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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있는 CEO는 나쁜 지배 구조를 좋아한다?

이창민 | 113호 (2012년 9월 Issue 2)

 

 

 

Based on “Competition for Managers, Corporate Governance and Incentive Compensation” Viral Acharya, Marc Gabarro and Paolo Volpin, Working Paper 2012

 

능력 있는 CEO는 ‘나쁜 지배 구조’를 좋아한다?

 

무엇을 연구했나?

CEO에 대한 기존 연구는 CEO들이 왜 이렇게 임금을 많이 받는지, 임금이 과연 기업 성과와 관계가 있는지, 지배구조와 연관성이 있는지 등에 집중돼 있었다. 일반적인 결론은 CEO들이 기업 성과와 관계없이 임금을 많이 가져가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지배구조가 좋지 않아서, CEO를 잘 감시하지 못해서 그들이 지대(rent)를 누린다는 것이었다. 최근 이런 결론에 반기를 드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출발점은 노동시장이다. 미국의 경우 노동시장, 특히 전문가 노동시장이라는 것이 활성화되면서 이직이 매우 활발해졌다. 쉽게 말해 능력 있는 CEO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자신이 원하는 기업을 선택해서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능력 있는 CEO들은 어떤 기업을 선호하는가라는 주제가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능력 있는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아 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Viral Acharya(미국 뉴욕대 교수) 2명의 학자들은 Compustat, ExecuComp, RiskMetrics, ThompsonDeal이라는 데이터베이스에서 1993∼2007년 약 1만 개에 달하는 기업 성과, CEO 임금, 기업지배구조, M&A에 대한 자료를 구했다. 우선 이들은 기업 성과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들을 통제하고 순수하게 CEO가 성과에 기여한 부분만 측정해서 이를 CEO 능력(CEO ability)의 지표로 삼았다. 이 지표는 이 연구의 목적이 능력 있는 CEO가 어떤 기업에서 일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들은 이 CEO 능력 지표와 기업의 다양한 특성들이 어떤 연관관계를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결과와 시사점은 무엇인가?

이 논문의 여러 가지 발견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결과를 두 가지만 소개하면 우선 능력 있는 CEO들이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CEO 시장이 경쟁적일수록 CEO들은 지배구조가 좋아서 자신이 해고될 가능성이 크거나 M&A 과정에서 사적으로 챙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작은 회사에서 일하기 싫어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는 CEO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업지배구조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데 특히 전임자보다 능력 있는 CEO를 새로 뽑을 때 기업의 지배구조가 약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두 번째 발견은 어떤 제도나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기업지배구조를 강화시키는 것은 CEO를 잘 감시해서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CEO 시장이 경쟁화되면 지배구조가 좋은 회사를 능력 있는 CEO가 기피하는, 이른바 부정적 매칭(negative matching)이 발생할 수 있다.또한 기업들은 좋은 CEO를 모셔오기 위해 일부러 지배구조를 약화시키는 행동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가 나쁜 지배구조를 좋은 것으로 주장하는 근거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 다만 지배구조를 디자인할 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의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창민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changmin0415@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금융연구소 자본시장팀(증권, 자산운용 담당)을 거쳐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이기도 하다. 재무(Finance),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자본시장(Capital Market) 분야에서 활발하게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노스탤지어, 힐링마케팅이 중요한 도구다

 

Nostalgia: The Gift that Keeps on Giving” by Xinyue Zhou, Tim Wildschut, Constantine Sedikides, Kan Shi, and Cong Feng (2012,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June, pp.39 – 50)

 

연구의 배경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건축학개론을 본 관객이라면 지나간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과거가 있다. 옛 시절 가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한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리면감상적 그리움(sentimental longing)’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지나간 일에 대한 그리움을 노스탤지어(Nostalgia)라고 하는데 이 연구는 바로 이 노스탤지어의 소비자행동적 효과를 다룬다.

한국말에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의미의향수’, 지나간 일을 떠올린다는 의미의추억이 있지만 두 단어 모두 노스탤지어의 정확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아 원어 그대로 표기한다. 관련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노스탤지어는 의미 있는 순간에 함께한 사람들을 떠올리고 사회적 연결감(social connectedness)을 불러일으키기에 사회적 감정(social emotion)에 해당된다고 한다. 또한 노스탤지어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 속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형상화하는 것이라 한다. 노스탤지어는 강한 관계적 기능을 제공하며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고 사회 공헌에 대한 의식을 높인다고 한다.

