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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hinking 기아차 '레이' 디자이너 기낙출 팀장 인터뷰

“소비자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라”

최한나 | 100호 (2012년 3월 Issue 1)







아름다움을 형상화해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위한 모든 활동을 예술이라고 한다. 디자인은 그중 한 갈래다. 결국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름다움의 형상화다. 그러나 제품 디자인은 좀 다르다.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예술의 한 분야인 것은 맞지만 단순히 아름답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순수 예술과 거리가 있다. 제품의 겉모양을 보기 좋게 하면서도 제품이 갖는 기능과 역할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때로는 활용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아름다움과 타협하기도 한다. 제품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지점도 여기에 닿아 있다. 상상력으로 빚어낸 아름다움과 제품이 본래 지녀야 할 실용성, 그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는 일이 그들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다.

 

디자인 기아(Design Kia)’는 요즘의 기아차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우수한 품질에도 세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는커녕 국내 소비자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던 때였다. 그랬던 기아차가 전 세계 유수 자동차 메이커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새로 내놓는 자동차마다 관심을 받는다. 그 중심에 디자인이 있다.

 

이번에는 소형 박스카(Box Car). K시리즈와 쏘울(Soul)에 이어 기아차가 선보인 또 다른 야심작, 레이(Ray)를 디자인한 기낙출 기아내장디자인2팀팀장을 만나 레이에 담긴 스토리와 디자인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었다.

 

디자인은 특히 아이디어가 중요한 영역이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또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가.

우리 팀은 오후 5시 이후 무조건 자유다. 5시가 넘으면 퇴근해도 되고 남아 있더라도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우리 사무실 안에는 헬기가 다섯 대 있다. 한 대에 200300만 원씩 하는 무선 조종 헬기다. 책장에는 모형 자동차가 수백 대 놓여 있다. 회의 테이블에는 기차 노선이 깔려 있고 모형 기차가 수시로 돌아다닌다. 5시가 넘으면 각자 취미생활이나 관심 있는 분야에 몰두한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서로 전화도 잘 안 한다. 헬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집어 들고 야외로 나가고 음악 좋아하는 사람은 컴퓨터를 끄고 헤드폰을 낀다. 사무실에만 앉아 있으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기 일쑤다. 새로운 것, 이상한 것, 독특한 것을 얻으려면 많이 보고 듣고 돌아다녀야 한다.

 

사무실 분위기가 이상하게 침체돼 있고 모두 기분이 다운된 것 같은 날에는 회사에서 차를 한 대 빌린다. 그리고어디든 다녀와라하고 차 키를 준다. 목적지도, 걸리는 시간도 묻지 않는다. 조건은 단 하나다.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 가서 뭘 하든 팀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같이 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내보낸다. 가고 오는 과정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함께 얘기하고 느낌을 나누고 공유하도록 한다. 팀원들이 나름대로 다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다. 같은 것을 보면서도 어떤 친구는 기능적인 측면에, 어떤 친구는 색깔에, 어떤 친구는 질감에 주목한다. 터놓고 대화하는 일은 서로의 개성이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나는 그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한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는 가운데 부족한 면이 채워지고 또 다른 시각이 발견된다고 믿는다.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신입사원이었을 때만 해도 디자인을 하기에 앞서 일단 설계하는 쪽에서 여러 가지 조건을 받아놓고 시작했다. 여긴 어때야 하고, 저긴 어때야 한다는 리밋(limit)이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디자이너들은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나는 웬만하면 팀원들이 낸 아이디어에 내 의견을 더하지 않는다. 그들이 낸 아이디어 그 자체를 함께 논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에 펼쳐둘 뿐이다. 내 기준으로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어떤 식으로 개발할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리더의 임무다. 그리고 같은 목적을 향해 좀 더 방향성 있게 갈 수 있도록 서로 부족한 면을 보완하고 균형을 맞춰가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낙서를 한다. 오후 5시 이후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낙서 시간을 따로 갖는다. 컴퓨터를 다 끄고 책상에 앉아서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면서 떠오르는 대로 끄적거린다. 만화도 그리고 글씨도 쓰고 스케치도 한다. 그 시간만큼은 어떤 일에도 방해받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는 편이다.

 

뛰어난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가.

옛날에는 기능이 곧 디자인이라고 했다. 제품이 갖는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형태, 그게 디자인의 전부였다. 지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인정받고 있다. 디자인이 잘돼야 더 많이 팔 수 있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디자인을 위해 기능의 일부를 희생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기업도, 소비자도 기본적인 마인드가 상당히 달라졌다. 디자인이 단순한 껍데기가 아니라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스토리가 중요해졌다. 단순히 아름답기만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그 안에 또 다른 이야기와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 이 차를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가, 어떤 맥락을 제시해야 소비자가 공감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내가 의도한 대로 소비자가 그대로 느껴줄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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