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남궁은 DBR 4기 독자패널(알리안츠 생명)
DBR 118호에 실린 ‘일본서 성공한 아이스 치킨, 한국서 실패-‘역발상’이라고 다 먹히는 건 아니다’ 기고문과 관련된 질문이다. 한 나라에서 성공한 독특한 아이템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이렇다 할 효과 없이 평범한 모방품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와 같은 결과는 4P 전략은 물론 다른 문화권이나 환경에서 살아온 고객들이 각자 다른 필요조건들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혁신적인 상품이라 하더라도 고객이 직접 요구하거나 표현하지 않는 ‘기본적인 요건’이 맞지 않는 경우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그러나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시키려 노력할 때 ‘역발상’의 정도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독특한 특이점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데 어떤 형태로 상충(Trade-off)관계를 정리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장승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상무
현업에서 마케팅 활동의 많은 부분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언제나 새롭고 괜찮은 아이디어를 찾는 일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라는 게 새로이 만들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손쉽게 ‘해외 성공사례 베끼기’의 유혹에 빠졌다가 자국 시장의 특수성을 간과해 실패하기도 하고, 또는 지나치게 독특한 아이디어를 찾는 데만 몰두하다 기본이 부실한 제품만 양산하기도 한다. 소위 ‘카피캣(Copycat)의 저주’와 ‘역발상의 함정’이라는 두 가지 유형의 마케팅 실패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톡특함(Uniqueness)과 기본적 요건(Basic Requirement) 간의 상충(Trade-off)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성공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적절히 마케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반적으로 독특한데 실패하는, 즉 ‘역발상의 함정’에 빠지는 제품들은 대부분 아이디어 창조자의 직관과 통찰력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그 독특함의 가치가 고객의 숨겨진 욕구(Hidden Needs)를 정확히 들춰낸 것인지, 또는 미충족 욕구(Unmet Needs)에 정말로 소구하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에 소홀하게 된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고객을 사용자와 구매자라는 개념으로 나누어 이해하면서 제품 개발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마케팅은 구매자의 관점에서 사용 경험과 구매 경험을 종합적으로 시뮬레이션해보고 혁신 아이디어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개선되고 진화된 형태의 사업 아이디어로 구체화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초기 콘셉트 개발 단계에서부터 사용자 시연회나 다양한 품평활동을 통해 사용경험에 대한 피드백을 미리 수집해 반영하거나 미충족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고객 설문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기존 제품에 대한 고객의 구매 경험을 유심히 관찰해 그 행동특성으로부터 개선사항을 파악해 내는 등의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국 어떠한 방법을 활용하던 소수의 아이디어 개발자의 통찰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의 사용/구매 경험을 검토해 초기의 독특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실 접목된 사업 아이디어로 진화시켜 나간다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겠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애플의 i시리즈가 성공을 거둔 이유를 스티브 잡스 개인의 뛰어난 통찰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만약 애플에서 쫓겨난 잡스가 NeXT와 픽사를 설립해 OS와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체험해보지 못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iPhone이나 iPad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애플 i시리즈의 성공은 상당 부분 잡스의 이러한 다양한 사용자 경험에 대한 선행적 시뮬레이션이 만들어낸 결과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김형숙 DBR 4기 독자패널 (전략컨설턴트)
DBR 119호 ‘추격에서 벗어나 새 경로를 창조하라’에서는 추격에서 벗어나 도약의 기술개발, 혁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와 그 실행을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 기업의 혁신, 특히 과학기술 관련 혁신은 ‘추격형’이 대부분으로 이에 맞는 활동들을 중심으로 혁신을 실행해 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 ‘창의성’을 중심으로 도약에 대한 혁신활동을 주문하고 있으나 어떠한 혁신을 할 때 베스트 프랙티스부터 찾는 우리에게는 매우 어려운 혁신방법이다. 제시된 3가지 방법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그동안의 ‘추격형’ 조직 메커니즘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이에 제시된 3가지 방법을 효과적으로 수행했던 ‘도약형’ 조직의 사례는 없는지, 혹은 ‘도약형’ 조직으로서 꼭 갖춰야 할 기능이나 성공요소는 없는지 궁금하다.
