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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알 수 없는 미래, 과감한 예측이 가능성을 만든다

조용우 | 125호 (2013년 3월 Issue 2)

 

편집자주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1908년에설립된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Kellogg School of Management)은 교과 과정에 팀 프로젝트와 동료 평가를 최초로 도입한 경영대학원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도널드 제이콥스 (Donald Jacobs) 전 학장을 중심으로 여러 혁신적 교육제도를 도입하며 명문 경영대학원으로 도약했다. 현재는 ‘Think Bravely’라는 슬로건 아래 교과 과정을 대폭 수정하고 새로운 캠퍼스를 짓는 등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본문

‘다음달 유가는 어떻게 될까요? 내년 유가는 어떻게 될까요? 환율은 얼마 수준으로 형성될까요? 예측이 왜 그렇게 틀리나요?’

 

필자는 MBA를 가기 전 한화케미칼에서 원자재 가격 분석 및 예측 업무를 담당했고 업무를 진행하며 이런 질문들을 많이 들었다. 연간 거래금액이 1조 원이 넘는 원자재 구매 담당자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정확한 예측 기법이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선형회귀 등 통계 기법에 대한 공부도 하고, 원자재가와 환율을 예측하는 다른 기관의 담당자들과도 많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분석하고 시도해봐도 예측치와 실제 결과치와의 괴리는 좁히기 힘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필자는 미래 예측에 대한 실효성에 더욱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켈로그 MBA에서 환율 분야의 거장인 세르지오 리벨로(Sergio Rebelo) 교수의 국제 금융(International Finance) 강의를 통해 미래 예측의 부정확성에 대한 의구심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리벨로 교수의 국제금융 수업은 지루할 수 있는 거시경제학과 환율 개념을 쉽게 풀어내는 강의로 매년 가장 높은 비딩 점수(bidding point)를 기록하는 인기 있는 수업 중 하나다. 1 많은 사람들이 켈로그 경영대학원 하면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교수를 필두로 한 마케팅을 떠올린다. 하지만 켈로그는 마케팅뿐 아니라 재무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로버트 맥도널드(Robert McDonald) 교수의 파생상품 및 리얼옵션, 크레이그 퍼핀(Craig Furfine) 교수의 상품선물로 대변되는 파생상품 거장들의 수업이 있다. 또한 세르지오 리벨로 교수는 국제금융 분야 중 환율 이론의 최고 권위자다. 필자는 리벨로 교수의 국제금융 수업에서 다뤘던 환율 예측의 정확성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기초로 미래 예측의 실효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환율은 예측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기적으로 환율 예측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업에서는 환율 예측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1983년에 발표한 리처드 미스(Richard Meese)와 케네스 로고프 (Kenneth Rogoff)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율 예측에 있어 어떤 복잡한 모델도 환율을 현물 환율(spot rate)로 고정한 것보다(, 아무런 예측을 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하지 못했다. <1>은 미국 달러와 독일 마르크의 환율 예측에 있어, 환율을 현물 환율로 고정한 값과 여러 환율 예측 전문가들의 복잡한 공식에 따른 예상치의 제곱평균값(RSM·root mean square) 2 을 비교한 결과다. 이 결과에 따르면 환율을 현물 환율으로 고정한 랜덤 워크(Random Walk) 3 의 제곱평균값이 1개월, 6개월, 12개월 결과치 모두 거의 최저 혹은 최저에 가까운 수준을 나타낸다.

