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통신

애플스토어 성공 주역 론 존슨, 백화점 사업에서 참패한 이유

128호 (2013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1908년에 설립된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Kellogg School of Management)은 교과 과정에 팀 프로젝트와 동료 평가를 최초로 도입한 경영대학원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여러 혁신적 교육제도를 도입하며 세계적인 명문 경영대학원으로 도약했다. 특히 1980, 1990년대에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교수를 필두로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얻었다. 최근에는 “Think Bravely”라는 슬로건 아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리더를 배출하는 데 중점을 두는 교과 과정을 도입했다.

 

“에스티로더 웹사이트에서 가장 트래픽(traffic)이 많은 부분은 무엇일까요?”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Estée Lauder Companies) 창업주의 손자이자 현재 회장인 윌리엄 로더(William P. Lauder)가 켈로그 경영대학원에 방문했다. 그가 기업의 성장 방향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이다.

 

“신제품 관련 정보요!” “프로모션 정보요!” “베스트셀러요!” 학생들의 대답이 쏟아졌다. “모두 아닙니다. 바로 매장 로케이터(매장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는 정보란)입니다.” 여기저기서 의외라는 듯한 반응이 나왔다. 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장은 브랜드와 제품의 중심이 되고 고객과 만나는 가장 소중한 장소다. 너무나 당연한 리테일 비즈니스의 기본인데도 새로운 얘기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항상 더 새로운 도구, 더 혁신적인 판매 채널을 찾는 리테일 비즈니스의 트렌드 속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간과되기 쉽다. JC페니(J.C. Penney)와 자라(Zara)의 사례를 통해 비즈니스에서의 진짜 혁신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JC페니의 착각

 

2011 11, 애플(Apple)의 리테일 담당 임원으로 애플스토어의 성공을 이끌었던 론 존슨(Ron Johnson)이 미국의 백화점 체인인 JC페니의 CEO로 발탁됐다. 론 존슨은 미국 리테일계에서 스타 중의 스타다. 애플스토어의 지니어스 바(Genius Bar) 등을 시작하고 IT 업계에서 오프라인 매장과 고객 서비스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했다. 또 애플 이전에 미국의 대형 할인 매장 브랜드인 타깃(Target)을 시크한 이미지로 포지셔닝해 타아제(Tar-zhay’: Target을 프랑스어로 발음. 타깃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라는 닉네임을 얻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화려한 성공 스토리들은 그가 JC페니의 CEO로 와서 리테일 산업의 미래를 개척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여론들이 쏟아져 나오게 했다.

 

110년이 넘은 긴 역사를 가진 JC페니는 오래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출 부진에 시달려왔다. 론 존슨은 이 회사를 새롭게 바꾸고 싶었다. 새로운 로고를 만들고,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와 같은 스타 브랜드들을 대거 영입하기 시작했다. ‘상시 저가 전략(Everyday low pricing)’을 시작하고 셀러브리티들을 이용한 대대적인 광고 및 마케팅 등으로 매우 참신하고 공격적으로 보이도록 새롭게 단장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Fair And Square Every Day (매일 매일 정정당당한) 가격전략이었다. 지금까지 JC페니는 고작 1% 정도의 제품만 정가에 팔고, 99%의 제품은 연간 550회 이상 진행되는 크고 작은 할인 이벤트들을 통해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이를 180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초특가 할인으로 고객을 끌기보다는 일 년 열두 달정직한가격을 책정하겠다는 전략이다. 가격 끝자리 숫자도 할인된 가격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99 대신 .00으로 모두 바꿨다. 가격표에 이전 가격과 할인율을 보여주는 것도 금지했다. “대폭 할인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언제든 매장에 방문해서 앞으로 더 저렴해질 위험(?)이 없는정직한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었다. 2012 21,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중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업계에서는 매우 파격적으로 여겨지는 이 가격전략이 실행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실력이 검증된 스타 CEO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진행된 혁신에도 불구하고 2012 JC페니의 매출은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마케팅 수업 중의 하나인 가격 전략론(Pricing, Promotion and Retailer Behavior) 수업 중, 에릭 앤더슨(Eric T. Anderson) 교수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새로운 가격정책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혁신적인 가격정책을 통해 JC페니에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입히려고 노력했지만 만들어낸 이미지와 실제 매장에서의 체험이 일치하지 못했어요. 더 이상 가격 할인 이벤트도, 프로모션도 없는 만큼 JC페니에 방문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JC페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매장에서의 체험이었는데 말이죠.”

