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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pth Communication

안선주 | 123호 (2013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안선주 DBR 5기 독자패널(한국리서치)

DBR 121호에 실린 ‘21세기형 비전에 절차정당성을 장착하라기고문과 관련된 질문이다. 21세기의 창조사회에 진입하는 전환기에서 새로운 대통령에게 필요한 3가지, 특히 첫 번째 사항인 21세기형 비전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국가도 비전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비전은 상당히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그만큼 모호한 단어도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비전을 제시하라고 할 때 구호나 좌우명 정도로 비전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비전 제시가 더욱 어렵다고 느껴진다. 개인이나 기업도 비전을 만들기 어려운데 국가의 비전은 여기에다 역사의식에 기반하고 시대정신에 맞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좀 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국가 비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기업 비전을 개발할 때와는 다르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서 개발하면 좋은지 알고 싶다. 특히 많은 국민들이 공감해야 하므로 의견을 모으고 비전 개발, 선포 등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비전은 너무나 중요한 이슈로서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무척 긴 설명이 필요하다. 지면에 한계가 있으므로 우선 간략하게만 설명한다. 비전만큼 자주 거론되지만 그 개념과 요건에 대한 혼동이 편재하는 개념도 드물다. 개인, 기업, 국가를 막론하고 리더의 역할 중 단연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가지만 선택하라면 필자는 망설이지 않고 좋은 비전의 제시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선진국 리더들에 비해 우리나라 각계각층 리더들이 가장 약한 부분 또한 바로 비전의 제시다. 최근 비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리더들도 비전을 앞다퉈서 발표하고 있으나 요건을 제대로 갖춘 좋은 비전은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 기업이나 정당, 대학 등에서 선언한 비전들을 분석해본 결과 비전의 요건을 제대로 갖춘 경우는 열 개 중 하나 정도에 불과했다.

 

비전을 제시했으나 실은 비전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대다수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와 비전을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가장 흔한 오류는 추상적인 이념적 구호를 비전으로 착각하는 사례다. 예를 들면인간중심 사회정도경영’ ‘존경받는 기업’ ‘정의 사회’ ‘자유민주주의’ ‘복지국가등은 가치판단의 기준인 이념이다. 비전이 아니다. 둘째, 정책이나 전략과 비전을 착각하는 오류도 흔히 볼 수 있다. ‘효율성 극대화선택과 집중등은 궁극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론인 정책이나 전략이다. 비전은 아니다. 셋째, 흔히 볼 수 있는 또 다른 혼동은 ‘2020년까지 세계 10대 기업으로 성장이나 ‘2020년까지 국민소득 5만불등과 같은 성과목표를 비전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성과목표는 비전을 달성하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결과의 양과 수준이지 비전 자체는 아니다.

 

물론 이념적 가치관, 정책/전략, 성과목표 등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나 결코 비전은 아니며 비전을 대체할 수도 없다. 비전은 우리가 창조하고자 꿈꾸는 미래로서 현재 상태에서 어디로 나가야 할지 알려주는 미래의 방향성이다. 즉 비전이 어디로 갈 것인가의 방향성을 말한다면 정책/전략은 그 방향으로 어떻게 나갈 것인가의 방법론을 말해준다. 이념은 비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준수하고자 하는 가치관을 선언하는 것이다. 성과목표는 비전이 달성되면 나에게 돌아올 결과다. 좋은 비전이 제시되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하기 때문에 구성원의 동기부여와 효율성이 증가하고 미래의 목표를 공유하는 집단끼리는 가치관이 달라도 협력할 수 있으므로 갈등도 대폭 줄어든다.

 

개인, 조직, 국가를 막론하고 좋은 비전은 다음 다섯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과거-현재의 관성적 추세로부터 단절해서 새로운 미래로 퀀텀점프하는 미래지향적 불연속성이 비전의 필수 요건이다. 둘째, 비전은 구성원들에게 가슴 뛰는 절실한 열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비전은 투철한 역사의식에 기반해 과거가 아닌 미래에 자신을 자리매김해야 한다. 넷째, 비전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돌파할 수 있도록 최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다섯째, 비전의 내용은 성과목표와 같이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말하지 않고 창출하고자 하는 가치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좋은 비전의 요건은 개인, 기업, 국가 등 단위의 미시-거시와 상관없이 동일하다. 과거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투사들의조국광복이나 해방 직후 백범 김구 선생이나의 소원에서 제시한문화국가론’, 박정희 대통령의경제개발을 통한 조국근대화등 다섯 가지 요건을 잘 충족시킨 훌륭한 비전들이 많이 제시됐다. 최근에는 비전보다는 이념에 치우쳐 좌나 우로의 이동만 말하거나 큰 방향의 제시 없이 당장 눈앞의 정책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래에 나갈 방향을 제시한 국가 지도자가 드물었다. 비전은 리더십의 핵심이므로 최근 우리 사회의 리더십의 위기는 바로 비전의 부재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 DBR 독자패널 장경영(삼성생명 은퇴연구소)

