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 FSG 대표가 올해 초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게재한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에 관한 논문은 주주의 이익과 사회적 요구가 양립할 수 없다는 생각을 불식시켰다. 포터와 크레이머는 CSV가 ‘제로섬’ 상황을 의미하는 재분배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윈윈’ 상황을 불러오는 상호보완적인 접근방법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CSV는 어떤 환경에서 전략과 실행을 하느냐에 따라 전개 양상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아시아와 같은 지역에서는 CSV 개념도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 아시아에서 CSV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지원, 투자자의 신뢰도, 시장의 수용도, ‘녹색’ 공급업체 등 기업의 사회적 자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CSV는 비즈니스 전략 및 운영에 자연스레 수반되는 한 부분이다. 네슬레(Nestle)는 CSV를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는 오래 전부터 트럭을 이용한 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트럭이 다니기 어려운 필리핀 저소득 지역에서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삼륜 오토바이(측면에 상품 보관함이 달려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네슬레 제품을 유통시킨다. 네슬레가 운영하는 ‘바퀴를 타고 달리는 비즈니스(Business on Wheels)’ 프로그램하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네슬레에 자신이 어느 정도의 제품을 판매하고자 하는지 알려준다. 자영업자들이 얼마만큼의 제품을 판매할 계획인지 확인한 네슬레는 이들이 자사 브랜드를 달고 있는 제품과 오토바이를 구입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한다. 또한 네슬레는 유통업자들에게 판매 기법과 현금흐름 관리 방법도 훈련시키며 모든 유통업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할당 지역이 겹치지 않도록 관리한다.
필리핀 재벌그룹 아얄라(Ayala)의 자회사인 글로브텔레콤(Globe Telecommunications)은 ‘글로브 브리징 커뮤니티(Globe Bridging Communities)’를 통해 CSV를 실천하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은 필리핀에서 글로브의 G-캐시 모바일 기술 플랫폼을 활용해 태풍 피해를 입은 마을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필리핀 북부에 위치한 루손섬에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손쉽고 신속하게 송금을 하면 송금 받은 상대편이 자신이 원하는 G-캐시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 현금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캐시포워크(Cash-for-Work)’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지난 10월 필리핀 마닐라 아시아경영대학원(AIM)에서 개최된 ‘2011년 아시아 CSR 포럼’의 주제는 CSV였다. CSV 접근방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목표와 사회적인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경제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적 목표를 희생하거나 반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둘 사이에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기업이 사회적으로 모범이 되는 성과를 올리면 사회적 자산이 강화되는 형태로 결국 기업에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아시아 지역 환경이 가진 복잡다단한 상이성은 CSV 개념 이전에는 리스크로 인식됐다. 그러나 CSV 개념을 도입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 문제 해결과 주주가치 극대화가 기업과 국가 발전을 위해 양립할 수 있고 시너지를 이루며 선순환할 수 있다는 관점과 발상의 전환이다.
펠리페 B. 알폰소 아시아경영대학원(Asian Institute of Management) 연구재단 부회장
필자는 필리핀 마닐라 소재 아시아경영대학원(AIM·Asian Institute of Management) 부설 CSR 센터의 최고책임자다. 2002년부터 아태 지역 30개 국 CSR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아시아 CSR 포럼(Asian Forum on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주도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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