 

앤더슨 교수의 말처럼 JC페니의 턴어라운드 전략은 전략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실패한 게 아니다. 우선순위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과정은 생략한 채 회사 내부에서 필요로 의해 만들어낸 가격정책이라는 결과물을 일방적으로 광고한 후 이를 통해 기존 JC페니에 대한 이미지가 바뀔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그들의 전략엔 매장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리테일 업계 및 학계를 떠들썩 하게 했던 JC페니의 턴어라운드 케이스는 필자가 MBA에 오기 전에 일했던 인디텍스그룹(Inditex Group)이 운영하는 스페인 최대 패션 브랜드 자라의 철저한 매장 중심 경영방식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했다.

 

ZARA의 비밀

 

현재 전 세계 85개 국 1800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단일 패션 브랜드로는 전 세계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자라의 매장 중심 경영전략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1) 매장=디자인의 시작

 

보통 패션브랜드들은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기 전 대부분의 디자인을 미리 정해놓고 시즌이 시작하면 고객들에게 다양한 마케팅 및 홍보를 통해 제품 구매를 유도하지만 자라에서는 정반대다. 매 시즌별 선보이는 총제품 디자인 수의 15∼25%만 미리 제작해 놓고 나머지 75∼85%는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의 반응과 의견을 반영하며 실시간으로 디자인한다. 자라 매장에서 판매하는 디자인은 자라의 디자이너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도, 파리에서도, 뉴욕에서도 모두스트라이프 재킷을 찾는 고객들이 방문한다면 이를 전 세계 트렌드로 간주하고 스페인 본사의 200명 남짓한 디자이너들은 스트라이프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디자인의 재킷들을 디자인해 이를 전 세계 매장에 2∼4주 안에 모두 공급한다. 이뿐만 아니라 가격정책, 제품별 수량 결정 등 제품과 관련된 모든 중요한 결정은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의 의견에 의해 매우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한마디로 자라는 매장이 곧 디자인의 시작이자 디자인을 선보이는 마지막 장소임을 철저하게 지켜내고 있다. 1975년 자라의 첫 번째 매장이 문을 연 그 순간부터 계속돼온 매장 중심의 머천다이징 전략은 현재까지도 방문하는 고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2) 매장=광고

 

자라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마케팅이라는 단어도 자라 브랜드 내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광고 또는 마케팅을 따로 하지 않는 대신 매장의 위치 선정과 매장 내외부 디자인에 모든 노력을 쏟는다. 자라에서 최고의 광고는 전 세계 유명 도시의 중심가에서 빛나는 플래그십 매장과 자라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타 경쟁사들이 매체를 통해 광고를 자주 보여주는 것과 같은 효과로 자라에서는 매장으로 고객을 더 자주 오게 해 최대 광고인 매장에서의 체험을 최대로 이끌어내고 있다. 이를 위해 매주 2번씩 전 세계 모든 매장에 신제품을 공급한다. 또한 같은 고객이 하루에도 여러 번 같은 매장을 방문해도 새로운 체험이 되게 하기 위해서 매장 직원들은 고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시간마다 제품의 위치와 컬렉션의 코디네이션에 변화를 준다. 이와 같은 매장 중심의 노력이 고객들을 더욱 자주 매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값비싼 광고 또는 마케팅보다 더 확실한 투자 대비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

 

3) 매장=기업문화의 근간

 

자라의 기업문화도 매장이 중심이다. 자라에서는 모든 오피스 및 본사 직원들은 직급에 상관없이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의 매장 트레이닝을 거쳐야 한다. 필자는 2008년 상하이의 한 매장으로 파견돼 매우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모든 결정의 중심에 고객의 매장 내 체험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함을 몸소 익히게 된다.

