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시계(視界)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이 연이어 내년 전망을 내놓고는 있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매력적인 시그널이 없다. 오히려 세계 경제불황 장기화와 함께 환경쇼크까지 겹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불길한 말들이 오갈 정도다. 아예 대놓고 50년 장기불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젠가 호시절이 다시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기존의 경영방식을 고집하는 기업이 있다면 스스로 무능력자임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이제는 새로운 경제질서, ‘제로성장(Zero Economic Growth) 시대’를 순순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 시대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한방에 ‘훅’ 간다. 제한된 시간과 자원으로 성과를 내야 하며 경쟁사에서부터 경제정책, 여론까지의 전 방위적인 압박도 견뎌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의미심장하게 꺼내 드는 카드가 있다. 바로 ‘혁신(Innovation)’이다. 하지만 말 꺼내는 것만큼 쉽지는 않다. 혁신을 안 해도 죽지만 혁신을 해도 죽기 쉽다. 그동안 수도 없이 사라져간 명망 있는 기업들을 봐도 그렇다. 그들은 결코 혁신을 하지 않아서 쓰러진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을 하지 않았거나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 지쳐 도태됐다.
예전에는 과거 경영방식으로 버티기 어려울 때 혁신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잘나갈 때에도 혁신한다. 위기에 직면해서 혁신하는 것이 아닌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미리 하는 것이다. 장기전(長期戰)을 위한 ‘지속적인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지속적인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usiness Intelligence) 기반의 다각적인 정보 분석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Big Data) 흐름 속에서 거시적인 통찰(Insight)을 가지고 미시적인 감각을 일깨울 수 있다면 기민한 위기감지(Sensing of Risk)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을 위한 기회 포착(Opportunity Acquisition)도 가능할 수 있다. 둘째, 명확한 중장기적인 혁신전략에 따라 조직/프로세스/정책/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재정비(Realignment)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지는 크고 작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거나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기회를 실수 없이 살려내기 위해서는 통찰력이 담긴 분명한 전략과 그에 맞는 ‘살아 있는’ 운영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곧 안정적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실행력을 확보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사람과의 진정한 소통을 통한 조직문화 쇄신이다. 지속적인 혁신은 몇몇 사람들의 머리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 모두가 주체가 될 때 가능한 일이다. 기업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고와 행동을 규정하는 습관 때문에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게다가 일단 조직에 들어올 때까지는 무진 애를 쓰지만 그 이후에는 조직보다는 개인을 우선하면서 스스로 ‘좀비’로 변신하는 직원들도 있다. 조직에서 해야 할 일을 하기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우선하는, 심지어 그런 일들만 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지속적인 혁신의 행동주체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소통’ 외에 답이 없다. 경영진은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나아갈 방향이 흔들림 없다는 것을 조직에 분명히 보여주어 그들이 불안감을 일소시킴과 동시에 조직이 변화와 혁신을 자연스레 수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활력을 계속해서 불어넣어야 한다.
그렇다. 지속적 혁신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이끌어 내고 있는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맑은 정신(기업의 미션)’과 ‘날카로운 집단지성(정보분석 능력)’을 활용해 세상을 직시하고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는 혜안을 키웠으며 강력한 실행력을 지속시킬 수 있는 ‘살아 있는 인프라(운영체계)’를 꾸준히 향상시켜왔다. 또한 겁을 집어 먹은 임직원들을 다그치기보다는 그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건네 스스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진심 어린 관심(소통)’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알다시피 우리가 찾는 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김영태 하이트진로㈜ 업무혁신실장 / 전무|이사
김영태 전무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HSE) 경영학 석사(eMBA) 과정을 이수했으며 KAIST 정보미디어 최고경영자과정(ATM)을 수료했다. 매일경제신문 기자, 코리아인터넷닷컴 및 케이랩 등의 벤처기업 대표를 거쳐 현재 하이트진로의 혁신 담당 임원으로 경영혁신, 교육문화, 대외협력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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