못하는, 혹은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알려주는 지혜와 통찰의 보고(寶庫)입니다. 현대 경영자에게 무한한 창조적 영감을 주는 시적 상상력의 원천을 소개합니다.

 

과자, 빵 등을 생산하는 A라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또 다른 기업 B로부터 밀가루 등 각종 재료를 공급받아 제품을 완성한 후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A는 소비자와의 관계에선 제품을 제공하는 공급자지만 B와의 관계에선 수요자 입장에 서 있다. 뿐만 아니다. A는 소비자에게 돈을 제공받는 수요자이기도 하다. 반대로 소비자는 A에 돈을 공급하는 공급자다. 그러니 A와 소비자는 서로 공급자이자 수요자가 된다. A B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화폐와 재화를 공급하는 공급자이자 수요자다. 밀가루 생산업체인 B 역시 소비자와의 관계를 따져 보면 공급자이자 수요자가 된다. 이렇게 3자가 서로 맞물려 각각 동시에 공급자이자 수요자가 된다. (그림 1)

 

과거에는 기업과 소비자, 기업과 기업의 이런 관계를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다. 제과 업체 A는 빵이나 과자를 제공하는 공급자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B 역시 공급자 입장에서만 서서 밀가루를 만들어 팔았다. 소비자는 무조건 수요자라고만 여겼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직원에게 돈을 공급하는 공급자일 뿐이고 직원은 늘 수요자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사고방식이 기업과 직원과의 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런 생각의 구도는 급격히 깨졌다. 기업이 공급자이자 동시에 수요자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직원들 역시 스스로가 수요자일 뿐 아니라 공급자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 나가고 있다.

 

그림 1 공급자와 수요자 관계

 

서로가공급자이자 수요자라는 인식이 소통의 바탕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행동이 바로소통(疏通)’의 자세다. 기업은 소비자 욕구 조사를 통해 고객 니즈를 수용하려고 하고 직원과 대화나 협상을 하며 직원의 요구를 들으려 한다. 요구를 수용한다거나 듣는 것은소통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소통은트일 소(), 통할 통()’으로통함이 트인다는 뜻이다. 너와 내가 통함이 트이고, 나와 가족, 사회가 통함이 트이고, 기업과 소비자가 통함이 트일 때 진정 서로를 수용하게 된다.

 

그럼에도 소통은 쉽지 않다. 기업이 소비자와 소통을 하기 위해 수많은 마케팅 조사를 하면서도 소통에 실패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마음이 진정으로무엇을 원하는지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루이비통>이라는 책에 따르면, 만약 소비자와 기업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될 때 의사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체가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자신들이믿고 싶어 하는 얘기만을 따라가고, ‘믿고 싶은 말만 타깃으로 삼아소비자를 해석하게 된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니 소비자의 생각이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이때 트이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서로를동등 위치로 만드는 것이다. 즉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아니라,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가 아니라, 존재 가치 의식을 서로 같은 위치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러면 훨씬 쉽게 통할 수 있게 된다.

 

생각해 보라.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지위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를 뿐이지 각각 일의 가치와 사람 자체는 동등하다는 의식을 가져야트이게되지 않겠는가. 또 생산자이자 공급자인 기업이 동시에 수요자임을 인식할 때 똑같은 수요자인 대중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소비자가 하는 말을 수용해트이게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통함이 트이게 되면 뭐가 달라질까? 기업 조직이 살아 움직이게 된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가 살아 움직이게 된다.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내·외부적 협조와 협력이 잘돼 사람의 몸에 피가 흐르듯, 장기가 서로서로 역할을 하면서 조화를 이루며 움직이듯, 멈춰 있는 부분이 없다는 말이다. 결과는 어떨까? 당연히 기업의 상품이 잘 팔리게 된다. 즉 제대로 된 기업은스스로가 공급자이자 수요자라는 인식소통 일어남조직 살아 움직임상품 잘 팔림의 단계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시인들의 창작 과정이 이와 같다는 점이다. ‘시인과 시적 대상은 서로 공급자인 동시에 수요자라는 인식의인화·외부적 관계 살아 움직임새로운 이미지 창출이 그것이다.