이처럼 노스탤지어는 사회를 향한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과거를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것, 이것이 사람들의 행동에 긍정적 효과를 발현시킨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노스탤지어의 친사회적 효과로 기부행위의 촉진을 살펴봤다. 또한 이러한 효과의 원인으로 공감(empathy)의 힘을 제시했는데 노스탤지어 자극을 받으면 타인에 대한 공감 또는 감정이입이 강해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 동정심에 의해 기부 의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건축학개론 영화에 적용해본다면 관객에게 점화시킨 노스탤지어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높이기에 관람 후 자선단체 기부 요청 시 이에 응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의 주요 발견점

● 첫 번째 실험에서는 중국 소재 대학생을 2개 집단으로 나눠 노스탤지어 자극 집단의 경우 지나온 인생에서 노스탤지어를 강하게 느끼는 순간을 몇 분간 떠올려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생각하게 했으며 통제 집단의 경우 일상 생활 속에 일어나는 평범한 일을 떠올려 본 뒤 어떤 느낌인지 생각하게 했다. 그 다음, 2008년 중국 스촨성 대지진 때 고아를 돕는 자선 단체를 소개하고 얼마의 봉사 시간을 할애할지, 얼마의 금액을 기부할지 적게 했다. 그 결과 노스탤지어 자극 집단이 통제 집단보다 더 많은 시간과 금전 기부 의향을 보여줬다.

● 두 번째 실험은 첫 번째 실험과 방법상 동일하며 자선단체 소개 후 공감(empathy) 관련 질문을 추가함으로써 노스탤지어 효과의 메커니즘을 테스트하고자 했다. 그 결과, 실험1과 마찬가지로 노스탤지어 자극 그룹에서 더 많은 기부의향을 보였으며 더 높은 공감 지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탤지어 자극을 받으면 힘든 상황에 놓인 타인에 대한 공감(동정심, 연민 지각 등)이 높아지며 이것이 기부의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실험3에서는 실험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선단체의 내용을 바꿨는데 중국 광둥성 오지마을 어린이 교육 후원 단체로 소개한 뒤 기부 의향을 물었다. 그 결과 실험2와 마찬가지로 노스탤지어 그룹에서 더 많은 공감 지각과 더불어 높은 기부의향을 보였다.

● 실험4는 일반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 소재 대학의 외국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국적에 관계없이 동일한 노스탤지어 효과가 나타났다.

● 실험5에서는 기부의향이 아니라 실제 기부를 얼만큼 하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했다. 먼저 실험참가자에게 실험참가의 대가로 7위안을 제공했다. 그 다음 자선단체의 기부 안내문을 보여줬는데 노스탤지어 자극이 들어간 안내문의 경우 헤드라인과 사진설명에예전의 그날들입니다. 원촨 어린이들을 위해 옛 모습을 되찾아줘야 합니다.”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그 시절그때를 기억하십니까?”를 넣었으며 노스탤지어 자극이 사용되지 않은 안내문은이제 때가 왔습니다. 원촨 어린이를 위해 미래를 건설합시다.” “미래에 이와 같은 더 나은 모습을 그려봅니다.”가 사용됐다. 이후 나가는 문 옆에 설치된 기부함에 실제로 얼마나 기부하는지 체크했는데 노스탤지어 자극에 노출된 집단(평균 5.96위안)이 그렇지 않은 집단(평균 5.07위안)에 비해 더 많은 기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시사점

최근 우리 사회는 정신적 빈곤 현상이 잦아지면서 사회적 불안지수, 타인과의 관계를 피하는 회피지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으로 가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무시되면 반사회적 장애, 자살, 흉악 범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노스탤지어를 통해 사회적 연결감을 만들어내고 타인에 대한 공감 지수를 높여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대한민국 노스탤지어소재와 스토리를 만들어 국민들의 상처 난 감정을 치유할 수 있다. 모든 국민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이벤트를 회상시키는 방법으로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높일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신화, 하계, 동계 올림픽에서의 명승부, 월드스타 배출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낸 가요, 드라마, 영화와 같은 문화예술 이벤트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아울러 기부 문화가 아직 미약한 우리나라에 노스탤지어 자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본 연구에 따르면 옛 생각을 떠올리며 그때를 그립게 하는 자극이 기부의향을 높이기에 사회 공익 단체나 정부, 공공기관에서 기부 행사와 같은 사회공익 마케팅을 행할 때 노스탤지어를 활용하면 좋다.

