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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DNA와 글로벌 전략

냉혹한 미국식 성과주의 가톨릭 문화권에서 통하지 않는 이유

조승연 | 158호 (2014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천주교와 그에 대한 반발로 형성된 개신교의 역사적 형성 과정과 핵심 논리는 서로 다른 문화 DNA로 작동하며 소비와 노동행태에 영향을 미친다. 즉 서양이라고 다 같은 서양이 아니며 신대륙이라고 다 같은 신대륙이 아니라는 것이다. 천주교 국가가 다수인 중남미 시장을 비롯한 천주교 문화권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미국·독일식의 개신교적 사고로 접근하면 안 된다. ‘오직 성공을 위해 자기계발을 하고 땀 흘려 장시간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고를 탈피해 공동체를 중시하고 함께 어울려 인생을 즐기는 천주교 문화권 특유의 관습과 행태를 이해해야 한다. 부와 성공을 과시하는 개신교 문화권 소비자와 달리감각적이고 예술적인 소비에 집중하는 천주교 문화권의 특성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편집자주

인종, 문화, 종교, 정서, 안목 등이 각양각색인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의 호감을 얻고 수익을 만들려면 인문학적 식견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고객에게는 최고로 아름다운 디자인의 제품이 다른 나라 고객에게는 혐오감을 주거나 엉뚱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영미 지역과 동남아 문화에 정통한 언어 전문가이자문화 전략가인 조승연 작가가문화 DNA와 글로벌 전략을 연재합니다.

 

유럽인들의 신대륙 진출 후 생긴 남북 아메리카 대륙의 대표 국가인 미국과 브라질은 문화적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 두 나라 모두 유럽 등 여러 대륙에서 건너온 다양한 민족과 언어로 구성된 다문화 국가이며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존중하는신대륙국가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에도 미국 굴지의 기업인 월마트는 브라질 진출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월마트는 미국 500대 기업 리스트인 <포천> 500에서 자주 1위를 차지한다. 원화로 연간 약 485조 원 매출을 기록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이다. 이 월마트가 1995년에 브라질로 진출했다. 브라질의 대형마트 매장 2개를 인수하는 것으로 시작해 500개의 매장을 세우고 슈퍼마켓, 대형마트, 주유소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했다. 이러한 야심 찬 진출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성과를 면치 못했다. 지난 424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진출 후 약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월마트는 브라질에서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월마트는 현지 프라임 타임 텔레비전 광고를 내고 현지 CEO 도 세 번이나 교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엑스타인은올해(2014)에도 월마트의 브라질 매장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고 논평했다.

 

반면에 프랑스의 대형마트 카르푸(Carrefour)는 브라질 진출 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카르푸에 브라질은 본국 프랑스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올려주는 최고의 효자 시장이다. 2014 410 CNBC 보도를 보면 카르푸는 브라질에서 2013 4·4분기에 5.8%의 매출 신장을, 2014 1·4분기에 6.4%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또 다른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인 카지노그룹도 2013년 브라질 시장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냈다.

 

프랑스 슈퍼마켓들이 미국의 기업들에 비해 브라질 현지 소비자들에게 훨씬 높은 호응을 얻은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지만 프랑스와 브라질이 같은로만가톨릭 문화권이라는 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종교는 문화, 세계관, 철학, 역사, 가치관과 규범의 집합체다. 어릴 때부터 배우고 익히 들어온 경전 내용들을 인용하면서 사고의 틀이 형성된다. 종교에서 나온 윤리관과 금기, 인생의 지향점과 가치관을 형성하고 후천적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종교 문화 DNA가 형성된다. 당연히 종교관은 소비자로서, 노동자로서의 행동패턴도 바꾼다. 요즘 우리 기업들도 중남미 시장 진출에 관심이 많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 기업에 익숙한 미국, 독일 등개신교문화권과 브라질, 칠레 등의 남미, 동남아시아의 필리핀 등천주교문화권의 문화 DNA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1

 

천주교 사회의 문화 DNA: 전통주의

우리가 흔히서양라고 부르는 유럽은 중세기까지 오늘날과 같은 국경이 없었다. 수백, 수천 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땅의 소유권을 가진 영주들이 다스렸다.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 동시에 통합돼 있기도 했다. 유럽 전체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은 EU가 생기기 약 1000년 전부터 영주와 이들 영주를 각각 통합해서 다스리던 왕들 스스로 자신을그리스도의 왕국(Christendom)’이라는 하나의 통합된 가상 국가의 시민으로 믿었다. 하나의 종교, 즉 천주교의 깃발 아래로 뭉치는 전통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인들끼리는 국적이 서로 달라도 이슬람교도, 몽골족 등 종교가 다른 외부인들의 침략을 받으면 하나로 뭉쳐서 저항했다. 언어와 인종은 다르지만 종교적 위기가 닥치면 하나의 종교 깃발 아래 뭉친 연합군을 형성해서 싸웠다. 대표적인 예가 성지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에게서 빼앗기 위해 벌인 십자군전쟁 원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국경을 초월한 혼사도 자주 일어났다. 여행도 자유로웠다.

 

중세의 유럽인들은 거의 1000년이나 유럽 땅을 다스려온 로마제국이 멸망했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유럽인들에게 천주교의 의미는 무엇보다 로마의 국교라는 것에 있었다. 천주교의 세례는 로마제국 시민이 돼문명인으로 인정받는 의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금까지도 천주교의 교황은 Pontifex라는 로마제국의 대 제사장의 타이틀을 물려받아 사용한다. 바티칸의 최고 이사회 격인 Curia는 원래 로마제국의 대법원을 칭하던 단어 그대로다. 천주교회당을 뜻하는 Basilica 역시 로마의 동사무소를 뜻하던 단어였다. 지금의 유럽 천주교회는 로마 동사무소가 하던 출생신고, 성인식, 혼인, 장례식 등을 그대로 수행한다. 교황은 로마제국의 대 제사장으로서 중세기까지 유럽의 영주 중 한 사람을 대표로 뽑아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임명할 권한이 있었다. 서기 900년 이후부터신성로마제국의 왕관을 쓴 오스트리아의 왕은 스스로를카이저’, 시저라고 부르기도 했다. 유럽의 최고 귀족인 공작은 영어로 Duke인데 라틴어의장군 Dux의 변형이다. 라틴어와 천주교회의 연관성을 생각해본다면 유럽인들에게 천주교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중세 이후에도 유럽 천주교의 모든 예배 의식, 교회가 운영하던 모든 학교 수업은 라틴어로 진행됐고 교인들 간의 분쟁은 교회가 로마법으로 판결을 내렸다. 한마디로 천주교인은 로마 문명의 일원이라는 것이 천주교의 기본 개념이다. 그래서 교회 이름도 스스로로마 문명에 기반해 전 세계의 공통 가치관을 만든다라는 의미인 ‘Roman Catholic’이라고 불렀으며 유럽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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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연

    -(현)오리진보카 대표
    -(현)문화전략가
    -UnfroZenMind 외부 상임이사
    -국제 마케팅 리서치 참여
    -<피리부는 마케터>, <이야기 인문학>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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