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은 경영을 잘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영인 중에는 업무에 소홀한 직원을 방치하고 지나친 사내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투자 결정을 미루다가 좋은 기회를 놓칠 때도 있다. 이러한 경영인들에게는 제발 경영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을 정도다.
미국의 통신기기 제조회사인 ITT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헤럴드 제닌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경영인의 책임감을 강조한다. 그가 남긴 여러 조언 중에서 ‘보스가 허영심에 빠지면 주위에는 예스맨만 남는다’는 대목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CEO는 회사에서 좋은 차와 사무실을 지급 받고 의사결정과 정보가 자신에게 집중되는 등 권력의 달콤한 맛에 빠지기 쉽다.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허용하지 않게 된다. 골치가 아픈 일은 자신의 방문 앞에서 미리 걸러지기를 바란다. 성과가 난 일만 보고받고 싶어 하며 해결되지 않는 일에 매달리는 상황 자체에 싫증을 낸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직원보다는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안심시켜주는 직원을 선호한다.
이런 상황을 눈치 챈 직원은 부정적인 내용은 보고하지 않는다. 어떤 사안은 보고에서 빠진 뒤 갑작스럽게 시한폭탄으로 발견될 때도 있다. 문제가 뒤늦게 발견되면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 해당 직원만 문책하면 그만이다. 또 CEO는 자신은 매사에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자기기만에 접어들기도 한다. 이 정도가 되면 주변에는 눈치 빠른 예스맨들이 포진하게 된다. CEO가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창업자와 오너라면 손을 쓰기가 더 어려워진다. 만일 당신이 임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의 심각성을 뒤에서 걱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해결하라고 떠넘길 게 아니라 당신이 직접 책임져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 가장 빠른 변화는 자신 앞에 놓인 과제부터 해결하는 것이다.
비닛 나야르 “변화의 주도권은 CEO가 아니라 직원이 가져야”
10년 이상 여러 기업과 경영진을 자문하면서 발견한 사실이 있다. 기업체 내부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해서 외부 전문가들에게 의뢰할 때가 많은데 정작 전문가들이 하는 첫 업무는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대부분 직원들이 꽤 쓸 만한 해답을 이미 갖고 있다.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나름의 대책과 해답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런 해결책을 신뢰하고 인정하는 경영진이 없을 뿐이다. 단순히 내부의 의견이라고 해서 직원의 해법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인도의 IT 서비스 업체인 HCT테크놀로지 비닛 바야르 사장은 직원의 능력과 아이디어를 기업의 성과로 연결시켰다. 그는 “변화의 주도권은 CEO가 아니라 직원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사업에서 혁신적인 전환점을 만드는 데는 직원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직원이 회사 운영에 참여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스마트 서비스 창구’를 개설해서 직원이 경영진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경영진이 현장 직원의 요구에 따르는 구조를 만들었다. 직원이 잘못된 관행을 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 자유롭게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경영진이나 관리자가 빠르게 회신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고 좋은 경영 성과를 냈다.
경영에 참여한 직원은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의 결과에 책임감을 갖게 된다. 경영에 참여한 직원들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해결책을 찾으려고 능동적으로 나서게 된다. 소외되지 않은 직원은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다. 대신 회사를 위해 자신이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한다. 회사에 애정을 가진 직원은 끊임없이 지적하고 의견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직원의 소리를 무시하지 말고 경청해보자. 꽤 현명한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조선경 딜로이트컨설팅 리더십코칭센터장 sunkcho@deloitte.com
필자는 국제 비즈니스코치와 마스터코치 자격을 갖고 있으며, 2002년 국내 최초로 임원 코칭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코칭했다. 현재 딜로이트컨설팅에서 리더십코칭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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