노스탤지어는 일반 기업이 소비자에게 마케팅을 할 때 힐링마케팅(healing marketing)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정신적 결핍으로 외로운 소비자에게 어린 시절 또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프로야구, 리메이크 음악, 소설, 만화, 영화, 게임, 패션, 음식 등과 같은 노스탤지어 자극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 타인들과 연결돼 있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뿌듯함,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상품이나 프로모션 기획 시 이러한 노스탤지어 소재, 스토리의 투입은 공유 감정 유발과 함께 마음의 상처 치유, 더 나아가 그 제품이나 광고에 대한 호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기업 내부 직원을 위한 힐링마케팅 차원에서도 노스탤지어는 유용하다. 기업 홍보나 광고물, 내부 인테리어에 옛 영광과 땀방울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 전달 외에 공감, 유대감을 높이기에 노사, 동료 간 협력을 키우고 내부 소통력을 높일 것이다.

무심코 들어간 매장에서 대학시절을 그립게 하는 정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상상해보라. 그 음악 한 소절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긴장과 불안이 사라지는 속에서 타인을 돌아보는 여유를 만들어 낸다. 노스탤지어는 소비자 웰빙, 조직 또는 사회 웰빙을 동시에 일궈낸다는 측면에서 일석이조의 유용한 마케팅 소재가 될 수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비즈니스 생태계 전체를 챙겨야 선도기업!

 

 

Based on “Value Creation in Innovation Ecosystems: How the Structure of Technological Interdependence Affects Firm Performance in New Technology Generations” by Ron Adner and Rahul Kapoor (2010,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Vol.31, pp.306-333)

 

왜 연구했나?

혁신에 관한 연구는 그동안 꾸준히 경영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 자체의 혁신뿐만 아니라 기업 외부의 혁신이 미치는 파급효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한동안 비즈니스 생태계(ecosystem)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혁신에 대한 체계적인 실증연구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기업 간 경쟁의 초점이 개별 기업 중심에서 생태계 중심으로 바뀌었지만 정작 경영자들이 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혁신과 경쟁의 전략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론이나 모델은 여전히 부족하다. 본 연구는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혁신이 기업 간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심층적으로 탐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연구했나?

비즈니스 생태계를 제조업체, 부품을 공급하는 공급업자, 고객, 그리고 제품 사용 시 고객을 지원하는 보완자(complementors) 등으로 구조화했고 그중에서도 공급업자와 보완자, 두 가지 세력에 초점을 맞췄다. PC 산업을 예로 든다면 마이크로 프로세스가 핵심부품이고 인텔이 주요 공급업자라면 PC에서 작동되는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보완재이며 개발업체들은 보완자에 해당된다. 다만 부품과 보완재에서 발생하는 혁신은 기술 선도 기업들에 서로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우선 부품 혁신은 기술 선도 기업의 경쟁우위는 물론 성과를 향상시켜 준다. 기술 선도 기업들은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늘 새로운 부품에 관심을 두게 된다. 만약 부품에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난다면 선도 기업들은 이를 재빨리 접목시켜 제품 혁신을 주도하고 후발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보완재 혁신은 기술 선도 기업의 경쟁우위와 성과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대부분의 경우 보완재는 개별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무리 훌륭한 전기 자동차가 개발돼도 가솔린 주유소처럼 전기를 판매하는 주유소 인프라가 깔리지 않으면 보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완재에서 새로운 혁신이 발생하면 선도 기업의 제품이 시장에 확산되는 속도를 지연시킬 것이며 결과적으로 후발 기업들이 선도 기업을 모방하고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다.

 

 

어떻게 연구했나?