김진환 PRiSM 연구회 연구원
기업은 존속을 위해 기존 사업의 개선이나 신사업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보통의 조직이 ‘도약형’ 조직이 아닌 ‘추격형’ 조직으로 남기 쉬운 이유는 자사의 역량(competencies)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아닌 경쟁사의 동향에 대응한 의사결정, 그리고 시장의 트렌드를 좇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반면 도약형 조직은 자사의 역량을 분명히 인지해 이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힘쓴다. 자사의 기술적인 핵심 역량을 파악해 이를 발전시키고 최종 결과물의 성능이 부족할 경우 이를 보완할 수단을 강구한다. 고객이 해결해야 할 문제(job to be done)가 근본적으로 무엇인지 고찰하고 자사의 어떠한 역량이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며 부족한 역량은 투자를 통해 키워낸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도 자사의 역량을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분야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역량을 가졌으며 무엇에 중점을 둔 회사인지를 회사의 비전 혹은 기업/브랜드 정체성(Corporate/Brand Identity)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도약형 조직의 성격을 두루 갖추며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한 회사를 꼭 집어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현재 한 기업을 꼽자면 독일의 BMW를 들 수 있다. 스포츠카와 같은 운전의 즐거움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BMW는 ‘Sheer Driving Pleasure’라는 BI를 통해 자사가 강점을 보이는 역량을 적극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 동급 경쟁 모델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성능과 연료 효율을 가진 엔진을 선보이고 있고, 이를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하지 않던 터보엔진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고객이 일상의 주행 속에서도 레이스를 하듯 주행을 즐기고 싶어 하는 심리를 공략하며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타 럭셔리 브랜드들과 달리 전 모델에 걸쳐 스포츠카의 성격을 부여했다. 그 결과 BMW는 두터운 마니아 층을 확보하게 됐고 2012년 미국 럭셔리 차량 판매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세계 완성차 브랜드 중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조직 운영 측면에서도 BMW는 타사들과 구분이 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의 모회사 폴크스바겐그룹 등이 택시, 버스 등 상용차 제품군을 판매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거느리는 등 역량을 집중하기 힘든 구조를 지닌 데 비해 BMW그룹은 BMW를 포함해 미니와 롤스로이스 등 스포츠와 럭셔리를 강조한 단 3개의 브랜드만을 거느리고 있으며 상용차는 생산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아직 그들이 가진 역량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추격형’ 조직의 경우에도 장기간 추격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역량이 강화된 부분이 분명히 있을 수 있고 이는 제품 관련 역량일수도, 혹은 프로세스 관련 역량일수도 있다. 지속 가능한 ‘도약형’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자사의 역량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며 역량이 아직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이를 확보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준희 DBR 5기 독자패널(㈜두산)
DBR 120호 ‘Inside-outsiders: 외부인 같은 내부인 CEO 키워라’ 기고문을 잘 읽었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저(低)성장 기조를 맞아 핵심인재 확보는 더욱 중요해졌고 효과적인 인재육성은 필수가 됐다. 기고문에서 제시된 Inside-outsiders 방식은 매우 합리적이고 다각적인 안목을 가진 핵심인력을 키워내는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IT의 발전으로 산업 간 융합 트렌드 등 기업의 핵심 기술 및 전략의 다변화로 인해 내부 인력을 육성하기보다는 빠른 시일 내 외부인력 ‘수혈’을 통한 개혁이 불가피한 기업들이 많다. 예를 들어, M&A를 하거나 신(新)사업에 투자·협력해 완전히 새로운 사업구조를 만들어내고 성장해 가는 경우 전문적인 핵심인재 부족, 다른 산업들 간의 시너지를 포괄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인재의 부족 등 현실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도기를 거쳐 사업 안정화의 단계에 들어서면 inside-outsiders가 가능할 수 있지만 그전에 출신(origin)이 다른 인력 구성 상태에서는 어떤 전략으로 insider와 outsider를 구분하고 어떤 단계, 어떤 식으로 인재육성을 해야 융합 트렌드에 맞는 리더가 양성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조직이 급성장하거나 M&A를 통해 새로운 조직이 합류하게 되면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야 할 필요성이 많아지거나 조직에 다른 구성원들이 섞이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기존에 있던 구성원들의 자기 영토 지키기와 텃새로 인해 전문적 역량을 가지고 새로 들어온 인재들이 이들의 능력과 경험을 채 발휘해 보지도 못할 확률이 크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도 인재육성은 원칙적으로 내부승진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반복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다면 가급적이면 초기에는 직책을 맡겨 사람을 관리하고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게 하기보다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거나 구체적 업무를 수행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전문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입사를 했지만 리더로서 팀이나 부서를 처음부터 이끌어야 하는 역할까지 떠맡다 보면 감당하기 힘든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따라서 잘 준비된 경력개발 과정과 새로운 것들을 수용하는 조직 분위기와 문화, 그리고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기존의 리더들이 정치적인 갈등에 대해 끊임없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면 외부 인사 영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리고 origin이 다른 직원들을 융합하기 위해서 특히 필요한 건 이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유된 비전과 목적의식이다. 정말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의 여러 조직들을 보면 결국 이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한 비전과 목적의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서구의 많은 기업들이 비전과 가치를 일찍부터 강조했던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비전은 조직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 차이를 허물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따라서 변화가 많고 M&A나 급격한 성장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높아진 조직이야 말로 비전과 가치를 통해 이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평가 보상 등의 HR 시스템이 있다면 통합 작업이 한층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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