 

의인화 궁극적 목적도 시적 대상과의소통

시인들은 사물이나 자연을 의인화하는 게 기본 사고다. 의인화하는 궁극적 이유는 뭘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그런데 무작정 새로운 이미지 만들기를 시도하는 게 아니라 전 단계로 시적 대상과소통을 먼저 한다.

 

소통이 되려면, 즉 통함이 트이려면 상대가 사물이든, 자연이든 간에 사람처럼 말도 하고, 듣고, 보고, 생각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과 동등 위치나 상황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시인과 사물, 자연이 서로통함이 트이게된다. 이것이 의인화 기법의 핵심이다. 이렇게 소통이 이뤄지면 시인과 시적 대상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인이 시적 대상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시적 대상은 자신의 아픔이나 갈망을 시인에게 드러낸다(물론 시인의 감성에 의해 포착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이미지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이 시를 보면낡은 의자가 정말 사람처럼 사람의 짓을 한다. 시인이, 아니 시인의 시적 사고가 의자를 사람과 동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낡은 의자는 시인을 향해늙은 잔등을 내밀어 앉으라고 하기도 하고, 시인이 앉으면 관절에서 비명 소리도 낸다. 그러면서도고집스럽게 네 발로 서서자기가 믿고 의지할주인을 태우고 싶어한다.

 

시인은 의자에게서 사람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낡은 의자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의자의 힘겨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 어찌 안 그러겠는가. 이것이 소통이다.

 

만약 시인이 의자를 자신과 동등 위치에 놓이게 만들지 않았으면 시인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의 위치에서 말 못하고 오래된 낡은 의자를 바라볼 뿐이지 사물인 의자의 마음을 보고 듣고 느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즉 소통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시인들이 세상의 모든 사물을, 그것이 흙이든, 바위든, 돌이든, 꽃이든, 잎이든, 풀이든, 연필이든, 책상이든, 책장이든, 의자든, 벽이든 간에 의인화해 생명과 생각을 가진 것처럼 표현하는 이유는 시인과 동등 위상으로 만들어 그것들과소통하기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소통은 시적 대상을 단순히 사람처럼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아예 존재 가치를 사람과 같게 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고백한 아픔의 마음이나 갈망의 마음을 듣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소통한 마음을 그대로 글로 펼쳐놓으면 바로 시다.

 

그러니까 김기택 시인의 시낡은 의자는 시인이 꾸준한 관찰을 통해서든, 순간적 직관에 의해서든낡은 의자에서 새로움을 공급받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의인화라는 소통의 단계를 통해 낡은 의자를 살아 있게 함으로써 시인과 의자와의 관계를 살아 움직이게 했다. 그냥 사람으로 만든 게 아니라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대상으로 그 존재 가치를 높였다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 나니 힘들고 아파서 비명을 지르면서도 사람들을 등에 태우고 싶어 하는 의자의 마음을 이미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소통의 실현 방식

사실 생명 없고, 존재 가치가 사람보다 못한 사물이나 자연을 사람과 동등 위치에 있게 하고, 그 가치를 찾아낸다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되지 않는다. 일단 생각 자체가 잘 되질 않는다. “아니, 사물이 사물일 뿐이지 어떻게 사람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냐고 따질 수도 있다. 그래서 시에서 사물을 의인화하는 것, 기업에서 진정한 소통의 단계로 나아가려면 사상(思想)이 필요하다. 어떤 사상일까. 필자가 아는 지식으로는 인()보다 좋은 대답이 없다.