연구자들은 1962년부터 2005년까지 반도체 장비 중 하나인 노광장치(lithography) 산업의 기술 혁신과 기업들의 성과 변화를 연구했다. 노광장치는 집적회로를 생산하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핵심 설비에 해당된다. 노광장치 제조업자 입장에서 비즈니스 생태계를 정의하면 조명과 렌즈가 핵심 부품이며 마스크(mask)와 레지스트(resist·감광액)가 보완재에 해당되고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주요 고객이다. 노광장치 산업의 생태계에서는 연구기간 동안 총 9번의 주요한 기술 혁신이 있었다. 연구자들은 30명이 넘는 산업 전문가들과의 직접 인터뷰와 33개 노광장치 제조업체에 대한 자료 수집, 기술 전문잡지 검색과 반도체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VLSI 리서치의 자료를 망라해서 생태계 혁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 기본적으로 반도체 노광장치 산업에서도 선발 기업의 우위(first-mover advantage) 효과가 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시장에 빨리 진입한 선도 기업이 후발 기업에 비해 더 많은 시장을 차지할 수 있었다.

● 부품 산업에서의 혁신은 기술 선도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노광장치 산업에서의 기술 혁신에 있어 조명과 렌즈 같은 핵심 부품의 혁신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선도 기업들은 이들 부품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장을 확보했다.

● 예상대로 마스크와 레지스트 같은 보완재의 혁신은 기술 선도 기업의 성과를 떨어뜨렸다. 마스크와 레지스트는 노광장치 제조업체가 아닌 반도체 제조업체, 즉 고객이 직접 결합시켜 활용하는 장치들이다. 때문에 보완재의 혁신은 선도 기업이 자신의 시장을 방어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했다.

●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수직적 통합 전략도 이 산업에서는 성과(시장점유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직적 통합 전략은 기술수명주기에 의해 기술이 성숙될수록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술이 성숙되면 기술의 불확실성은 줄어드는 대신 부품업체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은 더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경우 수직적 통합은 효과적인 전략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떤 교훈을 주나?

제조업체, 부품업체, 보완재, 고객사 등 비즈니스 생태계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생태계 구조 중 부품 혁신과 보완재 혁신이 기업 간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경영자들에게 유용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선도 기업의 경우 자신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품은 물론 보완재 혁신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반대로 후발 기업의 경우는 보완재 분야에서 혁신이 발생했을 때 선도 기업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 애플이 PC 산업에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선도 기업이면서도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한 주도권을 뺏기면서 실패한 사례와 반대로 MP3플레이어와 스마트폰 산업에서는 후발 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원 시장과 앱스토어에 대한 투자를 통해 승승장구한 사례는 본 연구에서 제시한 생태계 관점, 그중에서도 보완재 혁신의 전략적 역할을 통해 잘 이해할 수 있다. 끝으로 생태계 관점은 혁신에 관한 조직의 전통적인 역할과 책임(R&R)에 커다란 의문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R&D 부서나 생산부서는 제품 개발과 생산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부품 혁신에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갖는다. 반면에 보완재 혁신에 관심을 두는 책임 부서는 애매하다. 마케팅과 영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객 욕구를 가장 잘 이해하는 부서지만 이들 역시 고객의 직접적인 욕구나 불만에 초점을 맞출 뿐이다. 따라서 고객의 욕구를 보다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특히 생태계에서 보완재의 혁신을 파악하는 새로운 역할과 책임이 기존 조직에 접목돼야 할 것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명강의>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학부 연관된 창업자의 지갑은 두둑하다

 

Based on “Startups by recent university graduates and their faculty: Implications for university entrepreneurship policy” by Thomas Astebro, Navid Bazzazian and Serguey Braguinsky. Research Policy (2012) Vol. 41, issue 4, pp. 663-677.

 

1. 왜 연구했나

대학은 창업의 본산지 중 하나다. 하지만 학부 재학생 및 최근 졸업생(Recent Graduates)1 의 창업 성과에 대한 논의는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학부 졸업생이 대학의 창업 성과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을 인지하고 이들의 창업 성과를 대학 교수 및 관련 연구진의 성과와 비교함으로써 대학의 기업가적 경제 개발(Entrepreneurial Economic Development) 능력 고취에 학부 졸업생의 창업이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제시코자 했다.

