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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경쟁력

김남국 | 108호 (2012년 7월 Issue 1)



경영학의 대표적 케이스 스터디 대상 중 하나는 월마트입니다. 창업 기업에서 출발해 세계 최대 유통업체가 되기까지의 성장 스토리는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경영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월마트 성공 요인 서너 개 정도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월마트의 성공 요인으로소도시 입점첨단 물류 시스템연중 상시 할인무노조 정책저렴한 비용 구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석에 동의한다면 전략경영 분야의 대가인 리처드 루멜트 UCLA 교수의 다음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루멜트 교수는월마트의 성공 요인이 이미 1986년 사례연구를 통해 밝혀졌는데 왜 경쟁사인 K마트는 그 후 10년 동안 줄곧 경쟁에서 밀렸을까라는 화두를 던집니다.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월마트의 성공 요인은 진짜 성공 요인이 아니라는 게 루멜트 교수의 지적입니다. , 경쟁업체가 월마트 성공 요인을 아무리 따라 해도 똑같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월마트의 진짜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공간에 대한 철학의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형 할인매장은 무조건 대도시에 입점해야 한다는 게 과거 유통업계의 통념이었습니다. 점포 주변에 일정 수준의 인구가 있어야 영업이 가능하다는 상식적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월마트는 공간에 대해 전혀 다른 철학을 갖고 있었습니다. 인구 1만 명 수준의 작은 중소도시라도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대도시와 견줄 만한 구매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공간에 대한 차별화된 접근을 바탕으로 월마트는 소도시에 매장을 내고 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100개의 매장을 하나처럼 관리했습니다. 실제 월마트의 확장 과정을 보면 이런 전략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매장을 구축하지 않고 일부 지역에 집중한 다음에 점진적으로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스페셜리포트 101페이지, ‘월마트의 미국 내 점포확장 추세지도 참조) 인접 지역에 위치한 100개 점포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배송 트럭 하나가 창고에서 출발해 100개 점포를 돌면서 물건을 나르고 다시 창고로 돌아오는 루트가 만들어집니다. 당연히 비용은 절감되고 대도시 매장 못지않은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면 K마트는 각 매장마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해 매장 관리자가 판매 물품의 구매 의사결정을 했습니다. 만약 이런 체제를 유지하면서 월마트의 소도시 입점 전략을 그대로 벤치마킹했다면 K마트는 훨씬 빨리 망했을지도 모릅니다. 월마트 경쟁력의 근간인 네트워크를 통한 비용 우위가 성공의 핵심 포인트인 셈입니다.

 

공간에 대한 월마트의 철학은 경쟁 업체가 모방하기 힘든 경쟁 우위의 원천을 제공했습니다. 루멜트 교수는새로운 기술은 쉽게 받아들이지만 경영 철학을 바꾸는 일은 파산 위기에 몰리지 않는 한 어렵다고 강조합니다.(전략의 적은 전략이다, 리처드 루멜트, 2011, 생각연구소)

 

공간은 비즈니스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한국인은 이미 공간에 대해 선도적인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개념이배산임수(背山臨水)’입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산은 고정돼 있고 강은 흘러간다. 산은 수직적 공간이고 강은 수평적 공간이다. 배산임수의 정신은 이런 모순적 요소(정지 vs. 이동, 수직 vs. 수평)의 통합을 추구하는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풀이합니다. 월마트가 집중(대도시)과 분산(소도시)의 긴장과 모순을 네트워크로 해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선조들은 모순 해결을 지향하는 공간 개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공간과 장소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객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또 경험 경제가 부상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고객 가치의 구성 요소 가운데 공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공간을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활용한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 클러스터의 흥망 원인에 대한 새로운 통찰, 다양한 공간 이론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스페셜리포트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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