 

 

혹자는 이 연구는 1983년에 이뤄진 것으로 복잡해진 현재 경제에는 더 정확한 예측모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1983년의 이 연구의 결론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이코노미스트>의 조사를 보자. (2) 골드만삭스, HSBC,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1년 후의 환율을 예측했는데 1년 후의 실제 환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예측 당시의 현재 환율과 1년 후의 환율의 차이가 적다. 즉 예측을 안 하느니만 못했다. 이와 같은 결과로 볼 때 단기적으로 환율 예측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환율 예측이 가능할까? 결과적으로 정확한 값은 구할 수 없더라도 환율의 방향성은 예측할 수 있다. 장기적 환율 예측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환율 결정 이론 중 하나인 구매력평가환율이론(Purchasing power parity theory)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구매력평가환율 이론은 양국의 환율은 통화의 구매력의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으로 절대적 구매력평가환율 이론과 상대적 평가환율 이론으로 나뉜다. 절대적 구매력평가환율 이론은 일물일가의 법칙을 근간으로 양국의 물가 수준의 비율에 따라 환율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10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 재화가 있다면 그 재화는 우리나라에서의 가격도 10달러에 해당하는 원화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적 구매력평가환율 이론이 성립한다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물가는 일정해야 하지만 실제로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물가는 낮게 형성된다. 이는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절대적 구매력평가환율 이론이 성립한다면 이 그래프는 기울기가 0이 될 것이다. 이는 교육, 의료, 토지 등 비교역재(Non-tradable goods)가 실물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아울러 교역재 또한 소매가의 50% 이상이 물류 및 유통비용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똑같은 물품이라도 저소득국은 고소득국 대비 토지, 인건비 등이 저렴하기 때문에 재화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될 수 있다.

 

 

비록 절대적 구매력평가환율 이론은 성립하지 않지만 <그림 1>을 통해 우리는 장기 환율 예측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만일 물가 수준의 비율이 비교적 일정하다면 이 비율을 충족하는 환율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대비 한국의 물가 수준이 0.5로 고정돼 있고 하나의 상품이 각각 자국통화로 거래된다면 미국 대 한국의 환율은 장기적으로 1 0.5로 수렴할 것이다. 상대적 구매력평가환율에 근거한 중장기적 추세는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결정계수(R2) 4 값이1에 근사함을 고려할 때 이러한 추세는 일반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환율의 단기적인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나 중장기적 추세의 예측은 가능하다. , 중장기 미래에 대비한 경영계획의 수립에 있어 예측은 방향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예측

환율 외 원자재의 예측의 정확도에 대해 살펴보자. 상품(commodity)의 대표격인 원유를 통해 가격 예측의 정확도를 검토해 보면 상품시장에서도 예측의 부정확성을 살펴볼 수 있다.

 

필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시기는 2008년 하반기다. 필자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원자재 가격 예측이었는데 매월3개월치의 원료가를 예상하고, 매년 운영계획을 위해서 5, 길게는 20년까지도 가격 예측을 수행했다. 일반적으로 유가는 수요/공급/중동 중심의 지정학적 요인/계절적 요인/투기자본 등 총 5가지 주요 요인으로 결정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를 중심으로 유가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말의 유가는 수요/공급 등 주요 변수와 상관없이 2008 7월 배럴당 평균 130달러에서 12 41달러까지 폭락했다. 물론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라는 명확한 답은 나와 있었으나 언제까지 떨어질지, 얼마까지 떨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예측 담당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기에 자책감이 매우 컸다. 이 시기의 모든 경제 지표가 유가와 함께 불확실성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고 다른 지표들 또한 기존 변수들만으로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다며 위로했지만 그 시기를 지나며 더욱 예측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되었다.

 

이제 유가의 중장기 유가 예측의 정확도를 살펴보자. <그림 3> 2008년과 2009, 그리고 2012의 중장기 원유가 예측치 5 를 비교한 값이다. 일반적으로 몇 년 동안의 중장기 유가 예측은 단기적인 변화나 변수에 큰 흔들림이 없다. 이는 2009년의 예상치와 2012년의 예상치가 거의 동일하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2008년의 예상치는 2009년 및 2012년 데이터와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는데 이는 2008년 말 발생한 금융위기의 여파가 유가 예측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새롭게 발생한 변수에 따라 유가 예상치가 80%가 넘게 변하는 점을 고려해 보면 예측의 실효성에 더욱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예측의 필요성