 

2. 무엇을 연구했나

학부 졸업생(University Alumni)의 창업 성과에 대한 조사는 대학별로 이뤄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기존 조사는 졸업 이후의 시간 경과와 관계없이 창업 성과가 집계된다는 점에서 대학 교육이 창업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히 측정하는 데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최근졸업생을 대상으로 이들의 창업 성과를 창업 수(Start-up Numbers)와 창업 질(Start-up Quality)의 관점에서 측정하고 이를 대학 교수 및 관련 연구진의 창업 성과와 비교했다.

 

3. 어떻게 연구했나

최근 학부 졸업생과 대학 교수·연구진의 창업 성과를 비교하기 위해 Astebro et al.(2012)에서는 미국 NSF SESTAT2 3가지 DB NSRCG3 , NSCG4 , SDR5 의 자료를 활용했다. 또한 대학 연구 및 교육의 질이 창업 수와 창업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1993 NRC(National Research Council) Ph. D 프로그램 평가(최상위 등급 대학, Top Rated School6 와 학부 졸업생의 전공과 종사 직종 간 관계7 도 살펴봤다. 이 밖에 재학생과 최근 졸업생의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해 각기 다른 방식의 접근을 취하고 있는 3개 대학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상기 실증 분석 내용을 보완했다. 3개 대학은 미국 MIT와 스웨덴의 할름스타드대(Halmstad University) 및 찰머스 공과대(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4. 무엇을 발견했나

먼저 창업 수에 대한 모집단 분석 결과 최근 졸업생의 창업 기업 수는 총 312430개로 교수진의 12855개에 비해 24.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NRC Ph. D 프로그램 최상위 등급 대학의 경우에도 최근 졸업생의 창업 수는 36264개로 교수진의 3107개에 비해 11.7배에 달했다. 대학 교수·연구진의 창업의 경우 조교수 및 박사후과정(Post-Doc.)과 같은 비정년교수트랙(Non-tenure track)에서 상대적으로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창업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창업한 학부 졸업생과 취업자 간의 불변 가격 기준 연간 소득을 비교(Peer Comparison)한 결과, 창업자는 취업자에 비해 평균 12% 높은 소득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부 전공을 십분 활용한 창업(학부 전공과 관계가 높은)은 학부 전공에 부합하는 취업에 비해 23%나 높은 소득을 기록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NRC 최상위 대학에서 더욱 강했다.8)이는 연구와 교육의 질이 높은 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잘 활용할수록 창업의 질이 더욱 높아짐을 시사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창업 생존 확률을 이용해 창업 질을 평가한 결과, 최근 졸업생의 창업 생존 확률은 교수의 창업 생존 확률에 비해 20%포인트가량 낮았다. 그러나 매출 증가율은 NRC 최상위 대학에 한해 교수 창업의 매출 증가율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전공 관련 창업일수록 더욱 강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평가 순위가 높은 대학일수록 대학에서 창출된 고위 지식을 학생에게 이식해 이를 창업의 경쟁력으로 활용하게 하는 게 중요함을 의미한다.

