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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의 원천을 찾아서: 사진작가 배병우

진정한 프로는 창조를 우연에 맡기지 않는다

신동엽 | 140호 (2013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모두가창조를 말하는 시대지만 정작 정확한 개념 정의도, 진정한 의미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창조성에 대해 10여 년 전부터 연구해 온 신동엽 연세대 교수가 여러 학자들과 함께 진행한 각종 인터뷰와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21세기 시대정신, ‘창조성의 원천을 찾아서를 연재합니다.

 

창조에는 다양한 정답이 있다!

대표적인창조 집단인 세계적 예술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창조성의 원천과 발현 과정을 사회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필자와 동료 연구자들이 깨달은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바로 창조성의 원천과 과정, 그 구현 방법은 예술가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즉 모든 사람이나 분야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창조성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각자 다른 원천에서 창조성의 영감을 얻으며 또 각기 다른 과정과 방법으로 창조성을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 창조성의 원리라는 것이 지난 3년간 필자와 동료들이 창조적 예술가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얻어낸 결과다. 자연과학이나 공학과 달리 사회과학에는 유일한 정답이란 없다. 무수한 서로 다른 답들이 모두 정답일 수 있는 것이 사회현상이다. 그리고 특정 사회 조건에서 높은 성과를 창출한 대안도 다른 환경에 이식하면 전혀 긍정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즉 경영의사결정의 본질은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정답과 오답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정답들 중 주어진 조건과 환경하에서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더 적합한 대안을 선택하는 비교대안적 행위다.

 

따라서 최근 쏟아져 나오는 창조성의 베스트 프랙티스에 관한 도식화되고 단순화된 정리들은 오히려 독자들을 오도할 위험이 크다. 창조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방법을 찾고, 창조성의 원천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대안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각 상황에서 독자 각자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적합한 창조성 모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창조성의 원천과 작동 과정에 대한 다양한 대안들을 최대한 많이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와 동료 학자들이 현재 집필하고 있는 책에서는 창조성의 원리에 대한 필자들만의 독창적 모델을 정답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예술가들과의 심층 면접과 연구를 통해 이들이 창조적 예술활동을 해온 각기 다른 다양한 모델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첫 번째로 소나무 시리즈로 유명한 세계적 사진작가 배병우의 예술창조성의 원천과 발현 과정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들이 지난 3년간 20여 명의 세계적 예술가들을 만나본 결과, 어떤 예술가는 바깥으로 눈을 돌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나 영역들을 탐구하면서 창조적 예술을 만들어 왔고, 다른 예술가들은 한군데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기존 예술적 성취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데서 창조성의 실마리를 찾았다. 즉 각기 다른 방법으로 창조성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배병우의 방법은 첨단 조류나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며 주변의 시각과 상관없이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즉 배병우 작가의 40년 가까운 창작활동을 뒤돌아보면 안으로 안으로 끝없이 파고들며 마치 선()과 갖은 삶을 살다 보니 어느 새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창작의 대상과 자신이 하나가 되면서 그 누구도 만나보지 못한 대상의 깊은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간으로서 배병우라는 개인은 그의 창작 대상인 소나무와 바위, 오름 등과 무척 닮아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작품에 표현된 대상들은 그 누구도 도달해본 적이 없는 깊은 내면의 핵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배병우의 예술창조성의 세계를 알아보자.

 

 

배병우는 여수 출신으로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나 사진에 매혹돼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바닷가에서 자란 그는 연출 사진이 대세인 현대 세계 사진계의 유행과는 정반대로 나무, 바다, , 바위, 오름, 계곡, 풀과 꽃, 고궁과 고찰, 바람 등 우리나라의 자연을 주 소재로 자기만의 독특한 미학을 꾸준히 추구해왔다. 30여 년간의 무명 시절 끝에 소나무를 대표로 하는 그의 자연 사진은 1990년대 중반경부터 세계적 극찬을 받기 시작해 현재는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 중 한 명으로 세계 사진예술 평단에서 절대적 존경을 받고 있다. 세계 사진예술사 200년을 통틀어 가장 대표적 사진예술 이미지 200선 중 하나로 그의 소나무 시리즈가 뽑히기도 했고, 2010년에는 세계 최고의 예술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올해의 이미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 1)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로부터 자신만의 독창성을 찾아라: 일생의 주제 소나무와의 운명적 만남

 

배병우가 사진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다. 어릴 적엔 그림을 그렸고 홍익대 미대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아버지가 활어 수출선에 부탁해 구해준사쿠라’ ‘붐도로’ ‘홀바인상표의 크레용, 물감과 붓을 썼다. 초등학교 때부터 여수 일대에서 그림 잘 그리는 소위선수로 통했다.

 

“전남 여수에서 자란 나는 어릴 적부터 동네 형들과 남해 섬들 사이를 조그만 배로 노 저으며 돌아다녔다. 크레용과 수채화 물감을 갖게 됐던 초등학교 시절엔 화구와 함께 섬과 섬 사이를 누볐다. 어린 시절에는 카메라가 없어 바다를 붓으로 그린 셈이니 나의 바다 사진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홍익대 응용미술학과 1학년 시절, 어릴 적부터 배병우와 함께 어울리고 그림 그리던 동네 형님 김병섭이난 사진 그만둘 터이니 네가 사진 해라며 사진을 권했다. 배병우가 사진과 맞겠다는 판단이었다. 그 선배로부터 카메라, 확대기, 노출계를 비롯, 암실까지 물려받았다.

 

고향이 바다인 작가에게 바다를 비롯한 바위와 해송, 섬 등 자연이 초기 사진의 소재가 되는 것은 당연했고 어떻게 보면 운명적이었다. 즉 배병우의 일생을 관통해온 주제인 바다와 바위, , 소나무 등은 그의 내면 DNA에 녹아 있는 그의 일부였다. 그가 기억하는 사진작가로서 첫 여행은 1970년 봄의 부산과 통영이다. 뒤이어 그는 고향인 여수, 충무 앞바다, 완도, 진도 앞바다, 흑산도와 홍도, 울릉도, 마라도 등을 찍었다.

 

디자인 전공이던 배병우는 사진을 독학했다. 처음에는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책을 봤고, 뷰먼트 뉴홀의 <사진의 역사>, 피터 폴록의 <그림으로 본 사진사> 등을 봤다. 사진 역사를 공부하며 배병우가 가장 좋아한 작가는 에드워드 웨스턴이었다. 웨스턴이 주로 찍은 것이 바로 바다였다. 소재뿐만 아니라 예술관도 배병우의 생각과 통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시각 미디어들을 폭넓게 아울렀던 헝가리 태생의 아티스트인 라슬로 모호이너지의 예술관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배병우는 그에 대한 연구인모호이너지의 조형 이론이 현대 시각디자인에 미친 영향; 사진적 표현을 중심으로(1977)”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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