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Z Consulting

보이지 않는 자원도 활용하라, 마법처럼

102호 (2012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트리즈(TRIZ)는 창조적 문제 해결 이론(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을 뜻하는 러시아어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tch’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모든 발명 과정에는 공통되는 법칙과 패턴이 있다는 믿음 하에 A분야 문제에 대한 해법을 B분야에서의 문제 해결책을 참조해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TRIZ입니다. 쉽게 말해재발명을 통한 문제 해결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간 TRIZ 컨설팅 외길을 걸어 온 송미정 박사가 TRIZ를 활용해 현장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실전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트리즈에서 자원(resources)이란 물질, 시스템, 유해한 효과, 기능 등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자원은 그 인지 정도에 따라 인지 자원과 미지 자원으로 나눌 수 있다. 인지 자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문제가 발생하는 장소에 존재하면서원래의 용도기능’, ‘기능 수행을 위해 활용되는 특징들이다. 반면 미지 자원은 아예 그 자리에 없는 자원들 외에 이미 존재하는 자원일지라도미처 알아채지 못한 특징’들을 함께 아울러 말한다. 이상적인 해결안이란 바로 자원의 숨겨진 속성, 즉 인지 자원뿐 아니라 미지 자원까지 200% 활용해 추가적인 자원의 투입 없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인지 자원과 미지 자원의 경계는 매우 교묘해서 아무리 교육을 많이 받고 지성이 걸출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인지 자원 중에 미지 자원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알아채기 힘들다. 인지 자원의 가짓수는 유한하지만 미지 자원의 가짓수는 무한하기 때문에 아무리 알아간다 하더라도 완전히 통달할 수는 없다.

 

창의적 문제 해결의 관건은 바로 이 미지 자원을 얼마나 이끌어 내는지에 달려 있다. 물론 미지 자원의 발굴 그 자체가 창의성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미지 자원을 발굴하는 게 창의적 해결안 발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미지 자원 발굴에 탁월한 육감을 가졌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재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원에 대한 육감은 타고난 재능만은 아니며 훈련을 통해 충분히 계발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문제 해결에 먼저 활용하는 심리적 성향을 갖고 있다. 트리즈에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이런 성향을 극복하고 미지 자원을 파악해 나가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 1단계는 인지 자원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그 다음 인지 자원에 가해질 수 있는 지배법칙들과 그와 관련된 특징들을 2차적으로 파악해 목록을 만들어간다. 2차적인 내용들은 그 이전에는 알아채거나 혹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정의상미지 자원들로 그 쓰임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트리즈 문제 해결법의 핵심은 이렇게 새롭게 리스트에 든 미지 자원들이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강제로 연결해 이상해(理想解)라는 스토리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스토리가 합리적이거나 역사적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증거가 있거나 실험적으로 증명이 된다면 미지 자원을 발굴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렇게 발굴한 해결안이 개념적으로는 이전에 나와 있다고 해도 구체적인 디테일과 용도는 특허로서 청구된 적이 없다면 특허로서도 가치를 가지게 된다. 인지 자원과 미지 자원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다음의 케이스들을 살펴보고 인지 자원 확인 후 미지 자원을 탐색하는 절차에 대해서도 짚어보자.
 


 

Case 1 검은 돌과 흰 돌

 

옛날에 한 상인은 돈을 갚지 못해 고리대금업자에게 엄청난 시달림을 당하고 있었다. 그 상인의 젊고 아름다운 딸에게 흑심이 있던 고리대금업자는 이 기회에 상인의 딸과 결혼하고자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이제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소. 내일 아침에 결정을 내리도록 하세. 이 주머니에 흰 돌과 검은 돌을 넣어 둘 테니 내일 아침 당신 딸과 함께 와서 당신의 딸이 흰 돌을 잡으면 빚을 전부 탕감해주고 검은 돌을 잡으면 내가 이 나이까지 미혼이니 당신의 딸과 결혼하게 해주시오.” 상인은 사랑하는 딸을 내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딸과 함께 고리대금업자에게 찾아갔다. 이때 고리대금업자가 주머니에 검은 돌만 두 개를 넣은 것을 우연히 목격하게 됐다. 상인은 고리대금업자에게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이 케이스에서 인지 자원은 검은 돌이다. 이 돌의 특징은 무엇일까? 색깔은 검은색, 개수는 두 개, 용도는 고리대금업자와 상인의 딸 간의 결혼을 결정짓는 것이다. 또 다른 인지 자원은 상인의 딸이다. 모습은 아름다우며 나이는 젊고 아버지는 상인이다. 이 두 가지 인지 자원의 미지 자원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하면 필자가 받는 반응이 있다. 아니 도대체 문제의 상황에 대해 써놓지도 않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되물음이다. 그렇다. 그 말이 맞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의 문제란 제시된 상황대로만 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제시된 상황과 관련되거나 제시된 상황을 포함하는 더 큰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상상해야 하며 자원, 특히 미지 자원 발굴 시에는 이러한 논리적 상상력이 매우 필요하다.