또한 MIT와 할름스타드대, 찰머스 공대의 학부생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한 현황을 사례 연구를 통해 살펴봤다. 먼저 MIT는 교수진의 스핀오프와 졸업생 창업이 매우 활발했다. 특히 다수의 졸업생 창업 성공 사례가 롤모델 정립과 긍정적인 피드백 제공을 통한 창업 동기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IT 학생 중 많은 경우 MIT 진학 이유 중 하나로 기업가적 환경 조성을 꼽았다. 교수진 또한 스스로 창업하기보다는 졸업생에게 연구 결과를 공개해 창업을 촉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웨덴 할름스타드대의 사례는 IE 프로그램과 같은 학내 제도 구축이 기업가 정신 조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할름스타드대는 MIT와 달리 주변에 혁신 주체나 R&D 자원과 같은 혁신 생태계 조성이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 IE 프로그램(Innovation Engineering Program) 운영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IE 프로그램은 학부 1∼2년 차에 수학, 공학, 비즈니스 과목을 이수한 후 3년 차에 학습 내용을 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적용, 시제품(Prototype) 제작 및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학위 논문을 작성(Documentation)하도록 하는데 대학에서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직접비 및 특허 출원 비용은 물론 연구실 및 재료·장비를 지원한다. 1979∼1991년 사이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 중 36%가 창업에 성공했으며 학위논문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적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지역 기업과의 협력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웨덴 찰머스공대는 1997년 스웨덴 최초로 기업가정신학교(Entrepreneurship School, E-School)를 설치·운영해오고 있다. E-School은 당초 1년짜리 프로그램으로 출범했지만 2007 2년제 국제 석사학위 프로그램으로 확대됐으며 점점 비()찰머스공대 출신 학생들의 비중을 높이는 등 국제화·세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찰머스공대는 교수진에 의해 산출된 지적 재산권(IP)의 상업화(Commercialization)를 학생들이 선택해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5.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를 통해 대학발() 창업에 있어서 최근 학부 졸업생들이 기술사업화의 중요한 인적자원이 될 수 있음이 입증됐다. 또한 기존의 정책적 지원이 연구실의 IP를 활용한 교수진의 스피오프에만 집중됐던 것에 대한 문제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학부 졸업생의 창업 성과는 학부 전공과 관련성이 높은 분야에서 두드러졌으며 이러한 경향은 최상위권 대학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 만큼 학교와 교수진은 학교에서 창출한 지식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확산시켜 이를 창업 활동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이를 촉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제도 마련 역시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재학생 및 대학 졸업자가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년 창업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 마련과 함께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창업에 따른 리스크는 분명히 사전에 인지·관리해야 할 요인이지만 교육, 컨설팅, 지식재산권 창출 비용 등의 패키지 제공과 같은 공공 부문의 지원을 통해 비체계적 리스크(Unsystematic Risk)를 줄일 수 있다면 청년 창업의 생존율 제고는 물론 이에 따른 질적 성과 창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창업실패 경험을 투자 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는 국내에도 시급히 확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청년 창업 성공 사례뿐 아니라 창업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재창업에 성공한 사례를 개발, 확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대학생들은 주변 또래의 성공에 큰 자극을 받으며 이들의 창업 경험을 발판 삼아 창업을 시도하는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끝으로 일률적인 기업가 정신 교육과정 신설보다는 연구개발 성과를 확산하고 수업에서 배운 지식의 창업 응용을 촉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대학별 특성에 맞게 설치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우수 이공계 대학의 경우, 졸업생 중 청년 창업 성공자를 중심으로 역할 모델(Role Model)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8) Top Rated School에서 학부 전공을 십분 활용한 창업(학부 전공과 관계가 높은)은 학부 전공에 부합하는 취업에 비해 31% 높은 소득을 기록

 

 

 

이주성 KAIST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jooslee@kaist.ac.kr

필자는 미국 일리노이대(UIUC)에서 공학사, MIT에서 기술정책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도쿄대 경제공학연구센터 연구원, 엔트루(Entrue) 컨설팅 파트너스 선임 컨설턴트 등을 역임했다. 주 연구 분야는 개방형 연구개발전략, 친환경 기술혁신, 하이테크산업정책이다. 저서로 <기술경영전략 Plus>, <미래경제와 사회적기업> 등이 있다

 

 

 

 

 

SNS 시대에도 면대면 접촉은 여전히 중요

 

Based on “Workplace friendship in the electronically connected organization” by Patricia M. Sias, Hannah Pedersen, Erin B. Gallagher, & Irina Kopaneva (2012) Human Communication Research, 38, 253-279.

 

왜 연구했나?

인터넷,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은 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 시대를 정보시대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업무 상대가 어디에 있든 촘촘하게 엮인 통신망으로 연결돼 가상의 전자업무공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연결성은 조직 운영뿐 아니라 직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원들 사이의 관계는 종종 우정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직원들 사이의 우정은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서로 정서적으로 지지해 줄 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 중요한 정보가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정의 형성은 개인적 요소와 맥락적 요소 두 가지가 작용한다. 개인적 요소는 유사성이다.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잘 어울린다. 맥락적 요소는 처한 상황이다. 비슷한 장소에서 일한다거나, 프로젝트를 함께 한다거나, 업무상 유사한 문제를 다루는 상황 등이 있다. 정보통신기술은 우정형성의 맥락적 요소 중 하나다. 그렇다면 정보통신기술은 직장 내 우정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무엇을 연구했나?

