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고 vs. 집단지성

126호 (2013년 4월 Issue 1)

 

 

학교 폭력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이 집단적 괴롭힘의 표적이 되곤 한다. 누군가가 힘 있는 친구, 예를 들어 일진에게 찍히면 그때부터 폭력이 시작된다.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마저 등을 돌리고 괴롭힘에 동참하는 어처구니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면 피해 학생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집단적 따돌림이 한국, 일본 같은 동양권에서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뭘까. 설득력 있는 설명 중 하나는 뿌리 깊은 공동체주의 또는 집단주의(collectivism)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개인주의(individualism) 성향이 강한 서구에서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나 방치가 문제가 되곤 한다.

 

집단주의가 극단으로 흐를 때 집단사고(group think)가 형성된다. 예일대 심리학과 어빙 재니스(Irving Janis) 교수는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 일치를 유도하는 경향이 지나쳐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를 집단사고라고 정의했다. 집단사고가 형성되면 그 집단의 대표자나 구성원 다수의 생각과 행동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비윤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결정도 집단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소집단 단위의 이너서클(inner circle) 안에서는 ‘의리’ 또는관시(Guanxi·關係·관계)’로 결속되지만 그 밖의 사람들은 배척된다. 민주적 과정이나 개인의 권리는 무시되고 오직 집단의 목표와 결과만을 중시하게 된다.

 

하지만 집단주의의 긍정적 측면도 크다. 세계 1위에 화려하게 복귀하며나의 어린 스케이터들과 함께 다음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기쁘다”(세계선수권 1위 선수가 소속된 나라에는 올림픽 출전권 3장이 주어진다)는 말을 한 23세의 김연아 선수는 영락없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시상대 위에서 감정이 북받쳐 오른 김연아 선수와 그를 지켜보며 눈시울이 붉어진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강하게 결속돼 있다. 병역 회피로 온갖 비난과 험한 욕설까지 들으며 군대를 두 번 다녀온 가수 싸이는 자신을 비난했던 국민에게국제 가수등극의 공을 돌리며 서울광장에서 무료 콘서트를 열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공동체 의식이 지식의 영역에서 발휘된 게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다. 집단지성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개인이 올린 성과보다 더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 또는 그 과정이나 결과물을 일컫는다. 이때 중요한 점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이 확보될 때 그 힘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 무엇보다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모일 때 다양하고 창의적인 대안이 나온다. 집단사고를 경계하고개인의 자유로운 생각과 적극적인 표현을 장려해야 비로소 집단지성이 발휘된다.

 

“회의(會議)가 많으면 회의(懷疑)에 빠지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뜻을 모으고 의견을 모은다는 의미인회의는 집단지성을 발휘하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70%가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경영자들이 하루의 절반을 회의에 소모한다고 푸념하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회의 문화를 바꾸려면 조직 문화부터 바꿔야 하는데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걸림돌이라는 시각도 있다. 철 지난 민족주의 또는 이기적인 지역주의와 결합된 극단적 사상, 열등의식이 반영된 인종주의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기업에서도 경영진과 조직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DBR 121호에서 소개한 여행박사는 직원들의 의견과 다양성을 존중해 창의적인 혁신을 장려하면서도 평가 보상에 있어서는 공동체주의의 장점을 극대화해 직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조직 문화와 제도의 상승 작용은 2000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가 직원 수 200여 명, 송객 실적 27만 명, 매출액 120억 원을 넘는 강소 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아이디어의 다양성은 구성원들의 다양성에서 나온다. 표면적인 다양성보다 중요한 게생각하는 방식의 다양성과 그 생각들의 소통이다. 세대 간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과 소통의 부재를 걱정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강력한 조직문화를 중시하는 경영자도 많아졌다. 이런 고민을 가진 경영자들에게 먼저 이 질문에 답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회사 직원들 중 Y세대와 N세대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AT커니 등 컨설팅 회사에서 금융·보험·정보통신·헬스케어 업체의 신사업 및 해외진출, 마케팅 전략, CRM, 위기관리 컨설팅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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