환율에서도 그렇고 유가에서도 그렇고 단기적인 예측치가 가지는 부정확성은 크고 예측의 실효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단기 예측의 부정확성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해답을 데이비드 오렐 박사(David Orrell Ph.D) <거의 모든 것의 미래 - 인류의 미래에 관한 눈부신 지적 탐험(The Future of Everything: The Science of Prediction)>이란 책에서 찾았다. 예측 모델으로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책에서 예측의 실효성을 날씨, 건강, 경제 총 세 가지 분야로 나누어 접근한다. 오렐 박사는 결론적으로 사회 현상은 변수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과거 자료에 근거한 모델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이 맞다면 장기적인 미래는 단기적인 변수의 유기적인 작용으로 더욱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저자는 이런 예측 모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예측은 사람들에게 현재를 이해하게 도와주고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데 그 역할이 있다는 말로 예측의 필요성을 조명한다.

 

필자도 예측의 한계를 체감하며 오렐 박사와 비슷한 생각을 해왔다. 우리가 예측을 하는 이유는 예상을 바탕으로 단기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향후 계획 수립을 위한 기준점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래의 정확한 값을 얻기 위해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례로, 한 기업에서 운영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거시경제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매출, 원가 등 목표를 수립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출 중심의 석유화학 회사의 경우 국제유가 및 환율 등이 매출 및 수익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며, 이에 대한 기준을 수립해야 단기/장기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준점 제시에서 더 나아가 기업이나 기관에 향후 어떤 위기가 있을 수 있고, 어떤 기회가 펼쳐질지에 대한 예측을 통해 한 조직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시나리오를 구성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이 1000/달러의 환율까지 감내할 수 있다면 환율이 1000/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더불어 이런 원화 절상의 주요 변수가 이런 상황을 만들지, 환율이 900/달러 밑으로 폭락하는 경우에는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미리 시나리오를 만들어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원화 절하로 수출경쟁력이 크게 상승한 경우에 어떻게 기회를 최대 이익으로 연결할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국제금융 수업에서의 교훈을 되짚고자 한다. 리벨로 교수는 수업을 통해 환율 예측이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생존이 환율에 크게 흔들린다면 헤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헤징을 하기 위해서는 헤징의 장단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헤징의 주요 수단인 선물, 옵션에 대한 이해 없이 헤징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헤징의 필요성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결국 기업이 위기 대응에 있어 헤징을 통한 위험 관리가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기업의 구조적인 체질개선이란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미래가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예측이 필요한 것이고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 노력을 지속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다시 해가 바뀌고 2013년 새해가 왔다. 새해를 맞이해 정부를 비롯해 많은 기관에서 또다시 새로운 예측을 쏟아낼 것이다. 하나 혹은 몇 개의 변수를 근거로한 예상치들은 수많은 변수들이 유기적으로 반응해 만들어내는 결과치에 수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예상치를 근거로 단기적인 수익을 내기 위한 투기를 생각하기보다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목표의식을 확실히 하는 도구로서 예측치를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자세가 사회에 가치를 창출하는 진정한 비지니스 리더의 덕목이라고 믿는다.

 

 

Reference

Richard A. Meese and Kenneth Rogoff “Empirical Exchange Rate Models of the Seventies: Do They Fit Out of Sample?”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3-24, 1983.

Cheung, Yin-Wong, Menzie D. Chinn and Antonio Garda Pascual

Empirical Exchange Rate Models of the Nineties: Are Any Fit to Survive?, NBER

Working Paper 9393, December 2002.

Faust, Jon, John H. Rogers and Jonathan H. Wright “Exchange Rate Forecasting: the Errors We’ve Really Made,”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Volume 60, Issue 1, May 2003, Pages 35-59.

David Orrell Ph.D

The Future of Everything: The Science of Prediction (Kindle Location 1). Kindle Edition.

http://www.eia.gov/

 

 

조용우 Kellogg School of Management Class of 2013

 ycho2013@kellogg.northwestern.edu

필자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한 후 한화케미칼에서 영업, 원자재구매, 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켈로그 경영대학원 내 Korean Business Club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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