정보통신기술은 인간이 소통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까운 곳에 있는 것처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기보다 미디어를 매개해 소통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심지어 같은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끼리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런 현상을 지역적 가상성이라고 한다. 지역적 가상성은 이동통신기기의 보급으로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그러나 미디어를 매개로 한 소통은 대면소통만큼 대역폭이 풍부하지 않다. , 얼굴 표정이나 몸가짐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또한 전달된 메시지에 대해 피드백도 효과적이지 못하다. 정보통신미디어를 활용한 매개소통의 확산으로 정보의 유통량과 속도는 증가하지만 직원들 상호 간 인간적인 유대를 맺을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정보교환이나 협업에는 매개소통이 대면소통에 비해 더 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핵심적 메시지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통신미디어는 인간적 친밀감을 쌓아가는 데 필요한 대면소통의 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소통의 효율성을 증대하도록 하는 촉진제로서의 기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정보통신미디어는 직장 내 우정 형성에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어떻게 연구했나?

미국 애리조나대와 워싱턴주립대, 오리건주립대의 공동연구진은 직장인 274명을 대상으로 일터의 우정과 정보통신미디어 사용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참여자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직장인으로 설문참여 대가로 수업 이수에 필요한 점수를 추가로 받았다. 설문참여자의 55%가 여성이었고 37%가 남성이었다. 나머지는 성을 밝히지 않았다. 설문응답자의 나이는 18∼60세로 분포됐다. 백인이 84%였고 업무경력은 평균 9(최소 1개월에서 최장 41)이었다. 직장 내 동료와 우정을 나누고 있는 기간은 평균 7(최소 1개월에서 최장 35)이었다. 설문참여자 직종과 업종은 교육, 회계, 법무, 서비스, 기술 등 다양했다. 설문을 통해 측정한 요인은 다음과 같다. 소통의 빈도(전화, e메일, 문자, 대면, 원격회의, 소셜미디어 사용 등), 미디어 사용에 따른 우정 형성 및 유지, 소통의 질(대화의 깊이 등), 근무형태(: 자택근무 여부), 우정형성 요인(업무 동일성, 사교활동, 호감, 유사성, 직장 내 문제 공유 등).

 

무엇을 발견했나?

● 우정 형성에는 물리적으로 근접성보다는 업무 동일성이, 업무동일성보다는 유사성이, 유사성보다는 호감이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의 경우 우정 형성에서 호감보다는 업무동일성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 재택근무자들은 직장 내 친구들과의 대면소통의 빈도가 적은 반면 정보통신미디어 의존도는 높았다.

● 응답자들은 대면소통을 소통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보았다. 전화, e메일, 문자, 원격회의, 소셜미디어가 뒤를 이었다.

● 재택근무자들의 경우 원격회의가 직장 내 우정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정보통신미디어의 사용은 전통적인 면대면 소통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응답자들은 대면소통이 직장동료들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직장 동료들과 면대면 소통의 빈도가 적고 정보통신미디어 의존도가 높은 재택근무자들의 경우, 우정 형성에서 호감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는 재택근무자들의 경우 직장동료의 인간적인 측면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정보통신미디어가 면대면 소통을 대체하지는 못해도 우정형성의 촉진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직장 내 우정 형성에서 물리적 근접성이 상당히 중요했다. 그런데 정보통신미디어 사용이 확산된 후로는 물리적 근접성이 우정 형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작아졌다. 이는 정보통신미디어가 직원들 사이의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원격회의는 일반적으로 직장 내 우정형성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재택근무자들의 우정 형성에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간적 유대 형성에서 면대면 소통을 정보통신미디어의 매개소통이 대체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보다 생산적인 조직운영을 위해서는 직원들 사이에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통신미디어가 대면소통을 대체하지 못하는 만큼 재택근무자들에게는 정기적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대면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회의를 할 때는 정기적으로 같은 장소에 모이도록 하거나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안도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 선임연구원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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