 

위 사례에 나타난 인지 자원을 <1>에 나타난 틀에 맞춰 정리해 보자. 자원 정리 시점은문제를 인지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므로 검은 돌만 두 개 있어서 어떤 돌을 뽑아도 상인이 지게 되도록 만들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위의 인지 자원만으로도 벅차다고 생각이 들지 모른다. 그러나 미지 자원은 정의상 무한하므로 위의 표에 미지 자원의 항목을 추가해 적어 본다면 법률과 도덕 등을 추가할 수 있다. 법률과 도덕의 경우 위의 사례에 직접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으나 문명화된 사회라면 반드시 지키는 규범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적는다면 미지 자원 한 가지를 발굴한 것이다.

 

미지 자원 중 주머니의 경우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음이란 상황으로부터 추리한 것이다. 만약 검은 돌 두 개만 넣은 게 잘 보인다면 고리대금업자는 저런 나쁜 장치를 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머니에 대한 묘사 중 고리대금업자가 상인에게 검은 돌 하나와 흰 돌 하나를 넣어두겠다고 했다는 것은 문제에 묘사돼 있다. 하지만 만약 이런 묘사를 처음엔 놓치고 지나갔다가 나중에 내가 다시 알아채서 적는다면 이것 역시 미지 자원을 발굴한 예가 된다. 문제를 처음 볼 때 파악한 자원이 인지 자원, 문제의 조건에 설사 존재하더라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 자원은 미지 자원이다.

 

또 다른 미지 자원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주머니에서 돌을 뽑는 과정 역시 자원이다. ‘속이 보이지 않는 곳에 손을 넣고 돌 하나를 빼내어서 빼낸 돌을 확인한다가 현재 주머니에서 돌을 뽑는 과정이다. 미지 자원은 이처럼 문제에 제시돼 있지 않아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정하거나 전제하는 모든 것을 다 포함한다. 이렇게 무의식적인 자원에 대한 전제나 가정을 미지 자원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 미지 자원을 발굴할 경우 그 전제나 가정을 깨뜨리거나 변환시킴으로써 문제를 창조적으로 풀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주머니에서 돌을 뽑는 과정이라는 미지 자원을 어떻게 변형하면 부당한 조건하에서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상인의 딸은 미지 자원의 속성 중 두 가지를 활용했다. 그 첫째는 주머니에서 돌을 뽑는 과정이었고 두 번째는 신용이라는 점이었다. 상인의 딸은 돌을 뽑을 때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게 했고 돌을 뽑기 전에 고리대금업자가 한 약속을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것부터 진행했다. 그 후에 돌을 뽑는 절차를 아주 약간만 변형했다. , 돌을 뽑아 아무도 볼 수 없게 바다로 던져 버린 후 고리대금업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주머니 속에는 흰 돌과 검은 돌이 하나씩 있었(다고 당신이 말했)으니 지금 던진 돌의 색깔은 주머니 속의 돌의 색깔과 다른 색의 돌일 것입니다.”

 

다양하게 각색돼 많은 나라에 퍼진 옛 이야기다. 몇 년 전선덕여왕이라는 TV드라마에서도 어린 선덕여왕의 지혜를 알리기 위한 에피소드로 활용됐다. 이 이야기는 창의적인 해결안이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미지 자원을 발굴해 활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큰 울림을 준다.

 

Case 2 2층의 전구 3개와 지하실의 스위치 2

 

2층에는 전구가 3개 있고 지하실에 전구와 연결된 스위치 2개가 있다. 전구 3개 중 어느 전구가 어떤 스위치에 연결돼 있는지는 모른다. 더구나 세 개 중 한 개 전구는 어떤 스위치에도 연결돼 있지 않다. 전기 기술자가 수리를 위해 이 전구와 스위치 간의 연결 관계를 파악하고 싶다고 해 보자. 그것도 단 한번만 지하실에서 2층으로 올라가서 그것을 확인하고 싶다고 해 보자. (그렇지 않다면 창의력은 필요 없고 몸만 움직이면 되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 전기 기술자는 어떻게 해야 단 한번 지하실에서 2층으로 올라가 어느 전구가 어떤 스위치에 연결돼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까?

 

이 문제 역시 인지 자원과 미지 자원의 발굴이 해결안 도출 여부를 좌우한다. 전구는 단순히 그냥 전구만이 자원이 아니다. 전구가 가진 빛이 모두가 알고 있는 인지 자원이다. 그런데 미지 자원으로 가능한 게 있다. 바로 전구의이다. 전구가 가동되는 동안 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전선 연결 여부를 확인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쓸 수가 있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 우리가 알고 있는 인지 자원의 숨겨진 전제나 가정, 특징, 속성들을 미지 자원이라고 부른다. 이를 얼마나 논리적인 추리력과 상상력을 동원해 발굴하는지가 문제 해결에 직결된다. 마치 마술처럼, 사기처럼 보이는 위의 두 문제의 해결안은우리가 알고 있으나 사실은 모르고 있는미지 자원에 대한 육감을 통해 비로소 가능했다. 육감도 연습을 하면 날카로워 진다. 트리즈의 궁극적인 효용은 마술처럼 강해지는 논리적 육감이다.

 

 

송미정 삼성종합기술원 CTO 전략팀 부장 triz_institute@hanmail.net

 

필자는 KAIST에서 화학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 트리즈 협회 공인 Level 4 전문가로, 삼성종합기술원에서 200건 이상의 연구 개발 과제 컨설팅을 수행했다. 저서로 <회사를 살리는 아이디어 42가지(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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