 

인은 단순히어짐을 뜻하는 게 아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보면 한문의 글자 내력을 설명한설문(說文)>’을 인용해인은 사람인()과 두이()가 합쳐져서 된 것으로 친()하다는 뜻이라고 돼 있다. 친하다는 것은 대상이 있어야 한다. 대상이 있으면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좋은 관계인지, 나쁜 관계인지 말이다. 나쁜 관계가 이뤄지면 둘은 서로 멀어져 외면하고, 좋은 관계가 이뤄지면 서로 가까이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친해진다는 것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두 사람이 생동 있게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인이 생동을 만드는 것이다.

 

<주역>에도 인과 생동을 설명한 부분이 있다. <주역> 계사 4편을 보면 천지지대덕왈생(天地之大德曰生) 성인지대보왈위(聖人之大寶曰位) 하이수위왈인(何以守位曰仁) 하이취인왈재(何以聚人曰財)라는 말이 나온다. ‘천지대자연의 큰 덕을 살아 있음이라 하고 성인(군왕을 일컫는다)의 가장 큰 보배는 자리, 즉 자리에서 나오는 지위다. 그런데 이 지위를 지키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인이다.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재물이다는 뜻이다.

 

이를 지금의 우리에게 맞게 리더의 역할로 해석을 한다면 리더의 자격은 조직 구성원들의 기운이 축 처지거나 복지부동하면서 죽어 있게 하지 말고 생생하게 움직이게 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은 지위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위를 지키려면 반드시 인이 있어야 하며, 사람을 모으려면 조직 구성원을 위해 돈을 쓸 줄 알아야 한다정도가 될 것이다. 즉 인이 있어야 지위에서 나오는 힘을 유지할 수 있고, 인에서 비롯된 지위의 힘이 조직을 생생하게 움직이게 한다는 말이다. 결국 인이 없으면 조직을 생생하게 움직일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러면 인을 실천하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논어>에 보면 공자의 제자 중공(仲弓)이 공자에게인이 무엇이냐고 묻는 대목이 나온다. 이때 공자가문 밖을 나서면 항상 큰 손님을 접대하듯 하고 백성을 부릴 때는 항상 큰 제사를 받들 듯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仲弓問仁 子曰 出門如見大賓 使民如承大祭 己所不欲 勿施於人)”라고 대답한다. 그러니까 인은 상대가 나보다 크니 내가 상대보다 못하다고 느끼고 행동할 때, 비로소 상대는 나를 동등하게 보는 인이 실현된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에서 소비자를 대할 때 소비자가 자신보다 존재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또한 기업과 기업의 관계에서도 자사를’, 상대 기업을로 보지 않고 상대 기업이 자사보다 더 큰 기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자신을 낮추지 않고 상대와 동등하다고 여기면 상대는 아직 자신을 동등한 상황이나 위치로 보기에 장애가 많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니 항상 자신을 상대보다 낮춰야 한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인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사장 결재란 위에 고객 결재란 만든 기업

기업이 소비자보다 혹은 거래 기업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말은 자칫 광범위하고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마음가짐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L그룹에서는 과거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를 경영 이념으로 내세우며 사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서류 결재란에고객란을 추가했다. ‘담당, 대리사장으로 이어지는 결재란에 사장보다 더 위인 가장 높은 위치에고객란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자신들의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업무의 최종 결정은고객이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것이다. 실제 사장 결재가 나면 그 안건이 끝난 것으로 임직원은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그룹에서는 사장이 결재를 하고 나서도이 안건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고객 결재가 남았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 하나로도, 모든 구성원들은 서류 하나를 작성함에도사장위에 있는 무형의 결정권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귀감으로 삼아볼 만하다.

 

황인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moonk0306@naver.com

필자는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기자와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및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시 전공자와 경영학자가 함께 만나 창조 시대를 이끄는 문학경영학회를 만드는 게 꿈이다. 저서로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시 한 줄에서 통찰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감성의 끝에 서라(공저)> 등이 있다.

 

  • 황인원 | - (현)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및 원장
    - (전) 중앙일보/경향신문 기자
    - (전) 경기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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