 

2008년 자라가 한국 시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일이다. 스페인 본사에서 임원들이 방문해 매장을 둘러봤다. 본사 임원들은 고객들로 꽉 찬 매장을 보자마자 팔을 걷어붙이고 계산대 옆에 서서 제품에 부착돼 있는 도난방지 태그를 일일이 제거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을 주워 정리하는 등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매장 일을 돕기 시작했다. 말로만 매장 중심을 외치는 게 아니라 직원 하나하나가 직급에 상관없이 직접 실천하는 매장 중심의 기업문화가 자라를 불황 속에서도 고속 성장하게 만든 강력한 힘이다.

 

이렇듯 자라에서는 제품의 디자인에서부터 생산, 유통, 매장에서의 판매까지, 리테일 비즈니스의 각 단계에서 매장과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을 최우선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매장에 방문하는 우리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매장에서 무엇을 구매하고 싶어하는지를 매 순간 놓치지 않으려는 부지런한 노력과 더 배우려고 하는 겸손함을 기본에 두고 있다. 만약 JC페니가 매장을 우선 순위에 두고 턴어라운드를 계획했더라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고객들이 원하는, 그들을 감동시킬 만한 차별화된 매장의 디자인 및 머천다이징 구성, 그리고 고객 서비스를 먼저 완성하지 않았을까? 그런 노력 없이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가격 정책을 앞세워 새로운 이미지를 주려는 헛된 노력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2013 1, JC페니의 CEO 존슨은 턴어라운드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 좋은 가격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더군요. 고객들이 원하는 제대로 된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가 관건이 될 겁니다. 확실한 것은 우리 고객들이 쇼핑을 가장 많이 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수정된 전략의 결과가 채 나오기도 전인 2013 48, 존슨은 CEO 자리에서 해고당했다. 부임 17개월 만이었다. 2012년 연간 매출은 1987년 이래 최저치였다.

 

맺음말

 

켈로그에서 배운 JC페니의 턴어라운드 케이스, 그리고 필자 본인이 경험한 자라의 케이스를 비교해보면 리테일 업계에서의 진짜 혁신은 무엇일까, 또 빠르게 변하는 리테일 업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회사마다 비즈니스 모델도 다르고, 제작 또는 판매하는 제품의 원가 구조도 다르고, 마켓에서의 포지셔닝 전략도, 비전도 다르다. 직접 제작한 제품을 직영 매장에서만 판매하고 마케팅과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 자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JC페니와 같이 수백 가지의 여러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모두에게 적용되는 원칙은 바로 매장의 중요성이다.

 

고객들과 직접 만나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통로인 매장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사무실에 앉아서 비즈니스 전략을 수정하고 마케팅을 기획하려고 한다면 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지난 17개월간 스토어가 우선순위에서 누락된 턴어라운드 전략을 실행하는 바람에 JC페니의 위상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고 이를 진두지휘했던 CEO는 해고당했다. 매장을 통해 마켓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한 데서 시작된 전략은 타깃 고객군 선정과 고객 요구분석의 실패로 이어졌다. 이는 현재의 고객들뿐 아니라 잠재 고객들조차도 JC페니에 등을 돌리게 했다.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 여러 가지 혁신적인 리테일 채널 및 마케팅 툴들이 생겨난다. 고객의 마음은 이러한 새로운 도구들이 주는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동일할 때 비로소 움직인다. 세상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더 연결되고 있다. 한 부분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리테일 산업에서만큼은 매장이 그 중심이 돼야 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미래 리테일 산업의 진짜 솔루션은 여전히 매장에 있다.

 

백아름 켈로그 경영대학원 obaek2013@kellogg.northwestern.edu

필자는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Oxford Brookes University)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고 현재 켈로그 MBA 과정 2학년에 재학 중이다. JW 메리어트 호텔과 인디텍스그룹(INDITEX Group)에서 근무했으며 자라(ZARA)를 포함한 인디텍스 8개 브랜드의 국내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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