DBR 120숨막히는 랭킹 경쟁시대, 언더독의 반란일상재 시장에서는 랭킹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설명은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일상재 시장에서도 랭킹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파워블로거를 일상재 시장에서 랭킹을 부여하는 존재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상재 시장의 언더독이 파워블로거 같은 랭킹 메이커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주면 좋겠다.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

랭킹의 영향력은 생산자의 상품과 서비스를 확실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 증폭된다. 예를 들면, 교육의 효과는 학생, 교수, 직원, 시설 및 수업과정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로만 이뤄지지 않으며 단기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런 측면에서 일상재(commodity)를 평가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블로거의 랭킹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일상재는 말그대로 상품 혹은 서비스의 품질이 다른 경쟁사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가격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기업의 상품 혹은 서비스를 고르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랭킹의 효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말그대로 거의 모든 기업이 만성적인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언더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재가 아닌 DSLR 같은 전문적인 고급형 카메라는 평가기준이 다양하고, 확실한 평가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며, 소비자의 선호도도 다양하기 때문에, 블로거의 랭킹이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둘째, 이런 일상재를 대상으로 하는 블로거들의 랭킹은 평판이 좋고 신뢰성이 높은 특정한 기관이 상품을 평가해서 부여하는 랭킹이 아니다.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 회자되면입소문랭킹이 올라가지만 그마저도 정보 조작의 여지가 많아 신뢰성을 확보하기 힘들고 반드시 구매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일상재 시장의 언더독은 다음과 같은 일련의 작업이 필요하다. 첫째, 일상재에서 탈피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차별화전략에는 어떤 차별적인 고객가치를 담을 것인가에 대한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을 포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고객을 무차별적으로 만족시키려고 하면 안 되며 고객군에 대한 집중과 선택을 해야 한다. 둘째, 일상재의 탈피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룬 기업의 사례는 거의 없다. 블로거의 입소문랭킹에 의해 잠시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다른 경쟁자들이 바로 모방하기 때문에 입소문랭킹은 오래가지 않는다. 지나치게 이런 블로거랭킹 경쟁에만 몰입하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실적개선을 이뤄내지 못한다. 셋째, 차별화 전략을 어느 정도 이뤄내기 시작했다면 기업의 정체성과 전략적 방향을 함께 할 수 있는 특정한 신뢰성 있는 블로거의 랭킹을 지원하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신뢰성 없는 블로거의 현재 랭킹이 후에 기업이 새롭게 선보일 상품과 서비스의 평판과 이미지에 더 큰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본질적으로 랭킹은 기업의 정체성과 전략적 방향을 고수하는 선에서 추구돼야 한다. 정체성, 전략, 그리고 랭킹의 일관성 있는 연결만이 결국 값싼 물건만을 찾는 소비자를 충성도 있는 고객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천성기 DBR 5기 독자패널 (팬택)

DBR 121호에서 저성장기를 극복할 행동마케팅 3.0(R.U.L.E)을 언급한행동 마케팅 3.0 : 공감과 차별화가 힘을 인상 깊게 봤다. 필자가 언급했듯 저성장기와 같이 장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닫힌 지갑을 열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침체기에는 소비 성향 자체가 보수적이고 안정적 성향을 보이는데 이런 관점에서 시장 진입자는제품의 경쟁력(차별화)에 의한 성장 전략을 추구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브랜드 파워에 의한 소비자 공감대가 우선시되는 것 같다. 결국 1위 기업의 시장 쏠림 현상이 더 가속화되는 것 아닐까. ‘행동 마케팅 3.0’룰에 의해 소비자 인식의 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곽준식 동서대 경영학과 교수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는 언급한 바와 같이 소비 성향의 보수화와 안정화로 인해브랜드 파워에 의한 소비자 공감대가 우선시된다. 다만 브랜드보다는 소비성향의 보수화, 안정화가 핵심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후발주자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소비자 경험(consumer experience)이 있다. 경험에는 체험마케팅과 같은 직접 경험과 구매후기나 추천과 같은 간접 경험이 있다. 트라이버타이징(노력을 뜻하는 ‘try’와 광고를 의미하는 ‘advertising’이 합해진 신조어로 주 소비층에게 시제품이나 신제품 샘플을 직접 사용해보게 하는 전략)을 통해 직접경험을 하도록 만든 후 이들로 하여금 구매후기나 추천을 하도록 만들어 간접경험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미국 소비자들 중 81%가 제품 구매 전 온라인에서 미리 검색을 하며 55%가 사용자 후기를 읽고, 조사대상자가 페이스북 친구들의 추천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소비성향의 보수화, 안정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도 새로움, 혁신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전체 시장을 세분화해서 자사가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특정 세분시장에 집중하거나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Collaboration)을 통해 브랜드 파워의 열세를 만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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